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
심훈
<줄거리>
일제 시대, '농촌 속으로, 농촌 속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젊은 지식인들은 계몽운동에 뛰어든다. 박동혁과 채영신도 그렇게 농촌운동을 하면서 만난 사이이다.
박동혁은 고향 한곡리에서 농촌 계몽 운동을 펼친다. 그는 농우회를 조직, 마을개량사업에 몰두하여 마침내 20평 정도의 농우회관을 건립한다. 지주의 아들 강기천은 박동혁을 집요하게 방해한다. 강기천은 당국이 권장하는 농촌진흥회 사업에 동참하라고 제의한다. 동혁은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영신은 경기도 청석골에서 예배당을 빌려 강습소를 연다. 영신은 학교 지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부금 모금 활동을 벌이다가 주재소 신세를 지며, 마침내는 병으로 쓰러진다. 동혁이 부랴부랴 달려온다. 다행히 영신의 수술 결과는 좋았다.
그러나 동혁이 없는 사이 강기천은 회원들을 매수하여 농우회장에 취임하면서 회관도 진흥회관으로 바꾸어 버린다. 동혁의 동생 동화는 흥분하여 회관에 불을 지르고, 결국 동혁 형제는 감옥에 갇힌다. 면회를 간 영신은 동혁과 만나 더욱 열심히 농촌운동을 하기로 맹세한다.
기독교협회의 도움으로 일본 유학을 다녀온 영신은 종전보다 더 농촌운동에 매진하다가 결국 운명을 달리하게 된다. 동혁은 죽은 영신의 무덤 가에서 '당신이 못 다한 일을 내가 죽는 날까지 두 몫으로 해내리라.' 다짐한다. 동혁은 회관 앞에서 사시사철 본래의 빛깔을 잃지 않고 늘푸른 자세로 서 있는 '상록수'들을 보면서 '너희들은 기나긴 겨울에 그 눈바람을 맞고도 싱싱하구나! 그렇게 시퍼렇구나!' 하고 마음을 다진다.
<읽기>
외국에는 일정량 이상 헌혈을 하지 않은 학생은 신입생으로 합격시켜 주지 않는 의과대학이 있다고 한다. 그런 점을 본받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요즘은 우리나라의 대학들도 고등학교의 학생기록부에 기재된 '사회봉사 활동'을 참작하여 신입생을 뽑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런가 하면, 중학교 내신성적에도 이제부터는 사회봉사 활동 점수를 반영한다고 하며, 한 해에 십수 시간을 실행하지 않은 학생은 내신점수에서 일정한 비율을 감점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본래의 취지와는 걸맞지 않는 부작용도 발생하여, 학교 내에서 청소를 한 것까지 봉사활동으로 계산하여 줌으로써 자기 학교 학생이 고교 입시에서 불리해지는 것을 막으려는 중학교도 있다는 소문이다.
과연 사회봉사 활동이란 어떠한 성격의 것인가.『상록수』는 우리에게 사회봉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 영신은 갖은 사회적 고난과 개인적 병고에도 아랑곳없이 농촌운동에 매진하다가 결국 목숨을 잃는다. 부귀와 영화와 안락을 쫓아 부나비처럼 헤매는 법 없이, 한길로 나아가다가 마침내 생의 종지부를 찍는다.
사육신의 한 사람인 성삼문(成三問)은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백설(白雪)이 만건곤(滿乾坤)할 적에 독야청청(獨也靑靑)하리라.' 흰 눈이 온 세상을 뒤덮어 모든 것이 제 빛을 잃어버린 때, 혼자서라도 푸르게 지조를 지키리라는 다짐이다.
일찍이 조지훈은 저 유명한 논설「지조론」을 통해 '지조란 순일(純一)한 정신을 지키기 위한 불타는 신념이요, 눈물겨운 정성이며 냉철한 확집(確執)이요, 고귀한 투쟁이기까지 하다.'라고 규정하였다. 또, 이희승도 수필「지조」에서 '지조 없는 생활은 줏대 없는 생활이요, 좀더 극언한다면 정신적 매춘부의 상태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사회봉사 활동이란 무엇인가. 이는 결국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기쁨에 겨워 행하는 이웃사랑, 세상사랑의 실천이다. 성삼문 등이 남긴 문장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 생활 속에서 참된 사회봉사자로서의 모습을 지켜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하자.
☆ 심훈 : 유명한 저항시『그 날이 오면』을 쓴 심훈은 연극 운동을 하기도 했다.
『상록수』는 1935년에 발표된 장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