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식의 스키여행-스위스 체르마트에서의 스키(1992년 어느 겨울)
유럽에는 3천미터 이상의 스키장이 많다. 스위스 체르마트(Zermatt) 스키장도 그중 하나이다.
츄리히에서 열차로 4시간 정도 가면 체르마트에 도착한다. 그때 스위스 친구가 안내해서 신경 안쓰고 갔기 때문에 정확히 걸린 시간이 맞는지 모르겠다. 아뭇튼 정식코스는 츄리히에서 로쟌으로 가서 로쟌에서 출발하는 열차로 브리그까지 이어진다. 브리그에서 비숍을 지나면 스위스 산악기차를 타게 된다. 산악기차는 유레일패스를 이용할 수 없다. 사설철로이기 때문이다. 산악열차로 계곡과 가파른 능선을 지나 비스프를 통하여 체르마트역에 도착하게 된다. 열차역은 마을에 붙어 있다. 아담한 산속 마을이다. 산의 목초지라는 뜻의 체르마트는 이름 그대로 산악마을이자 전원적인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곳이다.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이곳에서는 기름을 연료로 하는 자동차는 진입할 수 없으며, 마차나 전기자동차를 교통수단으로 하고 있다.
멀리 마테호른산이 보인다. 삼각형으로 뾰족하게 보이는 것이 마테호른산이다. 사진이나 영상에서는 스키장이 평평하고 마테호른산도 높아보이지 않지만 그렇지가 않다. 산높이가 3,820미터나 되는 유럽의 최고봉중 하나다. 스키장은 케이블카를 타고 3천미터 이상까지 오른다.
나는 스위스에 업무출장중이었는데 스위스친구의 권유로 주말을 이용하여 체르마트로 스키타러 갈 기회가 있었다. 당시 우리 일행은 여러명이었는데 이들 중 스키를 탈줄 아는 사람은 나 혼자 밖에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나는 스키를 타고 나머지 일행은 해발 3,090미터의 고르너그라트전망대까지 올라가는 산악열차를 타기로 했다.
체르마트에는 세 방향으로 등산 철도와 케이블카가 늘어서 있어 3천 미터 이상의 산꼭대기까지 쉽게 갈 수 있다. 가장 주된 것은 역 앞에서 떠나는 아프트식 철도로 빙하골짜기가 내려다보이는 고르너그라트 Gornergrat(해발 3,090미터)를 45분간에 올라가는 코스이다. 스위스에서 가장 높다는 4,634미터의 봉우리 몬테 로자, 4,545미터의 돔을 비롯해서 4천 미터급 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아침 일찍 호텔을 떠나 이곳에서 1시간 정도 경치를 즐긴 후 반나절 정도 걸려서 체르마트까지 걸어 내려오는 코스가 좋다. 중간역인 Riffelalp까지는 초원의 완만한 비탈이므로 마테호른을 정면으로 보면서 내려온다. 그곳에서부터 전차를 타도 되지만 그보다는 체르마트까지 침엽수림을 산보하는 것이 더 낫다.
나는 일행과 떨어져 스키장비를 빌린 후 혼자 케이블카를 타고 스키장으로 올라갔다. 정확한 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거의 1시간 가까이 오른 것 같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엄청나게 넓은 스키장이 장관으로 펼쳐 있다.
높이가 해발 3천미터 이상이다 보니 스키를 탈 때는 모르는 데 쉬거나 잠깐 이동할 때 조금만 걸으면 숨이 헉헉 막혀 온다. 산소부족 때문이다. 그러니 7천-8천미터의 에베레스트산 등 세계적인 고봉들을 등산하는 등산가들이 단 100미터를 올라가는데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상상이 간다.
정상에 서 있으니 유럽 알프스의 영봉들이 눈 아래 사방으로 펼쳐 보인다. 한마디로 환상적이다. 이 만년설에서 유럽의 영봉들을 바라보면서 스키를 즐길 수 있다니...정상에서 바로 넘어가면 이탈리아라고 한다. 특별히 경계선도 없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될 일이다.
스키 타는 것 이외에도 볼 것이 많다. 왼쪽으로 고르너그라트가 알프스의 경치를 즐기러 가는 곳임에 비해 산 속의 진짜 소박한 작은 마을을 방문하려면 수네가 Sunnega행 케이블카를 탄다. 30분 간격으로 운행되며 약 5분이면 오른다. 여기서는 수네가 못미쳐서 있는 블라우헤르트 Blauherd까지의 편도표를 사는 것이 좋다. 타는 곳은 고르너그라트행 등산 전차의 선로가를 걸어서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돌아 강가를 따라 밑의 도로로 가면 된다. 돌아올 때는 이곳에서 스텔리제 Stellisee 호수에 들러 아름다운 호수에 비치는 마테호른을 보며 핀델른 Findeln 마을로 가보자. 돌로 된 지부에다 통나무를 짜맞춘 창고 같은 작은 집이 실제로 사용되고 있어 알프스의 자연적인 삶의 모습을 직접 대할 수 있다. 핀델른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밭을 경작하고 있는 마을로 유명하다. 여기에서 수네가까지 초원을 거닐면 2시간 정도 숲속을 지그재그로 걷는 코스가 나오면서 체르마트에 도착하게 된다.
시간과 돈의 여유가 있는 사람은 마테호른 산 기슭의 잠자는 조용한 호수 슈바르츠제 Schwarzsee(검은 호수)로 향한다. 가능한 한 가까이에서 마테호른을 보고 싶은 사람은 여기가 가장 좋다. 체르마트에서는 클라인 마테호른으로 가는 곤돌라 리프트를 타고 푸리 Furi까지 가서 케이블카로 갈아탄다. 슈바르츠제에서는 츠무트 Zmutt 빙하를 향하다가 슈타펠 Staffel(호텔이 있으며 전망이 멋지다)에서 쉰 후 마테호른 북벽을 내려오면 츠무트가 나오고 여기서 2시간 정도 걸으면 체르마트로 돌아오게 된다. 트레킹은 6월 말~9월 중순 정도가 적당하며 10월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하므로 주의한다.
체르마트에서 스키를 즐긴 후 우리 일행은 소위 빙하열차라는 것을 타고 생 모리츠라는 유명한 스키장으로 옮겼다.
그곳은 동계올림픽이 두번이나 열릴 정도로 유명한 스키장이 있으며, 겨울스포츠의 메카이다. 마을도 정말 아름답다. 마치 동화 속에 온 기분이다. 그곳에서는 일정관계상 스키는 타보지 못하고 그 대신 눈덮인 산악마을을 마차를 타고 하루일정으로 여행하는 새로운 관광을 해 보았다.
생 모리츠에서 특히 잊을 수 없는 건 유럽 알프스 영봉을 내려다 볼 수 있는 30분간의 헬리콥터 비행기를 타 본 것이다. 우리가 보통 비행기를 타면 구름 위를 날으면서 천상에 있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고, 이륙이나 하강시에는 눈 아래 높은 산들을 그림같이 볼 수 있다. 그러나 4,000미터 이상의 알프스 영봉들을 헬리콥터를 타고 가까이서 내려다 볼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환상이었다.
스위스의 알프스를 가장 잘 즐기는 것 중 하나가 기차를 타고 스위스풍경을 보는 것이라면 꼭 빙하특급을 권하고 싶다. 빙하특급은 체르마트와 생 모리츠 구간을 연결하는 열차이다. 깊은 계곡과, 바위언덕 등 거대한 대자연, 아찔한 다리와 계곡사이를 통과하는 빙하특급은 누가 뭐래도 스위스여행의 백미이다. 총 소요시간이 무려 7시간 반. 이 코스에서 통과하는 다리는 291개, 터널은 91개란다. 빙하특급은 주로 고산지대를 통과하는데 출발지와 기착지인 체르마트와 생 모르츠도 1,800미터의 고지일 뿐 아니라 통과하는 지점 중 가장 높은 지점은 2,033미터이다. 유레일패스를 가진 사람이라면 disentis-생 모리츠 간은 유효하므로 이구간은 요금없이 탈수 있다. disentis에서 브리그까지는 70프랑, 체르마트까지는 104프랑 정도로 기억된다. (임윤식)
https://www.youtube.com/watch?v=PgspNz8jrpg 체르마트 스키(개요)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69&v=gtVAtHVVjyI&feature=emb_logo 체르마트 Gracier Paradise 3883m정상에서 시작되는 스키슬로프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58&v=LQuasLc5TX8&feature=emb_logo 체르마트 Gornergrat Slope 44
https://www.youtube.com/watch?v=JUjgIViKSa8 체르마트 스키1
https://www.youtube.com/watch?v=9Rwbm3yhZlY체르마트 스키2
https://www.youtube.com/watch?v=WxsQ2pS-v48 체르마트스키3
https://www.youtube.com/watch?v=edRHnDgGQcY 체르마트 스키4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58&v=rdHgbe-dzpw&feature=emb_logo 체르마트 스키5
https://www.youtube.com/watch?v=qvv2wlBQf0g 체르마트 맛집,여행 꿀팁
https://www.youtube.com/watch?v=XIrB2Nc4qhw 융프라우 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