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하는 학생이 파이의 즐거움이라는 책과 수업을 듣고 나서 쓴 글입니다.
자료집에 실어도 될 것 같아서요.
제 글도 빨리 마무리 해야하는 데
양이 너무 많아서 고대그리스까지(5페이지)만으로 한정하려합니다.
이제 마지막 부분과 앞부분을 조금 수정하면 될듯 ....
워크샵때 수학과 문명이라는 주제 발표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번학기 수학문화사 강의는 힘들지 않았을까.....
덕분에 재미난 수학문화사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시험문제도 17명 모두 다른 그런 수업이요.
중간고사 이후 하나의 주제에 대한 모둠수업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파일이 커서 안올라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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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는 실용적인 학문일까?
강 창 원 (한양대학교 응용수학과 4학년 )
원은 자연의 곳곳에 있다. 매일 우리를 내려다보는 태양과 달을 비롯해서 일상생활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고대의 사람들에게 원은 무한한 힘의 원천이었다. 문명이 발생하기 전조차도 사람들은 밧줄과 말뚝으로 모래 위에, 그들에게는 완전 무결한 형태인 원을 그렸을 것이다. 기원전 8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가장 오래 된 주거지와 신성한 곳은 원형으로 되어있다. 이처럼 원은 우주에서 가장 단순한 형태이면서 신성시 되는 기호이다. 따라서 예로부터 사람들은 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으며 이해하려고 노력해왔다.
고대 사람들은 원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지름과 둘레가 일정한 비율로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원의 넓이도 이 비율에 기초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일정한 비율이란 무엇인가. 파이(
)대한 가장 오래 된 기록은 기원전 1650년경 이집트의 서기 아메스가 쓴 ‘린드 파피루스’라는 문서에 있다. “지름의 1/9을 잘라내고 나머지로 정사각형을 만들면 정사각형의 넓이는 원의 넓이와 같아진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지름에 대한 원둘레의 비율이 3.16049
임을 나타낸다. 파이의 참값인 3.141592
에 오차는 1퍼센트 미만이며 그 시대에서는 상당히 정확한 값이다. 이 공식은 원을 정사각형으로 만들기 위한 최초의 시도이기도 하다. 이 후 그리스의 클레조메니의 아낙사고라스가 원과 정사각형 간의 명확한 관계의 발견을 최초로 시도하였고, 헤라클레어의 안티폰과 브리슨은 새로운 생각인 소진법을 사용하여 원의 면적 구하기를 시도하였다. 브리슨은 두 원에 내접하는 다각형과 외접하는 다각형의 면적을 계산하는 방법을 시도하였는데, 그는 원의 면적은 두 다각형의 면적 사이에 있다고 설명했으며 이것은 결과를 상한값과 하한값을 사용해 결정한 최초의 경우였을 것이다. 이 계산은 점점 작아지는 수백 개의 삼각형 면적을 구하는 과정으로, 그 시대에는 매우 복잡한 계산이었고, 많은 자릿수까지 얻지는 못하였다.
소진법을 이용하여 원의 면적을 구하려는 시도가 있은 지 약 200년 뒤 시라쿠사의 아르키메데스(기원전 287 - 212)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그는 두 다각형의 면적보다 둘레의 길이에 초점을 맞추어 원둘레의 근사값을 구했다. 외접
내접하는 육각형의 변을 두 번씩 네 번 늘려 96개의 변을 갖는 다각형을 얻고 그 둘레를 계산하였다. 정확도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원주율이 존재하는 상한과 하한의 범위를 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증명은 하지 않았지만 원주율이 딱 맞아떨어지는 수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파이가 무리수라는 것은 1761년 요한 하인리히 람베르트에 의해 증명되었는데 그보다 2000년 전에 무한이라는 개념을 생각한 것이다.
아르키메데스의 방법을 이용하여 많은 수학자들은 파이의 자릿수를 알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중요한 과정이 도입된 것은 16세기 후반에 프랑스의 법률가이자 아마추어 수학자인 프랑수아 비에트에 의해서 이다. 이의 정확한 값을 구하기도 하였지만, 그의 진정한 위대함은 파이값을 무한곱을 써서 기술했다는 점이다. 다각형을 여러 개의 삼각형으로 나누는 방법으로, 한 정다각형의 둘레와 변의 수가 두 배가 되는 두 번째 다각형의 둘레의 비는 코사인
와 같음을 보였다. 비에트는 반각 공식을 사용하여 파이 값을 구하였는데 이건 무한곱을 사용하여 기술한 최초의 경우였으며 수학이 고등삼각법과 미적분을 향해 진보하는 첫걸음이었다. 적은 자릿수를 구하는데도 복잡한 제곱근의 계산을 여러 번 반복해야 했기 때문에 실제 파이를 계산하는 데는 사용하기 힘들었지만 이 방정식은 수학사에 있어서 비약적인 발전이었다. 이 후에 맹목적으로 파이 값을 계산하려는 접근 방법은 매력을 잃기 시작했다. 이 수억 개인 다각형의 면적에 대해 곱하고, 나누고, 제곱근을 구해야 하는 힘든 과정을 거치는 소진법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파이 값에 빠르게 수렴하는 급수식을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 되었고, 수학은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되었다. 뉴턴과 라이프니츠에 의해 미분적분학이 탄생한 것도 이 시기이다. 이 새로운 도구를 가지고, 17세기 후반 파이의 자릿수에 대한 탐구는 갑작스런 도약을 하였다.
하지만 컴퓨터의 발달로 인해 더 이상 수학자들에 의해 파이의 자릿수를 구하는 일은 없어졌다. 파이 값을 구하는 식만 만들면 계산은 컴퓨터에 의해 가능해 졌다. 이제 얼마나 많은 자릿수를 구하는냐의 문제는 컴퓨터의 성능에 달린 문제가 되었다. 지금의 수학자들은 파이의 자릿수를 알아내기 보다는, 그 많은 수들이 어떤 일정한 규칙을 갖고 있지 않는가에 대해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특별한 규칙은 아직까지 발견되진 않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첨단 정밀 기기의 세계에서 살면서 완벽함에 도달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따라서 원의 둘레를 지름으로 나누는 것과 같은 단순한 문제도 풀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 컴퓨터로 수십억 자리까지 계산하고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지금, 우리는 얼마나 더 상세히 알아야 파이의 신비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아마도 파이만큼 인간에게 신비와 공상과 오해, 그리고 관심을 불러일으킨 수학 기호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은 파이의 역사와 많은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파이의 역사를 통해 수학이 어떤 발전을 해왔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파이 값의 발전과정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을 느끼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학문의 진리탐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흔히들 교육에 있어서 ‘경험의 중요성’과 ‘실용성’에 무게를 두지만, 학문에 대한 ‘진리탐구’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이란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경험만으로 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극단적 표현이지만, 경험을 통해 얻어내는 지식만으로는, 더 이상 과학기술의 발전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현상만으로 이 세계를 규명하자는 생각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은 어떻게 보일 것인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 생각한다. 간단하게 무한의 개념을 생각해 보자. 우리 중 무한이라는 숫자에 도달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무한이 어떠한 것이라는 것을 상상을 통해 짐작 할 수 있고, 정의를 내렸다. 경험을 통해 얻을 수는 없지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유한이라는 숫자를 통해 무한이라는 수를 상상하고 만들어 낼 수 있었다. (0,1)의 구간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무한히 많은 수들이 자리잡고 있다. 수학에서는 (0,1)사이에 있는 수와 전체 실수의 수의 갯수는 같다고 본다. 일반인들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표현이지만, 수학적으로는 가능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일반적인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의 지식은 기껏해야 자연수, 정수, 유리수 정도일 것이다. 이처럼 경험을 통하여 얻은 기초지식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낼 수 있어야만 비로소 교육의 참 의미를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육은 실용적인 면만을 강조해서도 안 될 것이다. 사실, 실용적인지 아닌지의 가치 판단기준을 잡기도 애매하다. 어떤 것은 실생활에 응용되고 어떤 것이 별 가치가 없는지의 구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들과 또 그 주위를 맴도는 전자들에 관한 연구는 과연 실용적이라 할 수 있겠는가. 만약 아인슈타인이 실용성만을 생각하고 지식을 습득하였다면 그 유명한 상대성 이론은 아마 발표되지 않았을 것이다.
한가지 예로 실수와 허수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자. 실수에 있어서 더하기 빼기 등의 간단한 연산은 실생활에 많이 이용되고 있지만 허수는 그렇지가 않다. 아마 모르고 있는 사람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허수는 쓸모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실수만 존재한다면 수는 불안정한 수이다. 근래에 들어 허수의 개념에 대해 생각하면서 비로소 수는 완벽한 체제를 갖추었다 할 수 있다. 이로써 수학이라는 학문은 한층 더 발전했다고 할 수 있다. 허수가 존재하는 자체만으로 가치는 충분히 있는 것이다. 과연 실용적인가하는 문제는 나중에 생각할 일이다.
라는 값을 찾기 위하여 수학자들을 근 4000년 간이나 골치 아프게 해왔으며, 다른 어떤 숫자보다도 더 많이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지력을 소모시켜 왔으며, 이제는 폐기된 여러 이론을 만들어 냈다. 긴 역사에 걸쳐 수학자들은 생애의 여러 해를 가능한 많은 숫자를 얻어내는데 바쳤다. 현재 510억 자리 이상을 얻은 것이 기록인데, 이는 인간의 두뇌와 컴퓨터의 놀라운 능력의 증거이다. 그러나 왜 사람들은 이러한 일을 하는가? 현실적으로는 어떠한 측정도 파이를 단 100자리조차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실상 강박증이 가장 심한 공학자라도 파이를 일곱자리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 물리학자도 15나 20자리 이상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10자릿수로는 지구 둘레를 1인치까지 나타내는데 충분하며, 30자릿수이면 눈에 보이는 모든 우주로부터 가장 강력한 현미경도 감지할 수 없을 정도의 작은 양까지 표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수학자들은 왜 그렇게 노력하는 것일까? 파이의 자릿수를 더 많이 안다는 것은 기록 갱신 이외에 다른 현실적인 적용에는 거의 필요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파이의 본질에 대해 더 많이 안다는 것은 결국 물리, 기하학, 수학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원둘레와 지름의 비처럼 단순한 것이 왜 그처럼 복잡한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해답을 찾는 것과 더 관련이 있다. 파이에 관한 탐구는 인간의 탐험 정신과 한계를 시험해 보고자 하는 억누를 수 없는 충동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 산이 거기 있기에 에베레스트 산에 오르는 것처럼, 파이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탐구한다. 파이를 통하여 수학자들은 상상과 신비를 발견하며, 심오함과 어리석음을 발견한다. 이해력의 한계를 가르쳐 주며, 유한한 것과 무한한 것의 경계를 명확히 지적해 준다. 각 시대의 가장 위대한 수학자들이 자신의 일생을 다 바쳐 매달려던 이유는, 파이에 대한 지식과 매력에 대한 탐험 때문이었다. 이는 학문의 진리탐구를 그 목적에 두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파이에 대한 연구가 단순히 진리탐구로서의 가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파이의 자릿수를 계산하고 숫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고안한 각종 수학적 방법(예를 들어 무한급수의 전개, 삼각함수 등..)들은 수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다. 진리탐구에 목적을 두다 보면, 거기에 따르는 충분한 보상이 따르는 것이다. 그다지 실용적이지 않지만 그 자체를 연구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지식은 충분히 많다. 우리는 이러한 지식들을 그냥 놓쳐서는 안된다. 그렇기에 교육의 본질인 진리탐구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수학에 있어서 파이(π)를 연구함으로써 많은 발전을 했듯이, 보이지 않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진리탐구를 목적으로 둔다면 보다 많은 지식의 습득과 발전을 생각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파이의 즐거움
수학문화사, 수학, 문명을 지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