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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는 삼각비를 일반화하여 삼각함수를 배우게 된다. 90도보다 큰 각에 대해서는 직각삼각형을 그릴 수 없는데 어떻게 이런 각에 대해 삼각함수를 정의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런 정의는 억지가 아닐까? 참고로 직각삼각형을 이용한 삼각비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삼각함수의 시작은 천문학에서 삼각비를 처음으로 연구한 사람들은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들이었다. 물론 이 시대에는 수학자와 천문학자가 구별되지 않았으므로, 천문현상을 연구한 수학자라 부르는 게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천문학자들은 별을 관측하는 것이 기본적인 연구 방법이었고, 따라서 두 별 사이의 거리를 정확히 구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였다. 지금과 같은 우주 시대에는 두 별 사이의 실제 거리를 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서는 모든 별들이 하나의 구면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고 두 별 사이의 거리를 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실제로 밤 하늘을 보며 두 별 사이의 거리를 잰다고 생각해 보자. 팔을 쭉 뻗어 30 cm자를 들고 두 별 사이의 거리를 재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방법은 사람마다 팔의 길이가 다르므로 정확한 거리를 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눈 앞에 자를 놓고 두 별 사이의 거리를 잴 때와 팔을 쭉 뻗어 잴 때를 비교하면 되겠다. 고대 (천문현상을 연구한) 수학자들은 직접 거리를 구하는 것이 잘 되지 않으므로, 대신에 두 별 사이의 각도를 재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것은 팔의 길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별 사이의 거리를 짐작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모든 별이 하나의 구면에 있다고 생각하였으므로, 이제 별까지이르는 거리만 알면 두 별 사이의 거리는 자동으로 결정된다. 만약 별까지 이르는 거리가 기존에 생각하던 것보다 두 배로 멀어진다면, 두 별 사이의 거리도 두 배로 멀어진다. 결국 두 별이 멀고 가까운 정도를 재는 데 중요한 것은 거리가 아니라 각도이며, 그에 따라 별에 이르는 거리와 두 별 사이 거리를 결정하는 비례상수 또한 중요하다. 각도마다 이 비례상수를 구하려는 시도가 바로 삼각함수의 시작이었다. 90도가 넘는 각의 사인값은?처음 삼각함수를 생각할 때는 두 별 사이의 각과 두 별 사이의 거리를 비교하였으므로,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삼각함수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관측 지점부터 별까지의 거리를 1, 두 별 사이의 각을 θ라 하면, 두 별 사이의 거리는 2 sin(θ/2)가 된다. 우리에게는 피타고라스 정리라는 막강한 도구가 있기 때문에 중심각이 θ인 부채꼴의 현의 길이를 구하는 것보다 한 각이 θ/2인 직각삼각형을 이용하는 쪽이 훨씬 편리하다. 이런 이유로 인도 수학자들은 직각삼각형에서 주어진 각의 맞은편 변의 길이를 ‘현의 절반’이라는 뜻에서 jya-ardha, 줄여서 jya라 불렀다. 이 용어는 이후 아라비아 수학자들이 소리를 흉내내어 jiba로 옮기게 되는데, 이것이 다시 유럽으로 전해지면서 약간의 사고가 생겼다. 아랍어는 모음이 세 개뿐이어서 아랍 문자에는 모음을 따로 표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바람에 jiba의 모음을 없앤 jb를 본 유럽인들은 이 단어가 jaib인 것으로 착각하였다. 원래의 jiba는 특별한 뜻이 없는 단어였지만, jaib는 만(灣,bay)를 뜻하는 단어여서, 여기에 해당하는 라틴어 sinus로 번역되었다. 우리가 사인(sine)이라 부르는 것은 이 라틴어를 다시 영어식으로 바꾼 것이다. 사인값을 직각삼각형의 빗변과 높이의 비로 정의하는 것이 중학교에서 배우는 삼각비인데, 고등학교 수학에서는 이것을 둔각까지 확장하여 정의한다. 이것은 삼각함수의 원래 목적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sin 90°를 구하려면, 반지름이 1이고 중심각이 180°인 부채꼴을 만들어 그 현의 길이를 재면 된다. 즉, 두 별 사이의 각이 180°일 때 두 별 사이의 거리를 구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현의 길이가 곧 지름의 길이가 되므로, 2 sin(180/2)°=2가 되어, sin 90°=1로 정의하면 자연스럽다. 같은 식으로 sin120°를 구하여 보자. 이 경우 두 별 사이의 각이 240°일 때 두 별 사이의 거리를 구하는 것은, 뒤돌아 서서 보면 두 별 사이의 각이 120°일 때를 생각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sin120° = sin60° = 가 된다. 이와 같이 생각하면 둔각에 대한 사인값을 자연스럽게 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착상으로 둔각에 대한 코사인, 탄젠트 등의 값을 확장할 수 있고, 심지어 180°를 넘는 각에 대해서도 삼각함수의 값을 정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은 원래의 성질이 잘 유지되게 하면서 특정한 경우로부터 일반적인 경우로 확장하는 수학적 사고 방식을 잘 보여준다. 삼각함수의 값은 어떻게 계산할까?고대의 수학자들은 삼각함수의 정확한 값을 계산하기 위하여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정한 값의 사인값이나 코사인값을 구하려면 피타고라스 정리, 닮음비 등등 수많은 정리와 공식을 수많은 종이 위에 써야만 했다. 예를 들어, 15°, 라디언으로는 π/12인 각에 대한 사인값을 구하여 보자. 다음 그림을 이용하면 sin(π/12) = ()/4 = 0.25881904510…임을 계산할 수 있다. 한 각의 크기가 15˚인 삼각형의 빗변의 길이를 x라 하면, 피타고라스 정리에 의해 다음이 성립한다. 따라서 x의 값을 구하면 다음과 같다. 이제 분모를 유리화하면, 다음과 같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대단히 복잡할 뿐만 아니라, 임의의 각에 대한 사인값을 계산하기 어려워, 지금은 테일러 급수(Taylor series)를 이용하여 근삿값을 구한다. 테일러 급수란 어떤 함수를 다항식의 형태로 근사하는 것으로, 삼각함수는 다음의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 테일러 급수를 이용하여 위에서 구한 sin 15°를 다시 구해 보면 다음과 같은 값을 얻는다. 겨우 네 개의 항만 구하여도 소수점 아래 아홉 번째 자리까지 맞았고, 항을 더 많이 계산할수록 근삿값도 점점 정밀해진다. 전자계산기가 삼각함수값을 구하는 것도 이런 원리이다. 계산기 속에 종이와 자, 각도기가 들어 있을 리는 없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