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x 유경희
https://vangoghexpo.com/seoul/
이 전시회를 가기 전에 뭐라도 읽고 가려고 읽음.
또 하나 주문해 놨다. 하나 더 읽고 가야지.
26. 노동을 선으로 간주하던 산업사회에서 정상적인 노동 활동이 불가능한 광기는 초능력이 아니라 무능력이었다.
30. 또한 빈센트는 자신이 어떻게 보이기를 원했을까?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보잘것없는 사람, 괴팍스러운 사람, 불쾌한 사람일 거야, 사회적응로 아무런 지위도 없고, 그것을 갖지도 못할, 요컨대 최하 중의 최하급. 그래 좋아. 그것이 정말 사실이라고 해도 언젠가 내 작품을 통해 그런 괴팍한 사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그의 가슴에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 주겠어." 이처럼 그는 자신이 평범한 노동자로 보이기를 원했다. 자기를 날카로운 지성을 가진 사람보다는 뱃사공이나 철공 노동자처럼 보인다는 말을 듣고 너무 기뻐했다. 그는 노동자의 형상 속에서도 아름다운 영혼의 꽃을 피울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런 노력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았다.
133. 파리에 온 뒤 일본 판화와 더욱 친해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엄청난 독서광이었기 때문이다. 일본 판화에 대한 관심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소개한 공쿠르 형제로 인해 더욱 깊어졌다. 빈센트는 "일본적인 것은 영원하다"라는 공쿠르 형제의 선언이 환상적이고 독특한 전대미문의 무엇을 보여 준다고 생각했다. 빈센트는 또한 우키요에의 영향으로 일본 생활에 대한 동경까지 품었다. 그것은 또한 프랑스 소설가 피에르 로티의 <국화 부인>을 읽고 일본 정신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빈센트는 일본 미술을 연구하면 너무나도 현명하고 지혜로운 철학을 만나게 된다고 언급했다. 그래서 그는 일본적인 감각과 묘법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169. 그러니까 그는 궁극적으로 초상화를 통해서 오디너리 세인트, 즉 보통 사람의 모습에서 신을 발견하고자 한 것이었다. 초상화에 대한 빈센트의 욕망과 의지는 자신을 버린 인간을 다시 구원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구원하는 일이었으리라.
219. 무의식의 거대한 저장고에는 자신이 직접 겪은 트라우마에 대한 기억뿐만 아니라, 위 세대가 해결하지 못한 트라우마 경험까지 담겨 있다. 유기, 자살, 전쟁, 근친의 때 이른 죽음 등 다양한 유형과 강도의 비극이 주는 고통의 충격은 세대에서 세대로 대물림된다. 가족사에서 해결하지 못한 채로 남은 트라우마는 다음 세대에 스며들어 그들의 감정과 반응, 선택에 섞여 든다. 이렇게 조상들이 경험한 흔적을 집단 무의식이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가족을 DNA를 공유한 운명 공동체라고 하지 않는가. 따라서 최근 트라우마에 대한 연구에서는 반복되는 고통의 패턴 뒤에 숨은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면 적어도 3세대에 걸친 가족사를 탐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대학에서 국문학, 대학원에서 미학을 전공했고, 시각예술과 정신분석학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책에 이런 특이 이력이 잘 드러난다. 반 고흐의 발자취를 따르면서 그에 대해 정신분석학적인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정신병을 앓고 있었다고 알려진 고흐의 경우에 유효했다고 생각한다. 결핍과 그로 인한 고흐의 반응들. 그의 삶과 작품들까지 제법 그럴싸하게 연결하고 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남동생 테오와 주고 받은 편지를 스토리 삼아 죽은 뒤에도 수십 년 뒤에나 테오의 아내에 의해 알려진 걸로 알고 있었지만 살아 생전, 젊고 유능한 평론가(의 필요)에 의해 주목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 때 유일하게 한 점이 팔렸다고.
문학 작품을 분석할 때 작가론을 바탕으로 한 분석이 있다. 작가의 환경과 그 환경으로 인한 작가의 가치관, 사고, 생각, 열등감, 심리 등을 분석하여 그 작품이 나오게 된 근본을 파헤친다거나 그 작품의 등장인물에 대해 분석해 보는 것인데 이 책 역시 그런 방식으로 작품과 그의 삶에 대해 고찰한다. 예술 작품의 해석 방법이란 게 고만고만한 것도 같고 결국 창조자와 작품을 떼고 생각할 수 없으니 언제나 유효한 방법이기도 하다.
엄마의 사랑이 결핍되고, 그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그의 삶을 보면서 과연 그가 이 책을 본다면 어디서 어디까지 인정을 할 것인지 반응이 궁금하다. 문득 누군가 나의 삶에 대해 논한다면 뭘 근거로 날 어떤 식으로 해석할지도 사뭇 궁금해졌다.
많은 작품들의 사진이 실렸지만 생각보다 많진 않아 아쉽다. 그래서 한 권 더.
마저 한 권 더 읽고 읽던 책 서너 권을 마저 마무리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