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불교의 매력이요? 사람들이 그 점이 궁금하신 모양인데, 무엇보다 통(通)불교가 특징이죠. 고대 이래로 수행전통이 살아있는 한국불교는 수행과 염불.경전 공부까지 두루 합니다. 일본이나 대만불교가 경전 공부를 주로 하고 중국불교는 문화혁명 이후 많이 훼손된 것과는 다른, 한국문화의 힘이에요. 누가 봐도 해인사.수덕사 등 큰 도량은 정말 감탄할 만큼 아름답지 않습니까?"
충남 계룡산의 무상사 주지 무심(48.미국명 조슈아 헨리 리아.사진) 스님은 선(禪.참선)과 교(敎.경전)를 함께 하는 한국불교의 특징을 유창한 우리말로 전해준다. 뛰어난 우리말 실력은 이유가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인 그는 보스턴대 졸업 후 숭산 스님을 만나 1984년 출가한 뒤 주로 한국에서 생활해 왔다.
"지난해 입적하신 숭산 스님은 제 가슴에 아직도 살아 계십니다. 방황하던 젊은 저에게 '오직 모를 뿐'이라는 화두로 지식과 지혜는 전혀 다르다는 깨우침을 준 분이거든요. 화학자가 되려 했던 세속의 꿈을 포기한 것도 그 때문이죠."
숭산 스님을 15년간 시봉해 온 그는 외국 스님으로는 국내에서 일선 포교를 시작한 첫 스님이다. 2002년 부산 범어사 밑 상가 건물에서 시작한 '남산선원'을 통해 한국 불자들을 만났다. 이듬해 2003년 숭산 스님이 그에게 무상사를 맡긴 뒤에는 부산과 대전을 오가는 바쁜 생활을 하기도 했다. 15일은 부처님 오신 날. 그에게 부처님이 오신 뜻을 물었다.
"주변을 둘러 보세요. 나라고 굳게 믿고 있는 몸뚱이와 집을 비롯한 소유물들, 그리고 익숙한 환경이 있겠지요. 너무나 소중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한 '나'일까요? 부처님이 오신 것은 사람들이 붙잡고 있는 그런 생각이 미망임을 깨우쳐 주시려는 것입니다."
무심 스님이 들려주는 미국불교 소식도 흥미롭다. 영화배우 마틴 스코세이지.리처드 기어 등 유명인사들이 불자로 활동 중이고 티베트불교.일본불교.남방불교 등이 사회 엘리트층에 뿌리내리는 중이라는 것이다. 숭산 스님이 만든'관음선종'도 한국 선불교의 전통을 간직하면서도 미국 풍토에 맞는 불교로 발전하고 있다.
"이를테면 한 해에 한 번 3개월 정진 때는 철저한 묵언(默言)수행이 기본입니다.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용맹정진을 합니다. 단 꼭 출가를 해야하는 한국 스님들과 달리 일상생활을 병행하는 재가(在家)법사들이 많습니다. 미국 풍토에는 그게 좋으니까요. 앞으로 이들이 미국식 선불교를 발전시킬 것입니다."
무심 스님은 숭산 스님이 길러낸 200명 외국인 스님의 한 명. 숭산 스님으로 도력을 인가받은 법제자 대봉(무상사 국제선원 조실) 스님과 무상(로스앤젤레스 달마선원 고문) 스님이 윗 세대이자 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들이 50대 중후반의 나이라면, 무심 스님과 무량(캘리포니아 태고사 주지) 스님, 현각(화계사 국제선원장) 스님 등은 40대의 선두주자들이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2005.05.13 19:13 입력 / 2005.05.14 05:37 수정
첫댓글 작년 우연히 고속버스에서 스님을 만나 제가 용감하게 스님 옆 자리로 가서 앉았어요.휴게실에서 커피도 마시고 선에 관한 말씀과 한국에 오시게 대한 인연 등 두시간 동안 영광의 자리를 가졌어요.조만간 무상사에 스님 친견 기회를 일부러라도 만들어서 미주 불교에 관한 말씀 드릴께요.
감사합니다. 스님의 법향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