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화순군에 사는 윤희(12)는 매년 봄 엄마 손을 잡고 영산강 하굿둑을 찾는다. 샛노란 물감을 흩뿌려놓은 듯한 유채꽃밭을 볼 때면 마음이 흐뭇해지다가도 영산강 하류로 다가가면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쓰레기들이 둥둥 떠다니고 물거품이 부글거리면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 윤희의 표정을 살피던 엄마는 “영산강에 오면 고향 생각이 나서…”라며 말끝을 흐린다.
윤희 엄마는 중국 옌볜 흑룡강성에서 온 조선족이다. 이곳에 온 지 벌써 15년이 지났다. 고향이 그리운 윤희 엄마에게 영산강은 제2의 친정이다. 윤희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한다. 자신과 엄마에게 삶의 터전이자 희망이 영산강이라는 것을. 지금은 심하게 오염됐지만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 깨끗하고 맑은 강으로 되살릴 것이라 믿고 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매년 영산강과 섬진강을 아끼고 사랑하는 지역민들의 마음을 알리고자 영산강·섬진강 사랑 문예작품 공모전을 연다. 올해 산문 부문에서는 화순군 동면초등학교 6학년 조윤희 양의 글이 대상을 차지했다. 조 양은 글에서 자신의 고향이자 엄마의 두 번째 친정인 영산강이 다시 되살아나길 소망하는 마음을 간절히 드러냈다.
조 양의 기억 속엔 없지만 한때 영산강은 남도를 살리는 ‘생명의 강’이었다. 유량이 풍부해 많은 배들이 오가며 물고기를 잡았고 맑고 깨끗한 강물은 농업용수로도 사용돼 호남, 나주평야를 비옥하게 일궈냈다. 하지만 순간의 잘못된 판단은 영산강을 ‘죽음의 강’으로 변질시켰다.
1972년 영산강유역 종합개발사업이 시작됐고 이어 1981년 하굿둑이 들어서자 상류에서 공장폐수가 흘러들고 쓰레기 등이 쌓여갔다. 마침내 1994년 봄 오염된 영산강이 신음하기 시작했다. 전남 무안군 몽탄취수장 인근에서 죽은 물고기 떼가 떠오르고 악취가 진동한 것이다. 이렇게 영산강은 1996년을 기점으로 ‘식수’용 대신 ‘농업용수’ 전용이 됐다.
영산강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선 수질 개선이 시급하다. 영산강은 4대강 중 수질이 가장 나쁘다.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기준에 따른 연평균 수질은 한강이 1급수, 낙동강과 금강이 1, 2급수인 데 반해 영산강은 3급수로 나타났다. 특히 갈수기 때 중·하류의 수질은 농업용수 수준인 4, 5급수다. 특히 하굿둑 축조 이후 물 흐름이 단절되면서 매년 13센티미터가량 오염물질이 퇴적되고 임야에 비해 농경지 비율이 높아 오염원 관리도 쉽지 않다.
영산강의 또 다른 문제점은 유량 부족이다. 전체 길이가 1백38킬로미터로 4대강 중 가장 짧지만 홍수기와 갈수기의 수량 변동 폭을 나타내는 하상계수(682)가 한강(393), 낙동강(372), 금강(299)의 2배 정도다. 그만큼 홍수와 가뭄에 취약하다는 얘기다.
또한 상류 4개 댐의 연간 용수 유입량 중 12퍼센트만 하천 유지용수로 공급돼 유지용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영산강의 심각한 실태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은 영산강살리기를 반기고 있다. 영산강살리기가 수질 개선과 가뭄·홍수 피해 방지, 수량 확보에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영산강살리기는 영산강 하굿둑에서 담양댐 하류부에 자리한 10개 공구에서 진행되고 있다. 2공구와 6공구 두 곳에 보(洑)를 만들고 하상 퇴적물 준설 등 하도 정비와 함께 제방 및 배수시설을 보강하고 생태습지를 조성해 영산강을 친환경 생태하천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그 목적이다.
7월 말 현재 2공구에 자리한 죽산보는 44퍼센트, 6공구의 승촌보는 58.1퍼센트의 실적률을 보이며 내년 말 완공 목표에 다가서고 있다.
특히 영산강의 수질 개선에 방점을 두기 위해 영산강유역환경청은 현재 3~5급수인 영산강의 수질을 2급수로 개선하고자 3천5백69억원의 예산을 투자했다. 영산강의 수질을 ‘수영할 수 있는 좋은 물’인 2급수로 만들기 위해 2012년까지 하수처리장 14개와 마을 하수도 28곳, 하수관거 21개소, 총인 처리시설 13곳 등 환경기초시설을 대폭 확충한다.
영산강유역환경청 유역계획과 안영택 실무관은 “환경기초시설 확충 등 수질 개선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면 2009년 38퍼센트에서 2012년 75퍼센트 수준으로 2급수의 맑은 물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산강 수변생태공간 조성을 위한 ‘영산강 8경 사업’도 실시된다. 영산강 8경은 영산강 수변공간 가운데 문화, 환경, 생태 여건이 양호한 8곳을 개발한다는 내용이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생태경관팀 이용남 사무관은 “영산강 수변생태공간 조성사업은 해당 지자체 및 전문가의 조언과 환경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한 이후 10월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