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역에서
사람도 지키지 않는 개찰구에서
건너편 2번 개찰구로 짐작되는 열차 기다림 장으로 건너다 본
얼핏 계단을 내려오는 벗이 보이는가 싶더니
이후 끝내 보이질 않는다.
분명 보았는대..
내려올 시간이 퍽이나 지났는대...
마지막 손짓이라도 하려고 화단 턱에 올라도 보이질 않아
머리를 쑥 빼고 저 멀리 있는 대기실까지 들여다 보아도 보이질 않아
차를 갖고 오던 길을 되돌아 가기로
밀양에 있는 ㅊ ㅇ 에게 전화하니
부산대학 밀양 캠퍼스에서
외국에서 온 사람 강의 듣는 중이라며
어디냔다.
하며 시내공장에서 보잔다.
공장 뒤에 있는 가족 묘 처럼 보이는 곳으로 가 보니
김해 김씨 가족납골 묘.
까만 창문같은 칸칸이 12개가 빙둘러 있고
아래위 2단으로 만들어진 원형 납골이 3기...
아마 자손 대대로 모시기로 한것같다.
공장 정문에서 그가 열어주는 대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
2층에 있는 사무실에 들어서니
전에 몇번을 본 적있는 사람들..
사갖고 간 꽈베기를 내 밀었다.
그 전날 만난 밀양 고향인 그분이 일러준
가인인가 하는 곳
표충사 입구까지 끝마친 공사는 아직도 많은 일을 남겨두고있다.
그리고 이어진 예 길은 구비구비 동천을 따라 흐르고
아직은 예부락 밖에 없는 군데 군데 서양풍 솟을 지붕에
아스팔트 슁글 서양 지붕을 얹은 집들이 간간이 보인다.
길이 다 뚫리고 나면 배내골 같이 변 하겠지
그가 가르켜 준대로 찾은 집은
반듯하게 직사각형에 가까운 돋운 땅에
안쪽 중앙에 자리한 아담한 집
왼켠에 앉아있는 인쇄소하던 스레이트를 얹은 공장 건물
오른켠으로 요즘음 유행하는 단열판을 지붕으로 얹은 단칸집
들어서자 마자 왼쪽에는 차 두대가 너끈히 주차할수 있는
가는 쇠파이프 네개와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주차장에 붙혀서
20 FEET(1teu) 콘테이너가 붙어있고
얼핏 지나치면 기억에도 나지 않을 화장실이 붙어 있다.
그의 바램대로 공장으로 쓴다면
우선 전기 용량이 부족할듯 하고
동네에서 칭얼대지는 않을까 모르겠다.
얼음골 氷谷이라고 표기되어있다.
빙곡이란 느끼미 해석은 맞을런지 모르지만
어감은 영 아니다.
남명에 가까우면서 그냥 지나치기가 그러해서
전화를 해서
헤임 남명이시더 오늘 기양 가도 되요?
안되지 기양가믄...
이제 막 해가 기운 그곳에는 땅거미 전 시골집 모습
인심 좋게 생긴 사람이 무쏘 차를 받쳐놓고
황토방 앞 평상에서 길다란 흰채를 만지고 있다.
들어서자 안채에서 나오시는 형수게서
곧장 채전으로 가 한참 웃자란 상추를 뜯으신다.
높은곳에 전정을 하는 긴채를 한참이나 다듬고 있다.
상추 한 보찜을 따서 가서 먹으란다.
지난주 의성에서 재종숙모님이 따다준 푸성퀴에도 상추가 들어 있었다.
오늘은 자고 가라고 하시며
추어탕 집에 가자신다.
남명 학교 약간 못 미쳐서 있는 추어탕집 황금식당
들어서자 마자 마주친 분은
작년에 학교 선배님과 함께 찾은 김춘복 작가
한국전 중에 김해 진영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모습들을
짜릿하게 다룬 계절풍의 작가...
벌써 술이 가북하게 마신것 같은 모습에
얼굴이 지난번 보다 약간 반듯하지 않아 보이는 것 같아..
지난번 발표 준비중이던 칼춤은 아직 발표를 않으셨는지
아니면 반응이 시원찮은 것인지...
공손하게 드리는 인사를
알고 받는것인지
지나가는 여늬 동네 사람들에게 하듯 하는지는 몰라도
지금 이시간에 게까지 거리가 제법일 터인데
무엇을 타고 가시려는지 곁에 아무도 함께하는 것 같지를 않다.
양쪽으로 갈라진 내부엔 우리가 찾는 이들이 없고
안내를 받아 들어선 뒷뜰은 밖에서 보기완 영 딴판으로
잘 다듬어진 잔디 밭 오른켠에 비닐로 만들어진 집 안에
길다란 평상 두개에 식탁이 두개 놓여 있고
거기에 형수님과 손님이 미리 자리하고 있었다.
앉자 마자 술을 가져오라 하니
얌전하게 오봉에 소주 한병과 찝쩍거리 안주를 놓고 간다.
곧 이어 무쇠닮은 함지에 담아나온 건 추어탕이 아닌 곱창같은것
잘게 썰은 곱창은 한눈에 보기에도 량이 많아보인다.
그렇게 곱창이 익어가는 동안 우린 한 순배 두 순배를 디뎠다.
누굴 만나러 가신다며 나가시길래 따라 나가
계산하시려는 형수님을 번쩍 밀켜 밖으로 내 몰고는
주인께 외쳐둔다.
오랜만에 가만 가만 먹어보는 곱창의 맛은
약간은 질긴듯하나 양념이나 육수는 맛깔스럽기 까지 하다.
세번째 술을 부를때
안주인 인듯한 사람에게 첫번째 권작을 하고
악수와 손등에 환영의 입맞춤을 한다.
ㅈ ㄱ 형이 소개한 안 주인은
옛에 몇번 갔던 국전이란 심심산골의 오리집
그집 안주인의 고모이란다.
그 때는 술을 어찌나 마셨는지
12시 갓 넘은 시간부터 시작하여
갓끈 풀어지고 바지끈 가지 풀어졌으리라...
그리고 그 몰골로 얼음골 형님집에 갔을때는
이미 이미 이승의 몸이 아닌
그야말로 눈은 완전히 풀어져 초점을 잃은지 오래이고
다리는 가누는게 신기할 정도
혀는 꼬부라져 스스로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 분간이 가지 않은
저는 그날 그곳에서 있었던 모든 사실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터득한 술버릇에 의존하는 수 밖에 없는
그 이후로 ㅈ ㄱ 형님과 형수와
오히려 이물감이 사라지는 계기가 되었는지 모른다.
자고 가라는 권고대로
예 예 하지만
물으나 마나 하지만
양산댁의 답변은 들으나 마나한 것
볼일 보러 가신 형수님은 10점이 되어도 오시질않고
ㅈ ㄱ 형님은 기억난 모든 사람을 들먹이시며
이곳 마당에서 모두 모여 한바탕 놀자하신다.
않그래도 여지껏 생각은 하고 있지만
주말 저녁에 모이면 돌아가기가 그래서 잠잘곳이 마뜩지 않고
주말에 오랴면 제들끼리 놀 궁리가 되어있을터...
ㄴ ㄱ 이 만든 카페에 들어가 보신단다.
군불을 지핀 홍토방은 점점 졸음을 끼얹는다.
단장 고개 넘어 표충사 지나쳐 밀양댐 거쳐 가겠다고 나선다.
새로 닦은 길 마무리 공사중인 길로
단장고개 넘어 표충사입구 삼거리를 돌아 밀양댐 입구 가까이 다가가
가만이 차를 갓길에 붙히고 가만이 불을 끄고 보니
앞에서는 이미 깜빡거리는 경찰 깜빡이 등이
100여미터 앞에서 오락 가락 한다.
지금 시간 10시 10분...
차를 몰아 되돌아 오다 생각하니 딱히 갈데가 있는것이 아니라
다시 그 자리에 와
가만이 차를 세우고 시동을 끄고
TV를 켜니 단 한개의 채널도 잡히지 않는다.
그렇게 기다리면 오만 궁리...
아마 12시까지 일게다.
조금 있다 걸려온 형님의 전화
잘 도착했냐고 묻는다.
여차 저차 하다 하니
잘 해 보란다.
요즈음 본사와의 마찰과 줄당기기는
기다린것은 아니지만
어짜피 거쳐야 할 통과 의례 일 것이란 생각이지만
4년을 공들이고 투자한 ㅂ 사장은 몹씨나 부화가 치미나 보다.
그런들 어찌하리
그렇다고 몇년을 공들인 일을 중도에 포기하지도 못할일
세월이라는 명약이 있으니...
바베이도스에서 겪었던 본사에 대한 첫번째 실망..
그것으로 족하려니 하던 것을 지금 겪으니 ,
으례 그려려니 하면서도 약간은 서운하기는 하지만
바베이도스 곁 작은섬에서
처음으로 고민 같은 장고에 들어가
바베이도스에 돌아오자 마자 눈에 띄게 늘어났던 흰머리
이제 그렇게 비 생명적인 숙고는 하지 않으리
어떤 것이든 고민하지는 않겠다고 스스로와의 약속을
두번이나 어겨
더 이상
새번째의 고민은 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이렇게 허허로이 바깥 바람에 기대 본다.
신기하게도 12시가 가까워지자 지나가던 차 마져도 끊기고
그들은 약속시간 10분을 남기고
깜빡이 전등들이 일렁 일렁 춤을 추며
한곳으로 한곳으로 모이는가 싶더니
반짝반짝 깜빡이 전등을 머리에 인 차는
밀양시내로 천천이 가 버린다.
차안에 있는 일안내기의 이정표가37.6KM를 나타내고 있다.
혹여라도 지나번 들렸던 수재비 집이라도 문을 열었으면 하는 생각에
홍골을 거쳐 밀양댐 언덕길을 힘껏 오르는데
약간은 야속하게도 불이 켜져있지 않고 컴컴하다.
그렇게 밀양댐을 지나
배내삼거리 거쳐 에덴베리 고개 넘어 어곡 개곡길을따라
감결마을에 닿으니
12시 25분
지하에 한칸 남아있는 주차장에 차 세우고
낮에 사들인 옛날 과자,제리에 형수가 따다준 상추보다리를 들이미니
불량 식품아니냔다.
불량식품???
그렇지 불량식품 이겠지!!
양산 지하철역 안에서 파는 불량식품...
젤리를 맛보니
젤리 겉에 사탕 알갱이가 적게 붙어 잘 떨어지질 않네
그리고 쫄깃 쫄깃하지만 이에 붙지를 않은 여늬 포장 제리에 비하여
약간 달라 붙는 느낌이나 맛은 그냥 같이 느껴진다.
군것질하는 것
즐겨하지 않아도
난전에서 눈에 띈 옛날과자 젤리는
왜 그렇게 쉽사리 걸음을 멈추게 할까?
고동과자 납짝과자 두부과자 꽈배기 빨간젤리 노란젤리 전병
한동안 큰아이가 사다 나른 홍삼사탕이 아직 지청구이고
두 쌔 딸이 공고롭게도 사온 잣이 한참인대
아침,노는 날
밥대신 이걸로라도 골 메워야겠다.
첫댓글 여우님 회사일 술술 잘풀리길 바랄께요 여우님은 나중에 꼭 글쟁이할배가 되세요 ㅎ 독자의 가슴을 멍멍하게 만들수있는 훌륭한 재능을 가지신분입니다. 저도 불량과자 대따좋아해요. 언제 또다시 여행갈기회가되면 큰봉지루준비해서 와작와작 소리내가며 우리 함께 먹어요. 뵙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