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항간에 ‘이 침을 10번 맞기만 하면 절대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라면서 약간은 과대광고 되었던 ‘중풍예방침’이라는 치료법이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이 치료법의 정체는 바로 ‘혈맥레이저 요법’이었다. 이 혈맥레이저 치료법에 사용되는 ‘레이저(laser)’는 ‘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인데, 이를 해석하자면 ‘유도방출에 의한 빛의 증폭’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레이저는 어떤 물질을 자극하여 에너지를 발생하도록 유도시켜 광파를 만든 특수한 광선인 것이다. 이러한 레이저는 산업이나 군사 부문 등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는데, 70년대 구 소련에서 치료용 레이저 연구가 시작된 이래로 의학분야에서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져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서양의학에서는 이 레이저광선을 각종 외과적 수술요법의 도구로 사용하는데, 피부치료에 응용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코피를 자주 쏟는 환자들의 코를 지지는 데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사용되는 레이저는 고용량의 에너지로서, 높은 열을 이용하여 세포를 수초 내에 파괴시키고 증발시키기 때문에 수술할 때에 발생되는 출혈이나 부종 또는 주변 조직의 손상 없이 병변을 제거할 수 있는 장점이 인정받아 서양의학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에 비해 한의학에서는 주로 저용량의 레이저를 이용하는데, 고용량처럼 열을 발생하지 않으면서도 각종 세포의 기능을 활성화시켜주고 조직을 재생시키는 데에 양호한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염증이나 부종을 가라앉히면서 좋은 진통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주로 ‘헬륨네온 레이저광선’이 임상에서 응용되고 있는데, 서양의학에서 해부학적인 부위인 피부나 혈관 등에 집중하여 치료하고 있는 반면에, 한의학에서는 경락이론을 도입하여 한의학적인 개념의 치료를 하고 있다. 이는 마치 똑같은 ‘재봉틀’이라는 기계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그 기계를 이용하여 양복을 만드는 양복점에서는 양복을 만들게 되고, 그 기계를 이용하여 한복을 만드는 한복점에서는 한복을 만들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겠다.
레이저는 넓은 범위에서 볼 때 광선요법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치 식물에게 빛을 쬐어주면 생장하고 자라듯이, 레이저에는 인체의 기운을 돋구어주어 활성화시켜주며 생명에너지를 증폭시켜주는 효능이 있는데, 한의학에서는 이를 ‘익기보신(益氣補腎)’, ‘온후명문지화(溫煦命門之火)’의 기능이 있는 것으로 여긴다. 서양의학적으로도 각종 세포들의 활성을 촉진시키거나 손상된 세포들의 재생을 도와주는 효과들이 입증되었기에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각종 효소들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한의학에서의 개념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활혈거어(活血去瘀)’의 작용과 ‘온경통락(溫經通絡)’의 작용이 있어서 경락을 따뜻하게 데워주면서 불필요한 노폐물을 제거시켜 소통이 잘되게끔 해주는데, 특히 여성의 생리불순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레이저 치료를 받기 전에는 암흑색으로 덩어리졌던 비정상적인 생리혈이, 레이저 치료 후에 밝은 선홍색으로 바뀌었다는 임상보고는 주목할 만한 일이다. 따라서 어혈이나 냉증으로 인해 발생되는 생리통이나 생리불순 등의 질환에 응용하면 좋다. 아울러 각종 타박상이나 염좌 등으로 인해 생겨난 소위 ‘죽은 피’라고 부른 체내의 비생리적 혈액성분을 제거함에 있어서, 구태여 피를 뽑아내는 부항치료를 하지 않고 이 혈맥레이저 치료법을 사용함으로도 양호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더욱이 염증을 가라앉히고 부종을 없애주며 통증을 줄여주는 효과까지 있으니, 피부 조직의 손상 없이 신체 병소 부위에 적용시켜 혈액순환 개선 및 어혈을 제거시킬 수 있는 매우 바람직한 치료법이라 하겠다. 발목을 삐었을 때, 피 뽑는 치료가 두렵다면 이 혈맥레이저치료를 선택해도 좋을 듯 싶다. 비록 치료기간은 좀 더 걸리지만 몸에 무리는 덜 간다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한의학적으로 혈맥레이저 치료법은 기혈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나타나는 증상들을 개선시키는 데 매우 좋다. 가령 하천에 노폐물이 많이 쌓여서 물이 제대로 흐르지 않을 경우에 청소를 해서 그 노폐물을 없애주고 물을 맑게 해주면 흐르는 물살이 다시 거세져서 자연스레 모든 하천이 깨끗해지는 것처럼, 저용량의 혈맥레이저를 이용하여 인체의 피를 맑게 하면 체내의 기혈순환이 좋아지게 되는데, 이러한 치료법을 총칭하여 ‘정혈요법(靜血療法)’이라고 한다. 이렇게 기혈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기는 증상들은 매우 다양하면서 광범위한데,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거의 대부분의 질환과 관계가 있다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순환장애로 오는 각종 두통이나 어지러운 증상은 물론이거니와, 뒷목이 뻣뻣하거나 팔다리가 저리거나 힘이 없는 증상, 쥐가 잘나거나 근육통 또는 담 결린 증상 등에도 사용될 수 있으며, 심지어는 피부가 거칠어지거나 노화현상이 일어나는 데에도 응용해 볼 수 있고, 비만치료에까지 확대해서 적용해 볼 수도 있겠다.
한편 현대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성인병 중에서 뇌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뇌경색이나 뇌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뇌출혈을 모두 뇌졸중(腦卒中) 혹은 중풍(中風)이라고 부르는데, 그 발생기전에는 인체의 기혈순환장애가 반드시 있으며, 그 후유증의 증상에도 기혈순환의 장애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중풍예방의 치료법에 있어서 기혈순환을 좋게 만들어주는 혈맥레이저 치료법은 유용성이 있다. 실제 고지혈증, 고중성지방혈증, 고콜레스테롤혈증, 고피브리노겐혈증 환자들에 대한 저용량 레이저 치료효과에 관한 각종 논문들을 살펴볼 때, 이 치료법이 ‘중풍예방침’이라고 불리는 것이 결코 헛된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혈맥레이저 치료법은 중풍예방 뿐만 아니라 중풍후유증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저용량 레이저가 신경조직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강화시켜 신경 손상 후의 신경 재생 및 회복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한의학적인 경락이론과 더불어 중풍 후유증에 유용하게 적용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피떡’이라고 하여 혈관 내 나쁜 이물질이 뭉쳐 있는 혈전 제거에 좋은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역시 실제 논문으로도 뇌경색이나 뇌졸중의 치료에 그 결과가 입증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중풍에 걸린 지 오래 되어 마비 상태가 너무 심하거나 몸이 아주 허약한 체질인 경우에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중풍의 위험성이 있거나 중풍후유증의 초기 단계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좋겠다.
이러한 저용량의 레이저를 특별히 혈관이나 혈맥에 조사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데, 인체의 혈구 성분이 저용량 레이저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 레이저 광선이 혈액에 조사되면, 혈액의 점도를 떨어뜨려 적혈구변형 능력을 강화시킴으로써 혈액순환을 개선시키고, 면역에 관계하는 림프세포의 수량과 기능을 강화하여 면역 능력을 강화시키며, 혈액 내 쌓였던 독성물질을 없애거나 생성을 억제하여 해독작용을 하게 되어, 혈액 순환계에 미치는 영향이 자못 크다고 하겠다. 따라서 대부분의 저용량 레이저는 혈관이나 혈맥에 그 광선을 조사하게 되는 것이다.
이 밖에 이 레이저광선을 일반 침처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침치료 때에는 일정한 통증이 따르지만, 레이저침의 대표적인 장점은 통증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으로 침을 두려워하는 소아나 일반인에게 침 대신에 응용되고 있다. 일반 침의 치료와 비교하여 자극방법만 다를 뿐 치료의 원리는 같기 때문에, 레이저침의 응용 범위는 특별한 한계가 없이 안이비인후과, 내과, 소아과, 부인과 질환 및 각종 근골격계 질환의 침구 치료 영역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질병에 사용되고 있다. 더욱이 레이저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진통효과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다 하겠는데, 한의원 등 한방 진료기관에서 의료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일반 침치료와 같이 저렴하게 시술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저용량의 치료용 레이저라 하더라도, 사용상에 있어서는 매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치료용 레이저의 금기증과 조사를 금해야 하는 부위를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특히 손상된 피부조직이나 눈 주위 또는 어린이의 성장판 등에는 조사하지 않아야 한다. 심박조율기 착용 환자나 임신부, 간질환자, 암환자 등의 경우에도 직접 조사하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전문가인 한의사에게 치료를 받는 다면 안심해도 좋겠다. 또한 아무리 물이 잘 흐르게끔 열심히 청소를 한다 하더라도 그 찌꺼기가 쌓이는 근본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다시 또 노폐물이 쌓여 그 흐름을 방해하는 것처럼, 혈맥레이저로 기혈순환을 좋게끔 만들어준다 하더라도 그 근본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다시 순환장애가 오게 마련이다. 따라서 전문한의사의 정확한 진료를 통해 기혈순환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주는 한약을 복용하면서 혈맥레이저 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각종 질병으로부터 벗어나고 건강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