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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타니 고진이 2000년 10월, <문학계>라는 잡지에 실은 글을 번역했습니다. 번역자는 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에 있는 윤대석이라고 합니다.(무조건 번역하라고 억압해서, 강탈했습니다^^;;) 따끈따끈한 글이라, 한 번 보시길 바라는데요. 가급적 직역을 추구했기에, 약간 우리말로는 어색한 대목들도 있습니다.
비평가의 글 답게, 고진은 스스로 "학자가 아니다"고 하면서,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을 반추하고, 언어와 국가의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베네딕트 앤더슨의 글도 함께 실렸는데, 이건 번역하지 않았습니다.
프랑스어를 쓰지만 프랑스인은 아닌 소쉬르 이야기도 나오고요, 일본의 "국어학자"이자 경성제국대학 교수였던 도끼에다 모도끼가 <국어>를 강조할수록 <조선에서는 일본어가 아닌 조선어가 환기된다>는 역설적 상황에 고민하는 대목도 나오고요.(하지만, 이 대목에서는 좀 열받았습니다. 프랑스인이 아닌 소쉬르와 일본인인 도끼에다가 같은 차원에서 취급되니까요. 뭔가 중요한 시각이 빠졌다는 느낌이고요!)
중국 근대 초기, 문언/백화의 문제나 대중어문제도 함께 붙여 놓으면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 볼 만한 주제겠다는 생각이라서, 외람되이 여기에 올립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 부언: 근데, 고진의 글을 읽을 때마다 받는 느낌이지만, 이 사람 정말 자료는 열심히 안 읽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안목과 통찰이야 대단하겠지만, 정작 궁금한 대목에선 별 말 없더라고요. 예컨대, 영어 공용화를 다룬 대목에서, 불규칙적인 영어를 익히기 쉬운 <규칙적인 인공어>로 만들자는 견해를 제시하는데, 이건 19세기에 이미 모리 아리노리가 제기한 논리로서, 바바 타츠이라는 젊은 영국 유학생으로 하여금 <일본어 문법>이라는 책을 써서 반박하도록 만들 만큼 문제거리였거든요. 일부러 그런 것일까요? 하여튼, 고진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하는 듯한 제국주의 일본의 시각이 여전히 작용한다는 점과, 어디까지가 역사적인 접근이 이루어진 것인지 분간이 안 가는 대목은 잘 가려 읽으시길.. 그건 제 잘못 아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