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삼문산
구름이 많은 하늘에 파란하늘이 조금보이는 틈사이로 햇살이 밝은 아침이다. 어제 빗속을 헤맨 탓인지 잠시보이는 햇살이 밝고 눈이 부신다. .
교직생활을 하면서 학생들과 10여 차례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다녔었다. 경주를 거쳐 설악산으로 갈 때도 있고, 설악산에서 경주로 올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동해안을 따라가기 때문에 동해바다를 많이 볼 수가 있었다. 동해바다에는 섬이 거의 없기 때문에 멀리 수평선까지 넓고 시원한 바다를 많이 보게 된다. 수학여행을 가면 학생들은 밤에는 잠을 잘 자지 않고 놀다가 다음날 버스를 타면 모두 잠을 잔다. 버스가 바다가 보이는 곳을 지나게 되면 나는 버스 안을 돌아다니며 잠자는 아이들을 모두 깨웠다. 바다를 보고 저 넓은 바다를 모두 마음에 담으라고 했다. 넓은바다를 마음에 담아 넓은 마음을 갖자고 했다. 여학생들과 같이 갈 때는 더 심하게 잠을 못 자게하고 바다를 보게 했다. “가정의 평화는 여자의 마음과 비례 한다”고 하면서 여자의 마음이 넓을수록 가정에 평화가 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하면서였다. “세계평화는 여자의 마음에서부터”라는 말을 만들어 따라하게도 했다. 여자의 마음이 넓어 가정 가정에 평회가 이룩되면 나라가 평화롭고 나라 나라마다 평화로우면 곧 세계평화가 이루어진다고 했다.
바다를 보면 좋다. 그래서 기회만 있으면 바다를 보러 간다. 남해안은 섬이 많아 바다가 덜 시원하지만 동해바다나 서해 쪽으로 가면 시원한 툭 트인 바다를 많이 볼 수 있다. 광주에서 비교적 가까운 영광 백수해안도로나 부안에 다니기를 좋아했다.
바다가 보이는 산에 가면 참 좋다. 삼문산이 섬에 있는 산이기에 바다가 보일 거라는 기대가 있어서 산행에 동참했다. 일기예보도 오후부터나 비가 올 거라고 해서 얼마 높지 않은 산이기에 기대를 가지고 갔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간간히 비가 왔다. 심상치 않은 날씨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행기점인 등념발재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오지 않고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등산 안내판이 선명했다. 움먹재 삼거리까지 시원한 바람을 쏘이며 날씨가 이렇게만 도와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며 올랐다. 움먹재 삼거리에 안내판이 있었다. 오른쪽 토끼봉까지 270m, 왼쪽 망봉까지 150m의 표시판이었다. 등거산 정상인 토끼봉에 다녀와서 삼문산 정상인 망봉으로 가는 것이 산행코스였다. 토끼봉 쪽으로 갔더니 앞서 간 몇 사람은 이미 다녀오고 또 몇 사람은 가다가 되돌아온다는 사람들을 만났다. 날씨도 좋지 않으니 되돌아가자고 해서 돌아섰는데 한 사람이 그대로 토끼봉 쪽으로 가기에 다시 돌아서서 그 사람과 둘이서 토끼봉까지 다녀왔다. 망봉을 향해 갈 때는 바람이 다소 거세어지더니 기어이 비까지 오기 시작했다. 능선을 따라가는데 오른 쪽에서 세찬 바람이 불어오고 비가 많이 왔다. 우산을 가지고 갔으나 쓸 수가 없었다. 망봉 봉화대터를 지나 빠른 걸음으로 장룡산 쪽으로 가다가 앞서간 일행을 만났다. 비옷을 입은 사람, 우산을 쓴 사람들이 보였다. 나도 우산을 펼쳐들었다. 내려오는 길이어서인지 바람이 약해져서 그런대로 우산을 쓰고 내려올 수 있었다. 신선골 약수터 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다소 급경사인데다 길이 몹시 미끄러웠다. 미끄러지고 주저앉고 넘어지면서 내려오는 것이 정상일 것 같은 길이었는데 10여명이 함께 내려오면서 넘어지는 사람도 주저앉는 사람도 내 눈에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산에 많이 다닌 선수들이기에 미끄러운 길도 잘 내려오는 요령이 베였나보다 잘 미끄러지는 나도 다행히 두어 번 미끄러질 뻔만 하고 무사히 내려왔다. 3시간 30분의 예정시간이었지만 2시간 30분 정도로 산행이 끝났다. 회장이 애써서 마련해준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고 약산의 특산물인 흑염소고기도 많이 먹었다. 가사동해수욕장에 들려서 구경도 했다. 바람과 비에 젖은 풍수욕, 우수욕을 많이 했고, 해수욕장에 갔지만 해수욕은 하지 못했다. 돌아오는 길에 청자박물관에 들려 구경도 할 수 있었다. 비오는 날의 산행은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도 많아진 것 같다.
첫댓글 다도해의 멋진 풍경은, 푸짐한 음식과 몸을 못가눌정도로 많이 불던 바람과 속옷까지 흠뻑 젖은 비때문에 까맣게 잊어 버렸지만 나름데로 즐겁고 정겨운 산행이였습니다. 회원님들 다음 산행에 또 만납시다.
선생님 비올땐 산행 조심하셔야 합니다.
선생님은 저희 여학생들에게 캡이었는데... 솜씨, 말씨, 마음씨를 늘 강요 하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