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열차가 터널보다 크네? 스페인 3400억원 날릴 위기

[명사십리]

스페인 국영철도회사가 일부 지역 터널 크기보다 큰 신형 열차를 주문한

사실이 드러나 대표와 교통부 차관 등 책임자들이 줄줄이 사퇴했다.

스페인 국영 철도 렌페(기사와 관련없는 사진). 스페인 렌페 누리집 갈무리© 제공: 한겨레 ＜가디언＞등은 21일(현지시각) 스페인 철도회사 렌페의 아시아이스 타보아스 대표, 이사벨 파르도 교통부 차관 등이 신형 열차 주문 논란으로 사퇴했다고 보도했다. 철도 운영사 아디프의 담당 고위직 2명도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스페인 교통부는 아스투리아스, 칸타브리아 자치주에 투입할 협궤열차 31대를 철도차량 제조 업체 씨에이에프(CAF)에 주문했다. 총 2억5800만 유로(약 3349억원)의 돈이 투입된 사업이다. 그러나 렌페가 요청한 철도 사양이 스페인 일부 터널의 폭보다 커 운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열차가 투입될 스페인 북부 산악 지역 철도망은 19세기에 건설돼 일부 터널이 현대 열차 규격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씨에이에프는 결국 2021년 3월 열차 제작을 중단했다.

‘황당 행정’은 지난달 말 현지 언론을 통해 폭로됐다. 스페인 교통부는 언론에 “처음부터 책임과 실수를 인정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추가 예산이 투입되지 않는다고 진화에 나섰으나 분노한 국민 여론을 달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가디언은 “이번일로 분노한 사람들을 달래기에는 불충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교통부는 열차 제조사에 터널 입구 크기를 반영한 새로운 설계를 요구했고, 열차 제작과 투입은 몇년 뒤로 연기될 전망이다. 아스투리아스, 칸타브리아 자치주 주지사들은 현재 파블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에게 보상 등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