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웃을 돕는 사람은 가장 용기 있는 사람”
돈이 있어도 나눌 줄을 모르는 사람이 참 많다.
또 나눌 마음은 있지만 망설이거나 주위의 눈치를 보는 사람도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대구 분도주유소 김현철 사장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남을 돕는 사람은 가장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불우한 성장환경을 극복하고 착한 일에 중독된 남자,
김현철 사장을 만나 그의 눈물 어린 봉사의 인생 속으로 들어가 본다.
6.25때 월남한 아버지는 가족사진만 보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정이 많은 분이었지만,
가난했다. 소년 김현철은 어려서부터 돈을 벌었고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은
직접 해결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일을 시작하다 보니 자연히 공부와 가족보다는 돈과
친구들을 더 가까이 하게 되었고, 부모와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불만과 반항은
그의 가슴에 이유 없는 복수심과 폭력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학교도 일찍 그만두게 되고 소년원도 갔으며, 그의 청소년기는 그렇게 다 지나갔다.
장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선배들 밑에서 배웠던 기름배달을 시작했으나
가족들마저도 등을 돌리는 현실에 반항심만 더 강해지고 인생의 깊은 패배감을
맛보게 된다.
뒷골목에서 돈을 빼앗고 이유 없이 사람을 때리던 그 힘마저도 남아있지 않아
인생의 바닥까지 내려갔다.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자꾸만 반항적으로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자 자신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과의 관계를 끊고 싶어
대구를 떠나 영주로 가게 된다. 그는 길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으며 말 그대로
걸인 생활을 했다.
삶의 의미도 목표도 보람도 없이.
내려갈 수 있는 인생의 가장 깊은 바닥까지 내려가서 새롭게 인생을 설계하게 되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 건 어느 날 밤이었다.
그는 바닥인생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지막으로 ‘한 건’을 결심했다.
밤이 깊어지자 미리 봐둔 고급주택의 담을 넘기 위해 집안의 동태를 살폈다.
아직 집안에서는 인기척이 났다. 자세히 보니 부모와 어린 자녀들이 깔깔거리며 밤이
깊은 줄을 모르고 즐겁게 웃고 있었다. ‘어른들이 잠자리에 들면 들어가리라.
그 때까지만 기다리자.’ 담 밑에서 인기척이 끊기기를 기다리고 있는 그의 손에서
사회를 향한 그의 막연한 복수심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웠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집안의 가족들은 잠이 들 기색이 보이지 않고 웃음소리만
높아지고 있었다. 아버지의 웃음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하나의 오케스트라
하모니가 되어 그의 귓전을 때렸고, 어렴풋이 돌아가신 아버지와 가족들의 얼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흉기를 잡은 손에서 스르르 힘이 풀림과 동시에 눈에서는 한없는
눈물이 쏟아져 흘러내렸다. 나에게도 가족이 있었는데. 나에게도 가족이 있었는데…
인생의 극한 상황에서 행복한 한 가족을 보게 되었고 아버지 생각과 가족 생각에 혼자서 한 참을 울고 난 뒤 ‘새로 시작하자. 나도 사람답게 살아보자’는 결심을 하게 된다.
배운 것이라곤 기름 배달밖에 없으니 대구로 다시 돌아가 다시 시작해보자고 다짐하고 세수를 하기 위해 근처 건물 화장실로 들어갔다.
거울에 비친 얼굴은 자신의 모습이 아니었다. 아예 사람 같지가 않았다.
무작정 역으로 가 대구 가서 성공하면 꼭 갚겠다며 차비를 빌리기 시작했다.
퀘퀘한 냄새를 풍기는 걸인이 돈을 빌리려고 하니 사람들은 피하기 일쑤였다.
포기하려고 하던 그에게 두 명의 여성이 다가와 돈을 주고 급히 자리를 떠났다.
그가 강제로 뺐지 않고 남의 돈을 처음으로 얻은 것이었다.
대구로 와 선배 도움으로 1990년부터 기름 배달을 다시 시작할 무렵
유년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를 만났다.
사제가 된 친구의 모습에 비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똑같이
착했었는데 누구는 신부가 되고 누구는 전과자가 되어야 하는지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그는 하느님께 매달렸다.
“나도 잘 할 테니까 좀 봐 주소.”
하늘을 향한 그의 외침은 기도이면서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다짐과도 같았다.
거래처를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자립할 정도는 아니어서 성당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먹었었는데, 겨울추위에 불도 없는 난로가에서 헛불을 쬐고 있는 노인들을 보게
되었다. 성당에서도 연료값이 만만찮아 불을 피우지 못하고 있었다.
그날 배달하고 남은 기름 한 통을 난로에 붓고 불을 피웠다.
금방 난로는 따뜻한 온기를 발했고 노인들은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다.
“누군가에게 칭찬을 들은 것이 처음인 것 같았습니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 날부터 난로 기름을 계속 드리기 시작했고,
그것이 봉사활동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김현철, 착한 일에 중독되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밝는 줄 모른다는 말을 여기에 적용할 수 있을까.
봉사의 봉자도 몰랐던 그가 봉사의 기쁨을 맛보기 시작하자 이것저것 가릴 것도 없이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기 시작했다. 동네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독거노인들과 경노당, 복지관들을 찾아다니며 쌀도 나누어주었으며 효도관광도 시작하였다. 과거 나쁜 습관에 중독되어 있던 그가 점점 착한 일에 중독되기 시작한 것은 돈 있는 사람들을 향한 쾌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가난했을 때 너희들은 뭐하고 있었나. 나는 돈 별로 못 벌어도 이렇게 한다.
너희들도 돈 벌어 남들 위해 살아보라. 이런 마음이었죠.”
그런데 3~4년 정도 되니까 돈도 없는 사람이 봉사한다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봉사활동이 더 커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 다음부터는 표 안 나게 동네 밖으로 범위를 넓혀 대구시내 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도 무료급식소, 청소년 쉼터, 효도관광 차량지원 등의 많은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예전에 그를 담당했던 형사도 그를 찾아와 “사람들의 이런저런
이야기에 신경 쓰지 말라.”며 힘을 보태주었다.
김현철 사장의 봉사활동 내역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다. 먼저, 교도소
수감자들을 지원했고, 상금 받은 것으로 분도장학금을 만들어 공부 못해도 어려운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또한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기름의 리터당 1원씩을 적립해
이웃돕기에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 매출이 다 드러나게 되지만 한 방울의 기름도
속이지 않기 때문에 눈치 볼 것이 없다며 벌써 5년째 이렇게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 부부의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지원해 주는 일을 3년 전부터 하고 있는데
이 일은 그가 분도장학금과 효도관광 지원과 함께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봉사활동이다. 주유소에 일자리가 생길 때마다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한 후배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는 것도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사람인데 돈 쓸 때 아깝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나를 위해 쓸 돈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지요. 남을 위해 쓸 때 진정한
돈의 가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모르게 도와주었을 때의 쾌감과 그 사람이
기뻐할 것을 상상할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죠.”
축복받은 자 ‘분도 - 베네딕도’
분도주유소의 분도는 그의 세례명 베네딕트의 한자표기를 따서 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베네딕트는 ‘축복받은 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김현철 사장은 자신의
세례명처럼 자기는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게 많은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석유판매소와 주유소를 4개나 경영하게 된 사업에서의 축복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제가 도와준 사람들이 오히려 저를 도와줍니다. 그들로 인해서 예전에 하던 나쁜
짓을 다시 못하게 되고, 처음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나를 지켜주는 것이죠. 과거의
어둡던 생활로 다시 후퇴하지 않게 해 주는 것. 그것이 제가 받은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책상 위에 갓 기름배달을 시작했을 때의 사진을 올려놓았다.
그 때를 잊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는 또한 죽은 후에도 돈을 가지고 가는 방법은 사회에 다 돌려주는 것이라며
사람들의 마음이 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현금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마음의 부자라고.
자녀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도 유산이나 지식이 아닌 덕을 쌓는 것이라고 가르치며
어렸을 때부터 봉사활동에 따라 다니도록 해 눈으로, 몸으로 배우게 하고 있다.
열심히 뛰다 보면 남들 도와주고도 내 것이 남아 자기도 신기하다며 대구 곳곳에
분도주유소를 세우고 지금 하고 있는 봉사도 계속하고 싶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한다.
“앞으로 어떤 봉사를 하게 될지 저도 궁금합니다. 여하튼 사는 동안 계속 여러 종류의
봉사를 많이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김현철 사장은 지난 5월 분도주유소 4호점
개업식 때도 꽃 대신 쌀과 라면을 받아 불우이웃돕기에 기증했다.
내 주머니에 들어온 것 다 가지면 탈난다며 나누는 삶, 봉사하는 삶을 강조하는 그는
진정 봉사중독자이며 축복받은 사람이다. 젊은 시절의 자기와 같은 사람이
혹시나 있을까봐 저녁 때 귀가하면 아이들을 안고 일부러 담장 밖을 향해 아이들과
함께 크게 웃는다는 김현철 사장. 대구의 폭염만큼이나 뜨거운 봉사의 열정으로
오늘도 김현철 사장은 ‘착한 일 바이러스’를 전염시키고 있다.
Success point
1. 한 가지 목표에 끝까지 몸을 완전히 던져라.
2. 인생의 밑바닥에서 삶의 길을 보라.
3. 욕심내지 말고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라.
4. 봉사는 나중이 아닌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5. 남을 위해 베풀면 다 나에게로 돌아오게 된다.
분도의 이야기에 나오는 그 친구 신부가 바로 접니다, 어려움 가운데도
항상 나눔생활을 즐기고 감사할 줄 아는 제 존경하는 친구가 이번 사랑의
공동 모금회에서 문근영 탈렌트와 함께 가장 많은 나눔의 대상을 받았다고
전화를 주었습니다. 저도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사랑많은 용계가족들에게도
나눕니다.
기쁜성탄절의 축복도 !!!!.
첫댓글 강론때 퍽 감격적인 이야기 였습니다, 참 ! 좋은 친구를 두셨습니다 !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보다는 눈에 보이는 현금을 더 좋아하지요. 김현철 사장님의 '사람들의 마음이 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현금'이라는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 그리고 포기하려던 그에게 자선을 베푼 두 여성이 아마도 하느님께서 보내신 쳔사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제는 김현철 사장님이 또 다른 힘든 이들에게 하느님의 천사가 되어 주네요.. 아름다운 성탄절 날 저도 천사가 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가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