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주
(3) 내 안의 나를 보다, 주민의 실천
요즘 유행하는 사자성어 중 ‘내로남불’이란 말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한다. 한글과 한자와 영어가 섞인 국적을 알 수 없는 말이다. 이런 말을 쓰면 안 되겠지만, 재미있는 말임은 사실이다. 이를 이렇게 풀면 어떨까. ‘내 안에 나 있다.’라고 말이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큰 소리를 낸다. 물론 주체적이지 못한 사람이야 남 따라 하면서 맞장구나 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의 입장에서 말한다고 하면서 대부분 부화뇌동(附和雷同)하고 있다. 이분법적 사고로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는 사람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여야(與野), 남북(南北), 청적(靑赤), 빈부(貧富) 등이 그런 단어이다.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모두 아군 아니면 적군이다. 아무리 좋은 생각을 내 놔도 내가 낸 것이 아니기에 무조건 반대하고 비난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우리 사회에 쓰지 말아야할 말들이 많이 생겼다. 빨갱이, 태극기부대, 꼰대, 애숭이 등이 대표적인 단어이다. 요즘은 ‘틀딱’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틀니를 딱딱 거리는 늙은이’라는 말이다.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 우리는 스스로 돌아봐야한다. 바로 진정한 내 안의 나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정 내 철학은 무엇인지. 내 철학이 담긴 가치관, 세계관, 생활관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이런 생각으로 세상을 대했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내 생각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편견 없는 합리적 사고가 필요한 때이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제로 따르라고 억지를 부려서도 안 된다. 자기가 생각하기에 아무리 좋아도 다수가 아니라면 접을 수도 있어야 한다. 내 편이 아니더라도 좋은 생각이면 함께 해주고, 불합리하거나 부조리한 생각이면 바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 줘야 한다. 선을 권장하지 않고, 악을 보고 침묵하면 죄인이다.
묵호는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 주민 스스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이번 도시재생은 아주 좋은 기회이다. 주민들이 각자 자신이 갖고 있는 철학으로 스스로 나서야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어야 한다. 묵호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랬더니, 사람들마다 할 말이 있었다. 다만, 말할 기회가 없었을 따름이다.
(이 내용은 동해시 묵호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작성하였다. 강원아카이브협동조합의 사업으로 필자가 작성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