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곡미술관이 개관 5주년 기념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는 동시대 미술과 작가의 정체성에 대해 의의를 제기하고자 마련된 전시다.
특히 여타의 미디어를 동원한 설치미술과 매체미술, 그리고 영상미술에 나타난 기술적인 능력의 우위가 작가의 정체를 보장해줄 수 있는지를 묻는다. 또한 설치미술과 매체미술, 그리고 영상미술에 나타난 기술적인 능력과 작가의 감각적인 해석을 어떻게 가름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다시 말해서, 기술적인 능력을 구체적인 것으로, 그리고 감각적인 해석을 추상적인 것으로 전제한다.
그리고 기술적인 능력이 보장된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설치미술과 매체미술, 그리고 영상미술에 근접한 형상성을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이로부터 작가가 아닌, 설치미술과 매체미술, 그리고 영상미술이 요구하는 기술적인 능력을 보유한 자로 하여금 작가의 정체를, 작가의 자리를 대신하게 함으로써 기획의 당위성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소리(사운드 아트), 영상(CF와 3D 애니메이션, 그리고 비디오를 아우르는), 사진, 테크놀로지(키네틱 아트), 그리고 오브제(레디메이드)를 다루는 기술적인 이해와, 개념과 패러디의 유형을 제시한다. 하나같이 동시대 미술에 있어서, 더욱이 미디어에의 의존도가 큰 작업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들이다. 더불어 설치미술과 매체미술, 그리고 영상미술에 밀려난 회화의 방식 즉 그리는 방식이 의미를 상실했는가를 곧 회화의 죽음 여부를 묻는다. 이렇듯이 반어적 상황적 어법에 기댄 이번 전시는 동시대 미술의, 특히 미디어에의 의존도가 큰 작업이 가질 수 있는 맹점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이고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즉 동시대 미술에 대해 의의를 제기한다는 점에서 여타의 전시와 뚜렷이 구별되는 것이다.
전시구성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장르를 구분해 각 영역의 전문가와 기술적 안목을 갖춘 일반인들이 전시를 연출한다.
사운드아트(SOUND ART)- 임동창 : 음악과 미술이 결합된 형식인 사운드 아트가 최근 시각 예술가들에 의해서 제작되는데 주로 시각이 아닌 청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예술형태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새로운 현대한국음악을 추구하는 임동창씨가 소리를 통해 현대 사운드아트의 개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미디어아트(MEDIA ART)-배윤호, 이용규, MBC 보도국 그래픽팀: 미디어 아트는 현대 커뮤니케이션의 주요한 수단인 대중매체를 미술에 도입한 것으로서, 책이나 잡지, 신문,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 비디오, 컴퓨터 등 대중에의 파급효과가 큰 의사소통 수단의 형태를 빌려 제작된다. 각각 배윤호(CF 감독)씨와 이용규(애니메이터)씨, 그리고 MBC 보도국 컴퓨터그래픽팀이 참여해 첨단의 영상기술을 통해 최고의 시각이미지를 구현하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테크놀러지아트(TECHNOLOGY ART)-석준기(일반) : 1970년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미술동향으로 움직임을 중시하거나 그것을 주요소로 하는 키네틱아트에서 발전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기존의 키네틱아트와 명확히 구분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 기술적으로 복잡한 것을 추구했던 키네틱아트에 비해 테크놀러지아트는 단순하고 안정된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며 비교적 쉽게 대중이 이해할 수 있다.
오브제아트(OBJECT ART)-황남규, 윤진섭 : ‘오브제아트’ 또는 ‘오브제조각’이라는 용어는 미래파 화가, 다다이스트, 초현실주의들이 회화나 구조물을 표현하기 위해 1945년 이전에 사용하였다.‘물건’을 이용하여 다른 물건임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물건’ 그 자체가 예술작품이라는 생각으로 제출되어진 ‘물건’을 말한다. 조각가로부터 조형물 제작을 의뢰받아 조형물을 제작해오던 조형물제작자 황남규 (현재 아즈텍 조형연구소 대표)씨가 이번에는 자신의 이름으로 제작한「울트라메니아」를 선보인다. 그밖에 회사원 윤진섭씨는 마르셀 뒤샹의 '샘'을 패러디한 작품을 선보인다
개념미술(CONCEPTUAL ART)-김세형 : 일반적인 뜻으로서 미술작품의 물질적 측면보다 관념성의 비물질적 측면을 중요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좁게는 문자나 기호 등의 비물질에 의한 표현양식을 말하지만, 넓게는 퍼포먼스나 비디오 아트같이 회화도 아니고 조각도 아닌 새로운 미술형태와 대지미술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드로잉이나 사진으로밖에 볼 수 밖에 없는 미술 형태를 포괄한다. 회사원 김세형씨가 「두 개의 자화상」이란 작품을 선보인다.
설치미술(INSTALLATION ART)-김용환, 김석배: 설치란 일상적으로 전시회를 위해 작품을 걸거나 배치하는 작업 전반을 의미한다. 엄밀한 의미로는 특정한 장소나 전시공간을 고려하여 제작된 작품과 공간이 총체적인 하나의 환경을 이루므로써 그 자체가 작품이 되는 미술을 말한다. 따라서 설치미술을 경험하는 관객은 그것이 만들어 내는 환경에 직접 참여하게 되며, 작품 자체 및 작품과 주위 공간 뿐 아니라 공간과 관람자가 이루는 관계까지 작품의 본질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프리렌서 디자이너 김용환씨는 ‘모여라 꿈동산’, 현 산부인과 의사인 김석배씨는 ‘Ce la vie'라는 작품의 사진 꼴라쥬 작품을 발표한다.
패러디(PARODY)-최웅규 : 지난해 ‘시각문화-세기의 전환’전을 통해 수많은 생활사자료를 극적인 구성방식으로 연출해 화재를 모았던 최웅규(생활사자료 수집가, 재현가)씨가 고호의 대표작 중 작업실 풍경을 재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