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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신부님은 탐정》
## 제24화 ― 「폐교 운동장에서 들리는 출석」
은솔시 외곽에는 십오 년 전 문을 닫은 작은 학교가 있었다.
학교 이름은 은솔초등학교 산내분교.
아이들이 떠난 교실에는 먼지가 쌓였고, 운동장 가장자리의 미끄럼틀은 색이 바랬다. 녹슨 철봉 아래로는 이름 모를 풀꽃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한 달 전부터 이상한 일이 시작되었다.
매일 밤 아홉 시가 되면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학교 확성기에서 출석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1번 김영수.”
잠시 뒤 어린아이의 대답이 이어졌다.
“네!”
“2번 박정호.”
“네!”
“3번 이은희.”
“네!”
낡은 녹음이라 잡음이 심했지만 이름과 대답은 분명했다.
그렇게 열한 번째 이름까지 불린 뒤 마지막 이름이 나왔다.
“12번 배은별.”
그러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언제나 긴 침묵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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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윤 세실리아 기자는 ‘밤마다 출석을 부르는 폐교’라는 제보를 받고 카메라를 챙겼다.
밤 8시 40분.
학교 철문은 열려 있었다.
“누가 먼저 들어왔나?”
한서윤은 손전등을 켜고 운동장으로 들어갔다.
운동장 한가운데에는 낡은 학생용 책상 하나가 놓여 있었다.
책상은 교실을 향하지 않고 오래된 은행나무를 향해 있었다.
한서윤이 책상 서랍을 열자 낡은 출석부와 사진 한 장이 나왔다.
사진에는 흰옷을 입은 아이들이 은솔성당 제대 앞에 서 있었다. 첫영성체를 한 날 촬영한 사진이었다.
사진 속 아이는 열한 명이었다.
하지만 함께 발견된 출석부에는 열두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마지막 이름은 ‘배은별 마리아’.
“사진에서는 한 명이 없네.”
한서윤이 중얼거린 순간 확성기에서 잡음이 흘러나왔다.
치지직.
“1번 김영수.”
운동장에 출석을 부르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서윤이 시계를 확인했다.
정확히 밤 아홉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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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김맑음 프란치스코 신부도 폐교 정문에 도착했다.
그는 손전등과 보온병을 들고 있었다.
운동장에 경찰차가 들어오면서 이도현 형사가 차에서 내렸다.
사람들 앞이었으므로 그는 정중하게 물었다.
“신부님, 밤중에 폐교에 오신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 형사님, 본당 어르신을 모시러 왔습니다.”
“그 어르신은 어디 계십니까?”
“저도 지금 찾고 있습니다.”
“어르신께서 혼자 폐교에 오셨다는 말씀입니까?”
“옛 물건을 찾을 것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모시고 오겠다고 했지만 먼저 출발하셨습니다.”
“누구십니까?”
“배은별 마리아 어르신입니다.”
한서윤이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사진에서 사라진 아이와 같은 이름이에요.”
김맑음 신부가 사진과 출석부를 확인했다.
“그렇군요. 이 사진은 은별 어르신께서 첫영성체를 하신 날 찍은 것 같습니다.”
한서윤이 물었다.
“그런데 왜 은별 어르신만 사진에 없을까요?”
확성기에서는 계속 출석을 부르고 있었다.
“10번 박순자.”
“네!”
“11번 최만수.”
“네!”
그리고 마지막 이름이 불렸다.
“12번 배은별.”
이번에도 대답은 없었다.
그 순간 운동장 뒤편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이도현이 손전등을 비추었다.
낡은 책상이 어둠 속에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한서윤이 카메라를 들었다.
“책상이 혼자 움직여요.”
김맑음 신부가 안경을 고쳐 썼다.
“혼자 움직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책상 뒤에서 작은 재채기 소리가 들렸다.
“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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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현이 책상 뒤로 다가가자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쪼그려 앉아 있었다.
아이는 빨간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놀라게 해서 죄송해요.”
“이름이 무엇이니?”
“한소라예요.”
소라는 폐교 옆집에 사는 아이였다.
할머니 배은별이 혼자 학교에 간다는 것을 알고 몰래 따라온 것이었다.
이도현이 물었다.
“책상은 왜 옮기고 있었니?”
“할머니가 매일 한 칸씩 옮겨달라고 했어요.”
“왜?”
“열두 번째 자리를 찾아야 한대요.”
운동장에는 희미하게 흰 선이 그어져 있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교실 책상 배치를 그대로 옮겨 그린 열두 개의 네모였다.
책상은 첫날 1번 자리에서 시작해 매일 한 칸씩 이동했다.
오늘은 열두 번째 자리까지 와 있었다.
김맑음 신부가 작은 발자국들을 살폈다.
“운동장에 찍힌 발자국은 소라 양의 것이군요.”
“네. 낮에는 사람들이 볼까 봐 밤에 왔어요.”
“밤에 혼자 폐교에 오면 위험합니다.”
“혼자는 아니었어요. 할머니도 계셨어요.”
이도현이 물었다.
“할머니는 지금 어디 계시니?”
소라는 오래된 교사를 가리켰다.
“음악실에 가셨어요. 그런데 아직 안 나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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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실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다.
“배은별 어르신, 안에 계십니까?”
김맑음 신부가 문을 두드렸지만 대답이 없었다.
장태식 요셉 관리장이 연락을 받고 공구함을 들고 도착했다.
그 뒤에는 최병철 베드로 사무장과 오미자 안나도 따라왔다.
이도현이 물었다.
“세 분 모두 왜 오셨습니까?”
장태식이 대답했다.
“신부님께서 잠긴 문이 있다고 연락하셨습니다.”
최병철은 오래된 학교 도면을 들어 보였다.
“성당 창고에 분교 관련 서류가 남아 있었습니다.”
오미자가 말했다.
“두 분이 밤중에 나가시기에 안전을 위해 따라왔어요.”
복례도 보온 도시락을 들고 나타났다.
이도현이 다시 물었다.
“복례 어머니께서는요?”
“신부님이 저녁도 안 드시고 나가셨잖아요.”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저를 찾으러 오신 분이 더 많아졌습니다.”
이도현이 한숨을 쉬었다.
“어르신 한 분을 모시러 왔다가 성당 사람들이 다 모였군요.”
장태식이 음악실 옆의 작은 창문을 살폈다.
“문을 부술 필요는 없겠습니다. 창문 잠금장치가 열려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도 안전합니까?”
“제가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오미자가 공구함을 들었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회장님께서는 손전등만 비춰주십시오.”
“저는 언제쯤 중요한 일을 맡게 될까요?”
최병철이 대답했다.
“지금 손전등도 중요한 비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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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자 음악실 구석에 앉아 있는 배은별 마리아가 발견되었다.
다친 곳은 없었다. 오래된 수납장을 뒤지다 허리를 삐끗해 잠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복례가 은별의 손을 잡았다.
“혼자 이런 곳에 오시면 어떡해요?”
“미안해요. 내일 학교 건물을 정리한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급했어요.”
“무엇을 찾고 계셨습니까?”
김맑음 신부의 질문에 은별은 낡은 출석부를 바라보았다.
“내 목소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한서윤이 물었다.
“확성기에서 나오는 출석 녹음 말씀이세요?”
은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녹음은 육십 년 전 우리 반 수업을 녹음한 거예요. 담임선생님이 시범수업 자료로 만든 것이지요.”
당시 은별의 담임이었던 정 아가타 선생은 녹음기를 구하기 어려운 시절, 은솔성당에서 쓰던 카세트 녹음기를 빌려 수업을 녹음했다.
아이들은 자기 이름이 불리면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나 은별의 이름이 불린 뒤에는 대답이 남아 있지 않았다.
“사람들은 제가 그날 결석했다고 생각했어요.”
“결석하셨습니까?”
“아니요. 분명히 교실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대답이 녹음되지 않았습니까?”
“그것을 증명할 물건을 찾으러 온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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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확성기 방송은 귀신의 장난이 아니었다.
은별은 폐교 철거 소식을 듣고 한 달 전부터 학교를 찾았다. 음악실에 남은 옛 녹음테이프를 발견한 뒤, 작은 재생기를 확성기에 연결해 매일 밤 아홉 시에 작동하도록 설정했다.
오미자가 물었다.
“왜 하필 밤 아홉 시였습니까?”
은별이 머쓱하게 대답했다.
“아침 아홉 시로 맞춘다는 것이 밤 아홉 시로 잘못 맞췄어요.”
장태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전과 오후 설정을 바꾸신 모양입니다.”
“처음에는 다음 날 고치려고 했는데, 방송을 들은 사람들이 옛날 일을 기억해 줬어요. 그래서 그냥 두었습니다.”
한서윤이 물었다.
“그럼 책상은 왜 매일 옮기셨습니까?”
“우리 반 열두 명의 자리를 하나씩 확인하려고 했어요. 그중 한 책상 아래에 담임선생님이 무언가를 숨겨두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무엇을 숨겼습니까?”
“첫영성체 사진의 원본 필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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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별의 담임교사는 은솔성당 교리교사이기도 했다.
아이 열두 명은 같은 해 함께 첫영성체를 했다.
그런데 사진관 기사가 갑자기 오지 못했다. 사진을 찍을 사람이 없자 카메라를 다룰 줄 알았던 은별이 대신 촬영을 맡았다.
“제가 사진을 찍었으니 사진 속에는 제가 없었지요.”
한서윤이 사진을 빛에 비추어 살폈다.
오래된 사진 오른쪽에는 교리실 창문이 희미하게 찍혀 있었다. 창문 유리를 확대하자 카메라 앞에 서 있는 한 아이의 모습이 반사되어 있었다.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사진에서 아이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한서윤이 물었다.
“그럼 왜 한 명이 부족한 겁니까?”
“처음부터 카메라 뒤에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하늘 안젤라도 연락을 받고 사진을 확대해 보았다.
“여기 있어요. 카메라를 들고 있는 아이가 창문에 비쳤어요.”
은별은 사진 속 희미한 모습을 바라보며 웃었다.
“저 아이가 나예요.”
“그렇다면 출석 녹음에 대답이 없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은별은 낡은 녹음테이프를 들었다.
“출석을 부르던 날에도 제가 녹음기를 맡았습니다. 제 이름이 불렸을 때 테이프가 끝나버렸어요. 새 테이프로 갈아 끼운 뒤 대답했지만 뒷부분 테이프를 찾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은 은별이 결석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모두 은별이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사진과 출석 녹음만 남자, 기록 속에서 은별만 빠진 것처럼 보이게 된 것이다.
“나이가 드니 이상하게 서운해졌어요. 분명히 그곳에 있었는데 기록만 보면 나는 없었던 사람이 되었잖아요.”
김맑음 신부가 조용히 말했다.
“기록에 보이지 않는다고 그 자리에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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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자리에 놓인 책상을 뒤집자 바닥에 작은 홈이 발견되었다.
홈 안에는 낡은 필름통과 카세트테이프 한 개가 들어 있었다.
필름에는 은별이 카메라를 준비하는 모습과 아이들이 함께 성당으로 걸어가는 장면들이 남아 있었다.
두 번째 카세트테이프를 재생하자 오래된 잡음 뒤로 담임교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12번 배은별.”
잠시 뒤 밝은 아이의 목소리가 대답했다.
“네, 여기 있습니다!”
은별은 그 목소리를 듣고 눈을 감았다.
“그래. 내가 분명히 대답했어요.”
소라가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할머니, 나는 할머니가 거기 있었다는 거 알고 있었어요.”
“너는 사진도 못 봤잖아.”
“할머니가 매일 이야기해 줬으니까요.”
“그랬지.”
“그런데 다음부터는 나한테 말하고 와요. 밤에 혼자 학교에 오면 내가 걱정하잖아요.”
은별이 손녀를 바라보며 웃었다.
“누가 누구를 걱정하는지 모르겠구나.”
복례가 말했다.
“걱정에는 나이가 없어요.”
김맑음 신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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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은솔성당에서는 사진 속 첫영성체 아이들을 위한 작은 만남이 열렸다.
열두 명 가운데 일곱 명이 참석했다.
세상을 떠났거나 멀리 사는 사람들의 자리에는 이름표와 작은 꽃이 놓였다.
김맑음 신부는 미사를 집전하며 말했다.
“하느님께서는 사진에 잘 보이는 사람만 기억하지 않으십니다. 카메라 뒤에 서 있던 사람, 다른 사람을 위해 자기 자리를 내어준 사람, 이름 없이 봉사한 사람도 모두 기억하십니다.”
강론이 끝난 뒤 첫영성체 사진이 공개되었다.
사진 아래에는 열두 명의 이름이 모두 적혀 있었다.
마지막 줄에는 이런 설명도 덧붙였다.
‘사진을 촬영한 배은별 마리아는 창문에 비친 모습으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은별은 오랜 친구들과 사진을 바라보았다.
김영수 노인이 말했다.
“은별이가 사진을 찍어줘서 우리 모습이 남은 거야.”
박정호 노인도 웃었다.
“우리는 사진 앞에 섰고, 은별이는 우리 모두를 담아줬지.”
은별이 대답했다.
“그때는 나도 사진에 나오고 싶었어요.”
“말하지 그랬어. 내가 찍어줬을 텐데.”
“너는 카메라 뚜껑도 안 열고 찍을 사람이었잖아.”
오랜 친구들이 아이들처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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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끝난 뒤 오미자가 운동장의 책상을 성당으로 가져왔다.
최병철이 물었다.
“그 책상을 왜 가져오셨습니까?”
“기념품이잖아요.”
“학교 소유물입니다. 허가 없이 가져오시면 안 됩니다.”
“폐교니까 괜찮은 줄 알았어요.”
“폐교와 무소유는 다른 말입니다.”
오미자는 다시 책상을 들었다.
“그럼 돌려놓을게요.”
장태식이 물었다.
“그 무거운 걸 혼자 어떻게 가져오셨습니까?”
“조금씩 옮겼어요.”
“한 칸씩요?”
“네.”
모두가 운동장 책상이 밤마다 한 칸씩 이동한 진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은별과 소라만 옮긴 것이 아니었다.
오미자도 취재를 핑계로 밤마다 찾아와 책상을 조금씩 움직였던 것이다.
이도현이 물었다.
“왜 그러셨습니까?”
“책상이 정말 혼자 움직이는지 확인하려고 표시해 뒀는데, 다음 날 위치가 달라졌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한 칸 옮겨봤어요.”
한서윤이 말했다.
“그럼 어르신과 아이와 회장님이 번갈아 옮긴 거네요.”
오미자는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미스터리는 여러 사람의 협력으로 완성되는 법이에요.”
최병철이 말했다.
“미스터리를 해결하셔야지 완성하시면 어떡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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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뒤 이도현과 김맑음 신부는 폐교 운동장에 남았다.
둘만 있었기에 이도현이 물었다.
“맑음아, 오늘은 네가 모시러 온 어르신을 정말 찾았네.”
“지난번에는 못 찾은 것처럼 말한다.”
“폐역에서는 사람 대신 여행가방부터 찾았잖아.”
“결국 사람도 찾았어.”
“오늘도 출석 방송부터 들었고.”
김맑음 신부가 웃었다.
“길이 조금 돌아갔을 뿐이야.”
이도현은 첫영성체 사진을 바라보았다.
“사진에 없으면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사라질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 그래서 기록이 중요해.”
“그런데 기록이 틀릴 수도 있잖아.”
“그래서 사람의 증언과 기억도 함께 들어야 해. 기록에 이름이 없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삶까지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으니까.”
“오늘 강론보다 지금 말이 더 좋은데?”
“도현아.”
“왜?”
“강론할 때도 집중해서 들었어야지.”
멀리서 복례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부님! 보온병만 들고 가시고 도시락은 두고 가셨어요!”
김맑음 신부가 빈손을 내려다보았다.
“도현아.”
“왜?”
“기억과 기록이 모두 필요한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이도현이 웃으며 도시락을 받으러 걸어갔다.
밤 아홉 시가 되었다.
폐교의 확성기에서 마지막으로 출석을 부르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12번 배은별.”
이번에는 침묵이 아니었다.
복원된 테이프에서 어린 은별의 목소리가 운동장에 맑게 울렸다.
“네,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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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회 예고
### 제25화 ― 「우체통에서 돌아온 성탄 카드」
한여름의 은솔성당.
성당 우체통에서 눈 내리는 성탄 그림이 그려진 카드 한 장이 발견된다.
카드는 분명 삼십오 년 전에 발송되었지만, 받는 사람의 이름은 현재 은솔성당 주임인 김맑음 신부로 적혀 있다.
‘프란치스코 신부님께. 약속대로 아기 예수님을 돌려드립니다.’
봉투 안에는 작은 구유 인형의 왕관과 낡은 기차표가 들어 있다.
최병철 사무장이 확인한다.
“신부님, 우리 성당 구유에는 왕관을 쓴 인형이 없습니다.”
오미자가 말한다.
“그럼 다른 성당의 아기 예수님을 잘못 돌려보낸 것 아닐까요?”
한서윤 기자가 카드의 소인을 살펴본다.
“이 우체국은 이십 년 전에 사라졌어요.”
사람들 앞에서 이도현 형사가 정중하게 묻는다.
“신부님, 삼십오 년 전에 이 카드를 보내신 분을 아십니까?”
“이 형사님, 그때 저는 다섯 살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더 이상합니다.”
한여름에 도착한 성탄 카드.
왕관을 잃어버린 구유 인형.
그리고 성당 창고에서 발견된 삼십오 년 전 성탄 연극 대본.
김맑음 신부가 카드 속 ‘프란치스코’라는 글자를 바라본다.
“이 카드는 저에게 보낸 것이 아닙니다.”
“그럼 누구에게 보낸 겁니까?”
“저보다 먼저 이 이름으로 불렸던 사람에게 보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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