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0대 여성이 살을 빼기 위해 향정신성 의약품의 일종인 펜타민을 과다 복용해 사망했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 펜타민을 구하지 못하자 친구 6, 7명에게 부탁해 계속 처방을 받아서 이를 장기간
과다 복용했다고 한다. 펜타민이란 과연 어떤 약이기에 이 여성을 사지로 몰았을까.
우리나라 여성들은 단순히 비만의 조절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체중이 정상인 사람조차 더 마른 체형을 갖기
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비만 약제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식욕억제제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국내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시장은 연간
450억원 규모, 약 150만 명이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국제 마약감시기구의 2005년 자료를
보면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인 펜타민의 사용량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3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비만치료제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식욕에 영향을 주는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와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열 생성 촉진제, 그리고 위장관에 작용해 흡수를 저하시키는 약제로 구분할 수 있다. 펜타민과 시부트라민은
모두 마약인 암페타민 계열 약물로서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에 해당한다. 이들 약물은 중추신경계의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식욕을 떨어뜨린다. 큰 위험에 처했을 때 교감신경이 흥분되면 심장이 빨리 뛰고 긴장하면서 시급하지
않은 식욕은 잊게 되는 이치다. 그런데 시부트라민의 경우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최소 2년 이상의
장기적인 안정성과 효과를 입증 받았지만, 펜타민은 FDA로부터 3개월 이내의 단기간 비만치료로 허가받은 약이다.
펜타민은 부작용도 흔한 편이어서 목마름이 복용자의 55.2%, 수면장애가 34.5%에서 보고되고 있다. 또 가슴
두근거림이나 고혈압 등의 위험이 증가하며, 과량 복용하면 사망할 수 있다. 펜타민은 체중 감량 효과가 다른
약제에 비해 뒤지지 않으면서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미국에서 비만치료제로 제일 많이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시부트라민은 한 달 복용에 6만~7만원이 들지만 펜타민은 이의 반값 정도에 불과하다.
문제는 펜타민은 수주 이내에 내성이 생겨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오래 사용하게 될 경우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 약 용량을 늘리게 되고, 그로 인해 중독성이 생겨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비만치료제로 한동안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제니칼은 위장관에 작용한다. 이 약물은 중성지방과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어서 위장관에서 음식물 속의 지방을 분해시키는 효소와 대신 결합하며, 그 결과 음식물 속의
지방이 잘게 분해돼 신체 내로 흡수되지 못하게 된다. 그런 기전 때문에 식사와 함께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부작용으로는 지방의 상당수가 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변으로 배설되다 보니 변이 기름지고, 자기도 모르게
새나오는 실금증세가 생기기도 한다. 또한 제니칼은 한 달 복용에 10만원 가까이 소요되는 것도 단점이다.
최근 같은 성분의 국산 약들이 개발되면서 조금 저렴해졌지만 여전히 다른 비만치료제에 비해 비싼 편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열 생성 촉진제에는 카페인이나 마리화나 계열 약물 등 여러 가지 약제가 있으나 미국 FDA의
허가를 받은 약물은 아직 없다.
물론 펜타민 같은 향정신성 약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위험한 것은 아니다. 적정 용량을 적정한 기간 동안
의사의 지시 하에 복용한다면 안전하게 체중 감량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식이조절과
운동을 병행해야만 약물의 위험에서 보다 확실히 벗어날 수 있음을 명심하자.
경희대 의대 교수 가정의학 전문의
첫댓글 약보다는 운동으로 꾸준히 몸매를 가꾸어 가는것이 건강에 훨 좋은거....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