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앤레이스라는 꽃이 있었다.
'물색그리다' 카페에서 선배들의 이 꽃 그림을 종종 보았다.
수채화 선생님께 특별한 꽃이라고 한다. 본인의 가장 든든한 후견인이었던 아버지와의 황망한 사별 이후 이 꽃을 보고, 그리면서 슬픔을 치유하였다고 한다.
사진을 여러 장 보면서 꽃의 생김새를 관찰하고 난 후, 스펀지에 마스킹액을 찍어 주요한 꽃송이를 찍는다. 나는 이 꽃의 가지와 회색빛이 도는 잎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가지와 잎도 마스킹액으로 그려두었다.
마른 후 물붓으로 전체적으로 물을 듬뿍 묻힌 후, 배경색을 칠한다.
노란색과 보라 진초록, 갈색을 부분부분 칠하고 종이를 흔들어주면서 번지도록 하였다.
조금 마르기를 기다린 후 소금을 뿌려서 꽃송이의 세부를 표현하고 배경이 되는 꽃송이를 만든다.
이 때 물이 많이 고인 부분으로 소금이 흘러들어가 노란색 부분이 환해졌다. 그래서 그 느낌을 살려 역광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배경이 마르면 마스킹액을 제거한다.
그리면서 선생님을 생각했다. 역광 위의 소금자리를 희미한 꽃으로 표현하여 승화의 느낌을 자아내고 싶었다.
꽃의 명암 표현을 하면서 배경색과 비슷한 색으로 선택하였고 소금자리를 꽃으로 묶어주었다. 명암표현과 꽃대 그리기를 통해서 소금 표현이 한 송이의 꽃으로 묶인다.
잎은 연한 색으로 살짝 채색하고 물을 묻힌 후 닦아내는 방식으로 잎을 더 무성하게 만들었다.
마스킹액으로 꽃송이를 그릴 때 집에 있는 균일한 질감의 스펀지를 썼더니 꽃송이가 포도송이처럼 동그랗게 되버렸다. 그런데 사실 퀸앤레이스의 꽃송이는 동그랗게 생기긴했다. 그런데 그림으로 표현하면 흐르는 느낌의 불균질한 표현이 더 멋지다.
아쉬운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