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 박물관(8월 17일 금요일)
*오늘은 으스스한 데 간다!
시냇가를 만나자마자 아이들이 묻습니다. “오늘은 어디가?” 날이 너무 더워서 생태수업을 가을로 미루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매번 어디로 긴 나들이를 가는지 무척 궁금해 합니다. 날이 더워서 으스스한 데로 갈 거라 했더니 아이들 모두 호기심 만발입니다. 오늘은 밤에만 활동하는 부엉이 박물관으로 갈 겁니다. 그러니 으스스 하지 않겠어요?
* 느티나무아이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주신 주인장
부엉이 박물관은 소녀시절 부엉이 공예품에 마음을 뺏긴 한 아주머니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총 3만 마리가 넘는 부엉이류가 다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날아온 부엉이들이지요. 티켓을 끊으면 주인장께서 시원한 음료를 주시지요. 그 음료를 다 마시면 이제는 주인장의 수업이 이어집니다. 부엉이와 올빼미의 차이점부터 부엉이의 생태적 특성, 종류와 분포, 이름에 얽힌 이야기까지 재미난 설명이 이어지죠. 방학 중이라 박물관에 온 아이들이 많았는데, 어쩐 일인지 주인장께서는 우리 아이들에게 유난히 관심을 쏟으시네요. ‘뭐든 궁금한 것은 다 물어보라’며 자꾸 우리 테이블로 찾아와 애정을 쏟으십니다.
물론 우리 아이들이 사랑받을 만했지요. 묻는 질문마다 성심껏 대답하고, 초롱초롱 눈으로 뚫어져라 쳐다보며 주인장 말씀에 귀기울이고...
* ‘종이 한 장만 더 주세요. 제발~’
박물관 주인장은 절약 정신도 뛰어나서 아이들에게 절약에 관한 다른 나라 이야기를 해줍니다.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는 아이들에게 이면지라 해도 함부로 주지 않는다구요.(물론 우리 아이들도 그런 환경에서 자랐지요^^) 시냇가도 이참에 종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나무 몇 그루가 없어져야 종이가 생기는 것인가, 나무가 자꾸 없어지면 어떻게 되겠느냐 등등 부담스런 얘기를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부엉이 그림을 그리는 시간인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할당된 종이를 다 쓴 사람은 새 종이를 꺼내 쓰기가 어려워집니다. 아이들 모두 ‘종이 한 장만 더 주세요’라고 애교 섞인 말로 부탁을 드려 겨우 몇 장 더 구했답니다.^^ 펑펑 물 쓰듯 종이를 쓰다가 이게 웬 난관일까요? 밑그림 그리다 마음에 안 들면 휘리릭 버리고 새 것 꺼내 쓰던 아이들이 오늘은 조심조심 그림을 그립니다.
* 부엉이에 관한 속담과 상징
부엉이에 관한 우리 나라의 속담과 서양에서 사용되는 부엉이의 상징에 관해서도 알아보았습니다. 부엉이는 ‘지혜’와 ‘인내’ 그리고 ‘통찰’을 상징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부자의 상징으로도 쓰였는데 순 우리말로는 ‘부훵’이었고 한자로 쓰면 ‘부흥(副興)’이었죠. 영화 ‘해리포터’에 부엉이가 나오는 이유, 만화 ‘부리부리박사’가 부엉이인 이유도 다 그런 저런 이유 때문이지요. 사람들 모두 지혜롭게 살기를 원했고 풍요로운 삶을 원했기에 부엉이는 미술품과 공예품으로 세계 곳곳에서 쓰였나 봅니다.
* 더위도 시간도 모두 잊은 아이들
부엉이 박물관 보고 나서 정보통신부의 유비쿼터스관을 관람하기로 하고 관람신청을 해 놓았는데, 아이들이 모두 일어나지 않네요. 더 있다 가고 싶다고 합니다. 물론 아이들 손에는 부엉이캐릭터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구요. 단순하게 캐릭터만 그리는 친구도 있었고, 이야기를 만들며 만화를 그리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해서 유비쿼터스관은 다음에 가기로 했습니다. 전통 수작업만으로 꾸민 부엉이박물관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을 이용한 두 전시관을 비교하기로 했었답니다. 아쉽지만 아이들이 너무 깊이 빠진 관계로 유비쿼터스관은 다음 기회로 미루었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부엉이박물관을 나오면서 한 마디씩 합니다. “현이는 오늘 못 와서 안 됐다” “우리 다음에 또 오자”...
박물관 주인으로부터 애정 어린 호의와 넘치는 칭찬을 받았던 아이들이 오늘은 더 이뻤습니다. 특히 재형군은 포~옥 빠져서 작업에 임했습니다. 주인장으로부터 칭찬도 많이 듣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