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독 폰드(Dog Fond)의 현장으로 들어선다. 거머리에 효과적인 고무장화를 신고 방충제를 뿌리거나 발라서 익숙치 않은 눅눅한 냄새가 난다. 새벽에 흩뿌려진 옅은 안개를 헤치고 아침 햇살이 비슴듬히 깔린다. 숲의 상부는 열 길 이상의 유칼립투스 나무로 막아 서 하늘을 숨기고, 땅 위의 양치류들은 길들마저 숨겨버린다. 숲을 뚫고 들어온 빛 줄기들은 나무들의 헐거운 틈새로 여기 저기 흩어져 사방으로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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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들의 늘어진 잎들이 가벼운 바람에 움직일 때마다 옅은 햇살은 사라진 듯 보였으나 곧 다시 나타난다. 바람과 빛들은 서로 뒤엉키며 끊임없이 새로운 그림자를 만든다. 밝음과 어둠은 서로에게 녹아 들어 하나가 되고 빛과 바람은 다시 흔들리며 또 새로운 밝음과 어둠을 만들어낸다.
앞서가는 수퍼바이저(supervisor)의 익숙한 움직임은 부딪는 소리마저 흡수하며 거침없다. 새로 온 부쉬리젠(Bush Regenerator)들은 간격을 놓치지 않으려 부산히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풀들은 낮 선 움직임에 신음 소리를 참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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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부쉬리젠들의 돌아갈 시간을 빛으로 말한다. 빛은 그림자로, 그림자는 그 각도와 길이로 돌아갈 시간을 말해 준다.아득히 먼 곳을 그윽이 바라보듯이 멀리 보내는 시선으로 숲 속의 빛을 찾는다. 높이 솟은 검트리(Gum Tree) 사이로 내리는 빛들은 가지 사이 사이로 스며든다. 가지를 비껴선 빛들은 낮은 잎들의 잎맥을 따라 모여 들었고 모인 그 빛은 안쪽으로 스며들어 하나가 되었다. (終)
* 부쉬리젠 (Bush Regenerator): 호주에서 숲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네이티브 식물 (나무 또는 풀)들을 심고 보호, 관리하며 잡목이나 잡초를 제거함으로써 숲 생태계의 복원을 시도하는 사람. 호주의 구청이나 국립공원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주로 도시 내부 또는 근교의 숲이 활동 무대임.
첫댓글 호주로 이민 간 친구가 문학사랑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을 했군요. 학창 시절에 공돌이 임에도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난 친구였죠. 드뎌 사고를 쳤네요. ^^
추카드린다고 말씀 전해 주세요. 친구분 존함이? 기억이 가물가물...ㅋ 거사님께서 인용하신 구절들을 읽고 또 읽어 보았습니다. 단어 하나 하나에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녹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낼 아침에 추카 메일 보낼 때 전할께요. 친구 이름은 안동환... 이예요. 이젠 수필가로 불러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