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4.
비싸다
구례 생활 20일째다. 내심 여기는 시골이라 생활비는 절약되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농산물 가격은 대도시보다는 한 단계 낮다고 추측했기 때문이다. 유통 과정이 짧아지면 소비자 가격은 낮아지는 게 당연한 일이니까. 누구라도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여야 정상이다.
물가가 비싼 시골도 있다. 대도시나 농촌이나 하나로마트에서 동일 제품의 가격은 같을 수 있다. 별 차이가 없어도 같은 매장이니까 수긍할 수 있다. 구례 오일장터 농산물 가격이 대구 서문시장보다 비싸면 사기당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그렇다. 다행스럽게도 여기 오일장 농산물 가격은 종류마다 다르지만 싸다. 오이, 콜라비, 고구마, 양파 등 일부 품목이 그렇다. 주변 농토에서 수확한 채소들이면 농부가 판매하니 더 좋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장터를 떠나면 카페나 식당 할 것 없이 조금씩 비싸다. 끼니 한 번을 해결하는 밥값이 10,000원으로 부족할 때가 잦다. 국밥이나 탕은 그러저러하지만, 빵은 엄청나다. 파리바케트가 가장 값싼 빵을 파는 곳이다. 동네 빵집은 우리밀 또는 천연 효모를 내세워 매우 비싸다. 한 번 정도 맛보면 다시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구례는 관광지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곳이라서 음식은 고급화되고 가격은 상향 조정된 듯하다. 읍내나 화엄사 입구를 포함해서 지리산과 섬진강을 따라 구석구석 맛집의 간판을 걸고 있다. 숱한 맛집들이 저마다의 솜씨로 맛 자랑을 하는 통에 서민들은 부담스럽다. 걸쭉하게 먹고 배 두드리기에는 만만하지 않은 가격이다. 구례는 한 상을 3인 기준으로 상차림이라는 곳도 있다. 둘이 가도 3인분을 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각기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생계비라고 한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정한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보면 된다. 정부에서 중위소득의 60%로 책정한다고 알고 있다. 2024년 올해 1인 기준 1,337,076원이다. 2인은 2,209,565원이며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과 하나 가격이 작년보다 79% 올랐다고 한다.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고 사과만 오른 게 아니다. 오르지 않은 게 없다. 먹고살기 정말 팍팍한 서민들의 아픔이 느껴진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고 호주머니 사정으로 수심 가득한 서민들을 위해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그들 모두가 마음 편히 살게 해주기를 목 놓아 외쳐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