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에 다녀온 후 미란의 머릿속은 온통 파란을 구할 생각뿐이었다. 어떻게 그 많은 닭을 데리고 나온단 말인가. 닥치고 양계장주와 원한이 있거나 틀어진 사람은 없을까? 가까이에 있는 다정 양계장 주인부터 만나기로 했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마크가 있는 다정 양계장의 은영은 기자인 미란을 반갑게 맞았다. 미란은 단도직입적으로 닥치고 양계장주와 관계를 물었다.
“알면서 뭘 물으세요?”
“결정적으로 틀어진 계기는요?”
미란이 물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유행했을 때요. 정부 주도로 닥치고 양계장 닭들을 무자비하게 살 처분했어요. 억울했던 건 조류독감 근처에도 안 간 우리 닭을 살 처분 대상에 포함시킨 거예요. 조류독감이 발생한 양계장에서 3km 근방의 모든 양계장에 해당되는 행정명령이었죠. 아직도 백신이 아닌 예방적 살 처분이라니 기가 막혔죠. 동물복지 농장주들이 돌아가며 1인 시위를 계속하며 버텼어요. 하지만, 행정명령을 뒤집을 순 없었어요. 그때를 떠올리면 억장이 무너져요. 구덩이를 파서 생으로 밀어 넣는데, 차마 못 보겠더라고요.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고통스러워서 여러 번 그만둘까 고민했었죠.”
미란은 이때다 싶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사장님! 저 좀 도와주세요. 연구원이던 동생이 실종됐어요.”
“어머나, 어쩜 좋아. 상심이 크시겠다. 어디 있는지 전혀 몰라요?”
은영은 미란이 걱정되어 되물었다.
“지금 닥치고 양계장에 있어요. 사장님 도움이 절실해요. 더 늦으면 동생의 생사가 위험해져요.”
미란은 속전속결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다정 농장주 은영과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데 합의하고 D-day를 이틀 뒤로 잡았다. 차를 돌린 미란은 치환이 깊이 잠든 시간에 맞춰 계사에 들어갔다. 두 번째 계사 방문이지만, 수많은 케이지에서 파란을 찾는 일은 모래사장에서 진주를 찾는 일과 비슷했다. 한시가 급한 미란은 파란을 목청껏 불렀다.
“파란아, 언니 왔어. 어디 있니?”
생각보다 빨리 자신을 찾아온 미란의 목소리에 파란은 당황했다.
“뒤, 뒤쪽이야.”
미란은 겨우 파란의 케이지를 찾아냈다.
“힘들지 않니? 내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괜찮아. 근데 다 같이 나갈 수 있어?”
“물론이지. 다정 양계장 주인도 협조하기로 했어.”
“정말 잘됐다. 부탁이 있는데, 친구가 많이 아파. 노랑부터 언니가 챙겨줘.”
맞은편에 있는 노랑을 가리키며 파란이 말했다.
“알았어. 이틀 뒤 자정에 올게.”
“그렇게 빨리요?”
노랑이 물었다.
“더 이상 지체하면 모두 위험해요. 이틀 뒤에요. 파란을 잘 부탁해요.”
미란의 마음을 이해한 듯 노랑이 주억거렸다.
“우린 어떻게 하면 되나요? 준비할 것을 말해주세요.”
노랑의 질문에 잠시 머뭇하던 미란이 곧 답했다.
“평소대로 해주세요. 주인의 의심을 사면 안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