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e-세상
박 종 성
세상을 살다보면 때론,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기대에 어긋나 기분이 언짢고 실망스러운 때가 있다. 큰 시각에서 보면, 우리 인생이 늘 화목하고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우리 사회에는 음지에서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며,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거기에 비하면 내가 어쩌다 겪고 있는 그런 일은, 하찮은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깊게 생각할 여지도 없다 할 것이다.
더욱이, 나의 경우는 스트레스를 날려 보낼 수 있는 e(전자) 문화의 혜택을 듬뿍 누리며 지내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21세기는 흔히 정보혁명사회라 일컬어진다. 농경사회와 산업사회를 지나 정보통신이 사회를 온통 변혁시킬 가공할만한 지식산업사회가 도래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표현이 처음 대두되었을 때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닌가 싶었다. 아무리 컴퓨터를 위시한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된다 해도 과연 ‘혁명’이란 단어가 쓰여 저야 할 것인지 의아심이 들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 말에 충분히 수긍이 간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내가 겪어온 실제 상황을 짚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별로 오래전 일도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항상 소지하고 다니거나 애지중지 여기던 물건들이 홀연히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집안에서 항상 가까이 접하던 것들이 무용지물이 되어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게 아닌가.
참으로 귀하게 여겼던 전축과 LP판, 카세트 장비와 테이프, 컴퓨터 디스켓, 삐삐 호출기, CD기 및 CD판, 전자 영어사전, 핸드폰, 손목시계, MP3, 아파트 출입문 열쇠, 비디오 장비, DVD 장비, 카메라 등이 밀려났거나 찬 밥 신세가 되어버렸다.
이 숫한 귀중품들이 물러난 자리에는 어엿하게 스마트폰과 컴퓨터, 인터넷 TV(IPTV)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잠시도 곁을 떠날 새 없는 스마트폰의 역할은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전화, 문자메시지, 카톡, 카카오스토리, 밴드, MP3, 사진, 동영상, 인터넷, TV, 영한사전, 시계, 알람, 날씨, 뉴스, 일정계획, 계산기, 뱅킹, 교통정보, 지도 등 만능 해결사로 자리 잡고 있다.
스마트폰의 종류는 세계적으로 수십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그 중 대표적인 제품이 삼성의 갤럭시, 애플의 아이폰, LG의 옵티머스를 비롯해서 블렉베리, HTC, 소니에릭슨, 모토로라, 노키아, 델, 에버 등이라 한다.
내가 스마트폰을 요긴하게 사용하는 기능은 전화, 문자메시지 외에 MP3를 통하여 수시로 음악 감상을 즐기며, 인터넷과 영한사전을 통하여 궁금한 점을 파악하고, 알람, 일정계획, 계산기 등을 활용한다. 그밖에 폰 뱅킹을 통하여 돈을 송금하고, 서울 등 외지로 갈 때 교통정보를 통하여 전철 운행시간 및 도로 혼잡 여부를 파악한다.
컴퓨터의 활용은 무엇보다 E-mail 주고 받기, 카페활동, 뉴스보기, 문서작성, N드라이브 활용, 동영상 찾아보기, 중계방송 다시보기, 단체 문자메시지 보내기, 경조금 배달, 계좌이체, 열차예매, 영화티켓 구매, 전자신문 보기, 지식정보 파악, 중요 문서 및 작품 저장 등에 시간을 할애한다.
인터넷TV(IPTV)에서는 TV 다시보기를 통해서 밤늦게 방영되는 프로그램이나 시간이 없어 시청하지 못한 프로그램을 한가한 시간을 이용하여 여유 있게 감상한다.
또한 VOD(주문형 비디오) 기능을 활용하여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 교육, 취미, 교양 프로그램을 보고 싶은 편리한 시간에 편안히 시청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TV 다시보기와 VOD 기능은 재생, 되감기, 빨리 감기, 일시정지 등 다양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어 더 바랄나위가 없다.
요즘의 e문화는 운동과 여가를 즐기는 데에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어 감탄을 하게 된다. 지난 번, 양구 DMZ 마라톤(10km 부문)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달리기를 완주한 후 기록증을 발급해 준다고 하기에 줄을 서서 잠시 기다렸다. 내 순서가 되어 참가번호를 알려주자 봉사요원이 컴퓨터에 입력시키자마자 프린터기를 통해서 기록증이 빠져 나왔다. 기록증에는 성명, 성별, 연령, 달리기 종목, 시간기록, 풍속 등이 선명하게 프린트되어 나오는 것을 보고 새삼 놀랐다. 자전거를 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전거를 타고난 후, 타코메터기에는 이동거리, 소요시간, 평균속도, 최대속도 등이 정확히 기록된다.
이와 같은 e문화가 놀랍게도 우리의 생활에 활용됨에 감흥과 경이로움에 젖어들게 된다. 공상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에, 마치 황홀한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좋은 세상에서 남을 탓하기보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모든 것을 포용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