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굿뉴스] 이새은 기자 = 지난 50년간 전화상담을 통해 자살예방 활동을 이어온 생명의전화가 공공과 민간이 함께 작동하는 지역사회 생명안전망 구축을 새로운 과제로 제시했다.
사회복지법인 생명의전화는 1일 서울역사박물관 야주개홀에서 '창립 50주년 기념식 및 비전포럼'을 열고, 민관협력 기반의 자살예방 체계와 지역사회 생명안전망의 미래를 논의했다.
이날 이성규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살예방을 위해 민간이 일상 속 위기 신호를 발견하고 적절한 도움으로 연결하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정책과 예산,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면 민간은 생활 현장에서 위기 당사자와 접점을 형성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하고 시스템을 만들며 많은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자살 시도자와 자살 사고자는 우리 주변 지역사회에 있다"며 "지역사회 생명안전망을 구축하고 네트워크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민관이 역할을 나누는 자살예방 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호주 라이프라인은 24시간 전화·문자 상담과 4,000명 이상의 위기상담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영국 사마리탄스 역시 시민 자원봉사를 기반으로 24시간 위기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전국 공통 위기상담 번호인 '988'을 도입하고 정부가 예산과 품질관리 등 제도적 지원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생명의전화 창립 50주년 기념식 및 비전포럼'에서 발표하는 하상훈 원장.ⓒ데일리굿뉴스 생명의전화는 앞으로 지역사회 생명안전망 허브 구축, 자살예방 전문인력 양성, 디지털 기반 생명안전망 플랫폼 마련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지역 단위 민관협력 플랫폼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게이트키퍼 교육을 표준화하는 한편 단계별 인증제도를 도힙해 전문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초기 위기 선별과 디지털 사례관리 등 새로운 기술을 자살예방에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하상훈 생명의전화 원장은 "AI와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도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에 놓인 이들을 적절한 도움으로 연결하는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 앞서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는 생명의전화의 지난 활동을 돌아보는 영상 상영과 50년사 출판기념식, 유공자 시상 등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생명을 향한 우리의 약속' 선언문을 통해 생명존중 문화 확산과 자살예방 활동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