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글>
요란하고 시끌벅적하고 소란스러울 것 같던,
볼거리, 즐길 거리가 넘쳐날 것 같던,
긴 운전에도 기대감이 넘쳤기에 전혀 힘들지 않았던,
잠시 후 펼쳐질 화려하고 환상적인 딴 세상의 수채화에 콧노래가 절로 나오고, 가슴이 콩닥거렸던..
솔솔 부는 봄바람에,
시원한 마음속 힐링까지 기대하며 떠난 Carrizo 꽃놀이 여행길..
무엇인가 큰 기대를 했던 분들에게는,
진짜 큰 상상을 했던 분들에게는,
오래전 찾았던 풍경을 떠올렸던 분들에게는,
고개를 넘자마자 펼쳐진 푸르른 들판에 보이지 않고 사라져 버린 꽃에..
고개를 떨구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고,
충격과 실망에 한참을 말 그대로 망연자실하였을 듯..
그곳에 살지 않는 한 짧은 정보로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에
꽃의 피고 짐은
결코 알 수 없고,
결코 닿을 수 없는 신만이 아는 영역이 아닐까?
(신앙생활을 하진 않지만)
그래도,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산과 들판에 화사하고 아름다운 옷으로 갈아입는 꽃과,
모양과 색을 달리한 모습으로 꽃망울이 봄을 알려주는 듯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과,
봄 햇살에 짧은 산행길이었지만 땀 뻘뻘 흘렸다는 것과,
풍성한 먹거리로 맛과 정성을 느꼈다는 것..
오늘 꽃밭에서 맞은 봄은 유난히 조용하고
말보단 깊은 침묵이었지만 살아 있는 것들의 숨결이 넘쳐나고,
한가득 펼쳐진 초록이 전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더 귀하게 여겨지고 흐뭇하기만 했던, 소중하고 아름다운 날..
능선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먼 곳의 꽃을 바라보니,
많은 비와 바람을 견디어 내고 짧은 시간 동안 펼쳐진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도,
오래 머물지 않고, 며칠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텐테,
빠르게 지난 긴긴 삶을 되돌아보니
왜 이리 마음을 아프게 하고 빼앗아 갈까!!!
풋풋하고 가슴 뜨거운 사랑보다는 애절하고 푸석푸석한 사랑만 다가오고,
말을 아끼고 몸의 고통을 삼키는 날이 많아지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조명 밖에서 묵묵히 견디어 내고 희생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다른 사람의 관심이나 시선에 춤출 필요가 없는 나이가 되었으니..
고요한 멈춤이 일상이 되고,
이젠 기꺼이 누군가의 그림자가 되어
머지않아 고개 숙이고 사라질 날을 생각하니..
자연스레 떠오르는
끈적끈적했던 사랑 이야기가 떠올라
진한 그리움과 아쉬움에 양하영의 “가슴앓이”를 들으며 한껏 취하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