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초고] 지구촌 자본의 흐름과 ‘핵지뢰 한국’의 에너지 전략을 생각한다
이원영(국토미래연구소장)
2026년의 세계는 더 이상 국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정치와 군사 그리고 기술을 관통하는 거대한 자본의 흐름이 국제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분야는 이 자본의 성격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영역이다.
문제는 한국이 이 흐름 속에서 전례 없는 구조적 취약성, 즉 ‘핵지뢰 국가’라는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정치권력과 별개로 존재하는 국제적 자본세력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1)긴장을 수익화하는 구형 군산복합체와 2)달러 패권을 유지하는 금융 헤게몬이 있고, 그리고 3)AI와 데이터 및 전력망을 통합해 지구적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신흥 테크 자본이다.
이들 사이의 경쟁은 단순한 산업 구도가 아니라, 세계 에너지 체계의 방향을 결정하는 투자 시나리오의 충돌이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그룹이 제이피모건과 로스차일드다. 그들은 투자 포트폴리오가 다중적이고 복합적인 가운데 약간의 차이가 보인다.
제이피모건은 ‘안보와 회복력’을 내세우며 원전과 가스 중심의 기저부하 체계를 강화한다. AI 데이터센터의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원전(SMR 포함)을 주력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다만 최근 2025년 리포트에서는 SMR을 부정적으로 보고있다.
로스차일드는 일찌기 우라늄광산에 투자하며 원전사업도 주력했었지만 지금은 방향전환을 하고 있는듯 하다. ‘주권과 전환’을 강조하며 유럽과 유라시아를 잇는 전력그리드, HVDC(고압직류송전), ESS(에너지저장시스템), 재생에너지에 많이 투자한다. 에너지를 성벽이 아니라 대륙을 흐르는 혈류로 본다.
문제는 한국이 너무 많은 원전을 보유한 나라라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자포리자 원전 사태는 원전이 현대전에서 얼마나 취약한 ‘전략적 인질’이 되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번 이란의 부세르 원전위험도 마찬가지다. 드론 한 대, 사이버 공격 한 번, 내부자 교란만으로도 국가 전체가 마비될 수 있는 구조다.
한국처럼 원전이 좁은 국토에 밀집된 나라는 유사시 국가 전체가 핵지뢰밭 위에 서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SMR(소형모듈원전) 역시 대안이 되기 어렵다. 미국 뉴스케일(NuScale) 프로젝트의 붕괴는 단순한 사업 실패가 아니라 SMR 모델 자체의 기술적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다.
경제성은 재생에너지에 미치지 못하고, 도시 인근 설치에 대한 사회적 거부는 더욱 강해졌다. 무엇보다 SMR은 위험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작은 원전을 전국에 흩뿌려 공격 표적을 늘리는 결과를 낳는다. 핵지뢰를 10개에서 100개로 늘리는 셈이다.
제이피모건은 한국의 방산역량을 높이 평가하면서 그동안 수출에 많은 금융지원을 해주고 있다. 천궁2와 같은 한국의 방어용무기는 평화적 공공재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전망도 우세하다. 하지만 원전과 SMR은 방향이 맞지 않다.
반면 로스차일드의 유럽계 그린 자본은 한국의 배터리, 소재, HVDC 기업을 주목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을 유라시아 에너지 그리드의 결절점(Node)으로 본다. 한반도 평화는 무기 판매보다 대륙 전체가 하나의 전력과 데이터 플랫폼으로 연결될 때 훨씬 큰 시스템 수익을 창출한다는 판단이다. 이 흐름은 한국이 선택해야 할 미래의 방향을 시사한다.
지금 한국 정부는 원전 예산을 늘리면서도 동시에 분산형 전력망과 HVDC를 확충하는 이중 노선을 걷고 있다. 그러나 원전 중심의 성벽 전략은 한국에게는 안보적 자살 행위가 될 수 있다. 원전은 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번의 충격으로 국가 전체가 무너지는 취약성 기반의 구조다. 반면 분산형 그리드는 일부가 파괴되어도 전체가 유지되는 회복력 기반의 시스템이다.
한국이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면 두 가지가 동시에 필요하다.
첫째, ‘단계적 핵지뢰 제거 전략’이다.
신규 원전과 SMR 추진을 중단하고,
노후 원전을 조기 폐쇄하며, 원전 지역의 산업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
둘째, ‘그린 네트워크 전략’이다.
재생에너지, ESS, HVDC를 기반으로 한 분산형 전력망을 구축하고, 장기적으로는 동북아 슈퍼그리드와 연결되는 것이 좋다. 이것이야말로 전쟁·사고·테러에 강한
21세기형 에너지 안보 체계다.
마침 프랑스 마크롱대통령이 한국에 왔다. 그는 로스차일드 은행 출신으로, 에너지 전환과 유럽 자본의 논리를 체득한 인물이다. 이번 방한이 단순한 외교 방문에 그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다.
한반도의 미래는 성벽이 아니라 혈류에 있다. 방산이라는 근육으로 억지력을 유지하되, 국가의 신경망인 에너지는
분산형 그린 네트워크로 전환해야 한다. 그것이 핵지뢰 국가에서 벗어나 진정한 에너지전환으로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