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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
그로부터 8년이란 세월이 흘러 때는 1504년 3월.
천수와 천수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박나인은
한나인의 말대로 멀리 떨어진 백정마을에서 신분을 숨기고 대장장이로 살아간다.
이들 사이에 "장금(長今)"이라는 딸아이를 둔다.
연산군10년 1504년에 갑자사화가 일어나고 연산군의 폭정은 극에 달한다.
저자거리에 장금을 데리고 나갔던 서천수는 갑자사화의 연루자로 끌려가고,
박나인과 장금은 천수를 만나기 위해 압송행렬을 쫓아 한양으로 간다.
종로 육의전에서 찬품(饌品) 구매 차 나온 최고상궁 최상궁의 눈에 뜨이고
모녀는 피신하는 몸이 된다.
결국 박나인은 위기를 느낀 최상궁과 오빠 최판술 일당에 의해 장금 앞에서 객사한다.
졸지에 부모를 여의고 혼자된 장금은 어머니 박나인의 유언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게 되는데...
#1 마을 전경(낮)
백정마을의 전경이 펼쳐지고
자막 : 8년 후. 1504년 3월
그 위로 망치질소리만이 경쾌하게 들린다.
#2 대장간 안
사람은 보이지 않고 반복적으로 망치질하고 담금질하는 모습만 보인다.
이때.. 얼굴만 빼꼼히 들이민 채 눈을 이리저리 돌려 안을 살펴보는 어린 여자아이(8세 정도).
장금이다.
장금 : 아부지.. 아부지..
망치질을 하던 남자.. 돌아보면 웃통을 벗고 땀을 흘리고있는 천수다.
천수, 짐짓 겁을 주려는 듯.. 안을 한 번 살펴보고는..
천수 : 잡았느냐?
장금이 잡은 토끼를 보여준다.
천수 : (웃으면)
장금 : 어머니는요?
천수 : (대답을 하려는데.. 장금의 뒤에 서있자 말을 못하는).....
장금 : 어머니는요?
하는데.. 아버지가 대답을 못하자.. 뒤에 있구나 생각하고는 뒤를 살짝 돌아본다.
역시.. 어머니가 있다.
장금 : 어머니
박나인 장금을 엄한 눈으로 처다 보고 있다
장금 : (찔끔)
천수 : (두 사람을 번갈라 보며 난처한 표정)
장금 : (잘못을 무마하려는 듯 배시시 웃는다)
박나인 : 따라 들어오너라.
장금 : ......
박나인 : 뭐하느냐? 따라 들어오라는데..
하면, 장금이 토끼를 쥐고는 따라들어간다.
#3 천수의 방안
들어오는 박나인.. 옷을 벗고는 회초리를 꺼내드는 사이..
따라 들어온 장금. 무릎을 꿇고 앉고 토끼도 자신의 옆에 앉혀둔다.
박나인 : 일어나 종아리를 걷거라!
장금 : ......
박나인 : 종아리를 걷으라는데!
장금, 꼬물꼬물 일어나 종아리를 걷는다.
어제 맞은 자국이 아직도 남아있다.
박나인, 맘이 아파 잠시 멈칫하나 이내 한 대를 때린다.
박나인 : 사내아이들과 어울려 산에 가지 말라 일렀거늘! 어찌하여 또 갔느냐?
장금 : 은성이가 토끼를 꼭 잡아보고 싶다기에..
박나인 : 은성이라면 진사댁 도령 아니냐? 내 그토록 반가(班家)의 자제들과는 어울리지 말라 일렀거늘!
(하며 한 대를 또 때리고)
장금 : 저는 그냥 서당에만 있다가 오려했으나 은성이가 붙잡았습니다.
박나인 : 또 서당에 가 도둑 글공부를 했단 말이냐?
장금 : ......
박나인 : 그런 게야?
장금 : (고개를 끄덕)
박나인 : (아프게 한 대를 때리며) 서당에 가지 말라 그렇게 일렀거늘!
장금 : (울음을 터트리며) 은성이도 윤권이도 다 글공부를 하는데 왜 저는 글을 알면 안되나요?
박나인 : (난감하여.. 장금을 돌려 자기앞에 끌어앉히고는)
은성이나 윤권이는 반가의 도령이고 너는 천한 백정의 딸이라 하지 않았느냐?
장금 : 하지만 저도 글을 배우는 게 좋습니다. 은성이 보다 제가 더 잘 배웁니다.
박나인 : 그래도 아니된다. 반가의 도령들은 글을 배워 관직에 나아가는 게 정해진 이치이나
백정의 딸로 글을 배우면 그것만으로도 너는 큰일을 당할 수 있다. 몇 번을 말했느냐!
장금 : ......
박나인 : 양반(兩班)은 양반이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고
중인(中人)은 중인대로 양인(良人)은 양인대로
백정(白丁)은 백정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느니라.
백정이 양반의 흉내를 내려하면 그것만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어. 어미 말을 알아듣겠느냐?
장금 : 하지만 어머니! 우리는 백정이 아니옵니다.
박나인 : (너무 놀라) 뭐어?
장금 : (해서는 안되는 말을 하여 놀라고)
박나인 : 너 지금.. 뭐라했느냐?
장금 : 아부지가... 군관(軍官)..
박나인 : (놀란 상태로)
장금 : (시선을 피하고)
박나인 : ...어찌 알았느냐? 어찌?
장금 : (옷장을 가리키며) 저기.. 들어있는.. 아부지.. 군관 옷하구.. 호패하구..
하며.. 장금을 일으켜 다시 종아리를 치는 박나인.
앙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장금.
이때.. 천수가 들어와 박나인을 말리는데..
장금.. 얼른 토끼를 들고는 천수의 뒤에 가 숨는다.
박나인 : 서방님..
천수 : (같이 야단맞는듯한 표정으로) 내가 잘못했습니다! 이게 뭐냐고 하도 졸라대는 통에..
박나인 : 아무리 그래도 어찌 어린것에게!
천수 : 내 알아듣도록 얘기는 했습니다.
박나인 : 안됩니다. (장금에게) 이리 오너라. (장금 숨고 천수 감싸면) 단도리를 해야합니다.
천수 : 내가 하겠습니다. 내가 다시 알아듣도록 얘기하겠습니다.
하고는 천수, 장금을 둘러메고는 나간다.
#4 대장간
천수가 장금을 둘러메고 들어와서는 밖으로 나가려는데..
이때.. 여인(훈육상궁)이 들어온다.
훈육상 : 여봐라! 나는 생각시를 뽑으러 다니는 상궁이다.
흠칫 놀라는 천수.. 긴장하는데 박나인도 나오다가 그 말을 듣고는 긴장한다.
박나인 : (침착하게) 무슨 일이신지요?
훈육상 : 근처에 들렀다가 여기서 나오는 장도(裝刀)가 좋다하여 들러보았다..
박나인 : ......
훈육상 : 좀 볼 수 있느냐?
박나인 : 주문하시는 물건만 만들므로 따로 가진 것은 없으나
그거라도 한 번 보시겠다면 보여드리겠습니다.
훈육상 : 그러자..
하면.. 박나인 안으로 들어가고..
장금을 둘러멘 천수는 들어가지도 나오지도 못하고 서있다. 장금은 계속 훌쩍대고 있고..
훈육상궁은 이리저리 둘러보고..
박나인이 은장도를 포함한 장도.. 몇 개를 들고 나오며 천수에게 눈짓하면.. 천수는 나간다.
#5 마을 일각
천수와 장금이 나와 큰 나무밑에 앉는다.
천수 : 우린 둘 다 큰일났구나.
장금 : 왜요?
천수 : 나는 네게 얘기한 죄로 큰일났고 너는 이제 그 사실을 안다는 것까지 어머니가 알았으니
매일 맞는 종아리가 더 남아나질 않을게다.
장금 : 어머니는 너무하셔요.
천수 : 내 보기엔 니가 너무 하는구나!
장금 : (물끄러미 아버지를 보면)
천수 : 어찌하여 어머니 말을 그리 안 듣는 게냐?
장금 : (그말에 쪼그만 것이 휴.. 한숨을 쉬며) 어머니는 제가 꼭 하고싶은 것만 하지 말라 하셔요.
천수 : (그런.. 딸이 귀여워) 글공부가 그리 좋으냐?
장금 : (금세 반색) 예에 아부지! 저는 (하늘을 보며) 제가 보는 하늘을
고런 모양으로 쓰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옵니다. 보셔요!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으며)
까만 것을 어찌 (땅에다 검을 현자를 쓰며) 요렇게 쓸 수가 있습니까? 신기하지 않사옵니까?
천수 : (기특하여 웃는데)
장금 : (천수에게 바짝 다가가며) 아부지! 아부지는 언제 다시 중인이 되시나요?
천수 : 글쎄다.
장금 : 빨리 그때가 되어야 글공부도 맘놓고 하고 역관도 될 수 있고
(점점 말하면서 기분이 좋아져서) 차암! 아버지는 상인이 되셔요!
그럼 중국도 갈 수 있는 게지요? 그럼 저도 따라갈 거예요
중국에 가면 저는 제일 먼저 만리장성이 정말 만리인지 걸어봐야겠습니다.
천수 : 하지만..
장금 : (OL) 아옵니다. 그때까지는 절대 아무에게도 얘기 안 할 거예요.
천수 : 애비가 이제는 됐다 할 때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얘기해서는 안된다. 그리하면!
장금 : 아부지랑 저랑 어머니랑 모두 죽습니다.
천수 : ...... (마음이 아프다)
장금 : (초롱초롱하나 슬픈 듯한 눈빛)
천수 : 맞은 데가 아프지는 않느냐?
장금 : (그새 다 잊어버린 듯 앞에 뛰어 다니는 토끼를 보며)
아부지! 근데 토끼는 왜 걷지는 못하고 뛰기만 할까요?
천수 : (그런 장금의 엉뚱한 호기심에 웃음이 나와) 물어 보지 그랬느냐?
장금 : 물어 보았습니다.
천수 : (웃고) 물어봤어? 토끼에게?
장금 :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예에 (하고는 또 한숨을 쉬며) 그리고 말입니다.
철쭉은 잎 나고 꽃피는데 어째서 진달래는 꽃부터 피고 잎 나옵니까? 답답해 죽겠사옵니다.
천수 : 진달래꽃이 성격이 급한 게지.
장금 : (눈이 반짝하며) 꽃들도 성격이 있사옵니까?
맛이나 색깔 모양이 다 다른 진달래와 개나리만 성격이 급한 걸까요?
천수 : 니가 알아보거라.
장금 : 아휴. 말을 가르칠 수도 없고 종아리를 칠 수도 없고..
천수 : (그런 장금을 사랑스러운 듯 보다가 두고온 상궁이 걱정이 되는 듯 대장간 쪽을 바라본다)
#6 대장간
훈육상궁이 장도를 보며
훈육상 : 오늘 일을 맡기면 언제나 되느냐?
박나인 : 대엿새는 걸리옵니다.
훈육상 : 알았다. 그럼 세 개를 만들어다오.
박나인 : ..또 들르실 시간이 되시옵니까?
훈육상 : (나가면서) 진현골로 갔다가 다시 와야되느니라.
박나인 : (따라나가며).. 예..
훈육상 : (나가다가는 뒤돌아) 근데.. 혹.. 너 언제 나를 본적이 있느냐?
박나인 : (흠칫 놀라며 황급히OL) 그런 적 없사옵니다.
훈육상 : (잠시 갸웃둥 하다가 나간다)
그런 훈육상궁을 보는 박나인.. 섬칫..
이때.. 천수와 장금이 돌아온다.
장금은 어머니를 보자.. 얼른 천수의 다리 뒤로 숨었다가 집으로 들어가고..
천수 : 혹 아는 분은 아니었습니까?
박나인 : (약간 걱정).. 예 그냥 주문만 하고 가셨습니다.
천수 : (걱정되어) 또 오겠군요..
박나인 : 서방님께서 장도를 너무 잘 만드시나봅니다.
천수 : 앞으로는 못 만들겠습니다.
박나인 : (진지하게 그런 말을 하는 천수를 보며 사랑스러워) 그런 말이 어딨습니까?
천수 : (그래도 진지.. 걱정) ......
박나인 : (들어가려고 하면)
천수 : 내.. 알아듣게 얘기했습니다.
박나인 : ...... (들어간다)
#7 천수의 집 부엌(저녁)
장금이 키우는 콩나물에 물을 주고는 그 중에 일부를 뽑아 다듬고 있다.
이때.. 박나인이 들어온다.
그리고는 말없이 무를 썰고.. 두부를 썰고.. 마늘을 다지고 시래기를 꺼내 다듬는 등
능란하게 음식을 한다.
박나인이 너무 조용하여.. 장금을 보는데.. 장금은 콩나물을 가지고 하늘 천자를 만들고 있다.
박나인 : 글을 꼭 배우고싶으냐?
장금 : ....예.
박나인 : 그럼.. 내일부터 에미가 가르쳐 줄테니 서당엔 가지 마라.
장금 : (쪼로록 박나인의 치맛단으로 오며) 정말이옵니까?
박나인 : ......
장금 : 어머니께서도 글을 아시옵니까?
박나인 : ...대신 절대 그곳엔 가지 마라!
장금 : .......
박나인 : (장금 옆에 앉으며 진심으로) 서당에도 가지말고 산에도 가지말고
마을에도 내려가지 말고 그냥 꼭 이 에미 곁에만 붙어 있거라. 알았느냐?
장금 : 예 어머니 그리하겠사옵니다. 꼭 붙어있겠사옵니다.
박나인 : ......에미의 이 마음을 알아다오.
아버지와 너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내 마음을 네가 꼭 헤아려다오.
장금 : 예 어머니 걱정마셔요..
(비밀을 알고있어 신난 어린이심정으로) 절대 얘기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박나인 : (그런 장금을 보다가는 다시 일어나 음식을 하는데)
장금 : (장금 신나서는) 어머니는 언제 글을 배우셨어요?
박나인 : (말이없는데)...
장금 : (신나서 조잘대는데) 아부지 말이 맞사옵니다.
아부지께서 어머니는 못하는 것이 없다 하셨습니다.
그림도 잘 그리신다 하셨고 옷도 잘 만드시고.. 아.. 음식은 천하 제일이라
아마도 흙으로 밥을 지어도 맛있을 거라 하셨사옵니다.
어머니처럼 되라 하셨습니다. 어머니처럼 될 것이옵니다.
박나인 : (행복하나.. 불안하다)
#8 천수의 방(밤)
장금이 자고 있으면.. 장금의 종아리에 약을 발라주는 박나인.. 옆의 천수..
천수 : (죄인처럼) 미안하오.
박나인 : 이 아이 눈에 띄었으니 오죽 집요하게 물어댔겠습니까?
천수 : 사실은 이 아이에게 희망을 주고싶어 얘기했습니다.
박나인 : ......
천수 : 백정이라 글을 배울 수 없다고 하자 어린것이 조그만 입술사이로 어찌나 긴 한숨을 쉬어대는지..
박나인 : ......
천수 : 너무 엄하게 하지 마세요.
박나인 : ......
천수 : 똘똘한 것은 당신을 닮은 탓이요.. 천방지축 나다니는 것은 나를 닮은 탓인데
어린것이 무슨 잘못이겠습니까 잘못이 있다면 우립니다.
박나인 : 왜 모르겠습니까? 그러니 두렵습니다. 우리 사연으로 어린것이 잘못되면 어찌하옵니까?
천수 : ......
박나인 : 요즘 들리는 소문으로는 금상전하의 행동이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옵니다.
큰어머니 뻘 되는 분까지 취하셨다는 망측한 말이 돌고 있습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목이 달아난다고 합니다. 그런 와중에 간특한 무리들이 그 일을 알린다면..
천수 : ......
박나인 : 조심해야합니다. 저 아이를 위해서라도 조심해야합니다.
천수 : ......
#9 기와집(밤)
어둠속에.. 연산군을 태운 가마가 소리없는 인도를 받으며 임사홍의 집으로 스며들고 있다.
그 위로 자막이 뜬다
자막 : 연산군 폐비 윤씨의 어머니 신(申)씨를 대면하다
#10 임사홍의 집 방(밤)
연산군과 신씨가 서로 부여잡고 우는데 이때 신씨가 조용히 하얀 보자기를 꺼낸다.
임사홍이 얼른 보자기를 푸니.. 피묻은 적삼이다.
신씨 : (적삼을 임금에게 보이며 통곡하며) 전하.. 이것이.. 폐비께서 죽어 가시면서 흘리신 피이옵니다.
원자께서.. 원자께서 보위에 오르시면.. 전해 올리라고..
전해 올려.. 피맺힌 원한을.. 모함에 죽어 가신.. 피맺힌 원한을 풀어달라시며.. (하고 통곡하면)
연산군 : (적삼을 보니 눈이 뒤집혀서는) 누구오이까?
누가 모함을 한 것이옵니까? 누가 노후를 죽였습니까?
신씨 : (울기만 하면)
연산군 : (부르르 떨며) 말씀하세요! 다 말씀하세요! 원수를 갚아 드릴 것이옵니다.
대비이든.. 선왕의 후궁이든.. 내.. 칼에 죽을 것입니다. 모두 말씀하세요..
#11 편전(낮)
연산군의 눈에 살기가 등등한 채 앉아있고
신하들은 아직 연산군의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채 앉아있다.
연산군 : (느닷없이) 폐비의 시호와 능호를 올리는 일을 논의하라!
신료1 : 전하! 그.. 그 무슨 하교이시옵니까?
이극균 : 전하! 선왕께서 그 일은 다시 논의치 말라는 유교가 있었사옵니다.
통촉하시어 거두어 주시옵소서..
연산군 : (기다렸다는듯) 저놈들을 당장 하옥하라!
신료들 : ......
연산군 : 내금위는 뭣들 하느냐? 당장 하옥시키지 않고!
내금위 갑사들.. 우르르 몰려와 끌고 나가고..
신료들.. 어이가 없고.. 두려움에 떠는데..
연산군 : 지금부터 내 모후의 사사를 주도했던 왕실의 사람들, 이에 반대하지 않은 대소 신료들!
(갈수록 광기는 더해가고) 사약을 봉행했던 모든 관원 사약을 들고 갔던 군관..
사약을 만든 내의원 의관.. 염을 하고 묘를 만들어 내 어머니를 묻은 내금위 갑사들까지
모조리 한 놈도 빠뜨리지 말고 모조리 잡아들여라! 당장! 당장! 시행토록 하라!
공포에 어쩔 줄을 모르는 신료들..
#12 몽따쥬
낮. 의금부. 시시각각 끌려들어오는 사람들. 사약을 받는 이세좌 및 양반들
밤. 궁일각에서 엄귀인과 정귀인이 보쌈을 당한 채 끌려나오고
젊은 사내아이들이 그 둘을 몽둥이로 때리는 장면
낮. 묘를 파헤치는 군관들. 그 위로 떠오르는 자막
자막 : 연산군 10년(1507년) 3월21일 갑자사화 일어나다
#13 장터(낮)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북적거리는 사람 중에는 며칠 전에 왔던 훈육상궁도 눈에 띈다.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장신구를 보는 장금.. 신이 나있다.
그런 장금의 뒤에는 천수가 있다.
그러다가는 어딘가에서 태평소의 소리가 들리자..
장금.. 금새.. 튀어나와 소리나는 쪽을 본다.
장금 : 아부지! 아부지! 연희를 하려나봐요..
천수 : 그럴 모양이다.
장금.. 얼른 천수의 손을 잡고는 연희 패를 따라간다.
그들을 따라가는 중에..
많은 사람들이 벽에 붙어있는 무언가를 보느라 북적이고 있는데
천수, 장금이 손을 끌고 가기에 그냥 무시하고 장금을 따라간다.
그러나 카메라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고..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면.. 벽에 방(傍)이 붙어있다.
글은 폐비 윤씨와 관련된 역모 죄이고..
옆에는 서너 명의 얼굴 몽따주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분명 천수의 얼굴이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채 장금과 걸어가는 천수
#14 장터 일각 씨름판
연희 패를 따라가다보니.. 씨름판이 벌어지고 있다.
씨름 왕이 누군가를 메다꽂고 있다.
와! 소리가 들리고..
거간꾼이 들고 있던 돈이 양반 두엇에게 쥐어진다.
판돈이 큰 내기씨름이었던 것 같다.
희희낙낙하는 양반..
그 양반이 거간꾼에게 돈을 더 얹어 쥐어주자.. 거간꾼은 더욱 힘이 나며..
거간꾼 : (모래판 가운데로 나가 더욱 큰소리로) 누구 또 나올 사람 없소!
이 사람만 이기면.. 누런 황소가 한 마리요..
가운데.. 씨름왕은 나올테면.. 나오라는 모습으로 서있고..
남자들.. 서로들 설왕설래하는데..
장금 : 아부지.. 나가보세요.
천수 : ..
장금 : 아부지!
천수 : 안된다.
장금 : 왜요? 아부진 큰 돌두 들잖아요. 엄청 큰 쇠두 들구요..
천수 : ......
장금 : 나가보세요.. 아부지... (하고 떼를 쓰는데)
천수 : ......
장금 : 아부지!
천수 : (난처해서 여기저기 앞을 둘러보는데)
장금 : (앞에다 대고) 여기.. 우리 아부지 나갈 거예요!
천수 : 어어! (어이가 없으나 웃고)......헛참 이거..
거간꾼 : 어.. 거기 나올거요?
장금 : (귀엽게 아버지를 앞으로 밀면서) 이기셔야해요! 아부지!
천수 : (장금의 청을 거부하지 못하고.. 앞으로 나선다)
천수가 앞으로 나서자 사람들.. 와 소리지르며.. 분위기 고조되고..
다시.. 돈들이 오가고.. 응원하는 소리가 들리고..
씨름판 가운데.. 천수와 씨름왕이 서로의 샅바를 잡는다.
팽팽한 두사람.. 보는 장금의 눈빛.. 기대에 차고..
다시 팽팽한 두사람.. 이리저리 탐색을 하다가는 씨름왕이 기술을 걸었으나..
결국 넘어간 것은 씨름왕이다. 와아! 하는 함성!
담담한 표정의 천수와는 달리 분에 못 이기는듯 씨름왕 식식거리며 다시 천수의 샅바를 잡는다
3판을 겨루는 것이다.
서로 힘을 쓰는 천수와 씨름왕, 서로 기술을 걸며 상대를 탐색하다가
순간.. ‘와’ 하는 사람들의 소리 들린 뒤.. 씨름왕이 벌렁 넘어간다
잠시.. 정적.. 이게 어찌된 건가.. 돈을 잃은 사람들의 정적..
정적을 깨고는 장금.. ‘이겼다.. 우리 아부지가 이겼다’소리만 들리는데..
갑자기.. 씨름왕 손톱으로 허리를 확 긁은 후 모래판에 나뒹굴며
‘아이구 아이구.. 저 놈이 연장으로 내 옆구리를 찍었다’고 소리소리 치는 것이다.
갑작스런 상황에.. 모두들 아수라장이 되고..
돈을 잃을 것 같은 몇몇이.. 소리지르고..
사람들 : (웅성거리며) 뭐야? 뭐야? 어찌된 거야? (떠들어 대고)
거간꾼 : (분위기 파악된 거간꾼) 아니.. 이놈이 어디서 반칙이야?
사람1 : 저 놈 저.. 동진골에서 칼 만드는 백정 놈 아냐?
사람2 : 저놈이 지가 만든 칼로 사람을 쑤셨구만..
사람3 : 어디 백정놈 주제에.. 여길 내려와서는..
사람4,5 : 백정놈! 이 백정놈! 죽어라 이 백정놈아..
하며 몇사람이 달려들어 천수를 치고 때린다.
이때.. 들려오는 날카로운 어린아이의 소리..
장금 : (E) 백정 아니예요.. 우리 아버지 백정 아니란 말예요. 우리 아부지 임금님 지키는 군관이예요.
때리던 사람들.. 갑자기 멈추고.. 사람들도 모두 장금을 본다..
장금 : (울면서) 우리 아부지 백정 아니라구요!.. 군관이예요! 임금님 지키는 내금위 군관!
천수 : ......
모두 : (침묵)
그런 침묵을 깨고..
거간꾼 : 맞다.. 그놈이다.
모두 : ......
거간꾼 : 방에서 본 그놈..
모두 : 맞다.. 맞어..
하면.. 사람들.. 저놈을 잡으라며.. 달려들어 천수를 잡아 손을 꺾고..
여러명이 포위한 채 끌고 가려하는데..
장금.. 그런 아버지를 붙잡으며 못끌고 가게 하고..
끌려가는 천수, 장금을 돌아보며 ‘장금아’ 소리지르면.. 보는 장금의 얼굴
장금 : 아버지! 아버지!
천수에게 달려드는 장금 밀치는 어른들 틈새에 나뒹굴어 진다.
천수, 그런 장금을 보자 사람들을 때려눕히고 장금에게 오려는데..
느닷없이 천수의 목에 들이대지는 창. 보면.. 그새 나타난 군졸들이다.
천수, 다시 장금을 본다.
장금.. 경악하며 ‘아버지’ 소리를 지르고.. 사람들은 다시 천수를 에워싸고.. 끌려가는 천수..
장금은 ‘아버지’‘아버지’를 부르며 따라가는데..
누군가가 장금의 입을 막는다. 장금, 보면.. 백정마을에서 도살장을 하는 험상궂게 생긴 백정이다.
백정 : (작은 소리로) 저리 끌려가문 너도 어찌될 지 모르는 거여! 조용히 하구 얼른 엄니께 가 알려!
장금 : (입이 막힌 채로 눈만 멀뚱하니)
S#15 산길
정신없이 뛰는 장금.
S#16 부엌(저녘)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찌개. 맛을 보는 박나인.. 그리고는 바깥을 보며..
박나인 : 늦으시네..
하고는 된장찌개를 불에서 내려놓는데.. 이때 뛰어들어오는 장금.
박나인 : 왔느냐?
장금 : (뭐라고 말도 하지 못하고는 겁에 질려있다).....
박나인 : 왜 그러느냐?
장금 : ......
박나인 : 왜? 무슨 일이 있어?
장금 : (떨기만 한다)
박나인 : 왜그래? 아버지는? 아버지께서는 오지 않으셨느냐?
장금 : .....
박나인 : 말을 하거라.. 어찌하여 너 혼자만 왔느냐?
장금 : 아버지께서..
박나인 : .......
장금 : 아버지께서.. 잡혀가셨어요.
박나인 : (놀라) 뭐라구? 어쩌다가 잡혀가셨느냐?
장금 : .....
박나인 : 어쩌다가?
장금 : ..씨름을 하시다가....
박나인 : (잠시 생각하는데 아직 정황을 모르겠다) 어디냐? 같이 가보자..
(하고는 박나인 장금의 손을 잡고는 나간다)
S#17 대장간 밖 거리
장금과 박나인, 급히 저자거리 쪽으로 가려는데..
동네여인(앞씬 백정의 처) 충주댁이 급히 오고 있다.
충주댁 : 장금엄마! 큰일났어!
박나인 : 도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충주댁 : 안그래도 애 아부지가 빨리 가서 전해주라고 해서 왔어.
박나인 : ......
충주댁 : 장금 아부지가 옛날에 임금님 생모를 죽이러 간 군관이었다 문서?
박나인 : (그 일이구나! 충격)
충주댁 : 저자거리에 장금 아부지 얼굴이 나붙었는데 그걸 못 봤나벼! 끌려갔어.
박나인 : 그래서, 서방님은 어찌되셨습니까? 관아로 끌려가셨습니까?
충주댁 : 아녀! 바로 감영으로 갔댜.
안 그래도 요새 임금님께서 어머니를 죽인 사람들 찾는다구 생 난리래잖어.
박나인 : ......
충주댁 : 애 아부지 말로는 장금네도 어찌 될지 모르니.. 피하라구..
박나인 : ......
S#18 대장간
들어오는 장금과 박나인.
박나인 : 방에 들어가 네 짐을 싸거라
장금은 들어가고..
박나인.. 대장간 연장통을 치우고는 작은 단자를 꺼낸다.
열면 그 안에 천수가 만든 듯한 은비녀 대 여섯 개와 은잠 등 두 서너 가지와 엽전이 들어있다.
박나인 꺼내 들고 나온다.
S#19 천수의 방
박나인, 들어와 보면 펼쳐진 보자기 위에 장금의 이것저것이 놓여있고..
장금은 농 속 깊은 곳에서 뭔가를 찾고 있다.
박나인 : 무얼 찾느냐?
하면 장금이 농 속에서 찾은 것은 노리개 삼작(三雀)이다.
(노리개 삼작은 장도, 향랑, 귀이개에 술을 붙인 것인데
장금의 노리개 삼작은 장도와 휴대용 먹통, 향랑이다.
노리개 삼작은 국학도감 16페이지, 먹통은 36페이지에 있음)
보는 박나인.. 사연이 있는 듯 그냥 두고.. 자신의 짐을 싼다.
장금도 그냥 자신의 짐을 싸고..
S#20 집 앞
서둘러 집을 나서는 박나인과 장금
갑자기 멈춰서는 박나인 소스라치게 놀란다
언덕아래에 달려오는 감영의 군졸들!
자신들을 붙잡으러 오는 군졸들이 틀림없다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는 박나인, 장금의 손을 끌고 집 뒤로 이어진 고샅을 따라 달려간다
S#21 산길
숨가쁘게 달려가는 박나인과 장금
S#22 장금의 집 마당
들이닥치는 군관과 군졸들.
군졸1 : 뒤져라!
하면 군졸 여덟 명 정도가 방과 부엌, 대장간등으로 나뉘어져 찾는다.
S#23 방안
텅빈 방안, 쓰던 집기들만이 남아있다
뛰어들어오는 군관과 군졸들. 여기저기 뒤진다
S#24 산길 (밤)
박나인과 장금이 산길을 오르는데..
맘은 급하고 길은 어두워 장금이 자꾸 돌부리에 걸리고 나뭇가지에 찔리며 넘어진다.
S#25 마을 인근 길(밤)
지쳐서 내려오는 박나인과 장금.
지치고 힘들어서 더 이상 산길을 헤멜 수가 없었다
힘들어 두어 걸음 뒤쳐져 따라오는 장금. 철퍼덕 주저앉는다
그런 장금을 다시 일으키며 뒤를 돌아보던 박나인. 흠칫 놀란다
횃불 몇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
박나인, 맘이 급해 장금의 손을 잡고 무리하게 가자 장금이 다시 넘어진다.
비명을 지르는 장금! 놀라 장금의 입을 막는 박나인
횃불들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박나인, 넘어진 장금을 다시 일으키며 횃불 쪽을 보면 무리들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다.
급히 산쪽으로 달려가는 박나인
이들을 쫓는 군졸의 횃불들!
S#26 산기슭(밤)
도망치는 박나인과 장금
뒤를 쫓는 군졸의 횃불들!
S#27 다른 산길(밤)
숨이 턱에 차 뛰어오는 박나인과 장금.
장금 더 이상 뛸 수 없는지 “어머니!”하며 다시 주저앉는다
박나인, 안되겠다 싶어 주변을 살핀다.
장금이나 겨우 몸을 숨길 수 있는 정도의 바위틈이 있다.
박나인, 장금을 그쪽으로 끌고 가 밀어 넣는다.
장금 : (공포에 질려) 어머니..
박나인 : 지금 둘이 걸어가면 소리만으로도 잡힌다.
그러니 넌 여기서 찍 소리도 내지 말고 숨어 있거라.
장금 : 어머니는요?
박나인 : 나는 나대로 숨을 곳을 찾겠다.
장금 : 하지만.. 어머니.. 저 혼자.. (하고 울려하면)
박나인 : (단호하게) 에미가 곧 올 것이다! 너는 숨소리도 내지 말고 예 있어야한다.
장금 : (공포에 눈만 멀뚱멀뚱)
박나인은 급히 산길을 가고.. 보는 장금..
이내.. 산길이 밝아지며 횃불을 든 군졸들이 온다.
놀란 눈으로 보는 장금.
이제 횃불들이 바위틈에 숨은 장금의 앞에까지 왔다.
세명의 군졸은 그냥 지나쳐 산길을 오르고..
한명의 군졸은 횃불로 여기저기 비춰보는데..
장금의 바위틈 쪽으로 횃불이 서서히 옮겨오는데..
군졸1 : (E) 이쪽이다!
얼른 가는 군졸1.
장금의 모습..
S#28 다른 산길 일각(밤)
‘게 섰거라’ 소리가 들리고.. 도망가는 박나인..
쫓아오는 횃불들.
죽을힘을 다해 나무를 헤치고 뛰어가는 박나인.
횃불들 따라오고..
박나인, 한참을 헤쳐 숲을 헤치고 나와보니..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절벽..
쫓아오는 횃불들.
박나인, 쫓아오는 횃불과 절벽 밑을 번갈아 쳐다보는데서
S#29 바위틈(밤)
어둠속 고요한 산..
눈빛만 반짝이며 공포에 질려있는 장금.
고개만 빼서 요리조리 돌리지만 무서울 뿐이다.
이때 생각난 듯 보따리에서 삼작 노리개를 꺼내든다.
그리고는 금새 눈시울이 젖으며 생각에 잠기는데..
장금 : (E) 노리개 삼작(三雀)아니예요?
(먹통을 조심스레 열어보면 거기엔 먹물이 담겨있다) 먹물통이네.
천수 : (E) 선비들이 휴대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먹통이다.
S#30 대장간(낮. 회상)
노리개를 장금에게 건네주는 천수.
천수 : 너는 글 배우기를 선비들보다 더 좋아하니 어디 갈 때는 가지고 다니거라!
장금 : 와! (하고 좋아하다가는) 근데 먹물만 있으면 뭐해요? 붓이 없는데
천수 : 없긴.. (하고는 장도를 본다)
장금 : (장도를 여니.. 가는 붓이 나온다) 와아! 아버지 정말 대단하셔요.
천수 : 다른 쪽도 열어보아라
장금 : (장도의 다른 쪽을 여니 은장도다)
천수 : 이건 다른 여인네들처럼 제 몸이나 찌르라고 주는 게 아니다.
장금 : 그럼요?
천수 : 들로 산으로 다니며 이것저것 찔러보고 캐보느라 손이 남아나질 않지 않느냐?
이걸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하거라.
장금 : (아버지의 말에 신기하다는 듯 장도를 쳐다보는데)
S#31 다시 바위틈(밤)
눈물을 떨구고 있는 장금.
장금 : 아버지...
그 얼굴위로 플래시백.. ( S# 5)
천수 : (E) 장금아!
장금 : (E) 예 아부지!
천수 : (E) 애비가 이제는 됐다 할 때까지 아비가 군관이었다는 걸 어느 누구에게도 얘기해서는 안된다.
만일 그리하면..
장금 : (E) 아부지랑 저랑 어머니랑 모두 죽습니다.
(플래시백)
자신이 아버지를 군관이라고 했던 부분
잡혀가는 아버지의 모습..
어린 장금의 눈에 죄책감과 후회의 눈물이 맺히고..
이때 어디선가 들리는 짐승의 울음소리.
더욱 무서움에 몸을 떠는 장금.
S#32 바위틈(새벽)
초췌해진 박나인이 바위틈으로 조용히 온다.
바위틈으로 가 ‘장금아’하는데 대답이 없다. 보는데 없다.
당황하는 박나인..
‘장금아’ ‘장금아’ 부르며 여기 저기를 찾는다. 없다.
더욱 당황하는 박나인.. 제 정신이 아닌 채로 산길을 뒤지며 찾는데..
산길에 장금의 노리개 삼작이 떨어져 있다.
얼른 집어드는 박나인.
박나인 : 장금아..
장금이 없어진 것을 발견한 박나인
혼비백산하여 장금을 부르며 찾아다닌다
박나인 : 장금아! 장금아!
아무 대답이 없자 절망적인 얼굴로 미친 듯이 찾아다니는 박나인
이때 뒤편에서 들리는 인기척. 후딱 돌아보면 장금이 칡을 한 웅큼 손에 들고 서있다
장금 : (웃으며) 어머니!
S#33 감영 저자거리
저자거리의 시끄러운 모습들
오가는 행인들과 수많은 장사꾼들
장금 : (E) 어머니! 여기서 아버지를 만날 수 있나요?
박나인 : (E) 글쎄 기다려보자
S#34 감영 앞 일각
감영관아가 보이는 약간 은밀한 장소
주막집 주모가 감영 정문의 입직 군졸 하나와 얘기를 마치고 급히 뛰어온다.
기대에 찬 박나인과 장금.
박나인 : 어찌됐습니까?
주모 : 오늘 새벽에 이미 한양 의금부로 압송되었다는데... 여기 없대.
박나인 :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주모 : 한양으로 갔다구!
박나인 : (금세 눈물이 뚝 떨어질듯한 표정이다)
장금 : (그런 엄마를 보는데)......
S#35 산길 입구
박나인의 눈에 눈물이 그렁한채 장금의 손을 잡고 걷고있다.
박나인 : ..우리보다 한나절은 빨리 가셨으니 따라잡으려면 쉬지 않고 가야한다!
장금 : ......
박나인 : 그러니 투정부리지 말고 따라오너라.
장금 : .......
박나인 : 너는 끌려가시는 아버지 모습이라도 봤지만.. 에미는 그도 못했다.. (하고는 눈물을 머금는데)
#36 산 일각(밤길)
깜깜한 밤중에 짐승소리는 들리고.. 무서운 산길을 장금과 박나인.. 서로를 꼭 붙잡은 채 걷고 있다.
#37 강가 나루터(새벽)
초췌해진 장금과 박나인.. 나루터에 있는 뱃사공에게 돈을 주며 배를 탄다.
뱃사공은 사람을 더 태우려 기다리고 있다.
박나인 : 혹.. 어제 의금부 압송행렬이 이 배에 타지 않았습니까?
사공 : 의금부 사람들인지는 모르겠고.. 어제 저물 녘에 그런 사람들이 탔었지. 왜? 아는 사람들이우?
박나인 : 아뇨..
사공 : 사람들이 더 안 오려나?
하며 노를 저으려하는데..
(E) 멈춰라! 멈춰! 이봐! 여봐!
하며 달려오는 철릭 복장을 한 군졸들
(박나인 집으로 온 군졸1,2,3은 아니다)
놀라는 박나인과 장금..
그러나 군졸들은 그냥 와서 타고.. 배에 모두 타게 된 군졸들과 장금과 박나인..
배는 떠나고
군졸1 : (의심스런 눈빛으로 보며) 이곳 사람이 아닌 듯 한데 어디 사람이요?
박나인 : 원래 한양 사는데 부모님이 위독하시다하여 잠시 다니러 왔다 가는 길입니다.
사공 : (뭔가 사연이 있어보이는 박나인의 모습에) ......
박나인 : (긴장)
장금 : (긴장)
사공 : (군졸들에게) 어디들 가시우?
군졸1 : 우리가 어디 가겠나? 누구 잡으러 가지.
박나인 : .....
군졸2 : 요즘.. 한양서 어찌나 많은 사람들을 잡아들여 죽이는지 그 식솔들로 노비가 넘쳐난다네!
사공 : 예...
떠나가는 배.
S#38 반대쪽 나루터
배가 닿자마자 얼른 내리는 장금 모녀.
뭐가 그리 급한가 이상한 눈빛으로 모녀를 보는 군졸들
S#39 산길(밤)
비는 억수같이 퍼붓는 길을 겨우 쌀섶 하나로 가린 채 걷는 장금모녀..
S#40 들길 (새벽)
비는 그친 듯, 멀리 걸어가는 장금과 박나인.
박나인이 장금을 업고 간다.
장금은 업힌 채 잠이들고 지게를 지고 오는 사람이 있어 박나인이 물어보면
입모양으로 ‘한 반나절 쯤 전에 지나갔다’ 얘기하는 사람.. 다시 가는 박나인..
#41 주막(낮)
허겁지겁 밥을 먹는 장금과 박나인.. 거지꼴이다.
박나인.. 다시 주모에게 물어보면 주모.. 역시 입모양으로 ‘한식경쯤 전에 갔다’하고
#42 도성부근 마을 언덕길
피곤에 지친 채 걸어오는 장금과 박나인..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이 제법 가파르다
박나인 : ..장금아! 조금만 더 가면 곧바로 도성이다. 지친 줄은 알지만 조금만 더 힘을 내다오.
장금 : (울듯) 예.. 어머니..
하는데.. 마즌 편에 민가 여러 채가 모여있다.
장금 : 저기 민가이옵니다.
박나인 : 그래.. 저기 가서 물어보자..
#43 민가마당
마당엔 술도가를 하는지 여러 누룩들과 항아리등이 널려있다.
박나인 : 이보시오...이보시오..
덕구처 : (잠을 자던 중인지 하품을 쩍 해대며 놀부 마누라같은 품새로) 누구야?
(하고는 나와 거지꼴인 두 모녀를 본다)뭐요?
박나인 : 잠시 여쭙겠습니다.
덕구처 : 뭘?
박나인 : 혹 의금부관원들의 압송행렬이 지나갔습니까?
저 아래께서 한 식경 쯤 전에 봤다하니 지나갔다면 얼마 전에 지나갔을텐데요..
덕구처 : 그건 왜 물으슈?
박나인 : 꼭 알아야 될 일이 있어서 그럽니다.
덕구처 : 돈을 내슈.
박나인 : 예?
덕구처 : 꼭 알아야 될 일이면 중요한 일인가본데 그렇게 중요한걸 맨입으로 가르쳐줄 수 있나?
박나인 : 아니 그런 정도를 가지고..
덕구처 : 싫음 말구! 졸려 죽겠는데.. (하고는 들어가려는데)
박나인 : (OL) 알았습니다. 얼마면 되겠습니까?
덕구처 : 중요한 거 같으니.. 닷푼 내슈.
박나인 : (어처구니가 없지만 닷푼을 준다) 이제 가르쳐주십시오
덕구처 : (받으며 박나인이 돈이 더 있는 것을 본다) 안 지나갔수.
박나인 : 예?
덕구처 : 안 지나갔다구..
장금 : 그럼 어디갔나요? 분명 아래에서 본 사람들이 있다는데요..
덕구처 : 것도 맨입으로는 안되지.. 고 남은 닷푼 주슈.. 그럼 가르쳐 주리다.
박나인 : .. (나머지 닷푼을 준다)
덕구처 : 아마도 역참서 잘거요.
도성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어차피 이 재를 넘어야하기 때문에
밤에 당도하는 관원들은 거기서 자고 아침에 떠난다우! 됐수?
하고는 들어가 버리는 덕구처.
황당한 박나인과 장금..
박나인 : (멍하니 있다가) 내가 얼른 확인해보고 올테니.. 너는 저기 구석에서 좀 쉬고 있거라.
장금 : (너무 힘이 들어) ..예..
덕구처 : (얼른 나와) 집안에서 쉴거면 돈을 내슈.
장금 : (너무 얄미워) 집 밖에서 쉴거예요.
하고 나가는 장금..
박나인도 나가고..
S#44 한양전경
S#45 어느 여각방
박나인이 장금에게 남자아이의 옷을 입히고 있다.
박나인 : 우리를 쫓는 추쇄꾼이 따라왔을지 모르니 너는 당분간 사내아이 행세를 하거라.
장금 : 예.
박나인 : 에미말고는 다른 사람들과는 말도 하지 말아야한다. 알았느냐?
장금 : 예.
박나인 : 한양은 특히나 위험한 곳이니 에미 말을 반드시 따라야 해! 알았느냐?
장금 : 예.
하는데 밖에서 주모의 소리가 들린다.
주모 : (E) 모시고 왔수.
하면, 박나인.. 나간다.
#46 방밖
여각 종노미가 서리복을 입은 사내와 함께 서있다.
나오는 박나인.. 서리복입은 사내를 보는데..
#47 여각 일각
박나인과 옥사정(서리복 입은 사내)이 얘기하고
옥사정 : (펄쩍 뛰며) 허허! 꿈도 꾸지 말게!
박나인 : 대가는 섭섭치않게 해드리겠습니다.
옥사정 : (손을 내저으며) 천냥을 준대도 그게 목숨보다 중하겠나? 지금이 어떤 땐데..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영상대감이나 대비마마까지도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가
황천길 접어든지 오래 됐네!
박나인 : ......
옥사정 : 거기도 괜히 얼쩡거리다가 경치지 말고 얼른 돌아가게.
지금은 상감마마의 기분에 따라 그날 그날이 다르니..
하고는 가버리는 옥사정..
잡지도 못하고.. 암담한 박나인의 모습..
한켠에서 그런 박나인을 보고있는 장금.
# 48 여각전경(밤)
조용한 여가마당이 보이고...
#49 여각 방(밤)
장금은 자고 있는데..
박나인..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누워 있다가 일어나 앉는다.
자는 장금을 보고는 등을 토닥인다.
그리고는 다시 눕는다.
잠시 누웠다가.. 안되겠는지.. 다시 일어나는 박나인
불을 켜고는 옛 한글체로 서찰을 쓰기 시작한다.
그런 박나인을 보는 장금.
#50 궁중 전경(낮)
창덕궁의 전각이 흐르고..
#51 수랏간 일각
나인들은 분야별로 자신의 음식을 하고있고..
한상궁은 천천히 나인들이 하는 것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걷고있는데..
이때.. 나인1이 온다.
나인1 : 마마님.. 연일 계속되는 연회로 전복이 하나도 남지 않았답니다.
한상궁 : ......
나인1 : 큰일입니다. 재료는 점점 바닥이 나고 자고 나면 승은을 입는 나인이 늘어 일손은 부족하고..
한상궁 : 가서 대합이 있는지 보고 가져오너라.
나인1 : ..예.
하면 나인1은 나가고..
한상궁, 걱정하는 표정으로 서있는데..
이때 숯을 지고 오던.. 남자 일꾼인 바지(巴只) 한명이
수랏간 한켠에 숯을 놓고는 쭈볏거리며 한상궁에게 다가온다.
한상궁 : 무슨 일이냐?
바지 : 마마님.. 잠시.. (하더니 옷에서 서찰을 하나 전한다)
한상궁 : 이게 무엇이냐?
바지 : 어떤 여인네가 마마님께 전해만 드리면 된다며 가지고 왔습니다..
한상궁 : (의아해하며 받고는) 어떤 여인이라니? 누구라고 하더냐?
바지 : 그건 서찰을 보면 아실 거라고..
한상궁 : ......
바지 : 그럼.. 저는 이만..
하고 나가는데..
의아한 한상궁.. 무심히 서찰을 펴보는데.. 보자마자.. 경악을 한다.
그리고는 황급히 서찰을 접어 옷 속에 집어넣고는 음식 만드는 쪽을 보면..
최상궁은 눈치채지 못한 채 일을 하고 있다.
한상궁, 수랏간을 나간다.
#52 궐 일각
급히 걸어온 한상궁.. 잠시 사람들의 시선이 있나를 살펴본 뒤 서찰을 다시 펴서 본다.
여전히 놀라는 표정의 한상궁.
한상궁 : (혼잣말로) 명이야! 살아있었구나 (눈물이 흐르고)
#53 최고상궁의 방
최고상궁과 기미상궁이 있는데 한상궁이 들어온다
한상궁 : 마마님! 급히 궐밖에 출타할 일이 생겼습니다
최고상 : 무슨 일이냐?
한상궁 : 내시부에서 내일 아침 수라에 생선 조치를 올리라고 해서
내관 박씨와 서강에서 직접 구입하려구요
최고상 : 엇저녁에 사옹원(司饔院)에서 새로 들어온 것이 없느냐?
한상궁 : 아침에 대비전에서 급히 필요하다고 하여 반쯤 보냈아온데
지금 보니 나머지 어물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요
기미상 : 한상궁이 직접 가야합니까?
한상궁 : 사옹원 서리도 내자시 서리들도 모두 출타하고 없어서요..
최고상 : (잠시 생각) 알았다. 다녀오너라.
한상궁 : 예에 마마님!
#54 상궁처소의 쪽문
빠져나가는 한상궁
#55 탕춘대(세검정)
정자에 한상궁이 기대반 초조반으로 기다리고 있다.
이때.. 들려오는 걸음소리..
한상궁.. 돌아본다. 박나인이다.
둘이 잠시 멈춰서.. 서로를 본다. 눈물이 맺히고..
한상궁 : (박나인의 손을 잡으며) 살아 있었구나.. 살아있었어..
박나인 : ......
한상궁 : (얼굴을 쓰다듬으며) 어디 보자.. 진짜 명이냐? 명이야?
박나인 : 그래.. 나다.. 명이.. 네 동무 박명이..
한상궁 : 이 고마움을 어찌 해야하니? 이 고마움을..
하며.. 흐느껴 우는데..
함께 우는 박나인..
#56 탕춘대 계곡바위
한상궁과 박나인이 앉아있다.
한상궁 : (상심하여) 하필 그 일에 연루가 되셨을고..
박나인 : 그럼 들리는 소문이 모두 맞는거야?
한상궁 : ......
박나인 : 죄의 크고 작음도 가리지 않고 왕명에 따라 움직인 의관까지
참형을 한다는 것이 모두 사실이냐?
한상궁 : ......(끄덕인다)
박나인 : ......(절망)
한상궁 : 금상전하의 폭정은 날이 갈수록 차마 볼 수 없을 정도야!
얼마 전엔 직언을 하던 내시 김처선 대감을 기녀들과 관원들이 다 보는 자리에서 화살로..
박나인 : ......
한상궁 : 허지만 힘을 써보마! 그제쯤 의금부에 하옥되었다면 옥사에 계실 거야.
아직은 희망을 버리지 마라.
박나인 : (희미하게 웃어보이며) 대왕대비마마께서도 어쩌지 못한 것을 누가 힘을 쓸 수 있겠어?
한상궁 : ......
박나인 : ......
한상궁 : 아냐! 그래도 해보마! 한 번 뵙기라도 해야지..
박나인 : ...... (눈물이 핑 도는데)
한상궁 : 미안하다! 내 힘이 어찌 이리도 미약하단 말이냐..
박나인 : 무슨 그런 소리를 해.. 내가 너 아니었으면 살았겠니?
함께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녹두물을 탔을 너를 상상하면
내 어떤 상황에서든 못살아나겠니?
한상궁 : (눈물을 짓는데).....
둘이 안고.. 눈물을 흘린다.
#57 최고상궁의 처소
최고상궁이 발기문서를 보는데 최상궁이 들어온다.
최상궁 : 마마님! 대전 의궤건은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최고상 : 수고했다 그럼 이제부터라도 서둘러 한상궁과 함께 칠석 명절 발기준비나 하거라!
최상궁 : 예. 헌데 한상궁 못보셨습니까?
최고상 : 왜?
최상궁 : 낼 아침 수라문제로 의논을 하려는데 보이질 않아서요
최고상 : 지금 서강에 가고 없다. 내시부에서 낼 아침 수라로 생선조치를 요청했다는구나.
최상궁 : 예에? 바로 그 문제로 한상궁을 만나려는 건데요.
내시부 박내관이 급히 도미찜을 요청해와서요.
최고상 : 뭐어? 한상궁은 바로 그 박내관하구 서강나루에 나간다고 했는데....
최상궁 : 예에?
최고상 : 정말이다. 박내관이 전하께서 생선을 드시고 싶다구 하셨다면서 같이 나가자구 했다는데....
최상궁 : 전 방금 박내관을 만나고 오는 길인데요!
최고상 : 대전 수라담당 박내관이 둘이냐?
최상궁 : (고개를 가로젓는다)
최고상 : ?
#58 궐 일각(밤)
한상궁이 급히 돌아오고 있다.
#59 수랏간(밤)
들어오는 한상궁
한상궁 : 다녀왔습니다.
최고상 : 그래 생선은 구했느냐?
한상궁 : 예에 다행히도 서강나루 송모전(宋某廛) 이씨 덕분에 어렵지 않게 구입했습니다
최고상 : 박내관도 돌아오고?
한상궁 : (약간 멈칫하며) 예에 내시부 앞에서 방금 헤어졌습니다.
최고상 : 알았다. 가서 일 보거라!
한상궁 : 예에 (갸우뚱 하며 간다)
#60 궐 일각(낮)
장번내시와 한상궁, 관복입은 의금부도사가 은밀히 얘기를 나누고 있다.
장번내 : 마지막 가는 길에 인사나 하겠다는 것이니 선처해주시죠
도사 : (한상궁에게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분명 처는 아니란 말이죠?
한상궁 : 저는 처는 모릅니다. 아우이옵니다.
도사 : (고민하다가) 알았소. 그럼 모레 오시까지 의금부로 데리고 오시오.
한상궁 : 고맙습니다.
#61 수랏간
한상궁 :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마마님.
최고상 : 그러거라. 오다가 통의방에서 건어물 구입하는 것도 잊지 말고!
한상궁 : 예 마마님
나가는 한상궁을 힐끗 바라보는 최고상궁
이때 안쪽에서 나오는 최상궁. 역시 한상궁이 나간 쪽을 바라본다
눈을 마주치는 두 사람
#62 여각앞 거리
급히 걸어가는 한상궁
#63 여각방 앞
급히 들어오는 한상궁
한상궁 : 명이야 명이있니?
박나인, 급히 나온다
두사람 급히 방안으로 들어간다
(사이)
어느덧 밤이 되었다
여각 등 이외에는 사위가 어두운 여각마당.
이때 홍이의 안내를 받아 몸을 숨기며 나타나는 최상궁
방안에서 사람 나오는 인기척이 들리자 얼른 몸을 숨기는 최상궁
밖으로 나오는 한상궁과 뒤따르는 박나인
최상궁 박나인의 모습을 발견하고 너무 놀라서 두 손으로 입을 가린다.
#64 최판술의 집 전경(밤)
급히 집으로 들어가는 최상궁.
#65 판술의 방(밤)
판술이 놀라면서 앉는다 따라앉는 최상궁
최판술 : 부자탕을 먹은 여인이 어찌 살아 걸어다닌단 말이냐?
최상궁 : 그러니 드리는 말씀 아니옵니까?
최판술 : 쯧쯧.. 고모님답지 않게 확인을 제대로 안 하셨던 게로구만.
최상궁 : ......
최판술 : 화근을 남겨두었어!
최상궁 : 그러니 큰일이옵니다. 병들어 죽은 것으로 윗분들께 고해 올렸는데
느닷없이 나타나 우리가 임의로 행한 일이 밝혀진다면
제조상궁 마마님께서 우리편이라 하더라도 어찌 나올 지 알 수 없습니다.
최판술 : ......
최상궁 : 더구나 박나인이 앙심이라도 품었다면.. 어느 누구를 만나 고할 지 알 수 없습니다.
안 그래도 임사홍 대감과 결탁한 우리 쪽을 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때가 아니옵니까?
최판술 : 그렇지 할마마마이신 대왕대비께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저쪽 인사들에게는 충분히 반정의 빌미가 되고도 남지.
최상궁 : 저나 최고상궁님이 문제가 아니고 우리 집안의 운명이 걸려있을 수도 있는 문젭니다.
최판술 : 알았다..
최상궁 : 한상궁의 움직임에 따라 긴한 연락을 취할 터이니 나머지 일을 부탁드립니다. 오라버니!
최판술 : 그래, 알았다. 고모님은 별 말씀 없으셨느냐?
최상궁 : 앞으로 임사홍대감과 멀리 지낼 준비를 해야하지 않겠느냐구요.
최판술 : ......
최상궁 : 전하의 실정이 쌓이신데다 이번 옥사로 조정에 이미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구요
일부러 사람들을 놓아서라도 이곳저곳 모이는 세력들을 하나도 놓치지 말라 하셨습니다.
최판술 : (고개를 끄덕이는데)
최상궁 : 곧 누구와 손잡을지 결정해야할 때가 올 거라구요!
최판술 : ......
#66 상궁처소 쪽 궐문(다음날 아침)
궐밖으로 나가는 한상궁.
한상궁이 나가면 나타나는 최상궁과 홍이
최상궁 : (홍이에게) 네 오라버니에게는 최 대방댁에 가서 탕춘대로 사람을 보내라 이르고
너는 한상궁을 쫓아라.
홍이 : 예.
최상궁 : 대방어른에게는 오늘밤 다시 확인할 것이라는 말도 전하거라
홍이 : 예.
가는 홍이. 보는 최상궁.
#67 저자거리
걸어가는 한상궁.. 뒤를 의식하며 자연스레 걷다가 슬쩍 포목점으로 들어가는 한상궁.
멀리서 뒤를 밟고 있던 박무수리.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지자 포목전(布木廛) 앞으로 뛰어와 두리번거린다.
#68 포목점(布木廛)안
포목전 주인과 총각이 있는데..
포목전 안에서 지켜보는 한상궁 고민에 빠진다. 그러다가 안되겠는지..
한상궁 : (포목전 주인에게) 저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겠습니까?
주인 : (한상궁을 보고)
#69 포목전 밖
포목전 밖에서 두리번거리던 박무수리..
포목을 고르며 주인과 얘기하고 있는 한상궁을 본다.
한상궁이 움직이자 얼른 한켠으로 숨는데 한상궁은 다시 포목을 고르고 있고..
박무수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포목전의 총각이 나와 저자거리를 뛰어간다.
박무수리는 이는 주목하지 않고 한상궁만 보고 있다.
#70 탕춘대(세검정)
장금과 박나인이 올라오고 있다.
장금 : 누구를 만나는 것입니까?
박나인 : 에미와는 각별한 동무사이다. 만나면 깍듯이 예의를 차리거라.
장금 : 예.
탕춘대에 당도한다.
박나인, 보는데.. 아직 오지 않았다.
장금과 기다리고 섰는데..
장금 : 그 분이 오시면 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 겁니까?
박나인 : 글쎄.. 와 봐야 알겠다.
하는데.. 어딘가에서 부시럭 소리가 난다.
장금 : (소리나는 쪽을 보면서) 오시나 봅니다.
하는데.. 숲에서 튀어나오는 서너명의 사내들.
박나인 : 누구냐?
하는데.. 한명은 장금의 입을 막고..
또 한명은 박나인의 입을 막은 채 자루에 넣는다.
이를 멀리서 달려오던 포목전의 떠꺼머리 총각이 놀란 눈으로 본다.
#71 포목전
한상궁이 놀란 얼굴로 묻고 있다.
한상궁 : 사내들이 둘을 최판술 상단의 사가로 끌고 가더란 말이지?
총각 : 예에 마마님!
한상궁 : (절망으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 .....
#72 최판술의 광
입과 손이 묵인 박나인에게 다가가 가까이 보는 최판술.
박나인.. 아직 정확한 연유를 몰라.. 공포에 떨고만 있다.
역시 입과 손이 묶인 장금(사내아이복장)을 가까이 보는 최판술.
역시 공포에 떠는 장금.
판술, 뒤의 사내 셋에게..
최판술 : 사내아이가 있다는 소리는 없었는데..
사내1 : 가보니 같이 있었습니다.
최판술 : ..(미심쩍고).... 최상궁이 올 것이니 확인이 되겠지..
박나인 : (최상궁이라는 소리에 경악) .....
최판술 : 아랫것들도 모르게 은밀히 처리해야하는 일이니 시끄럽지 않게 단속하거라.
하고는 나가는 최판술.
따라나가는 사내들.
남은 박나인과 장금..
박나인은 사약을 받을 당시의 공포가 떠오르며 장금을 바라본다.
박나인, 뭐라 대답도 하지 못하고 암담한 현실에 어찌 할 바를 모르는 박나인.
#73 포목전(布木廛)
절망감에 있던 한상궁.. 뭔가 결심을 한 듯 감았던 눈을 뜬다.
#74 거리 일각
최상궁이 판술의 집으로 급히 가고 있다.
#75 최판술의 집 광
갖힌 박나인과 장금의 모습위로 대문 두드려지는 소리가 들린다.
#76 판술네 집 마당
집사와 사내가 조용히 문을 여는데..
느닷없이 들어오는 사헌부(司憲府)감찰과 서리 군졸들.
집사 : 무슨 일이십니까?
감찰 : 대역죄인의 식솔들이 이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자가 있다.
죄인의 식솔들은 어서 나오너라
하면, 종과 집안 식구들도 모두 나오고
최판술도 마루로 나와 사태를 보는데..
판술 : 그게 무슨 소리오?
감찰 : 서천수의 식솔들이 이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자가 사헌부에 고해왔소.
어서 죄인들을 내놓으시오.
판술 : 나는 임사홍대감의 수하로 있는 육주비전 대방 최판술이요.
내 무엇이 아쉬워 죄인의 식솔을 숨긴단 말이오.
감찰 : 안되겠다. 뒤져라!
군졸들 : 예!
하고 흩어지면..
판술, 사내와 눈빛을 교환하는데..
이때.. 안쪽에서 소리가 들린다.
군졸1 : (E) 여기 있습니다.
화면 컷 되었다가 다시 밝아지면..
마당에 손만 뒤로 묶인 박나인이 군졸들에게 둘러싸여있고
장금은 묶이지 않은 채 박나인의 치마폭을 부여잡고 있다.
최판술의 가솔들도 모두 나와 서있고.. 이끌고 가려 하는데..
이때, 들어서는 최상궁.
나가려던 박나인과 정면으로 맞닥뜨린다.
바라보는 박나인.. 형언할 수 없는 표정이 떠오르고..
바라보는 최상궁..
그리고는 최상궁, 주변을 보면.. 사헌부 감찰과 서리 군졸들이 있다. 당황하고..
감찰 : (최판술을 노려보며) 죄인을 은익한 대방의 처사는 헌부(憲府)에 고하겠소!
(수하들에게) 가자!
나가는 사헌부 감찰과 서리 군졸들
최상궁을 스쳐 지나가는 박나인..
최상궁의 표정..
나가는 일행들. 일행이 완전히 나가자..
최상궁, 판술을 보는데..
판술, ......
#77 궁안 수랏간 가는 길(밤)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한상궁. 그위로 마음의 소리
한상궁 : (E) 미안하다.. 명이야.. 겨우 생각해낸 방법이 이것밖에는 없구나..
그래도 죽는 것보다는 관비로라도 살아야 하지 않느냐?
#78 판술의 방(밤)
급히 들어오는 두사람 최상궁과 판술이다.
판술 : (앉으면)
최상궁 : (따라 앉으며) 아니되옵니다.
판술 : ......
최상궁 : 저들이 사헌부에서 의금부로 넘어가면 명이의 신원이 밝혀질 것이고
그리되면 우리가 대왕대비마마께 한 일이 알려지게 됩니다.
전하께서 살아 계신 동안에는 별문제이나 만에 하나 승하라도 하시면
우리 집안은 가루가 됩니다.
판술 : ......
최상궁 : 누가 왕권을 잡든 우리는 살아 남아야합니다.
판술 : ......
최상궁 :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한 어떠한 일도 발설되어서는 안됩니다.
무리가 따르더라도 사헌부에서 의금부에 넘어가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합니다.
판술 : .....
최상궁 : 오라버니! 한시가 급합니다!
판술 : (깊이 생각)
최상궁 : 오라버니!
판술 : ..알았다.. (밖에다 대고) 밖에 장집사 있는가?
장집사 : (E) 예.
판술 : 필두를 데려오너라.
최상궁 : ......
#79 한적한 산길(아침)
도성의 모습이 보이는 곳.
사헌부 감찰의 지휘 하에 의금부로 향하는 장금일행과 군졸들
끌려가는 박나인 차라리 마음이 편해진 표정이다.
그리고는 장금을 보니.. 안쓰럽다.
박나인 : 어린 네가 너무 많은 일을 겪는구나.
장금 : ......
박나인 : 하지만.. 에미는 차라리 맘이 편해졌다.
어쨌든 아버님 계시는 곳에 잠시나마 같이 있을 것이 아니냐.
장금 : (박나인을 쳐다본다)
장금이 쳐다보는 때에 느닷없이 뒤쪽에서 박나인의 어깨를 스치며 지나가는 화살.
박나인, 장금 놀란다
금속성 파열음과 함께 다시 날아오는 화살들!
박나인.. 갑자기 윽! 하며 몸을 움추리는데..
감찰 서리들과 군졸들, 바로 긴장상태로 돌입하며
감찰 : 웬 놈들이냐?
군졸들 : 누구냐? 어떤 놈들이냐?
하는데.. 보이지 않는다.
박나인도 뒤를 보는데 이번엔 뒤쪽의 다른 산적이 이쪽을 겨누고 있는 것이 보인다.
순간 화살이 쏘아지고 박나인, 본능적으로 장금을 감싸안는다.
이때 날아온 화살 하나가 박나인의 옆구리를 맞는다.
‘윽’ 하며 쓰러지고..
감찰 : 저쪽이다.. 잡아라
하면, 감찰들과 군졸들. 화적차림의 무리들을 쫓아, 오던 길로 달려가는데.. 박나인과 장금만이 남고..
장금 : 어머니.. 어머니.
하며 상처를 보려는데..
이때, 조용히 나타나는 필두.
놀라는 박나인과 장금..
박나인, 필두의 칼을 보며 장금을 한 팔로 감싸안고는 엉덩이로 기어 뒤쪽으로 뒤쪽으로 피한다.
절대절명의 위기
이때 아래쪽에서 잡아라! 하는 소리와 함께 일단의 군졸들이 몰려온다
회적떼를 쫓아갔던 사헌부 감찰과 군졸들이다.
당황하는 필두 머뭇거리다가 도망을 치고.. 군졸들 그들을 쫓는다.
#80 최고상궁의 처소
최상궁과 최고상궁 얘기한다.
최고상 : 결국 놓쳤단 말이냐?
최상궁 : 옆구리에 화살을 맞았다니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입니다.
최고상 : 명이 질긴 아이 아니냐?
최상궁 : 오라버니께서 끝까지 찾아내신다 하였습니다.
최고상 : ......
최상궁 : ......
#81 수랏간 앞(밤)
걱정스런 표정으로 서성거리는 한상궁.
한상궁 : (E) 화적을 만나 싸우는 사이 사라졌다. 분명.. 화적이 아닐 게야! 어찌 된 것일까? 어찌..
하고 있는데.. 최상궁이 온다.
마주보는 최상궁과 한상궁.
#82 어느 동굴 앞(밤)
조용한 숲 속, 동굴의 시커먼 입구가 보이고
#83 동굴 안(밤)
장금은 어디가고 없고 박나인만 벽에 기대고 있다.
고통을 이기려고 가쁜 숨을 내려쉬는 박나인, 눈에서는 눈물이 흐른다.
그리고는 그동안의 일들이 죽 플래시백된다.
나인시절.. 사약을 받아먹었던 일..
천수의 도움으로 살아난 일..
천수가 이런 일을 할 분이 아니라며 손을 끌고 나왔던 일..
자신이 쫓아가던 일..
천수가 나룻배에서 사연을 얘기하던 일..
천수가 잡혀가던 일..
박나인 이윽고 장금에게 글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하고 보퉁이에서 종이와 붓을 꺼낸다
“장금이 보거라! 하면서 옛 한글서체로 이어 내려가다가 문득 설음이 복바쳐 글쓰기를 멈춘다
박나인 : (E) 서방님.. 이를 어찌하면 좋습니까? 우리 장금이를 어찌하면 좋습니까?
결국 저 때문입니까? 만나지 말아야 할 저를 만나.. 우리 모두 이렇게 된 것입니까?
서방님! 이를 어찌합니까? 서방님을 뵙지도 못하고 저는. 장금이는 여기서..
(그러다가 남편 서천수가 전에 자신에게 하던 말이 떠오른다)
서천수 : (E) 세 번째 여자는 좋을 호(好), 좋을 호자라고 했소! 좋을 호(好)자!
박나인 : (E) 좋을 호, 좋을 호, 호자(好字)라면 계집녀(女)에 아들자, 계집녀에 아들자(子) 자(字)!
(하다가 종이에 “호”(好)자와 "女", “子”를 써본다. 문득 숨을 멈춘다)
아니 ! 이럴수가 이럴수가!!! (숨막히는 표정을 지으며)
박나인 : 장금이? 장금이가 세 번째 여인!
S#84 동굴 전경(밤)
S#85 동굴 안(밤)
서찰 쓰기를 마친 박나인
다 쓴 두통의 서찰을 하나는 장금의 천자문 책갈피에 하나는 그냥 보따리에 넣는다.
S#86 동굴 앞(밤)
기다시피 하여 동굴 밖으로 나오는 박나인
힘없이 동굴 앞 벽에 기댄다.
이미 출혈이 많이 된 듯하고.. 정신도 혼미해진다.
이때..나타나는 장금..
산딸기와 아카시아 꽃, 칡을 따가지고 왔다.
장금 : 어머니! 이것 보셔요. 제가 먹을 것을 가져왔습니다
박나인 : 그래 그래! 장금아! 내 말 먼저 듣거라!
장금 : 예 어머니.
박나인 : 이리 이리, 내 옆에 앉거라.
장금 : (앉고)......
박나인 : 장금아!
장금 : 예에.
박나인 : 이젠 너를 늘 보호해주시고 아껴주시던 아버지께서 안 계시다. 어찌 살 것이냐?
장금 : ......
박나인 : 어찌 살 것이냐?
장금 : (눈물이 그렁하여) 아버지께서는 어머니 말씀만 잘 들으면 된다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앞으로는 어머니 말씀 잘 들을 것이옵니다.
박나인 : 그래.. 내가 있을 땐 내 말을 잘 들으면 된다. 허나 만약.. 내가 없으면 어찌 살 것이냐?
장금 : ......
박나인 : 내가 없으면 어찌 살 것이냔 말이다.
장금 : ..그런 일은 없사옵니다..
박나인 : 만약이라 하였다.. 만약.. 내가 없으면 어찌 살 것이냐?
장금 : ......
박나인 : 아버지도 어미도 없으면 어찌 할 것이냐?
장금 : ......
박나인 : 굶어죽을 것이냐?
장금 : ......
박나인 : 병들어 죽을 것이냐?
장금 : (어머니가 몰아치자 원망섞인 말투와 눈물로) 아니옵니다.
병들면 약초를 먹고.. 배고프면 산딸기를 따먹을 것이옵니다.
박나인 : 그러다 산에서 호랑이라도 만나면 어쩌려고?
장금 : 저는 안 잡히옵니다.
박나인 : 그래서 산에서 살겠다는 것이냐?
장금 : 아니옵니다. 민가로 내려갈 것이옵니다...
(울면서 소리지른다) 어찌됐든 살 것이옵니다.
박나인 : (목이 메인채) ..그래.. 장금아.. 어찌됐든 너는 살아야한다.
장금 : (계속 우는데)
박나인 : 그게.. 아버지께서 잡혀 가시면서도 행복하신 이유다.
장금 : (우는데)
박나인 : 아버지께서는 군관이셨고 나는 저기 대궐의 수랏간 궁녀였다!
장금 : 예에? 어머니가요?
박나인 :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궁녀말이다
장금 : (놀라움에..)
박나인 : 아버지와 나는 둘 다 억울한 이유로 도망쳐 백정으로 살았다.
장금 : (훌쩍거리면서도 눈을 반짝이며 본다)
박나인 : 억울하고 한 맺혀 힘들게 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것은 바로 너였다.
장금 : .....
박나인 : 영특하고..
장금 : .....
박나인 : 호기심 많고..
장금 : .....
박나인 : 인정 많고..
장금 : .....
박나인 : 더구나 사내아이들까지 휘어잡아 골목대장 노릇을 하는 너를 보면...
내가 그럴 때면 네 종아리를 쳤지만 돌아서면..
우리 딸 잘한다.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지 않았느냐?
장금 : (울면서도 엄마를 보며 씩 웃는다)
박나인 : 앞으로도 그리 살면 되느니라. 혼자가 되어도.. 혼자 될수록.. 그리 살면 되느니라.
장금 : ......
박나인 : 너는 많은 사람을 살릴 것이다. 아주 고매한 도사께서 아버지께 그리 말씀하셨단다.
그 도사의 말씀이 정말 맞는다면 너는 많은 사람을 살리는 훌륭한 사람이 될거다!
장금 : .......
박나인 : 그러니 장금아.. 슬퍼 말아라.
장금 : ......
박나인 : 울지도 말고.. 쉽게 포기하지도 말거라
장금 : ......
박나인 : 아버지께서 니가 가는 모든 길에 있으실 거다. 내가 니가 있는 모든 곳에 있을거다. 알겠느냐?
장금 : ...예..
박나인, 장금을 안아주는데..
박나인.. 아프다. 장금을 안아주고는 서서히 바닥에 눕는다.
장금 : (어머니를 눕히며) 어머니.. 어머니..
박나인 : (누운채 곁에 있는 보따리를 가리키며) 이 보따리 안에는 내 서찰이 들었다.
나중에 읽어보거라.
장금 : (보따리를 보고)
박나인 : 죽는다 생각하니 억울하게 이루지 못한 내 꿈이 생각나더구나.
읽어보고.. 하기 싫거든.. 언제든.. 버리거라. (점점 힘이 없어지면서 말소리도 기어들어간다)
너는 니가 하고싶은 것을 해야하니.. 알았느냐.. (하며 눈을 감는데)
장금 : 어머니.. 말씀 그만 하시고 이걸 드셔요.. 드신 것이 없어 힘이 드실 것이옵니다.
하고는 얼른 먹을 것을 당겨와서는 산딸기 하나를 입에 넣는다.
박나인 : (입에 넣으며 잠시 눈을 뜬다) 맛있구나.
장금.. 또 얼른 산딸기를 꺼내 입에 넣는다.
이번에는 씹지 않는다.
이미 눈도 감겨있다.
장금 : 못씹으셔요? 그럼 제가 씹어드릴께요. 어머니도 제가 아플 때 그리 해주셨죠..
하고는 자기 입에 산딸기를 넣어서는 오물오물하다가 박나인의 입에 넣어준다.
그러나 씹지 않는다.
장금 : 어머니.. 드셔요.. 드셔야 기운내시지요..
그리고는 다른 산딸기를 집어 다시 씹어서는 넣어주고
그래도 씹지 않는 박나인.
다시 산딸기를 씹어 넣어주고.. 안씹고..
다시 넣어주고.. 안씹고..
다시 넣어주고.. 안씹고..
점점 장금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하게 고이며 씹어서.. 넣어주고.. 씹어서.. 넣어주고..
장금의 눈물은 박나인의 볼을 타고 내린다.
그런 장금의 모습..
S#87 몽따쥬(밤)
엄마 옆에 그냥 앉아만 있는 장금.
몽따주 내내 장금의 표정은 마치 자폐아가 된 듯 무표정하다.
박나인과 함께 음식을 만들며 행복해하던 모습..
박나인 : (E) 장금아.. 수랏간 최고상궁이 되어다오.
수랏간 최고상궁이 되어 최고상궁만이 전수 받는 비서에 어미의 억울한 사연을 적어다오.
어미의 억울한 사연은 네 천자문 책갈피에 숨겨놓았느니라.
나뭇가지와 손으로 흙을 파내는 장금.. 안 파져서 우는 장금.
품에서 노리개 삼작을 꺼낸다 그리곤 삼작에 칼을 꺼내 땅을 판다
박나인 : (E) 그러나 장금아.. 오로지 선택은 너의 몫이다.
천수와 박나인과 함께 행복했던 모습.
손에는 피가 맺히고.. 엄마를 묻을 만큼 흙을 파낸 장금.
천수와 박나인과의 이별장면 플래시백.
박나인 : (E) 수랏간 궁녀가 싫거나 최고상궁이 되지 않는다면
그 서찰은 뜯어보아서도.. 남에게 보여서도.. 이 모든 사실을 누구에게 얘기해서도 안된다.
박나인 : (E) 그러나 장금아.. 오로지 선택은 너의 몫이다.
이때부터는 음악이 끊기면서 거지꼴이 다된 장금이 동굴 옆 움푹 패인 웅덩이 옆에 돌을 쌓는 장금.
굉장히 지치고 힘들어 보이는 장금.
그러나 그치지 않고 계속 돌을 들어 나른다.
박나인 : (E) 만약 들어가게 된다면..
대전 퇴선간(退膳間)에 엄마가 적어놓은 음식발기(飮食拔記)가 숨겨져 있다.
필요할 때 보아라. 이 어미의 숨결이 있을 것이다.
장금은 엄마의 시신이 놓인 웅덩이 위로 돌무덤을 쌓고있고 바람소리만이 휑하니 분다.
#88 동굴 앞(새벽)
동이 트기 전
아주 허술한 돌무덤이 하나있다.
낮은 돌무덤 사이에는 꽃이 끼워져 있고 장금은 산딸기를 담은 나뭇잎하나를 묘 앞에 놓는다.
장금 : ..어머니........ 이제 저 갈래요.
동굴을 나가는 장금.
가다가는 잠시.. 서고.. 뒤돌아보고.. 다시 돌아서 간다.
동굴 밖을 나가는 장금의 모습..
그 모습이 점점 멀어지면서 2부 엔딩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