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들었던 영화는 몇 번씩 본다.
매번 볼 때마다 느낌이라든가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스토리 전개나 결말이 변할 수 없다.
하지만 볼 때마다 그것들이 헷갈려지고 혼돈스럽다.
그러한 혼돈과 헷갈림이 나는 좋다. 그래서 같은 영화보기를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볼 적에는 이런 저런 내용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다음에 볼 때는 그게 아니다.
왜 그럴까. 나의 경우 같은 영화라도 볼 때마다,
어떤 선입관적인 이미지나 메시지가 있고 그에 몰두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데드 맨 워킹(Dead Man Walking)’도 그렇다.
처음 볼 때 느껴진 것은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같은 사람에 의해 처단되는
사형만은 있을 수 없는 것이라는 이 영화가 던져주는 메시지의 선입관으로,
생존에 처절하게 집착하는 사형수와 그를 도우려는 한 수녀의 얘기로 봤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 다시 보니 그런 내용이나 느낌은 전해지지 않는다.
심지어는 그와 관련해 인상 깊게 본 장면도 없어진 것 같다.
수잔 헤이워드 주연의 ’나는 살고 싶다’에 대한 선입관을 갖고 이 영화를 처음 봤기 때문일까.
어제 저녁에 본 ’미스틱 리버(Mystic River)’도 그랬다.
데이브는 친구인 지미의 딸 케티를 살해한 모함을 받는다.
지미는 결국 그를 죽이기로 마음먹는다.
미스틱江 가에서 지미가 데이브를 추달을 한다.
죽였다는 것을 고백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살려는 주겠다는 것.
데이브는 결국 자신이 죽였다고 말한다. 아주 비굴한, 그리고 살려달라는 표정으로.
그러나 지미는 데이브를 칼과 권총으로 죽인다.
그 걸로 끝인 영화는 마지막에 이런 메시지를 흘린다.
‘가족은 가족을 위해 어떤 일도 할수있다’는 것.
데이브를 죽인 지미는 그의 아내로부터 ’왕’으로 추앙받게 되고
역시 친구로, 케티를 죽인 범인을 잡은 강력계 형사인 숀으로부터도
애매하나마 살인의 ’합리성’을 인정받는다.
숀은 별거 중인 아내로부터 다시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전화를 받고 즐거워한다.
데이브의 시체는 미스틱강에 버려진 채 사건은 미궁으로 처리될 것이다.
2003년에 나온 이 영화를 처음 본 게 2004년이다.
참 재미있게 봤다. ’미스틱 리버’라는 제목에
영화를 전반적으로 감싸는 어두운 분위기도 그렇고
유년의 시절, 동성 성폭행을 당한, 그래서 어둡고 칙칙한 과거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 사회 부적격자,
그리고 그와 같은 어두운 시절을 보낸 두 명 친구들의 캐릭터도 그랬다.
영화는 이러한 분위기를 배경으로 일어난 살인사건을 스토리텔링的으로 다루고 있다.
데이브는 지미의 딸 케티를 살해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는 데이브가 범인으로 모함 받고 친구인 지미로부터 죽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유년의 어둡고 불행한 과거는 평생을 따라 다닌다.
데이브가 당사자이지만, 현장에 같이 있었던 지미와 숀도 마찬가지다.
‘미스틱 리버’를 처음 본 후,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이 것이었다.
지미는 공포스런 분위기를 만들어 데이브의 이실직고를 요구한다.
그러나 지미는 처음에는 결백을 주장하다 결국은 살기 위헤 자기가 죽였다며 살인을 뒤집어쓴다.
그러다 지미의 칼을 맞고 미스틱강에 버려진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느낌이 단순명료했다.
불행한 놈은 끝까지 불행하다. 그래서 참 억울하게 죽었구나 하는 느낌
그러나 어제 다시 보니 그런 느낌의 장면이 아니었다. 메시지도 그게 아니었고.
느낌은 그런데 딱히 표현하기가 좀 막막하다.
어떻게 보면 데이브가 죽인 것 같기도 한데, 음울함으로 점철된 데이브의 인생이 그래서일까. 하여튼 여러 복합적인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이다.
다음에 또 보면 어떤 내용으로 다시 느껴지고 보여질까.
영화의 캐스팅이 참 좋다.
지미 역의 숀 펜(Sean Penn), 데이브 역의 팀 로빈스(Tim Robbins), 숀 역의 케빈베이컨(Kevin Bacon). 모두 독특한 개성을 지녔고 심리적 묘사가 탁월한 배우들이다.
데이브의 아내로 나오는 셀레스테 역의 마르시아 하든(Marcia G. Harden),
그리고 지미의 아내인 아나베쓰 역의 로라 린니(Laura Linney)도 뛰어난 연기자들이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배우는 숀 펜, 그리고 마르시아 하든이다.
숀 펜은 이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탔다.
이 영화는 2003년 개봉 이래, 미국의 ’영화인 선정10大 영화’에 매년 선정되고 있는 수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을 맡았다.
데니스 르헤인(Dennis Lehane)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것인데,
원작자 데니스는 자신의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을 싫어했다.
그러다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을 맡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동의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