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월의 감성돔낚시는 마리수 재미가 좋아 쉬워 보이나 낚시가 어려운 상황도 많이 경험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어려운 상황은 청물과 저수온현상이다. 그중에서도 저수온 현상은 감성돔의 활성도 자체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낚시꾼의 입장에서는 가장 힘든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낚시를 떠나기 전 미리 밑밥과 집어제를 섞어서 떠나는 꾼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아니 거의 모든 꾼들이 집어제를 미리 섞어간다. 그러나 현장 상황이 악조건일 경우에는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만약 수온이 낮거나 청물이 심하게 퍼져 있을 경우에는 집어제의 사용이 바람직하지 못하다. 흔히 집어제의 연막 현상이 감성돔으로 하여금 경계심을 없애준다고 하는데 그러한 생각은 실제 바다 속 환경을 생각지 않고 써놓은 광고 문구일 확률이 많다.
냄새가 퍼져 감성돔을 유인한다는 생각에는 많은 낚시인이 수긍하지만 연막현상의 집어력은 많은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만약 연막현상이 집어 효과를 불러온다면 아주 광범위한 범위에 걸쳐 연막이 퍼져야 되며 낚시꾼이 있는 자리에만 연막이 일어난다면 오히려 감성돔은 경계심을 갖게 될 것이다.
물론 연막현상이 일어나는 집어제(특히 노란색 집어 제품)를 써서 고기를 못잡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냄새나 그밖의 성분으로 집어효과를 발휘했다고 보아야지 집어력의 주된 이유를 연막현상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리 미끼-작은 바늘, 얇은 목줄 사용 황제도■청산도 등에서 효력 입증
최근들어 크릴에 보리를 섞어 밑밥으로 사용하는 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물에 불린 보리는 밑밥 뿐만 아니라 미끼로도 훌륭히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이맘때 극성을 부리는 학공치떼가 출몰했을 때 사용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불린 보리는 집에서 미리 뜨거운 물에 담가두었다가 출조때 가지고 가면 되며 만약 미리 준비 못했다면 밑밥통에 들어있는 보리를 바닷물에 오랫동안 담궈두었다가 써도 무방하다. 불린 보리를 미끼로 사용할 때는 반드시 바늘을 작게 써야 한다. 감성돔 바늘 1호 미만이 적당하며 목줄도 1.2호 이상은 쓰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찌 역시 감도를 최대로 예민하게 조절해 쓰도록 한다.
이러한 낚시는 후각 보다는 시각에 의존하는 미끼의 활용인데, 일단 감성돔이 몰려온 상황에서는 미끼에 대한 반응이 후각보다 시각에 의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 겨울 여서도에서 벵에돔낚시를 하던 필자는 몰려드는 독가시치 떼 때문에 고전을 한 적이 있었다. 이때 밑밥으로 가져간 불린 보리를 바늘에 꿰어 미끼로 써본 결과 40cm가 넘는 벵에돔을 여러마리 낚을 수 있었다. 물론 미끼에 대한 시각적 반응이 빠른 벵에돔이었으므로 하얀 보리가 잘 먹혔겠지만 잡어가 많은 상황속에서는 감성돔에게도 효과가 있다.
특히 지난 9월중순경 황제도 꾸중여에서 낚시를 했던 필자는 잡어 성화가 심하고 수온이 낮은 상황에서 불린 보리를 미끼로 사용해보았다. 그러자 채비가 바닥에 닿자마자 찌를 쑥-빨고 내려가는 입질을 받았는데 45cm 정도의 감성돔을 낚아낼 수 있었다. 그 후에도 비슷한 씨알을 몇마리 더 낚아내 보리 미끼의 실용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며칠후 청산도와 소안도에서도 또다시 실증 됐는데 씨알이 모두 40cm급 이상으로 굵게 낚였다.
보리에 씨알이 굵게 낚이는 이유는 감성돔 자체가 바닥에서 회유하는 붙박이 성질의 대형급이기 때문이며, 크릴보다 보리가 더 입질이 빠르고 잘 먹히는 것은 시각적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채비가 내려가자 마자 입질이 들어오는 이유는 아마도 빠른 속도로 낙하하는 보리를 밑에서 본능적으로 받아먹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바닥에 떨어진 하얀 색의 보리는 충분히 어군을 붙들어 놓는다. 이러한 사실은 낚인 감성돔의 배를 갈라보면 알 수 있다. 위속을 살펴보면 보리들이 가득차(위 속의 80% 이상이 보리로 꽉 차 있다) 있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리를 미끼로 쓸 때는 반드시 바늘은 작게(벵에돔 바늘 5호 정도) 써주는 것이 좋고 보리의 위에서 아래로 꿰주는 것이 좋다. 바짝 누른 압맥은 가로로 꿰어도 된다. 생(生) 미끼가 아니므로 미끼는 지속적으로 움직여주는 것이 좋다.
갯바위도 나이를 먹는다 낚시터 여건 변화에 민감해지자
소문난 유명 포인트를 찾을 때는 과거의 호황이나 기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말은 흔히 듣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지극히 당연한 얘기로까지 이해해야 한다. '지난해 이 채비가 잘 먹혔었으니까 올해도 그 채비를 사용하면 될 것이다'라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지난해 11월 완도에서 배를 타고 추자도 1일 낚시를 떠난 적이 있었다. 40여명의 손님을 갯바위에 내려놓고 홀로 민박집에 들어가 잠을 자려고 했다. 그런데 민박집의 낚싯배가 푸렝이 연묵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급히 따라 나섰었다. 그곳은 필자가 추자도에서 가장 많이 들어갔던 자리고 재미도 많이 봤던 곳이기 때문이다.
자리를 잡고 낚시를 하는데 같이 내렸던 낚시꾼들의 채비가 이상해 보여 가까이 가보았다. 그들은 원줄 3호에 기울찌 中 사이즈를 사용했고 도래부근 원줄에는 5호 구멍봉돌을 달았다. 그리고 목줄의 중간에는 4B 봉돌을 하나 더 물렸다. 찌낚시 채비치고는 너무도 무거웠다. 그리고 찌 매듭도 없었다. 결과는 서울낚시꾼이 8마리, 부산낚시인이 4마리를 낚았고 필자는 단 한 마리도 낚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많은 생각을 해보았지만 나의 채비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또한 그 포인트 만큼은 손금 보듯이 알고 있던 터라 그 충격은 더했다.
혹시나 해서 필자는 그 낚시꾼들의 밑밥통을 살펴 보았다. 밑밥통에는 멸치젓갈과 크릴, 집어제를 혼합한 미끼가 들어있었다. 또한 미끼 역시 멸치 젓갈을 쓰고 있었다.
밑밥은 비중이 무거워 바닥 가까이 금방 퍼져 내려갔고 밑밥띠는 바닥층에 집중적으로 형성돼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밑밥과 같은 성질의 멸치젓갈을 미끼로 사용해 바닥층을 긁어주는 낚시법이 위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단순히 크릴 미끼로 띄울낚시를 전개했던 필자가 단 한차례의 입질도 받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결국 갯바위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밑밥이나 목줄 끊김 등으로 인해 점점 포인트에 변화가 생긴다는 얘기다. 또한 이런 식으로 밑밥이 꾸준히 투여 될 경우와 성질이 다른 특이 밑밥이 포인트에 유입될 경우에는 감성돔의 회유 범위와 취이습성에도 변화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기존의 유명 포인트에서 낚시를 하다가 평소와는 다른 낚시 양상을 보일 경우에는 공략 범위와 방법을 바꿔보는 융통성이 필요하다.
◉유명 포인트 공략 5대 비책
1. 비교적 먼거리를 노려라 꾼들의 발길이 잦았던 만큼 갯바위 근처의 물속은 끊어진 목줄과 쓰레기, 썩은 밑밥 등으로 심하게 오염됐을 확률이 높다. 이런 자리에서는 평소 노리던 거리 보다 8~10m 가량 멀리 포인트를 잡도록 한다. 찌 밑 수심만 깊어졌을 뿐이므로 찌의 부력을 높이고 주로 바닥층을 노리는 채비로 일관하는 것이 좋다.
2. 비중이 무거운 밑밥을 준비하자 20~30m 이상 원투가 가능하도록 밑밥에 비중을 실어준다. 크릴과 집어제 보리를 적절히 섞어 원투후 보리와 섞인 밑밥이 빠른 속도로 침강하도록 한다. 밑밥은 밑밥 주걱으로 꾹- 눌러 조금 단단하게 만들어 던지는 것이 형체가 오래가고 깊은 수심층까지 내려보내기에 유리하다.
3. 무거운 채비를 준비하자 10m 이내의 수심이라도 0.8호 이상 부력을 갖는 찌를 준비하자. 발 밑을 노릴 경우는 상관없지만 20m 이상 수면에 원줄이 늘어져 있으므로 찌 매듭이 찌에 닿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채비가 가벼우면 목표한 수심층에 미처 채비가 닿기 전에 흘러가버려 입질 확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길이가 긴 막대찌도 채비가 내려가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원거리공략에는 유리하다.
4. 크릴 위주의 미끼에서 벗어나자 잡어 극복능력이 뛰어난 민물새우나 깐새우■문어발 등을 준비하자. 크릴은 속전속결에는 유리하지만 잡어 극복 능력은 취약하다. 또한 원거리 캐스팅이 주가 되기 때문에 장시간 형체를 유지할 필요성도 있다. 특히 깐새우는 어느 고기든지 부담없이 먹을 수 있으나 작은 고기들이 먹기에는 상당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가장 유용하게 쓰인다. 깐새우나 문어발 등을 미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감성돔 5호 이상의 큰 바늘을 준비하도록 하며 되도록 밑밥은 집어제가 적게 섞인 것을 사용하도록 한다.
원투와 잡어 극복을 위한 낚시는 하루 평균 6장의 밑밥과 집어제 2봉, 압맥 2봉, 깐새우나 문어발 같은 미끼를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