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면 어디 살까... GTX 수혜 지역 투자 시 주의점 3가지
[한화생명 은퇴백서] 수도권 외곽 최적의 거주지 찾기
이덕수 한화생명 T&D팀 부동산전문가
입력 2024.04.24. 03:00업데이트 2024.04.24. 09:59
은퇴 이후 수도권 외곽에 살 곳을 마련하려고 하는 김모씨는 요즘 마음이 조급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을 앞두고, 구간 연장 소식까지 들려오면서 GTX 통과 지역 일대 부동산이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 2월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102㎡가 22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9월 거래액인 21억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최근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GTX발(發) 봄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30일 GTX-A 노선 중 수서~동탄 구간이 개통됐고 GTX-C의 하반기 착공과 기존 노선 연장과 신규 노선 신설 소식까지 들리며 수혜 지역 집주인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동시에 은퇴 후 주거지를 찾고 있는 은퇴자들의 마음도 조급해졌다.
◇GTX개발 진행 사항 점검
GTX는 A∙B∙C∙D∙E∙F 6개 노선이 수도권을 남북과 동서로 가로지른다. 서울에서 경기∙인천∙충청∙강원까지 연결해, ‘초연결 생활권’을 조성할 계획이다. 먼저 지난달 말 GTX-A 노선의 수서~동탄 구간이 개통됐다. 이는 GTX-A 노선(운정~동탄) 중 일부다. 운정~서울역 구간은 연말 개통 예정이다. 2026년부터 삼성역을 정차 없이 통과하게 되며, 2028년 삼성역이 완공되면 전 구간이 개통된다.
GTX-B(인천대입구~마석)는 재정을 투입하는 구간인 용산~상봉 구간이 지난달 착공했다. 민자 구간은 6월부터 착공에 들어가, 2030년 개통 예정이다. GTX-C(덕정~수원)는 올 1월 말 착공에 들어갔고 2028년 개통 예정이다.
최근 정부는 GTX A·B·C 노선의 연장 계획도 발표했다. A노선은 동탄~평택지제 20.9km 구간, B노선은 마석~춘천 55.7km, C노선은 상·하단 두 구간을 모두 늘려 덕정~동두천 9.6km 구간, 수원~아산 59.9km 구간의 연장을 검토 중이다.
GTX A·B·C가 완공되면 이동 시간은 대폭 단축된다. A노선의 경우, 수서~동탄 구간은 19분 만에(60분 단축), 운정~서울은 20분 만에(50분 단축) 이동할 수 있게 된다. B노선은 인천~서울이 30분 만에(65분 단축), C노선은 덕정~삼성 구간이 29분 만에(46분 단축) 도착하게 된다.
이어 GTX-D∙E∙F도 1∙2단계로 나눠 추진된다. 1단계는 늦어도 2035년 개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GTX-E는 인천공항부터 대장을 거쳐 연신내와 광운대를 지나 덕소까지 동서로 운행될 계획이다. GTX-F는 둥근 모양의 순환 노선으로서 의정부와 고양 대곡, 김포공항, 부천종합운동장, 수원, 교산, 왕숙2 등을 잇는다. 다만, 이들 사업은 사전타당성조사, 예비타당성조사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래픽=김하경
◇‘GTX 효과’ 집값 들썩
GTX 개통은 예견된 호재다. 그래서 일각에선 해당 지역 부동산 가격에 이미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부동산 개발로 인한 가격 상승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 발표∙착공∙완공 등 개발 진행 과정에 따라 지속적으로 해당 지역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GTX 개통에 따른 수혜 지역은 어디일까?
우선, GTX 노선 연장에 따라 개설될 신규 역사 지역을 살펴봐야 한다. GTX 환승역 인근도 관심을 가져봐야 한다. 대표적으로 A노선은 성남역(경강선 연장 예정)과 대곡역(3호선∙서해선), B노선은 마석역(경춘선)과 부천종합운동장역(7호선), C노선은 과천역(4호선)과 광운대역(1호선) 등이 있다. 특히 서울역∙삼성역∙청량리역은 기존 지하철 노선 이외에도 GTX 두 노선 이상이 정차하게 되면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동은 현대차그룹이 옛 한국전력 본사 터에 짓는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 사업, 지하 환승시설 구축과 지상을 공원화하는 영동대로 지하화 계획, 서울의료원과 한국감정원 부지를 연계 개발해 마이스(MICE, 전시컨벤션) 기능을 강화하려는 국제교류 협력 지역에 더해 GTX-A·C의 개발까지 계획돼 있다.
◇투자시 주의점 3가지
GTX 인근 부동산 투자는 긴 호흡의 투자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개발에 최소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GTX-A만 해도 2009년 첫 논의 이후 15년이 흘러서야 개통됐다.
게다가 GTX 사업은 막대한 사업비가 소요된다.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실질 사업비는 예상을 초과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로 인한 개통 목표 지연과 개발 계획 변경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투자만을 위한 매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둘째, GTX 개발은 오랜 기간 착공이 지연돼 수도권 부동산 가격에 어느 정도 선반영이 된 만큼 ‘옥석’을 가리는 것도 중요하다. 부동산 가격은 개별 이슈만 가지고 오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해 움직인다. 교통 편의는 물론 교육·브랜드·자연환경 등 여러 조건들을 만족해야 추가적 상승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 예로 2021년 GTX-C 노선 정차역에 인덕원역이 포함되면서 8억~9억원 하던 그 지역 아파트가 2배 이상까지 올랐지만, 작년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반 토막이 났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인 만큼 신중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부동산 매수 심리가 갈수록 뚜렷하게 위축되고 있고,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화, 취약차주의 신용위험 등 불안 요소도 적지 않다.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잠재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묻지 마 투자’는 자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