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선생님 되다
최씨는 1967년 대학졸업 후 조선대학교부속여자고등학교 과학교사로 채용됐다.
최씨는 “내 학번에는 여학생들이 없는데다 학교 측에서 여선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동기들보다 좀더 빨리 교편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며 “제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방황하지 않도록 든든한 친구같은 선생님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집안사정이 어려워 납부금을 못내 학교를 그만둬야 할 위기에 처한 학생들의 납부금을 내주기도 하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출을 일삼는 학생들을 학교로 돌아오도록 방과후에도 아이들을 여러 차례 찾아 나섰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당시 제자들과는 지금도 안부를 주고 받으며 연락을 하고 지낸단다.
최씨는 “교직생활을 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방황하던 학생을 학교로 복귀시켜 무사히 졸업을 시킨 것이다”며 “늘 말썽꾸러기였던 학생들이 이제는 가정을 꾸려 한 아이의 어머니로, 또 음대를 졸업하고 음악인으로 성장한 제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 한 구석에 뭉클함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토닥거리며 평온한 학교생활을 했던 최씨에게도 1980년 5월은 아픔으로 남아있다.
최씨는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조대여중 교문을 박차고 나가려는 아이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도청 앞을 다니면서 제자들을 찾고 다니곤 했다”며 “당시 청년들이 맞고 있는 것이 시간이 흘러서야 계엄군에 의해 피살당한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학교 뒤편 서석산에 딸기 밭 리어카에 가마니로 덮어진 시신을 싣고 울면서 수레를 끌던 노부부의 모습은 지금도 꿈에 나올 정도의 트라우마가 됐다”고 말했다.
◇나를 위한 삶을 꿈꾸다
1997년 이후 IMF 영향으로 학교에도 명퇴바람이 불었다. 동료교사들이 하나 둘 학교를 떠나다 보니 자연스레 김씨도 교직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생겼다.
최씨는 “정년은 해야겠는데 그 때쯤이면 나이가 너무 많아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컸다”며 “30년 이상 교직생활을 해온터라 회의감은 깊어졌고 그래도 이 세상을 살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사는 것에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 돌연 사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1999년 사직서를 제출한 최씨는 전남대 평생교육원을 찾아 스포츠댄스 수강을 신청, 어린 시절 공부하며 잠시 미뤘던 합창단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밀알회 합창단에 들어갔다.
최씨는 “그 때 시작한 합창이 현재는 북구청 소속 대표 시니어합창단원으로 활동하는 밑거름이 됐었다”고 밝혔다.
최씨는 북구청 시니어클럽에서 효령동노인타운과 노대동노인타운 등지에서 위문공연을 하고, 전국 시니어 합창대회에 출전에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하모닉스 금호합창단원으로 소속돼 젊은 시절 못다 했던 꿈을 펼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씨는 “하루 두 시간씩 합창연습을 하고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것 자체가 늘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꼬마들의 친구로 변신
지난 2007년부터 북구 관내 어린이집을 돌며 구연동화로 아이들과 접하는 최씨는 사실 노인복지를 준비했다.
최씨는 “꿈꾸던 노인복지사 자격증을 땄지만 독거가정을 대상으로 실습하다 체력이 안돼 쓰러진 적이 있었다”면서 “정년 후 여태까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았기 때문에 보답하고 싶어 또 다른 일을 찾던 중 아이들에게 동심을 지켜 주는 일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소년기에도 문학전집보다 아이들의 순수한 감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동화책을 읽어 온 최씨에게 동화구연은 안성맞춤격의 일이었다.
북구 관내 4곳의 유치원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1회 한 달이면 8시간씩 구연동화 강연을 나가고 있는 최씨에게 빠지지 않은 것이 있다면 연습과 끊임없는 연구다.
최씨는 “강연을 나가기 하루 전에는 스마트폰 녹음기를 틀고 발성연습은 물론 동화에 나오는 캐릭터를 살릴 수 있는 표정연습을 끊임없이 연구하곤 한다”면서 “같은 연령대라도 유치원마다 학생들이 받아들이는 학습이해도가 다르기 때문에 그 수준에 맞출 수 있고 재미있게 따라올 수 있도록 율동과 노래도 가르쳐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씨는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 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물해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