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 여성이 자신의 마음이 복잡해서 어떤 마음인지 잘 모르겠다며 상담실을 찾았다. 일단 그녀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최근 마음을 생각하며 타로카드 중 한 장을 뽑게 했다. 그녀가 뽑은 카드 Five Of Cups. 그녀에게 이 카드가 어떻게 보이는 지 물었다.
“검은 망토를 입은 사람이 앞에 쓰러진 잔 3개를 보며 슬퍼하고 있어요. 이 사람 앞에 강이 있네요, 하지만 강을 건너갈 것 같지는 않네요”
이 카드는 ‘과거의 인연을 잊지 못함’, ‘ 과거의 상처가 여전히 아픈 사람이나 이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 또는 곧 이별이나 상실의 아픔이 예상되는 사람’을 나타내기도 한다. 최근 이별의 아픔을 경험한 적 있는 지 물으니 “6개월 정도 되었어요. 그런데 저는 다 잊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떻게 이런 카드를 뽑은 건지..(흐느끼며 운다)”
그녀는 몇 년 동안 사귀였던 남자에게서 버림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 힘들어했다. 이별은 그녀에게 큰 아픔과 충격이었다. 그래서 그를 잊기 위해 미친 듯이 일에 몰두 했고, 주변 사람들이 소개팅 시켜 준다고 하면 마다하지 않고 모두 만났다. 그렇게 2개월 동안 10명도 넘게 만났고, 그 중 한명하고 현재 깊게 만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공허하고 이유 없이 우울해지고, 밤에는 잠도 잘 안 오고, 갑자기 슬퍼졌다 갑자기 행복해져 미친 듯이 웃지를 않나 감정의 변화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러, 이러다 정말 자신이 미쳐버리는 건 아닐까 불안해서 상담센터를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했다. 그래서 과거 남친으로부터 버림받은 이야기를 아무한테도 하지 못했다. 혹여 직장 동료들이 알까봐 조마조마하며 하루하루 보내다 도피처로 생각한 것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다. 애써 잊으려고 꼭꼭 싸매고 눌러버려 마치 자신도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어버리는 듯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자신이 뽑은 카드가 ‘이별’을 상징하는 그림이라고 하니 처음엔 몹시 당황하다가, 결국 상담자에게 과거 남친과의 이야기를 털어 놓게 된 것이다. 타로카드 한 장이 그녀의 맘을 열게 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연인 간의 이별은 큰 충격으로 다가 온다. 여성의 경우엔 겉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속으로 그 내상은 크다. 인간은 스트레스 및 불안의 위협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의식에서 용납하기 힘든 생각, 욕망, 충동 등을 무의식 속으로 눌러 넣어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방어기제를 사용하게 되면 언젠가는 건강하지 못한 자아가 고개를 들게 되어 있고, 그 때 인간은 큰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헤어진 연인을 잊기 위해 만나는 새로운 연인과의 관계가 제대로 된 만남일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별의 아픔도 정리 할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감정을 억지로 정리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느끼고, 수용하고 물 흐르듯이 흘러가게 하는 것이 마음을 덜 아프게 하는 방법일거라 생각한다.
상처가 났을 때 상처를 쳐다볼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처럼, 마음의 상처 또한 아프다고 무조건 싸매고 외면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쳐다보고 천천히 어루만져 주어 새살이 돋을 때까지 지켜야 봐야 할 것이다.
상담의 장에서 가끔씩 내담자가 무슨 상담을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지만 현재의 삶이 순탄하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투사 도구로써의 타로 그림 한 장은 내담자도 잊고 있었고 꺼내기 싫었던 기억의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SSAC) 심리상담센터 소장 이 성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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