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제주 국제사진공모전 동상 김미순/오라 올레
돌담 넘어 내 키보다
높이 자란 유채꽃을 스치며
작은 오솔길을 돌아가면 거기
검게 그을린 바다가 있다.
제4회 제주 국제사진공모전 동상 이수현/두산봉의 성산포
까맣게 타버린 유해를 한켠으로
미뤄놓고 무심하게 출렁이다
따순 아침햇살을 맞는다.
햇빛에 반짝이는
금파 은파가 다비 끝에 건져 낸
오색 사리 같아서 검은 바위로 타버린
유해들을 한 번 더 쓸어 본다.
제5회 제주국제사진공모전 대상 고봉수/제주의 봄
그렇게 모질게 불어대던 바람이
오늘은 어디쯤에 숨었는지 뜰의 벚나무며
구름비나무잎이 미동도 없다.
늦 핀 유채꽃 밑으로 통통한
씨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꽃대도
오늘은 바람의 시달림에서 풀려나
긴 한숨을 짓는다.
꽃이 져 가는 유채밭 넘어로
마당보다 훨씬 높아 보이는 지평선에서
바닷물이 금시라도 쏟아져 올 것만 같아
겁이 난다.
제2회 제주 국제사진 공모전 대상 김영화 /일출봉 풍경
차갑게 굳어버린 흉한 바위들은
언제쯤부터 여기 이렇게 있었을까.
그들이 누워있는 동안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명멸해 갔을까.
생명은 이토록 유한한 운명을 타고나서
허망한 노래를 부르다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바위모습을 가만히 드려다 본다.
험상궂은 야차의 표정도 있고
천사 같은 미소도 있다.
하릴없이
용암의 파편들이 나뒹굴고 있는
인적 없는 바닷가를 오늘도 나가본다.
저것들이 바다를 만나 굳어지기 전에는
모나지 않은 부드러움과 남김없이 태워버리는 정열과
낮은데로 흐를 줄 아는 순응이 있었을 것이다.
용암이 바다를 만나듯
우리도 세상을 만난 뒤로 부드러움과 정열과
순종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지.
지워도 지워도 지천으로 엉겨붙은 속진이
어느 천년에 가서야 말끔히 벗겨질 것인가.
그 욕망과 완악함이 저 굳은 바위 톱과
무엇이 다르리
비가 내린다. 유채꽃도 지고
구름비나무는 비 바라기를 하듯
파도는 여전히 밀려오고
바람도 여전히 불어온다.
봄이 떠나느라
부산하고 수선스럽다.
꽃 닢을 떨구어버린 나무도
밉게 지는 꽃닢도 모두 돛을 단
봄 배를 타고 바다건너를 향하여
너울너울 떠나간다.
홍도숙선생님의 수필 <화산섬 일기>중에서
Rising Moon
Je viens le coeur tendre et mains nues
나는 부드러운 마음과 빈 손으로 옵니다
Sleepy Moon
Je viens puisque tu ne reviens plus
당신이 더이상 오지않기 때문에 옵니다
Moon of the Changing Season
Je viens comme un enfant pour prier
나는 기도하는 어린아이처럼
Cool Moon
Comme un penitent les yeux baisses
시선을 떨군 속죄자처럼 옵니다
Balanced Rock and Moon
Pardonne-moi, je t'aime tant
용서해 주세요 당신을 사랑하는 나를
Dragon Moon
D'avoir si froid quand je j'attends
당신을 기다릴 때 너무나 추웠어요
Waxing Moon
Pardonne-moi de t'implorer
용서해 주세요 당신에게 애원하는 나를
Twilight & Reverie
Pardonn-moi de t'adorer
용서해 주세요 당신을 사랑하는 나를
Gilsen Butte
Je viens comme un pecheur vers son dieu
나는 신을 향한 전도자처럼 옵니다
Harvest Moon
Je viens comme un martyr vers le feu
나는 불구덩이를 향한 순교자처럼 옵니다
Yucca Moon
Je viens comme un fou vers sa folie
나는 광기를 향한 광인처럼 옵니다
The Tidepool
Comme un nouveau ne qui veut lavie
생명을 바라는 새로운 탄생처럼
Iversen Point
Pardonne-moi de t'aimer tant
용서해 주세요 당신을 사랑하는 나를

Rocky Point
D'avoir si froid quand je t'attends
당신을 기다릴 때 너무나 추웠어요

Mendocino Coast
Pardonne-moi de t'implorer
용서해 주세요 당신에게 애원하는 나를

Salt Point
Pardonne-moi simplement de t'aimer
용서해 주세요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하는 나를
Pardonne moi - Nana Mouskouri
***
아주 먼 옛날 일처럼 느껴지는
이 노래 이 그림 그리고 화산섬 일기…….
불에 덴 것처럼 아픈 글을 읽고 끝내 달지
못한 댓글 대신 이 음악을 올렸었지요.
몇 년이나 되었을까요
그리 오래지도 않은 그 일이 이렇듯
아득히 멀게 느껴지는 것은 내 안의 아주
오래된 감정이 '화산섬 일기' 로 인해
끓어 오른 때문일 겁니다.
물 긷기를 포기한 아낙처럼 깊디깊은
우물 속을 하염없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제가 가진 두레박줄이 너무 짧은 것만 같아서
던져볼 염도 못 내고 시커먼 우물 속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