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천도와 황덕도를 가다
-칠천도 옥녀봉 및 굿등산 종주산행 약 4시간 반 소요
-칠천도 해협은 임진왜란 때 조선수군 최초의 패전 현장
-작지만 아늑한 섬 황덕도
칠천도는 경상남도 거제시 하청면에 있는 섬으로 장목면 해안에서 서쪽으로 0.7km 지점에 있다. 예로부터 옻나무가 많고 바다가 맑고 고요하다 하여 칠천도(漆川島)라 불리워오다가, 섬에 7개의 강이 있다 하여 현재는 칠천도(七川島)라고 부른다. 칠천도 어온리 물안마을과 맞은편의 거제도 송진포 사이의 해협에서 임진왜란 당시 조선수군이 전투에서 패전한 곳으로 칠천량해전이 벌어졌던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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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천도는 거제도의 크고 작은 65개 주변섬 가운데 거제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거제도가 1971년 4월에 거제대교의 개통으로 육지와 한 몸이 되었고, 칠천도 역시 2001년 1월 연륙교(길이 455m)의 개통으로 거제도와 연결되었다. 현재 1,300명 정도가 살고 있으며, 일주도로가 16km에 이른다. 섬 주변으로 해안도로가 잘 건설되어 있어 도보와 자전거 하이킹족들에게 인기가 있다. 칠천도에는 어온리, 대곡리, 연구리 등 3개리 10개 마을이 있다. 섬의 80%가 임야이며 밭농사가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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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부산일보
칠천도의 중심에는 옥녀봉이 있다. 옥녀봉 등산코스는 칠천교 입구 소공원-6.25참전기념비(들머리)-옥녀봉 정상-맹종죽 숲길-탑재-굿등산 정상-덕만고개-물안해수욕장-물안마을-조골마을-어온마을-칠천교 입구 소공원(원점회귀) 코스로, 여유있게 4시간 반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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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녀봉 정상(232.7m)에는 정상석 대신 정자쉼터가 있다. 정자 뒤쪽으로 조망이 열린다. 굿등산 정상(161m)에도 정상석은 없고 쉼터정자와 그 앞으로 넓은 전망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정면으로 바다 조망이 펼쳐진다. 칠천도는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섬이기도 하다. 동쪽에 있는 장안, 어론, 조골, 물안마을에서 해 돋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서해안을 따라 위치해 있는 송포, 황덕, 연구, 금곡마을에서는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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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천도 해협은 임진왜란 당시 우리 수군이 왜군에게 유일하게 패한 한서린 격전지이다. 칠천량 해전은 삼도수군통제사 원균이 지휘하는 조선 수군이 도도 다카토라 등이 지휘하는 일본 수군에 의해 1597년 7월 16일(음력) 새벽 칠천도 앞바다에서 전멸에 가까운 패배를 당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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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균(1540-1597)은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뒤 수군을 이끌고 일본군과 싸우라는 선조의 명을 받게 된다. 원균도 통제사가 되기 전에 선조에게 장계를 올려 수군이 단독으로 바다에 나아가 일본군을 제압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원균은 통제사가 되고 난 뒤 수군 단독으로 일본군을 제압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원균은 조선 육군을 앞세우고 수군이 그 뒤를 따라 진격하자는 제안을 한다. 그러나 선조는 원균에게 게속 수군이 단독으로 나아가 싸울 것을 요구한다. 결국 원균은 수군 만으로 왜적에 맞섰으며 칠천량에서 참패하고 만다. 임진왜란 내내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던 조선 수군은 이 때 처음으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고 이로 인해 임진왜란의 전체적인 흐름이 뒤집어진다. 조선 민중은 일본군이 저지르는 학살과 약탈 등 온갖 만행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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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천도에는 칠천량해전공원전시관이 세워져 있어 전시자료와 영상물로 당시의 패전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전시관 전망대에 올라 칠천량 바다를 내려다 본다. 참으로 아름다운 섬과 바다. 그런데 이곳에서 그토록 처참한 해전이 있었다니 가슴 아프기 그지없다. 우리 수군들의 울부짖음이 귀에 생생하게 들리는 듯 하다. 바닷길 양쪽 입구가 좁아 이곳에서 수세에 몰리면 빠져나갈 길도 없이 몰살당하기 십상이다. 이순신 장군은 난중일기에서 칠천량 해전에서의 참패소식을 듣고 통곡을 금치못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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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이재언 '한국의 섬'
칠천도에서 북동쪽으로 300m 해상에는 황덕도가 있다. 면적 0.18㎢, 해안선 길이 3.6km, 인구는 21가구 32명이 사는 조그만 섬이다.
지명 유래를 보면, 황덕도에 사람이 살기 전에 숲이 매우 울창하여 노루가 많이 살았다고 한다. 섬 언덕에서 노루들이 다니는 것을 지켜본 칠천도 한실 사람들이 ‘노루가 뛰어 노는 언덕’이란 뜻으로 ‘노루언덕’으로 부르다 말이 줄어 ‘노런덕’이 되었으며 이후 ‘노른덕’, ‘노른디기’로 불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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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섬에 나무가 없을 때는 누런 황토 땅이 많아서 ‘누런섬’이라고도 불렀고, 한 때는 100살 이상의 장수한 노인들이 많아 ‘장수섬’ 또는 ‘노인덕도’(老人德島)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본래 이름인 ‘노른덕’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황덕도가 되었다고 전해온다. 처음 섬에 들어온 시기는 약 200여 년 전으로 달성 서씨가 정착하였다고 전해지며 그 외에 광주 이씨, 김해 김씨, 밀양 박씨 등이 들어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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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덕도는 2015년 10월 칠천도 대곡마을과의 사이에 황덕교가 건설되어 지금은 칠천도에서 자동차로 건너갈 수 있다. 황덕교의 길이는 263m,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1차선 다리이다. 황덕도에는 다리가 세워지기 전 선착장이 있던 지부리, 안몰, 새시 등 3개 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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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안몰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해변가민박, 바닷가민박 등 민박집들이 보이고, 옛 선착장 이곳저곳에서는 낚시꾼들이 낚시를 즐기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해변가민박은 전에 초등학교 분교가 있던 자리이다. 황덕도에는 식당은 없고 음식을 직접 해먹을 수 있는 펜션형 민박집들이다. 다리 건너 지부리 마을에서 10분 정도를 걸어가면 이 섬에서 가장 크고 중심인 안몰마을이 나온다. 안몰은 ‘안에 있는 마을’이란 뜻이다. 해안도로는 마을 끝에서 더 이상 연결되지 않고 끊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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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몰은 섬 한가운데 잘록하게 생긴 부분에 자리잡고 있다. 마을 앞에는 홍합과 미더덕, 굴 양식장에 쓰이는 하얀 부표들이 뒤덮여 있다. 낚싯배 하나 한가롭게 어장 일을 하는 광경도 시야에 잡힌다. 전형적인 어촌마을 풍경이다. 바다 위에 돔 모양의 해상콘도도 보인다. 허경식(77세) 마을이장은 “황덕교가 세워지기 이전에는 칠천도를 오고가는 나룻배 운영비 충당 등을 위해 마을에서 공동으로 해상민박 겸 낚시터로 이용해 왔는데 수자원보호를 위해 현재는 지자체에서 허가가 취소되어 방치돼 있는 상태”라고 설명한다. 허경식 이장은 1986년부터 지금까지 이장 일을 보고 있다. 마을 주민들의 신뢰가 깊어 무려 34년동안 이장을 맡아오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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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덕도는 능선을 중심으로 남북에 마을이 있다. 섬 자체가 좌우로 길쭉하면서 가운데가 오목 들어간 지형이라 집들이 다 해안에 위치해 있다. 섬을 하늘에서 보면 한반도 지형 모습이다. 안몰마을 중간 쯤에서 우측으로 비탈길이 보인다. 새지마을로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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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갯마루에 이르면 붉은 지붕의 작은 집을 만난다. 황덕도는 MBC드라마 ‘병원선’(2017년 방영), SBS ‘불타는 청춘’(2015년 3월 이후 현재까지 매주 화요일 밤 11시 계속 방송 중)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고갯마루의 붉은 집은 MBC드라마 ‘병원선’에서 당집으로 나오는 곳이다. ‘불타는 청춘’은 새지마을에서 주로 촬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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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5-6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인 새지마을에 이르면 좌측으로 황덕도교회 건물이 보이고 산 위 멀리 하얀 등대도 눈에 들어온다. 새지마을 해안도로 좌측 끝까지 가면 가파른 비탈길을 만난다. 등대 오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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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등대는 무인등대인데 등대까지는 10여분 걸어올라가야 한다. 태양열판이 붙어 있어 저녁이면 자동적으로 불이 켜지고 꺼지는 시스템이다. 이 등대는 예전부터 통영에서 부산을 항해하는 배들의 길잡이 노릇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별로 높지는 않지만 등대 정상에서 바라보는 바다풍경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거제도와 칠천도, 가조도, 멀리 진해, 마산만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등대에서 내려와 다시 새지마을 해안도로를 돌면 황덕교가 있는 지부리마을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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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 총 길이 3.6km, 이중 해안도로로 연결된 길이는 2.6km이고 나머지 1km 구간은 끊겨 있다. 안몰 마을은 주차장이 있어 자동차 진입이 가능하지만 새지 마을은 길이 좁아 주민 이외에는 여행객들의 경우 자동차로 들어갈 수 없다. 섬을 한바퀴 돌아보는데 여유있게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와 때묻지않은 마을 인심 때문에 가족단위나 연인끼리 여유를 즐기기에 좋은 섬이다.
요즘 섬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높아져 해당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섬 개발 및 섬주민 소득증대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허경식 이장은 "새지 마을의 경우 해안도로가 좁아 자동차 진입이 어렵고, 해안일주도로가 완전히 이어지지않아 관광지로서 아쉬움이 있다. 등대 조망이 탁월하고, 특히 등대에서 보는 일출,일몰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등대 진입로 정비와 함께 등대 있는 곳에 전망대라도 만든다면 관광객유치에 도움이 되고 주민 소득증대에도 보탬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섬을 찾는 여행객들을 위한 쉼터, 찻집 등 편의시설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칠천도와 황덕도 가는 방법은...
거제도에서 자동차로 2001년 1월에 개통된 칠천교를 건너면 칠천도, 칠천도에서 다시 2015년 10월에 개통된 황덕교를 건너면 황덕교를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