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네티컷주의 한 요양원엔 65세가 넘는 노인들이 입주해 있다. 요양원에서 편안하게 여생을 즐기던 노인들이 어느 날 술렁대기 시작했다. 원장이 새로 발표한 요양원 생활 지침 때문이었다. 원장은 우선 1층 노인들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오늘부터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하셔야 합니다. 먼저 일주일에 1번씩 보여 드리는 영화 관람 시간을 스스로 결정하십시오. 또 정원의 식물 돌보는 일도 여러분이 책임져 주십시오. 물을 주고 풀을 뽑고 가지를 치는 일도 여러분이 하셔야 합니다. 저희는 손을 떼겠습니다.”
1층 노인들에게 일거리를 떠맡긴 원장이 이번엔 2층에 사는 노인들을 불러 말했다.
“여러분께서 원하시는 것이 있으면 서슴지 말고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가 다 해 드리겠습니다. 영화 관람도 가장 편안한 시간으로 저희가 정해 드리겠습니다. 정원 관리도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언제나 아름다운 정원을 즐길 수 있도록 저희가 잘 관리해 드릴 거니까요.”
1층 노인들과는 전혀 다른 주문이었다.
원장의 발표 후, 1층 노인들은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무엇보다도 정원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2층 노인들은 1층 노인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정성껏 가꾸어 놓은 꽃과 나무를 한가로이 감상했다.
정원을 가꾸면 사망률이 떨어진다.
그로부터 18개월 뒤, 심리학자들이 노인들의 건강 상태를 검사해 본 결과, 1층과 2층 노인들 사이엔 놀라운 차이가 나타났다. 매일 정원에 나가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일했던 1층 노인들의 몸에선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들고 복용하던 약도 크게 줄었다. 얼굴엔 화색이 돌고 몸의 움직임도 기민해졌다. 1층 노인의 93퍼센트는 건강이 더 좋아졌다.
그렇다면 손가락 하나 까딱할 필요 없이 편안하게만 보낸 2층 노인들은 어땠을까? 2층 노인들은 18개월 동안 스스로 몸을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그들에겐 꼭 해야만 하는 소일거리도 없었고, 모든 자질구레한 일들은 요양원 직원들이 알아서 해 주었기 때문이다. 몸도 맘도 편안해 보이는 나날이었지만 2층 노인들의 얼굴에선 점점 생기가 사라져 갔다. 18개월 전보다 파리한 모습으로 변한 2층 노인들, 그들 중 71퍼센트가 전보다 더 허약해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사이 세상을 등진 이도 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2층 노인들의 사망률이 1층 노인들의 2배나 된다는 것이다. 요양원 실험을 주도한 예일 대학의 로딘(Judith Rodin)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허약한 노인이라도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그래야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 수 있게 되니까요.”
노인들에게 요양원은 편안하고 정겨운 고향집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가장 큰 문제는 요양원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노인들은 ‘돌봐 줘야 하는 존재’로만 전락해 버린다는 데 있다. 노인 자신에게 문제가 생겨도 당사자와 대화해서 해결하는 게 아니라 가족들을 불러 논의한다. 노인들은 자신의 일에서조차 결정권을 갖지 못하는 피보호자로 전락한다. 로딘 교수의 실험은 노인들에게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자신의 삶을 더 활기차게 가꿔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생생히 입증해 주고 있다.
노인뿐만이 아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모든 일을 도맡아 해 주려 들고, 돌봐 줘야 하는 존재로만 생각한다면 아이들은 생기를 잃는다. 몸도 마음도 허약해지고 결국은 지적인 성장마저 저하된다.
80세에 <파우스트)를 쓰기 시작한 괴테
독일의 문호 괴테는 80세에 <파우스트>를 쓰기 시작해 82세에 완성했고, 로마의 정치가 카토는 80세에 그리스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나이는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자신의 흥미를 자극하는 일을 찾아 나서는 데 주저하지 않는 이들은 스스로 인생의 선장이 되어 거침없이 나아간다. 그들은 ‘좋아하는 일’을 찾아 배를 저어 간다.
캘리포니아 대학 과학자들이 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간접적으로 보여 준다. 실험 쥐들을 풀어놓은 곳은 온갖 놀이 시설이 가득한 놀이방. 사람으로 치면 디즈니랜드에 데려다 놓은 셈이었다. 쥐들은 장난감·그네·사다리·쳇바퀴 등을 갖고 놀며 신나는 나날을 보냈다.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쥐의 두뇌를 MRI로 촬영해 보니 뇌의 크기에 변화가 있었다. 놀이방에서 지낸 쥐들의 두뇌가 다른 곳에서 지루하게 보낸 쥐들보다 훨씬 커졌을 뿐만 아니라 기억력도 좋아졌다. 놀이방에서의 경험은 쥐의 수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신나는 경험을 하지 못한 쥐들보다 훨씬 오래 살았고 3년까지 장수를 누리는 쥐들도 많았다. 사람으로 치면 90세에 달하는 나이였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로 꼽히는 아인슈타인은 어릴 적 학교에서 저능아 취급을 받았다. 아인슈타인의 부모는 교사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아인슈타인은 머리가 너무 둔해요. 아무리 가르쳐도 알아듣질 못하니, 학교를 다니는 것보다 차라리 단순 노동을 시키는 게 나을 겁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들이 바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이 재미를 붙일 수 있는 다른 대상을 찾아보던 어머니는 어느 날 바이올린을 사 주기로 했다. 학교 공부엔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아인슈타인은 어머니의 예상대로 바이올린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이올린에 재미를 붙이자 공부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인슈타인이 과학자로 성공한 뒤 한 기자가 그에게 물었다.
“천재 과학자가 된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바이올린 때문이죠. 바이올린을 켤 때마다 모든 게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으니까요.”
바이올린을 통해 좋아하는 일을 할 때의 기쁨을 알게 된 어린 아인슈타인이 되찾은 것은 삶의 의욕이었다.
삶의 고단함에 짓눌려 모든 것이 권태로울 때 파란 하늘을 보라. 파란 하늘 아래에서 지금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보라. 덤으로 소소하게나마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매일 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삶이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인가.
– 워싱턴 주립대 연구진의 실험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