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난 항상 법정스님의 책을 도서관이나 카페 등에 가면 가장 먼저 꺼내어 읽는다. 내 마음을 맑게 해 주고, 내 삶을 다시 시작하게끔 동기부여도 해 주기 때문이다. 오늘 읽은 글도 비슷했다.
수행자가 첫 마음을 냈을 때, 가장 많은 걸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초심을 지켜가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도 첫 마음의 중요성을 잘 안다. 그런데 우리의 마음은 간사한지 그 마음을 끝까지 지켜가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다.
첫 등교, 첫 연애, 첫 입사 등 처음 그것에 임할 때의 마음을 우리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 나의 경우에는 신경증도 있었고, 항상 두 가지 선택 사항에서 헷갈려 마음을 끝까지 가져가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허나, 이제 나이도 들고 인생의 진실도 알게 되었으니, 처음 마음을 부지런히 유지하고 싶어졌다.
모든 처음은 절실하고 진취적이다. 어떠한 난관이 있다 하더라도 쉽게 물러서려 하지 않는다. 초심 수행자의 시퍼런 기상은 모든 게으름을 몰아낼 것이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발심이 초심보다 어렵다, 는 말을 하고 있다. 부처도 죽음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이런 내용을 남긴다. “모든 것은 덧없다. 그러니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을 갈무리하고, 불태울 수 있다는 것은 수행자 혹은 일상을 살아가는 속세인인 우리에게 중요하다.
다음으로 기억나는 것도 초심자에 관한 당부 사항이다. “어리석고 나쁜 벗을 멀리하고, 어진 이를 가까이하라.” 불가에 발을 내디딘 수행자들에게 할 말도 많을 텐데, 이 내용을 가장 앞세운 이유는, 그만큼 가까이에서 함께 하며, 보고 배우는 친구에게 우리는 그만큼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일 것이다. “길을 가다가 현명한 이가 없고, 어리석은 자가 있다면, 홀로 길을 갈 뿐이지 벗하지 않는다.”라는 불가의 말이 대략 전해진다. 이것도 함께 여행하며 나누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겠다.
법정스님 또한 인간은 끼리끼리 어울리고, 계꾼은 계꾼끼리, 도박꾼은 도박꾼끼리, 그리고 사람다운 사람은 사람다운 사람과 자연히 어울리게 되어 있다고 말씀하셨다. 이것은 심리학에서도 같은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보통 연인이나 배우자를 탓하거나 불평하는데, 그것은 엉뚱한 대상을 가리켜 분노하는 경우이다. 우리는 자기와 비슷한 연인을 만나기 쉽고, 결혼 또한 자신과 정신적 성숙도가 유사한 이성과 하게 마련이다. 그러니 세상을 살아가며 타인을 탓할 이유는 거의 없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말을 적게 하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말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말을 쏟아냈기 때문에 후회하는 일이 훨씬 많다. 불가에서도 말을 하기 전에 먼저 생각을 심사숙고하라, 는 말씀이 전해진다. 이것은 나의 경우를 살펴봐도 정확하다. 난 친한 선배에게 미주알고주알 말을 쏟아내는 버릇이 있었다. 그만큼 편하기에 내 생각을 모두 말했는데, 말을 할 당시에는 몰랐는데 그 후 내가 너무 가볍게 행동하지 않았나, 하는 후회가 따르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선배와의 관계를 진중하게 만들어가지 못한다는 반성도 했다.
종교에서는 금언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많은 사람과 수다를 나누는 것보다 홀로 묵상하거나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 게 선호되기도 한다. 남들이 그만이라고 외치기 전에 말을 그치는 사람은 현명한 사람이다. 또한, 지혜로운 사람은 내가 말하고 싶을 때 하나를 말하고, 둘을 듣는다 했다. 친구는 들어주는 사람 주변에 모인다. 잘 듣는다는 건, 경청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것이다. 이것은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하고, 타인을 받아들일 정도로 세계관이 열려 있어야 진정으로 가능하다.
오늘 스님의 글을 읽으며 자주 생각한 것은, 나는 과연 내 마음을 세상에 열 수 있는 용기와 절실함이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나 또한, 법정스님처럼 괴팍스러운 성미라 홀로 있기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남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할 이유는 없다. 홀로 고독을 즐기는 건 나쁘지 않지만, 세상으로부터 고립되면 좋지 않다 했다. 요즘 모순되는 것의 통합과 균형을 많이 생각한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 있게 살아가는 태도가 좋아 보인다. 나도 이제 조금씩 삶의 모습을 세상과 보조를 이루려 한다. 그동안 너무 고집부리며 살아왔는데, 그래서 인생의 속도가 남들보다 많이 뒤처지게 됐다. 이제라도 이 사실을 깨닫게 되었으니, 호연지기의 마음을 품고 세상과 만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