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詩 : 한자희
우리 만날 때마다
비 오는 날이 많았지
빗물에 씻겨 말쑥해진
강변에 늘어선 밤나무 잎새
바람이 빠져나간 거미줄에
세월이 걸려 흐느적이고
포근한 이불처럼 강을 덮은
수련 이파리들 아래
수더분한 강물의 이야기들
귀를 간질인다.
어스름 강변엔
수초들 일렁이고
물안개 깔린 강 자락에
시간은 정지했다
오늘처럼 이렇게 비 오는 날
향 진한 커피 한 잔에
녹아드는 그리운 이름
절실했던 그대 그리고 나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지금도 비 오는 그 강변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수런수런 들려오고
밤새워 물새가 듣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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