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세계 가장 중요한 선거”… 튀르키예 ‘20년 철권’ 운명은
대선 D-2… 에르도안 대통령·野단일후보 치열한 접전
김나영 기자
입력 2023.05.12. 03:00
오는 14일 튀르키예 대선이 치러지는 가운데, 10일(현지 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사람들이 튀르키예 제1야당 연합의 대통령 후보 케말 클르츠다로을루의 선거 현수막을 지나가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올해 치러지는 모든 선거를 통틀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튀르키예의 건국 100주년인 오는 14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를 이렇게 평가했다. 이번 대선에선 20년간 튀르키예를 철권통치해 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현 대통령에게 맞서는 야권의 연합 후보가 2파전을 벌인다. 민주주의의 ‘선’을 넘으며 독재를 꿈꾸는 집권당(정의개발당)의 에르도안과 터키의 ‘다른 미래’를 부드러움으로 이끌어내겠다는 6개 야당 연합이 추대한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 대표가 표 대결을 벌이고 있다.
튀르키예 대선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세계 곳곳에서 번지는 ‘민주주의의 실패’ 때문이다. 한때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했다가 사실상 독재로 변질된 ‘껍데기만 민주주의’ 국가들이 계속 확산하는 가운데, 이미 반쯤 독재자로 변한 에르도안이 재집권할 경우 민주주의의 쇄락 기조가 더 번질 수 있다.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가 분류한, 형식적 선거는 치르지만 사실상 독재국인 이른바 ‘선거 독재국가(electoral autocracies)’는 총 56국으로 1990년(40국)보다 40% 늘어났다. 폴란드·헝가리·멕시코 같은 국가들이 최근 ‘선거 독재국’으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는 나라다. 이코노미스트는 “에르도안이 패배하고 튀르키예에서 평화로운 권력 이양이 이뤄진다면 민주주의가 독재에 아직 승리할 수 있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선거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길 경우, 개헌안에 따라 그는 최대 2033년까지 총 30년 장기 집권의 길을 연다.
튀르키예 대선 후보 프로필
에르도안은 이미 튀르키예의 민주주의를 크게 뒷걸음질치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 튀르키예의 첫 대통령 직접 선거로1 선출된 지 3년 만인 2017년 개헌을 통해 5년 중임 대통령제로 통치 구조를 전환했다. 새로운 헌법은 대통령에게 국회 해산권 및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부여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입법부와 사법부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듬해 그는 중앙은행 총재 임명권을 대통령이 갖도록 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2년여 동안 자신의 뜻에 반하는 총재를 3명 연달아 해임하고 돈을 마구 찍게 만들어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자신을 비난하는 반대 세력을 ‘대통령 모욕죄’로 처벌하기도 했다. 전체주의 지도자의 전형적인 행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항마로 꼽혔던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은 부정선거를 주장한 정부 및 여당을 향해 “바보”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2년 7개월의 징역형과 정치 활동 금지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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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에게 맞서는 야당 연합의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성품부터 에르도안과 정반대다. 마하트마 간디를 연상시키는 외모와 부드러운 인품으로 알려진 그는 과거 야권 인사 탄압에 반대하는 평화 행진을 통해 ‘튀르키예의 간디’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주방에서 양파를 들고 현 정권의 경제 실정을 비판하는 영상을 찍는 등 친서민 이미지로 유권자들을 결집시키고 있다. 양파는 튀르키예 요리에 자주 쓰이는 필수 식재료로, 지난 18개월간 양파 가격이 5배가량 뛰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고자 가정용 천연가스 무상 공급, 조기 연금 수령, 임금 인상 등 각종 포퓰리즘 정책으로 표를 모으고 있다.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이에 물가 안정, 친서방 외교 복원, (독재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의원내각제로의 환원 등 공약으로 맞서는 중이다. 튀르키예는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86%에 달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악화됐고, 올해 물가 상승률도 44%에 달한다.
지난 8일 튀르키예 현지 매체 두바르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 성인 575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50.9% 지지율을 얻어 에르도안 대통령(45.4%)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근소한 차이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뒤지고 있는 것이다. 1차 투표에서 둘 중 50% 이상을 득표하면 당선이 확정되며,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시 1, 2위 후보자를 놓고 2차 투표를 한다. 2차 투표는 28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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