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부, 온라인
춘복이 아저씨는 5등을 하셨다.
"서운하시죠? ^^"
"아녀요, 와 본께 생각했던거랑 많이 틀리네~ 쎈 사람들도 많고~ 예선통과한게 다행이지~"
"다음번엔 더 좋은 성적 나오실거예요,, 장년부 나오셨으면 1,2등 하셨을텐데요, 뭘,, ^^"
짐을 정리하면서 대기실을 둘러보니, 헤비급에 그 녀석은 뭐가 불만인지 짐 정리도 안하고
투덜거리고 있었다. 자기가 밀린걸 도저히 이해 못하겠다면서, 장정훈이도 불만섞인 표정으
로 왔다갔다 하면서 아는사람마다 다 붙잡고 이럴수가 있냐는둥, 잘못됀거라는둥 말이 많았
다. 가끔 판정결과가 석연찮은 경우도 있을때가 있었지만 이번엔 전혀 아닌데도..
시상식을 마치고 준모랑 기범이, 그리고 응원 온 사람들 전부 다 춘복아저씨네 식당에 모여
돼지갈비랑 삼겹살을 놓고 소주파티를 벌였다. 다들 즐거웠고 나 역시 그랬다. 그리고 나서
난 친구들과 맥주 한잔을 더 마시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와서 컴퓨터를 켜고 '보디빌딩촌' 에 들어가니, 그 녀석이 벌써부터 자기 사진을 올려
놓고 억울하네, 어쩌네 하는 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사진도 어떻게 교묘하게 지가 잘나온
사진만 올려놓고는 이해할수 없다는,, 아마도 자기가 직접 올리면 좀 그러니까 자기네 패거
리중에 한놈이 매니아 인척 하면서 여론을 조장하는듯 했다,,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억울하시겠어요,,"
"협회가 썪어서~ 어쩌구,,"
하는 리플을 달아놓고 있었다. 나는 리플을 달까말까? 망설였다. 대개 이런 경우엔 휘말리면
나까지 덩달아 욕먹는 분위기를 알고있었기 때문에 왠만하면 자제 했었지만, 아까 그랑프리를
차지하고 주저앉아 울던 라이트급 선수에 모습이 떠올라서 가만히 있을수가 없었다. 간만에
'보디빌딩촌'에 로그인을 했다. 그리고 고민고민 끝에 장문에 리플을 달았다.
"안녕하십니까? 이번 시합 라이트헤비급 우승자 입니다. 사진상에 어떻게 나왔는지는 몰라도,
가까이서 같이 시합 뛴 제가 평가할때 사진속에 선수는 절대로 그랑프리 어쩌구 할수있는 실력
이 안 됐습니다. 가끔 판정에 시비가 있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번건 경우가 아니네요, 라이트급
선수분이 최종결선에서의 승자가 맞습니다. 최종 비교심사까지 따라간 저도 포즈 잡으면서 밀렸
구나 싶었는데 저 분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요. 덩어리는 헤비급 선수가 더 컷구요,, 그에 비해
세퍼나 근질, 펌핑강도는 제가 더 좋았습니다. 하지만 라이트급 선수는 자연미, 균형미에 근매스
까지 갖춘분이라 다른 상위체급 선수들을 떨군거구요, 최종에서 저와 붙었을땐 데피니션에서 너무
확연한 차이가 나서 제가 이길수가 없었습니다."
리플에 글자제한에 걸려 다시 다른칸으로 옮겨 이어나갔다.
"라이트급 선수가 아니라 제가 그랑프리가 됐으면 무슨소리가 나왔을까? 궁금하네요,, 솔직히
덩어리만 컷지, 흉곽프레임이나 어깨 정렬도 안돼고 등 프레임도 안만들어논 상태라 저보다
크지만 충분히 이길수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포즈도,, 매니아 분들이 볼땐 이 사람 몸이 더 좋
아 보인다고 하겠지만,, 각 포즈당 평가 포인트를 다 놓치고 있는 포즈라 별달리 할말도 없네요,
예를 들어 1번포즈는 팔을 저런식으로 들면 안됩니다,, 이두 삼두는 무지막지 하게 보이는 자세
지만 1번 포즈는 그것만 평가하는 포즈가 아니니까요,, 어쨌든 자기가 잘 나온 사진 올려놓고
판정을 이해할수 없네, 어쩌구 하는건 보기 안좋네요,,"
리플을 달고 나자 마자 다시 리플이 줄줄이 달리기 시작했다.
"헤비급 선수 등 좋구만, 뭐가 어쨌다는거야? 프레임이 뭔데? 타고 나는거 아냐?"
"라이트 헤비급 선수는 왜? 비교심사 막판까지 갔는지 이해가 안가던데, 몸도 안 좋구만~"
아마도 장정훈이 팬카페 놈들이 다수 접속중인듯 했다. 이럴 경우엔 별 대책이 없었다.
'보디빌딩촌'에 다른 회원들은 오늘 이런 시합이 있었다는것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고,
그 놈들은 여럿이 접속해서 이 글 하나만 보고 리플전쟁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리플은 거의다 처음보는 닉네임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동조를 해가면서 달아대고 있었다.
아는 사람이거나 다른 커뮤니티 에서 아는 사람들이겠구나 싶었다.
잡담게시판에 가서 다른회원들이 보기 쉽게 글을 정리해서 올리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굳이
그러고 싶진 않았다. 다시 들어가서 딱 한마디 리플만 추가하고 나왔다.
"보는 사람 기준마다 달라지겠죠,, 그 헤비급 선수한테 전해주세요,, 다들 친구실테니까,, 이번
전국체전에 서울팀 평가전에 꼭 참가하라구요,, 저도 헤비로 나가버릴라니까."
.
.
.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새로운 걱정이 밀려왔다. 작년 시합 마치고 1년간 운동만 할 생각으로 돈
1000만원을 갖고 스타팅을 했는데, 전국체전을 뛰고 실업팀 연봉 받기까지는 못해도 6개월 정도가
남아있었다.
'아,, 계산 착오,, 돈도 다 떨어져가는데,, PT라도 다시 시작해야 하나,,'
컴퓨터를 켜고 PT광고나 할까? 하고 로그인을 했다. '보디빌딩촌' 에 들어가니 어제 올린글에 댓글
이 쭈~우~욱! 달려있었다. 별로 펼쳐보기도 싫었다.
'아, 씌,, 보디빌딩촌 에선 내 이미지가 너무 좋아서 광고글 같은거 올리면 좀 그렇다,, --;'
여기저기 다른 카페들을 찾아다니다가 몸짱 어쩌구 하는 카페에 들어갔다. 회원사진 자료실엔
트레이너들이나 선수들이 광고차원에서 찍어논 사진들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까구,, 이런거 찍을 시간에 운동이나 더 하지,,'
난 사진을 올릴래도 뭐 별달리 멋지게 찍어논 사진도 없고 해서 그냥 구직게시판에 사진없이 글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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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개인지도 원하시는분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
수업은 **지역분들은 **헬스클럽에서, **지역분들은 ***
체육관에서 진행합니다. 제 시간관계상 오전에 두분 정도
만 진행할수 있습니다. 현재 보디빌딩 선수로 활동하고 있
긴 한데, 사실 뭐 별다른 전적은 없고 자격증도 뭐 별다른
건 없고, 생체3급만 소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
해 지도해 드릴것 약속드리고 비용은 일반PT들보다 더 받
거나 하지 않으니 부담없이 연락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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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지났다, 반응이 없고,, 이틀이 지나고 삼일째 돼는날, 리플이 몇개 달렸다.
"PT가 필요하긴 한데, PT자격증도 없이 어떻게 개인지도를 해요? 믿을수 있는 분인가요?"
"실제 보디빌딩을 배우고 싶은데, TV에 나오는 '조린멸치' 코치만큼 운동하실수 있으신가요?"
"인터넷에 보니 '실베스터 박' 이란 분이 유명하던데? 글 쓰시분은 듣보잡인듯? ㅋㅋㅋ'
"님도 10주만에 제 몸을 만들어 줄수있나요? 거기보다 싸면 할께요"
"본인도 별다른 경력 없담서?"
당황을 해서 뭐라고 답급을 달지 허둥지둥 대다가 겨우 한개 달았다.
"대한민국 국가에서 인정하는 PT 자격증은 없습니다, 사단법인 같은데서 나오는 수료증 이죠,
그리고 PT라는게 그렇게 몇달 배우고 할수 있는게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PT는 트레이너 생활을
하면서 본인이 운동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신분들중에 어느정도 실력을 갖춘분들이 선생
으로서의 인격을 갖춘후에 할수 있는것 입니다.."
다른건 뭐라고 답글을 달기가 어려웠다. 다들 먹고 살자고 하는일인데 악담? 할수도 없고,,
그러고 있는데 준모한테 전화가 왔다.
"야! 너 인터넷 카페에다가 PT한다고 올렸지? 이거 쓴거 너지? 아이디가 넌거 같은데?"
"어,, 어,, 내가 쓴거야,, 근데 왜 이러냐?"
"그냥 센터 들어가서 PT해~ 뭐하러 인터넷에 올려서 그런 소리를 들어, 인터넷 보구 안와~"
"그러냐? 인터넷에서도 많이들 보구 오구 그런다던데?"
"그럴려면 좀 여러가지 꾸며서 쓰던지,, 사진도 폼나는거 찍고 경력도 이것저것 쓰고,, 듣보잡
선수도 어디 대표선수였다는둥,, 어디 그랑프리 했다는 둥 흘리고 다니는 세상인데~"
"아, 씌,, 그런거 까지 해야돼?"
"너 같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너같이 써논글보구 연락하겄냐?"
"... "
"아, 참,, 효주씨한테 전화왔더라~"
"응? 뭐라구?"
"너보구 건강 조심하래, 무리하는것 같다고,,"
"내가 뭘 무리해?"
"몰라~~ 하여간 난 수업 들어가야돼서,, 끊는다~"
'뭘? 뭘, 무리해?'
궁금해서 참을수가 없었다. 전화기를 들고 한참을 망설였다. 그러다 결국,
띠리리리링~
"여보세요?"
"접니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년 입니다~ ^^"
"푸~훗,, 시합 잘 봤어요,, 축하드려요~"
"아, 네,, ^^ 저, 근데 준모한테 뭐라고 말씀하신게??"
"아,, 그냥요,, 좀 무리하시는것 같아서,,"
"뭐가요?"
"그런거 쓰지 마세요, 몸에 안 좋다는데,,"
"뭘? 써요?"
"저도 운동하는데 몸이 너무 안 나오니까 여기저기서 권유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만둘까 생각중
이에요,, 쌤도 쓰지 마세요,, 이제 그만 하세요,,"
"저는 그런거 안 씁니다,,"
"장정훈 선생님이 쌤보구 엄청 쓴거라구,, 보통 써서는 1년동안 저렇게 안됀다구,, 그런던데,,"
"... 원래 사람은,, 딱 자기수준까지만 보이니까요,, 전 안 써요, 걱정마요~"
"그래두 제 주위에 보면 많이들 쓰고 하던데,,?"
"효주씨한테 누가 뭐라 그래요? 뭐 써보라구?"
"저도,, ** 조금 써보라구 해서.. 근데 안했어요,, 이젠 별로,,"
"어떤 새끼가 여자한테 **를 권해요? 쓰더라도 *** 같은거 써야죠,, 여잔데,, 그런놈들이랑 어울리지 마요!"
"이젠,, 안할거예요,, 이젠,,"
"효주씨,, 그냥 열심히 운동해요,, 금방 좋아질거예요,, 너무 급하게 서두르지 말구,,"
"네,,.."
전화를 끊고 나니,, 마음이 심난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체육관도, 트레이너도, 보디빌딩도..
띠리리리링~
"여보세요? 효주씨?"
"나야, 임마! 깐.. 김관장이야!"
"예, 예!"
"방금, 연락받았는데,, 너 서울팀에서 계약 하잔다,"
"네? 체전도 안 했는데요?"
"작년에 성적 안나온 선수들이 많아서 한두명만 계약하고 비워뒀나봐,, 넌 초짜라 아마 월급으로
그렇게 많이는 안줄거야,, 체전 끝나고 재계약 하겠지, 뭐~"
"예, 감사합니다!!!"
다시 원점에 섰다. 죽을힘을 다해 서울시합까지 온것처럼, 이제는 전국체전만 바라보고 뛰게됐다.
서울시합에서 한 실수는 이제 다시는 하지 않을것이다. 다시는..
벌써부터 귓가엔 관중들에 함성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 25부에 계속 -
ps : 위 내용은 픽션 입니다.
2009년 봄날에, BodyBuilder & PT 멋진빌더
첫댓글 멋진빌더님 감사합니다 담편무자게 보고싶네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몸짱카페하고 웨이트마니아하고 전쟁하는 내용도 젬 나겠다.ㅋㅋㅋㅋ 걍 제생각입니다.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ㄳ합니다. 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이렇게 멋진 글을쓸수있다는걸 존경합니다.. 감명받았습니다... 혹시 픽션을 가장한 논픽션아닌지요^^?
픽션입니다,, ^^
실전적인 내용에 감동까지... 도움이 많이됩니다.^^ ㄳ합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늘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고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ㅋㅋ 늦게 보이 이런 즐거움도 있네요 안기다리고 본다는거~~^^*
ㅎㅎ 감사합니다,, ^^
요샌 이글 읽는 재미에 사네요. 날씨는 넘 좋은데 체육관에서 운동하고 다이어트하고 수업하느라 늙은 청춘이 저무는구나 하는 요즘인데, 많이 힘이 납니다. ^^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