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타작을 했습니다.
콩이라고 태풍을 비켜갔겠씁니까? 한창 잘 자라서 콩투리가 소담스레 달려 막 여물려고 할 때 태풍이 지나갔죠. 콩잎이 모두 떨어지고 콩줄기가 땅에 누우니 콩이 여물리가 없죠.
그렇다고 드문드문 남아있는 콩을 수확 안 할 수도 없어 콩타작을 했습니다.
다행스런 건 늦가을 날씨가 좋아서 콩타작하기에는 괜찮았습니다.
소형 탈곡기로 콩을 타작했습니다.
이제 농촌에서 도리깨는 구경하지 못합니다. 농경박물관으로 가야 구경하는 귀한 몸이 된 게 도리깨입니다. 바싹 마른 콩줄기를 탈곡기에 넣으니 콩깍지가 부서지며 콩알이 나옵니다. 작년 같으면 노란 콩알이 수북히 쌓여 콩타작하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바람에 콩깍지를 날려보내니 그래도 콩이 쌓이네요.
연로하신 어머니가 밭으로 나와 콩알을 줍고 있습니다. 콩알을 줍는 마음 ....바로 이런 게 농부의 마음입니다. 콩알 몇 개.... 돈으로 환산하면 몇 원이나 될까요.
재종형님네 콩은 태풍을 더 맞았습니다. 그래서 아예 콩타작을 포기하시고 밭에서 조금 영근 콩대를 골라 마당에 펴놓고 몽둥이로 두들기고 있습니다. 머리도 하얗고 눈섭마저 하얀 저 노인은 몇 알 안 되는 콩알을 얻기 위해 몽둥이를 두들기며 무슨 생각을 할까요.
한국 농촌의 과거와 미래가 저 눈물나는 모습 속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죽정이만 달린 콩대를 뽑아 가즈런히 묶어 논 콩 줄기단은 아마 아궁이로 들어갈 것입니다.
가을이 깊어가고 저 노인의 생애도 속절없이 깊어갑니다.
내년이나 콩 농사 잘 지어야겠습니다.
첫댓글 농촌의 미래.......어둡네요....젊은 넘들 다 워디가고.....
농사일 하시는 어르신들께서 고생이 많으십니다
저의 친정 부모님이 생각납니다 저도 20살될때까지 농사일을 거들어 드렸는데 옛추억을 떠올리네요
제가 할때는 도리깨질로 콩 타작을 했습니다 그시절로 돌아간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