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5일 (그리스도의 렌즈)

[파파스머프]

2012년 11월 25일 평화목 주일예배 설교

홍지훈 목사

에베소 4: 1-6

그리스도의 렌즈

기도의 능력

차를 타고가면서 기독교 방송을 청취하는 일이 가끔 있다. 사실 나는 운전 중에 클래식 음악을 즐겨듣는다. 국악을 연주하는 시간이면 잘 이해가 안돼서 일반방송으로 바꾼다. 그런데 기독교 방송을 잘 안 듣는 것은 너무나 가식적으로 들리는 말을 주고받는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 판단에 따르면, 문제는 자기가 만들어 놓고는 기도 부탁한다고 하니 때로 뻔뻔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모 방송국의 순서가운데에 기도요청을 하는 순서가 있는데, 사연을 문자로 적어 보내면 담당 목사님이 기도를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런 기도부탁을 중보기도라고 하는데, 그 내용은 대부분 자신의 불행한 처지 또는 가족이 겪는 고통을 호소하고 해결해달라고 하는 기도이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어머니가 부탁하는 아들에 대한 기도요청인데, 사춘기기 된 아들이 심한 방황을 하는 것을 붙들어달라는 기도요청이었다. 요즈음 사춘기 자녀들을 양육하는 부모들은 다 같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 아이의 마음을 붙들어 달라는 목사님의 중보기도를 들으면서 나도 한마음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 기도가 효력이 있는 것은 기도가 아이의 마음을 순간에 바꾸어주는 힘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기도가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바꾸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에 독일의 한인교회들이 연합수련회를 할 때에, 우리 교인들 모두 이끌고 참여한 적이 있다. 목회자들은 모두 부서를 나누어 말씀 사역과 진행을 맡아서 하는데, 한 부서에서 시끄러운 문제가 발생했다. 독일에 사는 한인이이들이 늘 겪는 문제인데, 서양식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한인 공동체에서 한국식 교육을 견디지 못하고 반발하는 것이다. 교사 한 명이 너무 화가 나서 말 안 듣는 아이를 때리겠다고 위협을 했던 일이 있었다. 아이는 즉시 부모에게 알렸고, 부모는 즉시 교사를 찾아와서 따졌고, 분쟁이 되어서 결국 목사 앞에 화가 심하게 난 부모 측 사람들과 이 교사가 마주 앉게 되었다. 아이 엄마는 누구의 말도 들으려하지 않고 “이런 교사는 교회에서 가르칠 자격이 없다.”고 열을 올리는데 말릴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엄숙하게 선언을 했다. “그러니, 우리가 못하니 기도합시다!” 한 10여분 끈질기게 기도를 했다. 아멘!하고 마쳤더니, 부모가 하는 말이 “목사님이 기도에서 다 말씀하셨어요. 안녕히 계세요.”하고 돌아갔다.

그때 나의 기도내용은 이런 내용이었다. “주여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어린 영혼을 하나님의뜻에 따라 양육하는 일이 쉬운 일인 줄 알았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우리 모두는 다 하나님 앞에서 부족한 사람들입니다. 목사나 부모나 교사나 잘할 수 있어서 그리 된 것이 아니고, 주님이 잘 해보라고 붙들어 세워서 우리가 이런 귀한 일을 담당하고 있는 줄 압니다. 그러니 우리가 실수할 때마다 질책하시고, 실수를 바로잡아 주옵소서. ...” 이런 내용으로 기억한다.

그리스도라는 렌즈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인간 개인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아도 사회적 문제아이고, 문제 교사도 사회적이고, 문제 목회자도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부모도 자녀와의 관계 속에서 부모이기 때문에, 이 모든 문제는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문제들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보통 사람들과 똑같은 사회 속에 살아가지만, 보통 사람 보다 두 가지 관계를 더 맺고 산다. 하나는 하나님과의 관계고 다른 하나는 교회와의 관계이다. 하나님과의 관계는 만날 때와 안 만날 때를 구분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 모든 순간 맺고 있는 매우 밀착된 관계이다. 배우자나 자녀나 부모나 떨어져 있을 때가 있지만, 주님과 떨어져 있는 시간은 단 1초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리스도와의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동시에 우리는 교회공동체를 통하여 교우들과 만난다. 교회 안에서의 교제는 일터에서의 관계나, 친목단체의 관계와 같을 수 없다. 어떻게 다른가 하면 <그리스도라는 렌즈>를 통해서 바라보는 관계이기 때문에 다르다.

<그리스도라는 렌즈>는 바라보는 사물을 달라보이게 한다. 그 렌즈를 통하면 가난하지만 부요한 사람도 알아 볼 수 있고, 아무 능력 없어 보여도 주님이 동행하는 것이 보인다.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여도, 속마음은 눈물 흘리는 긍휼한 마음도 그 렌즈를 통해서 보면 보인다.

반대로 그 렌즈는 신앙으로 위장된 위선과 교만도 보게 한다. 욕심으로 가득한 마음이 확연하게 드러나게 하는 렌즈이기도 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경우에는 남이 아니라 자신을 보라고 허락된 렌즈라는 사실이다. 그리스도렌즈를 통해서 자기 자신을 보라는 말은 바로 우리가 그리스도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라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에는 <오래 참음>이라는 성령의 열매가 존재하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에게서는 회개할 것을 찾아서 보고, 상대방에게서는 칭찬하고 격려할 것을 찾아서 보는 렌즈가 공동체의 만남을 즐겁게 만든다.

세상에 속한 관계 속에서 상대방의 모자람과 능력없음 그리고 실책을 지적하고 가르쳐서 교정하는 것이 일상이라면, 교회 공동체는 <그리스도인답게 사는 모범>을 보여주며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인내로 이끌어가는 공동체이다.

하나님이 주신 내 신앙의 크기는 맡길 만한 큰 일이 있기 때문에 주신 것인데, 그 큰 신앙으로 신앙이 약한 사람을 판단하는데 쓴다면 그것은 용도가 잘못된 신앙이고 그 종착역은 교만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주신 그리스도라는 렌즈가 필요하다. 그 렌즈는 서로를 긍휼히 여기게 하고, 서로를 존중하게 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게 만든다. 그래서 교회의 공동체 안에 들어오면 인생의 모든 어려움과 시름이 위로받아 마음에 참된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평화의 일치

에베소서 4장의 첫마디는 갇힌 몸이 된 바울의 인사말이다. “여러분은 주님의 부르심에 합당한 삶을 사십시오!” 주님이 불러 모아주신 부르심의 구체적인 내용이 그 아래에 나온다. “겸손함 온유함, 존중, 오래 참음, 사랑, 서로 용납”이런 덕목들이다. 서로를 존중하려면, 겸손과 온유가 필요하다. 겸손이란 그 원천이 “자신을 낮게 여기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솔직한 나를 아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것으로 나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인 나”와 “한 인간이 타인”이 마주서는 것이 겸손이다. 그럴 때에 온유함도 생긴다. 겸손과 온유가 모여야 상대방을 존중하고 깍듯하게 대할 줄 안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것이다. 인종과 피부색은 달라도, 장애를 입어 손과 발이 비틀어질 지라도, 직업과 나이와 사는 환경이 서로 달라도, 우리는 지금 동등한 사람으로 마주선 것이다.

사랑으로 용납하려면 오래 참아야 한다고 하였다. 오래 참는 것에 관한한 절대 우리가 따라갈 수 없는 분이 있다. 바로 하나님이라고 성경에는 기록되어있다. 주님이 곧 세상 끝날이 올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도 하나님은 아직도 참고 있는 것 같다. 세계 전쟁을 일으켜 수천 수백만의 사람이 죽어나가도 아직도 전쟁과 테러로 수백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어도 세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인간들이 서로에게 참기를 포기하는 순간, 하나님도 인간에 대하여 참는 것을 포기하실 것인지 모른다.

존중과 용납이라는 에베소서의 가르침의 일차적인 대상은 에베소 교회이다. 처음의 교회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몰라서 혼란스러워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혼란스러운 가르침들을 들고 나오는 교사들이 많았기 때문에 언제나 기준을 잘 정하는 일이 필수적이었다. 오늘 본문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교인들이 “인간의 속임수나, 간교한 술수에 빠져서, 온갖 교훈의 풍조에 흔들리거나 이리저리 밀려다녔다.”고 말하고 있다(14절) 그 대표적인 문제점은 하나로 묵을 것은 하나로 묶고, 다양하게 인정할 것은 다양하게 인정해야하는데, 그런 정리 정돈이 잘 안 되었다는 점이다.

교회 안에는 다양한 직분자들이 존재한다. 에베소서에서는 벌써 사도, 예언자, 복음 전도자, 목사, 교사를 언급하여 직분의 다양성을 가르치고 있다. 언급된 직분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교회 안에서 맡아 하는 모든 일들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교회에서 하는 일에는 서로 차별도 없고 가지의 경중도 없다.

예를 들어서, “예배가 중요하냐? 친교가 중요하냐?”고 물으면 대부분 “예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실 것이다. 당연하다. 그런데 친교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예배만 드리고 있으면 그런 예배를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실까? 즉 모여 노는 것이 친교가 아니라는 말이다. 친교는 친교다워야 한다. 이 말은 사귀면 사귈수록 사귀는 맛이 배가 된다는 말이다. 그냥 주고받으며 친해지는 것이 아니라, 주안에서 사귀는 것이다(Koinonia).

또 말씀 선포(Kerygma)가 중요하냐? 아니면 봉사(Diakonia)가 중요하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마리아와 마르다를 비교해서 생각해 보면, 마리아를 택하고 말씀이 당연히 더 중요하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말씀만 붙들고 전도하면서 그에게 필요한 것을 주지 않고 가서 더웁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고 말로만 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야고보 2;16)

이렇게 다양한 교회의 기능들도 상호 연관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교회 공동체 안에서 담당하는 모든 일들은 다 나름대로 중요한 일 들이고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는 일들이다. 그런데 모든 교회 공동체의 사역은 한 가지에 초점 맞추어져 있다. “성령이 우리를 평화의 띠로 묶어서 일치 시켰다”는 점이다.

그리스도라는 렌즈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 우리와 함께 하시는 성령께서 우리를 그리스도라는 렌즈를 통해서 서로 바라보게 하신다. 그리고 동시에 하나님과 나를 하나로 묵어주신다. 하나님과 하나가 된 나는 이제 내 속에 걱정도 근심도, 시름도 시련도 없다. 유혹이다 욕심과도 싸울 수 있는 능력도 얻었다. 그리고 내 곁에 주신 사람들을 바라볼 때에 겸손과 온유함, 인내와 용서 그리고 한없는 사랑을 가지고 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그 사이에는 관계가 생긴다. 그 관계에 따라서 그 만남은 즐거운 것이 되기도 하고 불편한 것이 되기도 한다. 그냥 그만두어도 되는 관계라면 그다지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끊을 수 없는 관계라면, 그리고 그 관계가 나의 인생의 행복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관계라면 우리는 <평화의 띠로 일치>해야 할 것이다. 그런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그리스도라는 렌즈>를 활용하기시 바란다. 그렇게 우리 평화목교회 안에도 그리고 평화목 교회 교우의 가정에도 평화의 일치가 찾아오게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사랑의 하나님

하나님께서는 한 분이시고, 모든 것의 아버지시오, 모든 것 위에 계시고, 모든 것을 통해 게시고, 모든 것 안에 계십니다.

하나님과 하나인 우리가 하나님의 뜻 안에 거하게 하여주옵소서.

사랑의 하나님

하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가르침을 우리 삶의 기준으로 삼게 도와주옵소서.

그리스도라는 렌즈를 통하여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바라보고

그리스도라는 렌즈를 통하여 나와 타인의 관계를 바라보게 하여주옵소서.

사랑의 하나님

우리로 하여금 겸손하고 온유하여 서로를 존중하게 만드시고

우리로 하여금 인내와 사랑으로 서로 용납하게 하옵소서.

내 힘으로는 어렵지만, 노력하게 하여주시고

성령의 능력으로 우리를 평화의 공동체로 묶어주옵소서.

우리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진주]

우리의 눈에 그리스도의 렌즈를 달고 살면 어찌될까? 고민해 봅니다. 세상 위해서 모든 것 주신 예수님을 따라하기 넘 힘들어요. 갈등 무지 되고 힘이 빠집니다. 살려주세요~

[파파스머프]

그런데 해보면 의외로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 렌즈를 통해 보는 것 만이라도 어딘데요. 그게 다 나를 위해서인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예요.

[라일락]

상대방이 나한테 잘해서가 아니라 예수님 마음으로 내가 행했을때 상대방은 마치 본인이 받을 자격이 있어서 인것으로 착각하던데오.오히려 내가 빚쟁이인것처럼.....또 잘해주면 고마워하는 것보다 더 잘해달라고 아우성이고.....저도 아직 아직 멀었나봐요.

[김은영]

사랑은 오래 참고~참고...
용납하며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