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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3. 12. 1. 20:46
■ 이석이(李錫爾) 경억(慶億)에게 줌
무술년(1658, 효종9) / 이 석이는 화곡 이경억의 자(字)임
요즈음 초봄 날씨에 영감의 순선하는 기거가 매우 좋으신가?
나는 아직까지 이렇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으니, 낭패스러운 일이 많아서 밤낮으로 근심하며 번민하고 있네.
그러나 가까운 시일 안으로 형을 따라 호산(湖山)의 당발(棠茇) 사이에서 노닐게 될 것이므로 자못 기대하고 있네.
문공(文公 주자(朱子)의 《기보통편(記譜通編)》은 이미 간행이 끝났을 것으로 생각되니, 간절히 바라건대 먼저 인쇄한 한 질을 속히 보내 주시는 것이 어떻겠는가? 진강(進講)할 때 매우 요긴하기 때문이지 사사로이 청하는 것이 아니네. 이만 줄이네.
[주1]
이석이(李錫爾)는 조선의 현종(顯宗)때 좌의정(左議政)을 지낸 화곡(華 谷) 이경억(李慶億)의 자(字)임.
[주2]
당발(棠茇) : 관내(管內)를 순행(巡幸)하며 백성들의 질고(疾苦)를 묻고 옥사(獄事)를 판결하는 곳을 말한다. 옛날 주(周)나라의 소공(召公)이 향읍(鄕邑)을 순행할 때 당수(棠樹)가 있으면 그 밑에 앉아서 옥사를 판결하고 정사(政事)를 폈던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발(茇)은 머문다는 뜻이다. 《詩經 甘棠》 《史記 卷34 燕召公世家》
동춘당집 제12권> 서(書)
[原文]
■ 與李錫爾 慶億 ○戊戌
卽此新春。遠惟令旬履起居超勝。弟尙此未歸。狼狽多端。日夕憂悶。然不出近日。當與兄游從於湖山棠茇之間。聊以爲企。文公記譜通編。想已刊畢。切望急速先印一件寄來如何。進講時甚要故也。非私請耳。不宣。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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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이(李錫爾 이경억(李慶億)에게 줌/무술년(1658, 효종9)
이제 막 서울로 가는 도중에 있는 영보에게 보낸 정숙(靜叔 이기남(李箕男)의 편지를 보건대, 성상의 몸에 상처가 곪아 대침(大鍼)을 누차 맞으셨고 매우 위중하다는 등의 말까지 있으니, 근심으로 속이 타고 답답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요사이 영감은 반드시 자세히 들은 바가 있을 것이니, 일일이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나로 말하면 양조(兩朝)의 하늘 같은 은혜를 입었으니, 만사 제쳐 놓고 올라가서 문안하는 반열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야 어찌 끝이 있겠습니까만, 바야흐로 서설(暑泄 더위를 먹어 생긴 설사병)을 앓아 먹지도 못하고 기운이 떨어져서 일어나려다가 도로 주저앉으니, 이미 서울에 도착했을 영보의 걸음이 매우 부러울 뿐입니다.
동춘당집 속집 제2권 >서(書)
■ 이석이에게 줌/무술년(1658, 효종9)
어제 보낸 답장은 받아 보셨는가? 보내 주신 조보(朝報)를 보건대 봉은사(奉恩寺)에 모신 열성(列聖)의 위판(位版)을 나의 설에 따라 예부랑(禮部郞)이 가서 매안(埋安)하였다고 하였네.
우리 성상께서 이단(異端)을 물리치고 정도(正道)를 따르시는 성대한 거조(擧措)가 천고(千古)에 뛰어나시니, 기쁘고 다행스러운 마음 말로는 이루 다 할 수 없네.
그 당시 대신(大臣)이 수의(收議)할 때 다른 사찰(寺刹)에 모신 위판도 똑같이 처리하기를 청하여 윤허를 받았으니, 이 도내(道內)에도 이런 사찰이 있으면 그대의 책임이라는 것을 이미 생각해 보셨는가? 이만 줄이네.
정사(政事)의 하자(瑕疵)에 대한 물음은 내가 이곳에 산 이후로 몇 사람의 감사(監司)를 거쳤지만 오늘에서야 비로소 받아 보는 질문이네. 그대가 남보다 뛰어나게 어질다는 점을 더욱 알겠으니, 기쁘기 그지없네. 앞으로는 감히 듣는 대로 규계(規戒)하겠네.
동춘당집 제12권> 서(書)
[原文]
■ 與李錫爾 戊戌
昨覆照否。伏見所示朝報。奉恩寺列聖位版。已從小臣之說。禮部郞往埋之矣。吾王闢異從正之盛擧。超出前古。區區喜幸。
有不可勝言者。其時大臣收議。他寺有此者。請一體處之蒙允矣。此道內亦或有此。則左右之責也。未知已思否。不宣。
政疵之問。自我居此地。歷幾方伯。而今始見之。益知兄賢於人遠矣。良喜良喜。從此敢不隨聞奉規。<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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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이에게 답함.
두 통의 편지가 한꺼번에 당도하니, 한번 만나 정담을 나누는 것을 대신할 만하여 참으로 위로되었습니다.
그리고 늦은 봄날에 영감의 근황이 편안하신 것으로 생각되어 더욱 기뻤습니다.
나는 이미 물러난 뒤에도 오히려 돌보아 기억해 주시는 성은을 입어 특별한 예우가 이에 이르렀으니, 그지없는 은혜에 감읍(感泣)하여 마음을 가눌 수가 없습니다.
“신하가 성은을 받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성은을 보답하기가 어렵다.”라고 한 옛사람의 말을 매양 형을 위해 외어 드렸으면서도 오늘 나 자신이 이런 일을 당하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온갖 질병이 모여 여생이 위태로우니 스스로 슬퍼하는 마음 더욱 견딜 수 없는데, 무슨 인연으로 형을 모시고서 이 많은 생각을 토로할 수 있겠습니까.
동춘당집 속집 제2권 >서(書)
■ 이석이에게 줌 /기해년(1659, 효종10)
삼가 안부를 묻네. 근래 어른을 모시고 기거가 좋으신가? 대강 듣건대 어제 탑전(榻前)에서 품정(稟定)한 여러 일들이 모두 새로운 교화(敎化)와 성대한 덕에 관한 일이라 하니, 뛸 듯이 기쁜 마음 그지없네. 이것이 어찌 천명(天命)의 영속(永續)을 비는 데 하나의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충훈부(忠勳府) 면세(免稅)의 폐단이 제궁가(諸宮家)의 폐단과 다를 것이 없으므로 그저께 나도 강력히 진달하기를 “서필원(徐必遠)이 이른 바 ‘역적이 나오는 것은 충훈부의 다행이다.’라고 한 것이 말은 비록 바르지 못하지만 사실은 그러하니, 충훈부에도 한계를 정하여 분수에 지나친 폐단이 없게 하소서.” 하였는데, 어제 경연(經筵)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없었는지 모르겠네.
만약 논의가 없었다면 부디 이때에 맞추어 진달(陳達)해서 궁가의 일과 아울러 똑같이 의정(議定)해 처리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궁가와 충훈부의 사체(事體)가 달라서는 부당하다는 나의 말은 심원한 생각이 있어서이니, 잘 헤아려 처리하시기 바라네.
동춘당집 제12권> 서(書)
[原文]
■ 與李錫爾 己亥
伏問近來侍奉起居佳勝否。槩聞昨日榻前所稟定諸事。無非新化盛德之擧。爲之歆聳無涯。豈不爲祈天永命之一大助耶。第勳府免稅之弊。不異於諸宮家。故再昨。僕力陳以爲徐必遠所謂逆賊之出。勳府之幸云者。語雖不雅。其實則然。亦須定限。俾無過濫矣。未知昨筵。不及議此耶。如未也。須趁此際陳啓。幷與宮家事。一體議處如何。宮府不宜異體。鄙言亦有深慮矣。幸諒處之。<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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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이에게 줌.
며칠 전에 계속해 보내신 편지를 받고서 나도 편지를 올려 질문한 바가 많았는데, 그 편지가 모두 당도하였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귀찮게 해 드릴 일이 있습니다. 김연지(金延之 김수증(金壽增))가 바야흐로 청음 대야(淸陰大爺)의 묘석(墓石)을 다듬고 있는데,
나의 졸필(拙筆)을 구하여 단오 때 가지고 가서 공역(工役)을 시작하기로 기약하였으나 나의 병 때문에 기한을 어기고 현재 서울에서 고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문을 쓰는 일이 오늘에야 끝났기에 부득이 집사께 보내는 바이니, 바라건대 부디 진실하고 발이 빠른 역졸(驛卒)을 골라 2, 3일 안으로 가서 전하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영감께서도 바야흐로 이런 일을 하고 계시니 반드시 혈구(絜矩)의 도리를 잘 미루실 것으로 생각되어 감히 이렇게 고하는 바입니다.
[주1]혈구(絜矩) : 내 마음을 미루어 남의 마음을 헤아려 남도 뜻하는 바를 이루도록 돕는 것을 이른다.
동춘당집 속집 제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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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이를 위문함/기유년(1669, 현종10)
준길은 아룁니다. 국가가 불행하여 중씨(仲氏) 상서(尙書) 대감이 갑자기 세상을 뜨시니, 부고(訃告)를 받고는 통곡을 그칠 수 없었습니다. 5월 19일 내가 조정을 하직하고 도성(都城)을 나올 때 중씨 대감께서 와서 작별하셨는데, 눈썹 위의 작은 종기를 가리키며 “이 병으로 움직이기 어렵지만 정분으로 볼 때 오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때에는 크게 염려하지 않았는데 어찌 이 증세가 몸을 죽게 한 병이 되고, 이때의 이별이 영원한 이별이 될 줄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덧없는 인생이 비록 아침 이슬 같다고는 하지만 어찌 이처럼 갑자기 돌아가실 줄을 알았겠습니까. 통곡하고 통곡합니다.
집에 돌아온 뒤에 즉시 한 통의 편지를 써서 기거를 여쭈었으나, 이 편지를 받아 보지도 못하시고 돌아가셨으니, 더욱 애통하기 그지없습니다. 길이 멀고 병도 있어서 생전에 찾아뵙지도 못했고 돌아가신 뒤에도 관(棺)을 붙들고 곡(哭)도 할 수 없어서, 평소의 정의를 찾아볼 수 없으니, 이 일을 어쩌면 좋겠습니까? 장지(葬地)는 어디로 정하셨으며 발인(發靷)과 폄장일(窆葬日)은 또 언제입니까?
이어 생각건대 대감도 신기(神氣)가 완전하지 못하신데 지금 이런 화를 당하셨으니, 어찌 견딜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부디 슬픔을 억제하고 공사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랍니다. 이 편지를 다 쓰고 나서 다시 읽어 보니 슬픔으로 목이 멥니다. 이만 줄입니다.
[주1]준길은 아룁니다 : 이경억(李慶億)이 동춘(同春)보다 14세가 적다. 그러므로 다른 편지에서는 모두 존칭을 쓰지 않았는데, 유독 이 편지에서만은 존칭을 쓴 것은 이경억이 상(喪)을 당하였기 때문에 상제를 존경하는 뜻에서 존칭어를 쓴 것이다.
동춘당집 제12권> 서(書)
[原文]
■ 慰李錫爾 己酉
浚吉白。邦國不幸。仲氏尙書台爺奄捐館舍。承訃痛哭不能已已。五月十九。辭朝出城。仲台來別。指眉上小癤曰。此病難動。而情不能不來爾。當時曾不以爲慮。豈料此症爲終身之疾。此別爲終天之訣耶。浮生雖曰朝露。亦豈知奄忽至此耶。痛哭痛哭。還家後卽修一札。以候起居。而想亦未及登覽。尤痛尤痛。道路脩阻。病不得相候。歿不得憑棺。平生情義。掃地盡矣。奈何奈何。葬地以何爲歸。而發引與窆期。又在何時。仍念台亦神氣未完。今遭此禍。何以堪支。萬加節抑。以慰公私之望。臨紙悲咽。不宣。<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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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이에게 답함/임자년(1672, 현종13)
병으로 만사가 다 귀찮다 보니 인편을 구하여 문후(問候)하는 서신도 올리지 못하였네. 그러나 항상 염려하는 일념을 어찌 잠시인들 잊은 적이 있었겠는가. 그런데 이달 2일에 주신 편지를 받아 정다운 많은 말씀을 살피고 나니, 마치 직접 만난 것처럼 기쁘고 위안되는 마음 이루 말할 수 없었네.
그러나 듣건대 대감의 몸이 편찮아 오래도록 평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하니, 염려되는 마음 그지없네. 나는 3월 초부터 해소가 더욱 심하고 호흡이 더욱 빨라져서 먹지도 못하다 보니, 기운이 다 떨어져서 숨이 거의 끊어질 것 같은 형편인데, 근래에는 또 온몸에 부기(浮氣)가 크게 일어났다네.
흉(凶)한 징조가 이에 이르렀으니 어찌 세상에 오래 살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병을 참고 억지로 일어나 소(疏)를 써서 품고 있는 생각을 한번 다 토로하고 죽고 싶었는데, 뜻밖에 성상께서 헤아리지 않으시어 풍파가 크게 일어났으니, 너무도 부끄럽고 두려워 몸 둘 곳을 모르겠네.
그중에서도 가장 괴로운 것은 옥후(玉候)가 편찮으신 중에 또다시 성상을 격노시켜 건강에 손상을 증가시킨 점이니, 근심과 번민을 말로 이루 다 할 수 있겠는가. 스스로 생각건대 관(棺)으로 들어갈 날이 머지않았으니, 관뚜껑을 한번 덮은 뒤에는 만사가 뜬구름이 될 것인데, 나 또한 앞으로의 일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모두 조물주에 맡길 뿐이네. 이만 줄이네.
동춘당집 제12권> 서(書)
[原文)
■ 答李錫爾 壬子
病懶。書疏曾未能討便奉候。如其一念憧憧。何嘗少選弛也。便中承拜台本月初二日書。仰審多少情敎。欣慰如對。無以爲喩。第聞台體欠安。久未復常。爲之奉慮亡已。僕自三月初。咳喘益急。呼吸益促。食廢氣頓。奄奄若垂盡之狀。近又上下體浮氣大作。凶兆至此。其能久於世耶。強疾草疏。欲一暴所懷而死矣。不料天心不諒。風浪大作。慙惶震灼。覓死無路。最是玉候彌留之中。又復激惱增傷。其爲憂悶。曷可勝言。自念蓋棺匪遠。一蓋之後。萬事浮雲。吾亦何知焉。都付造物者爾。不宣。<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