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에 관한 추억중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어릴때 학교 운동회일 것이다.
공책한권, 연필 몇자루가 고작이지만 달리기를 통해서 느껴지는 보람으로는 세상을 모두 얻은것과 비길 수가 있었다.
흙먼지 폴폴나는 운동장을 숨이 막히도록 달려 결승테입을 끊는 그 짜릿함이란!
세월이 흐르고 흘러 이제 그만한 아이들을 두고 살고 있지만 달리기를 하고 있다는 그것 하나만으로 늘 어린시절 그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행복한 일이다.
마라톤에 입문한 뒤로 좌절과 고통을 겪어보기도 했고 과분한 명예를 누려본 적도 있지만 입상을 해서 수상대에 오른다는 것은 여전히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그런데...
입상, 그것도 1위로 입상을 해본다는 것이 어디 말같은 이야기였던가?
부안해변하프마라톤대회, 이 대회에서 다섯명의 클럽맴버들이 분명히 이룬 성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공책과 연필이 금덩이가 달린 트로피로 바뀌었을뿐,
하얀색 체육복을 입고 머리띠를 두르고 달리던 꼬마들이 키가 부쩍 큰 어른이 되었을 뿐 느껴지는 감동은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2003년 4월 6일 격포항,
출발아치를 바라보며 다른팀들의 유니폼을 유심히들 살펴본다.
"저기 저사람들도 단체 출전하는 팀인가?"
"아닌 것 같은디요!"
"대우자동차는 안나왔나벼?"
"글쎄요!"
"아이~18 근디 왜 출발은 안시켜!"
이번에 5인조 팀을 만들어 보려고 애를 쓴 완수형님, 이번이 단체전 두번째인 오총무, 출전을 생각지도 않고 있다가 막판에 맘이 바뀐 정식형님, 주운로, 강기상, 이렇게 다섯명의 주자들은 이 색다른 도전에 색다르게 마음이 설레인다.
격포항매표소를 돌아서 해변도로에 올라 붙는 첫번째 오르막, 여기까지 초반 질주가 이어진다.
다섯명은 제각각 페이스를 잡느라 주자들 틈에 끼어 달리고 있고 완수형이 오르막에 먼저 올라 붙는다.
눈앞에는 인성형님과 이정순씨, 여자 1위 주자에게 페이스 영향을 받은 듯 어느새 여기까지 와있다.
"거~ 김은정이 신경끄고 페이스 잡아요! 따라가면 안돼!"
이 대회코스는 초반 6~7Km까지 바닷가도로 특유의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지고 그다음엔 평탄한 국도 그리고 완만한 시골도로 등이 이어져 있다.
전체코스의 30%정도 되는 초반 굴곡에서 얼마나 페이스를 잘 유지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보면 되는데....
그런데 아무리봐도 너무 빠르다.
첫 2.5Km 에서 기록이 10분, 이것은 1시간 24분대의 페이스인데 이런 길에서 이렇게 뛴다는 것은 ...
5Km지점에서 구간기록 10분 21초, 이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해안도로의 굴곡을 따라 저멀리 선두주자가 보였다 사라졌다 하고 그 앞에 대형시계가 달린 인도차가 반짝인다.
"허참! 내가 시계차를 보면서 뛰어볼때도 있네~"
오총무가 넉스레를 떤다.
6Km 3:54, 7Km 4:18, 8Km 4:07, 9Km 3:57
매Km마다 거리표지를 해 놓은 것은 좋지만 정확한 위치에 놓여진 것 같진 않다.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며 세워놓은 표지들인지 중간에 20m만 차이가 나도 반대편엔 40m가 차이나는 것이라 기록상으로는 눈에 확 띄는 결과가 나타난다.
어쨌건 평균적으로 4분대 초반으로 달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구시포해수욕장 입구에서 방향이 꺾여 30번 국도를 따라 격포항쪽으로 내려가는데 논을 건너 저편에 뒤따라 오는 주자들이 훤히 들어온다.
저마다 손을 흔들며 화이팅을 외친다.
10Km 4:20, 아무리 봐도 거리 표지에 문제가 있는 듯 싶다.
30번 국도 이후 맞바람을 안고 달리고 있긴 하지만 평지인데 이렇게 눈에 띄게 기록이 처질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
11Km 4:02, 12Km 4:18
이제 국도를 떠나 시골소로로 들어선다.
금구원 조각공원으로 향하는~
상노형님이 오늘은 컨디션이 좋아보인다.
초반부터 줄곳 앞서서 달렸는데 여기까지에서도 크게 거리가 좁혀지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상노형님 주변엔 광주마라톤클럽의 단체전 출전자 중 두명이 후미로 뛰고 있는데 머리를 빡빡 민 사람의 이름이 "김완수"이다.
우리팀은 "주완수", 두분들이 초반부터 인사를 나누고 하던데 3시간 6분이 최고기록이라는 이 김완수님이 그 팀에선 제일 처지는 주자인듯 옆분이 등을 밀어주고 격려해주고 난리가 아니다.
"저 사람들 오래 못가겠구만! 쯧쯧~"
우리팀은 주운로가 먼저 앞서 나가 있을 뿐 정식형님을 비롯한 네사람이 2열로 정확히 줄을 맞춰 철저히 팀플레이를 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대조적이다.
13Km 4:10, 14Km 4:09, 15Km 4:26, 16Km 3:59
역시나 여기서도 거리 표지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
15Km지점에서 상노형님과 만나고 곧이어 광주팀의 후미 두사람을 추월했다.
아직까지 파악된 바로는 우리를 앞서서 달리는 단체팀은 없는 것 같다.
월명팀이 출전을 안한 것 같고 현대자동차팀에서 욕심을 낸다고 이야기는 들리는데 애초에 맴버를 정한 것이 아니라서 팀웍이 갖춰졌는지는 의문이지만 우리팀도 초반에 다소 무리한 것이 남아있어서 이쯤해서 뒤에서 누군가가 추격해 앞지른다면 경합을 벌이기가 다소 무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다시 국도로 나왔다.
이번엔 상록해수욕장을 한바퀴 돌아서 나오는 순환코스.
17Km 4:11, 18Km 4:25, 19Km 4:26
페이스가 많이 쳐진다.
해수욕장 내부의 비포장도로며 동네골목 같은 급커브길 등을 돌다보니 그렇기도 한데 초반오버가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광주팀의 빡빡이 선수 일행은 여전히 일정거리를 두고 따라 오고 있다.
그 팀의 세명은 이미 앞에 나가 있으니 저 두사람이 우리를 추월하게 되면 순위가 뒤바뀌는 것이다.
17Km지점에서 정식형님은 먼저 간 주운로를 찾아 추격에 나섰는데 만약 우리가 이대로 골인지점에 이른다고 하더라도 함께 골인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데 주운로는 그것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정식형님은 주운로를 만났을까?'
올시즌 들어서 가장 더운 날씨다.
겨울기후에 익숙해 있는 몸이 아직은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듯 나른하고 피로가 밀려오는 것 같다.
격포항을 알리는 이정표가 점점 가까이 눈에 들어온다.
길거리엔 태극기와 풍선들이 눈에 띄고 사람들의 환호성도 어느새 귓가에 와있다.
눈에 익은 빨간옷!
훤칠한 큰키!
정식형님하고 주운로였다.
"와! 형님 만났군요!"
골인지점 한참을 남겨두고부터 다섯이 손을 잡고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간다.
"우리는 해냈다!"
"와! 정말 우리가 일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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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4/8,11:42): 역시나 해변마라톤은 힘들어...고생 많으셨구요, 저는 스피드 훈련을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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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댁(4/8,12:47): 단체전 1위 당연히 온고을이죠 역시 장족들의 행렬 얼마나 멋진 레이스 였을까!!!!!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그리고 우리 진국이 너무 고생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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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주운로(4/8,12:58): 형님 수기는 언제나 작가들 밥 굶기겠어요? 네분 형님들 정말 수고하셨고요. 특히 완수 형님 당직 근무에,클럽인원 수배에 전력투구 하신데에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전군에서도 달림의 정이 맘속에 포만감이 가득했으면 합니다.온고을 히~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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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운로(4/8,13:8): 팀윜의 달림을 하다가 런닝화,발바닦 물집등의 사정으로 내뺐습니다. 결과가 좋아 넘 좋네요.회원님님들 약주는 전군 끝나는 일요일 오후에 하시고 컨디션 조절 잘 하시어 기쁨 두배가 되는 달림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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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다크호스(4/8,14:4): 더운날씨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전군에서도 멋진레이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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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수(4/8,14:45):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와서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5인의 온고을 전사님들 대단히 수고많으셨습니다 온고을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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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horse(4/8,16:45):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이 딱 맞는 날이었던 것 같아요.부안 해변에서 온고을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기쁜날이었습니다.송정식선배님을 필두로,시간,거리,사진 등 커퓨토\ㅓ박사 강기상 홍보부장님, 우리의 살림꾼 오총무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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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차세대(4/8,16:48): sub3찜 주자 주운로.고생 많이 하셨습니다.여기에서 만족하지 말고 보다 열심히 노력하여 온고을의 발전된 모습을 만방에 알립시다.며칠 남지 않은 전군대회 마무리 훈련 잘하시어 좋은 결과 성취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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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섭(4/8,16:53): 다음에는 1,2,3등을 모두 휩쓸어버리면 어떠할런지요...너무 욕심이 과하나?..모두가 자신의 기쁨처럼 즐거워하는 모습이 온고을의 참모습인것 같군요..."온고을"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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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기 (4/8,21:17): 이제 제법 큰 대회에서도 입상하는 온고을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즐겁게 달리면서 좋은 성적 거두자구요..쌩쌩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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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진 (4/10,18:51):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홍보부장님 수고 많았습니다...머지않아서 개인 타이틀도 쟁취 하시길....온~고~을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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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강기상(4/11,11:39): 영창님! 신발끈이 풀어지는 바람에 오인조에서 빠졌죠? 조용하면서도 꾸준한 그모습이 언제나 존경스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