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백주간 공부를 하며
임성희 루치아(서울교구 용산성당, 루카 반)
성서 공부할 때 나의 기도 첫 마디는 “좋으신 하느님 이 자리에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다. 2년전 성서 백주간을 시작 당시에는 하던 일들이 있어 오롯히 매진하지 못했었다. 이제까지 해온 교양 강좌며 운동을 그만두고 선뜻 성서 공부가 내키지가 않았었다.
그로부터 1년 뒤에도 겉으로 보기에는 더 바빠졌었지만 마음은 허허 벌판이었다. 한가지도 부족해 두 가지가 한꺼번에 밀어 닥친 고난 속에서 이제 까지 해 오던 것들이 하찮게 여겨지면서 편한함의 균형은 깨어져 있었다. 그리고 나만 버려진 듯했다.
성서 공부 시작하던 1년 전 그날 갈까 말까 망설이며 아침 잠을 잤다. 육체적 피곤함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현실을 잊고자 잠을 자는 습관이 그 시절에 생겼다. 그런데 누가 시작 시간을 가르쳐 주듯이 전화가 왔다. 그 전화에 잠이 깨어 “그래, 공부하러 가자. 가만히 있으면 걱정거리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지. 두드려서 열린 것이야. 뜻이 있으면 길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시작의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기도도 잘 못하고 숙제가 부담스러워 쩔쩔맸지만 성서 구절들과 기도가 심란했던 마음을 다독여주는 것 같았다. 어느 것에서도 풀릴 수 없었던 엉킨 실 타래가 조금씩 풀려 가면서 내 마음은 평화가 깃 들였다. 어떤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어떤때는 아프다는 핑계로 게을리 공부할 때도 있지만 같이 의지하며 일주일에 한번씩 공부하니 어느새 48회나 되었다.
혼자 했다면 몇 장 읽는 데에 그쳤을 것이다. 함께 하며 숙제가 있으니 지금까지 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똑 같은 성서 구절도 각기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나이에 따라, 처해진 환경에 따라, 시기에 따라, 각자의 느껴짐이 색달랐다. 다른 자매님의 생활 성서 이야기 속에서 깨달음이 왔고, 아픈 나의 마음도 치유되어 맑은 마음을 되찾게 되었다.
학창시절 역사시간에 훈민정음을 만드신 세종대왕이 위대하다고 하면 어째서 집현전 학자가 다 같이 만든 건데, 세종대왕만 칭송할까 의아해 했었다. 그러나 세종대왕이 있었기에 한글이 탕생할 수 있었던 것처럼 성서 백주간을 만들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으르 만들어 주신 주임 신부님이 계시기에 우리 성서 반들도 존재한다고 본다.
성서를 통해 뿌리가 튼튼해지는 나무같이 자라는 것이 우리 신앙인이라고 믿어진다. 이렇게 공부할 수 있게 불러 일으켜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