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향교역~겸제정선미술관~서울식물원걷기" 후기
4월 7일 낯 3시 현재 하늘 날씨.
하늘은 빛바랜 하얀 실크 천 드리운 듯 잿빛이고
햇빛은 속앓이하듯 ‘참빛’ 잃고 흐느적거립니다.
그래도 벚꽃 향기 품은 4월 봄바람에 고달픈 삶을 지탱해온
내 몸의 세포 알갱이들이 스멀스멀 기지개를 펴는 듯합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1번 출구.
맨 손살 마주잡고 웃음 나누는 14명의 할매 할배들은
가만히 있어도 품위 넘치고 지적 아우라가 뿜뿜거립니다.
늘 나오시던 윤삼가 님 모습 보이지 않자 모두들 걱정입니다.
하루빨리 일어나셔서 일상처럼 함께 걸어주시기를 기원합니다.
미술관으로 가는 길 옆 울긋불긋 양천초교 옹벽 그림이
예사롭지 않은 문화거리임을 일깨워 줍니다.
하마비며 김도연 선생 흉상이 있는 작은 공원을 지나 다다른 곳
‘겸재정선미술관’. 어르신이라 공짜 입장에 해설까지 들었습니다.
각박한 삶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사는 동안에도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으려
애썼던 일들, 그래서 짬짬이 시를 읊고, 그림 감상하고,노래 들었으되
만족하지 못한 미흡함이 늘 가슴에 찌꺼기처럼 남아있었지만 어쩌겠는지요?
그것이 마각을 드러낸 인간인 것을요.
그림은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했던가요?
보고 느끼는 거야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그림 감상 이전에
한 시대의 획을 그은 ‘그림장인’이 그 시대를 어떻게 살아왔는지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지식의 자만일까요? 세상 밖으로 나오자 살짝 가슴 뿌듯합니다.
예상시간 초과. 눈 호강 시키려 수상관광콜텍시 승강장이며
예쁜 한강 물 냄새 맡을 수 있는 한강자전거길로 가려다
방향을 틀어 ‘서울습지원’으로 질러 들어섭니다.
둘레길 연결 공사가 한창입니다. 작은 공원들을 연결해
하나의 녹지공원으로 만든다는 서울시 프로젝트라네요.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 찰칵.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밑에서 보는 것과 사뭇 다릅니다.
습지를 옆에 끼고 걷습니다. 다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합니다.
청둥오리 두어 마리가 헤엄을 치고.....
그렇습니다. 습지는 철새들이 번식하고 쉬어가는 곳인데
20년 동안 서울시 면적의 3배가 줄었다니 가슴 찌언합니다.
※ 넓적부리, 휜뺨검둥오리, 해오라기, 물총새, 개개비, 논병아리, 청둥오리, 쇠물닭,
민물가마우지, 왜가리, 중대백로, 쇠백로― 습지원 안내판 참조.
30분 동안 쉬지 않고 강행군한 탓일까요?
굴다리 그늘에 마련된 의자에 쓰러지듯 주저앉습니다.
간식으로 마련한 미에로화이바, 쌀과자, 퍼지초콜릿, 카스타드를
취향 따라 골라먹는 건 또 다른 맛이고 행복이지요. 먹는 행복.
오랜만에 나오신 신원영 시인이 막간을 이용해
‘벚꽃 이야기’로 지친 피로를 풀어주셨습니다.
아참, 등단하신 걸 축하해 드려야 했는데 깜빡했네요.
정진 또 정진하셔서 노벨상 반열에 오르시기 바랍니다.
2019년 5월 1일 문을 연 ‘서울식물원 Seoul Botanic Park’
이름은 2015년 공모로 확정됐고 넓이는 축구장의 70배.
영국 에덴프로젝트와 싱가포르의 보타닉 가든을 밴치마킹함.‘
로봇 AI 빙에게 “서울식물원은 축구장의 몇 배냐”고 물었더니
술술 이런 답을 내놨습니다. 앞으로의 세상이 두렵습니다.
온실 입장은 5시까지. 지중해관, 열대관, 주재정원을 들르지
못한 아쉬움 뒤로 하고 식당 마곡나루점 ‘옥된장’으로 직행.
탁재훈이 먹고 나서 반했다는 전골 맛집입니다.
소고기삽겹된장 + 모듬수육전골이 뽀글뽀글 끓는 동안
술잔 높이 들고 건배사를 합니다.
“한사모~ 조오~타아~”
(저작권자 양해 없이 무단 사용함을 용서해주소서.)
방규명 님이 이집 일품요리인 바삭하고 고소하고 식감 좋은
‘엄마김’을 특별찬조했는데 입맛 돋우는데 도움되셨기를.....
오늘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먼 길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사진 봉사하느라 애쓰신 최경숙 님 많이 고맙습니다.
힘들게 걸은 만큼 그만큼 보상받으시기 바랍니다.
내일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큰 복 있을진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