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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서웠던 이륙장
가장 데인저러스 느껴졌던 이륙장은 서독산 이륙장이었다.
광명 KTX 역사 뒷편의 산이 서독산인데, 글라이더를 매고 15분간 직선코스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올라가야 하는 곳이 서독산 이륙장이다. 올라가면 글라이더 딱 한대 펴야하는 가파른 이륙장이 나온다.
딱 한대도 글라이더 상단 부위를 3분의 1쯤 바위에 걸쳐놓아야 하는 곳이었다. 바람이 쎄서 만약 밀린다면
뒤의 나무가 상당히 높아 딱 1박 2일의 수거작업이 명약관화한 그런 곳이었다.
바람이 빗겨불어 글라이더가 조금이라도 옆으로 돌아간다면 옆 나무에 걸리면 적어도 반나절은 담보되는
그런 곳이었다. 그곳이 서독산 이륙장이었다.
나무에 거는 것쯤이라고 여길 만한 정도의 또다른 문제는 이륙장 바로 앞의 바위 절벽 낭떠러지였다. 적어도
5~6미터 정도의 낭떠러지인데, 그 정도 깊이 이후에 또 가파른 낭떠러지가 또 아래에 펼쳐져 있다는 것이었다.
커다란 바위가 불쑥 불쑥 아래에 놓여져 있는 이륙장에서 바라보기만해도 다리가 후들거기는 그런 곳이 서독산
이륙장이었다.
그런데도, 서독산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서울과 인천, 그리고 경기권에서 가깝고 비교적 바람이 안정되어
있다는 이유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작은 이륙장은 처음 이륙하는 중급자에게도 상당히 공포감으로 작용하는
장소였다. 주말에 오전에 집안일을 봐야하고 비행에 목말라 있을 때 한시간거리로 달려가 비행할 수 있는
곳이었기에 중급자를 달고는 매주같이 달려갔던 비행이륙장이 서독산 이륙장이었다. 지금까지 무려 60회는
그 산을 올랐을 것이다. 17만원 주고 귀하게 산 나의 노스페이스 밑바닥이 하얗게 닳게 된 것도 서독산
이륙장에 자주 오른 이유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딱 두번 쉬고 올라간 것이 나중에는 빠져서 4번이나 쉬고 올라 가게 된 그곳은 체력적인 강화를
모도하게 할 수 있는 좋은 장소이기도 했다. 특히, 릿지비행에 있어서는 최고의 장소였다. 산좌우측 끝이
모두 상승기류를 뱉어내는 곳이어서 릿지 턴을 할 때 적절히 받쳐주는 힘이 좋아 한참이나 릿지비행을
가능하게 하는 곳이었다. 서해에 가까운 벌판에 우뚝 솟아있는 서독산은 안전한 기류가 가져오는 편안함이
좋은 곳이었다.
그러나 이륙장은 정말로 데인저러스한 곳이었다. 글라이더를 펴는 곳이 미끄러워서 이륙자세로 글라이더를 펼쳐
내러가면 줄줄 미끄러지는 일이 허다한 곳이었다. 바위 위에 글라이더를 잘못 걸어 놓으면 글라이더를 당기는 순간
글라이더가 줄줄이 흘러내려오는 가파르고 미끄러운 이륙장이었다. 그래서 빨래집게가 이륙장 꼭대기에 매달려
있어 급한 경우에는 글라이더를 빨래집게에 찝어 놓고 글라이더를 잡아 당겨야했다.
이륙준비를 마치고 하네스를 매고 한참이나 기다린 후 슬그머니 지맘대로 내려오는 글라이더는 정말 열이
받히게 했다. 하네스를 맨 채 엉금엄금 미끄러운 이륙장을 올라가서 다시 글라이더를 추려서 다시 펴야하는
작업이 만만찮게 어려웠다. 고이 고이 글라이더를 잘 펴놓고 고이 고이 A라이저를 잡아 당겨야 하는 곳이
그 곳이었다.
착륙장은 더욱 들어가기 힘든 곳이었다. 착륙장 인근의 10여미터짜리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나무가지를 치듯이 고도를
깍은 후 들어가야 겨우 착륙장 중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그 사이 열이 친다면 착륙장을 치나쳐서
좁다란 콘크리트 길에 내려야 했다. 그 착륙장 앞에는 조그만 채소가 자라는 밭이 있어 주인이 가끔씩 착륙광경을
목격하곤 했다.
이런 곳에서 이륙하려면 일단 지상에서 연습이 충분히 되어야 하고, 베짱이 있어야 한다. 일단 그 곳 지형에 대한
자신감이 없이 몸이 얼어붙는다면 그 얼어붙은 몸의 기운이 글라이더에 전달되고 글라이더 마저 뻣뻣이 굳게 된다면
자연스레 들어오는 바람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결과가 된다. 글라이더가 바람에 자연스레 따라가지 않는다면
결과는 정해져 있다.
지상의 연습이 충분히 되었다면, 그 이륙장 지형에 익숙해져야 한다. 무턱대고 바로 글라이더를 펼것이 아니라,
마음의 두려움이 없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남들이 하는 이륙도 보고, 뒤에 들어가 숲속에 오줌도 누고, 옆 사람과
이야기도 나누고, 남들이 이륙할 때 글라이더도 잡아주고 해야 한다. 그러고 한참 지나 이륙장의 분위기에 익숙해
졌을 때 그제서야 글라이더를 펴야 한다. 그래도 마음이 안 놓인다면 아직 이륙장 분위기에 적응이 안된 까닭이어서
편하게 조금 쉬다가 글라이더를 가지고 내려갈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반드시 올라왔으면 타고 내려가야 한다는
그런 조급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내가 마음이 안 놓이고 편하지 않은데 구태여 억지로 비행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어느 순간 마음이 편해지는 순간 이륙해야 제대로된 비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패러에 있어서는 자기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읽어내는 자세가 아주 중요한 것이다. 자기 생명에 관련된 일이니 자기 자신의 마음에 대해 냉철하고
솔직하게 이야기 하고 읽어낼 필요가 있다. 그래서 그런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찬찬히 듣는 것이 필요하다. 오버하는
마음이라든지 찜찜한 마음을 가라 앉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마음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다음 기회로 비행을 미루는
것도 또다른 비행의 자세이다. 마냥 비행하는 것만이 비행하는 자세는 아니다.
대부분의 중급자들도 몸이 안 좋거나 맘이 안 편할 때는 그냥 하루 소풍왔다는 셈치고 편하게 어울리다 내려간다.
비행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중급자의 자세이다. 물론 초급자도 그러해야 함은 물론이다. 억지로 비행할 필요는 없다.
억지로 비행시키는 그런 사람들이 주위에 있을 수 있다.
스쿨이라면 스쿨장이라든지, 클럽이라면 팀장이라든지,, 정당하게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습니다라고 이야기할
스스로의 베짱을 패러 하기 전에 반드시 준비하여야 한다. 그런 마음의 준비 없이는 패러를 시작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안전이지 클럽이나 스쿨의 위신이나 이익이 아니다. 만약 억지로 시키는 스쿨이나 클럽이 있다면
당연히 나와야 한다. 그런 스쿨이나 클럽은 언젠가는 사고를 유발하게할 소지가 다분한 곳이기 때문이다. 스쿨이나 클럽이
패러 피교육자에 대해 금전적이나 형사적으로 책임을 지는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다. 대부분 피교육자의 책임을 돌아가기
때문에, 혹은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결국은 피교육자가 육체적인, 재산적인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처음 이륙하는 이륙장에서는 바로 한번에 이륙하려 하면 안된다. 글라이더를 가볍게 올렸다 내렸다 한두번 해보아야 한다.
글라이더에 대한 압력과 그 과정에서 이륙장에 대한 감각이 짧은 시간이지만 느껴질 것이다. 그런 감각이 느껴지면
그때 자연스런 자신감이 가슴에 올라올 것이다. 그때 힘차게 A라이저를 잡아 당겨 글라이더를 낚아채야한다.
문제는 바람이 비교적 약할 경우이다. 잡아 당기면서 올라오는 글라이더를 수평으로 놓고 확인하고 재빨리 리버스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리버스를 하면서 멈추어서는 안된다. 잡아당기면서도 몸은 뒤로 발걸음질 하면서 뒤로 나아가야 하고
리버스하면서도 몸은 전진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글라이더는 수평을 유지해야 한다. 이것이 지상훈련에서
정확히 몸에 배이도록 훈련되어야 한다. 리버스 하면서 뒤로 달려나가며 허리를 숙여 전방으로 뛰어 나가야 한다.
일관적인 행동은 몸이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글라이더가 가라앉지 않을 것이고 글라이더의 압이 유지되어 공중에서 머무를
양력을 발생하는 것이다. 뛰어나가면 글라이더가 압력을 받아 날개를 형성하고 직진성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두번째의 일관된
행동은 글라이더를 수평으로 항상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리면서도 글라이더가 수평을 유지해야 하고, 리버스 하면서도
글라이더가 수평된 채 그대로 유지되어 앞으로 나가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 중간에 어느 액션으로 글라이더가 옆으로 기운다면
이륙실패는 정해진 일인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위험한 이륙장에서 글라이더를 옆에 거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다. 만약 기운채로
이륙에 일시 성공했다 하더라도 좌우 급격한 요동으로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세번째 일관적인 행동은 글라이더가 자신의 머리위를 지나지 않게 하라는 것이다. 즉 글라이더 보다 자신이 앞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일단 글라이더보다 먼저 몸을 나아가게 움직여야 한다. 올렸을 때 글라이더 속도는 겨우 10킬로미만에
불과하다. 미리 몸을 움직여서 글라이더 앞에 자기 자신을 위치하게 하여야 한다. 가장 위험한 것이 글라이더가 자기보다
앞에 나갈 때이다. 그럴 경우 글라이더는 엔진이 뒤에 있으니 추진력을 잃을 수 밖에 없고, 당연히 앞전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이 상황이 가장 무서운 결과를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중급자 고급자은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은 앞전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한가지로 말한다. 만약 미리 한두번 올리지않고 바로 올렸을 때는 감각이 없어 그러한 경우가 발생하는 가능성이 높다.
얼마나 빨리 올라오는지 가늠하기 위해서는 처음 온 이륙장에서 글라이더 올라오는 속도를 가늠하는 사전 연습이 필요하다.
글라이더가 너무 빨리 올라올 경우, 뒤로 뒷걸음치며 나아가면서도 적절히 머리를 오버하지 않게 견제하는 동작이 몸에 배일
정도로 연습이 되어야 한다.
네번째의 일관된 행동은 신체 힘의 중심이 항상 앞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무릎보다 30센티미터 이상 힘의 중심이 앞으로
가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당연히 몸이 앞으로 숙여질 수밖에 없다. 몸이 숙여지면 팔이 나란히 뒤도 들리고
글라이더가 수평적인 자세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바른 직진성을 위해 일관적으로 힘의 중심을 앞으로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번째의 행동은 리버스 동작은 가장 빨라야 한다는 것이다. 글라이더가 제대로 올라오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획
돌아야 한다. 글라이더를 일일히 확인하고 도는 것은 아주 바람 좋은, 즉 1년에 몇번 있지 않을 날에서 이다.
대부분의 경우 글라이더가 제대로 수평으로 올라오는 지 확인하고, 글라이더 산줄이 꼬여 있지 않은 지 순간적으로 확인하고
바로 즉각 리버스를 감행해야 한다. 리버스 동작이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글라이더의 중심이 흩트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륙은 여유를 가져야 한다. 즉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낯선 이륙장에서 그런 여유를 가지긴 쉽지 않다. 그런 여유를 가지기
위해 사전에 여러 단계를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분위기에 적응해야 하고, 눈이 지형에 익숙해져서 지형이 눈에 들어와야 한다.
아무리 대담한 사람일지라도 처음 이륙장에선 마음도 얼고 몸도 얼수밖에 없다. 마음을 녹이기 위해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주위의 좋은 사람들과 따스한 말과 분위기로 마음을 녹여야 한다. 마음이 녹여져야 몸이 녹여진다.
이것이 이륙장에서이 가장 좋은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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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둑입니다. 제 개인 블로그에 나름대로 끄적거려놓았던 글입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외람되지만 클럽 홈페이지에 올려놓습니다.
어느 개인이나, 어느 스쿨이나, 어느 클럽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그냥 개인적인 글이니
혹시 오해를 불러 일으킬 내용이 있으면 너그러이 양해바랍니다.
그래도 혹시 불편하게 한 내용이 있으면 쪽지나 댓글로 남겨주세요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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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글을 읽으면서 뜬금없이 생각해 본건데.. 혹 우리 하늘33님.... 직업이... 강의하거나 교육시키는쪽???...
그냥... 너무 요약정리 잘돼있구.. 간결하면서두 글속에서.. 강한 포인트가 있어서...
결론은 멋지시다는 겁니다.ㅎㅎㅎ 어느 정도 진도나가면 이 페이지는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