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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4.10 03:30
베르디 오페라 '맥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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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한국에서 상연된 ‘맥베스’의 한 장면. /국립오페라단 인스타그램
이번 달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오페라 '맥베스'를 공연합니다. 올해 국립오페라단이 베르디 탄생 210주년으로 준비한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이에요.
'맥베스'는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원작이에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이 작품은 권력에 대해 가지는 욕망과 이를 위해 저지른 악행으로 스스로 파멸해가는 인간 심리를 흥미롭게 묘사한 걸작입니다.
셰익스피어가 1606년에 쓴 '맥베스'의 줄거리는 이러합니다. 스코틀랜드의 장군이자 덩컨왕의 사촌인 맥베스는 전쟁터에서 반란군을 제압하고 친구인 뱅코와 함께 돌아오다 마녀들을 만나 놀라운 예언을 듣습니다. 자신이 장차 왕이 될 것이고 뱅코의 자식들 역시 언젠가 왕이 된다는 예언이었죠.
마녀의 말에 마음이 흔들린 맥베스는 아내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권력에 이성을 잃은 맥베스의 아내는 남편에게 자기들 성에 초대받아 온 덩컨왕을 죽이라고 부추깁니다. 고민하던 맥베스는 결국 왕을 죽이고 스코틀랜드 왕위에 오릅니다. 예언을 맹신한 그는 암살자를 시켜 뱅코도 살해합니다.
다시 마녀들을 찾아간 맥베스는 또 다른 예언을 듣습니다. 스코틀랜드의 귀족 중 한 사람인 맥더프를 경계할 것, 여인이 낳은 사람이 자기를 해치지 못할 것이라는 내용이었죠. 이 예언도 믿은 맥베스는 맥더프의 가족을 몰살하고, 점차 광기에 휩싸입니다. 아내와 자식을 모두 잃은 맥더프는 복수를 결심합니다. 그는 피신해 있던 덩컨왕의 아들 맬컴, 이웃나라 잉글랜드와 힘을 합쳐 맥베스를 공격합니다. 극의 마지막에 맥베스와 맥더프는 대결을 펼칩니다. 맥베스는 여인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은 자기를 죽이지 못한다며 의기양양하죠. 그러나 맥더프는 '나는 스스로 어미의 배 속에서 나온 자'라며 맥베스를 죽입니다.
베르디의 열 번째 오페라인 '맥베스'는 1847년 3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초연했습니다. 베르디는 어려서부터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좋아해 열심히 읽었다고 해요. 모두 4막으로 이루어진 오페라는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충실히 따라요. 특히 1막과 3막에 나오는 마녀들의 등장과 끔찍한 범죄에 대한 양심의 가책으로 몽유병에 걸려 고통받는 맥베스 아내의 심리 묘사 등은 오페라 작곡가로서 천재적인 베르디의 능력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유명한 아리아들은 4막에서 들을 수 있어요. 아내와 자식을 잃은 맥더프가 안타까움과 슬픔을 담아 노래하는 '아 아버지의 손은', 예언을 맹신하는 동시에 공포에 시달리며 맥베스가 부르는 오페라의 마지막 아리아 '연민도 명예도 사랑도' 등이 대표적입니다.
'맥베스 부인'이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또 다른 오페라도 있어요. 러시아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가 1932년 완성한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은 셰익스피어의 원작이 아니라 19세기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소설을 토대로 합니다. 욕정에 사로잡힌 젊은 여인이 무서운 범죄를 저지르고 죽음에 이르는 이야기죠.
부자 상인인 이즈마일로프 집안에 시집 온 카테리나는 애정이 없는 결혼 생활로 따분한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거기에 시아버지인 보리스 역시 카테리나가 아이를 낳지 않는다며 구박합니다. 남편인 지노비가 이웃 마을에 일이 있어 집을 비웠을 때, 카테리나는 새로 온 일꾼인 세르게이의 매력에 빠져 불륜을 저지릅니다. 두 사람 사이를 눈치 챈 보리스가 잘못을 추궁하자 카테리나는 그의 음식에 독을 타 살해합니다. 그 후 집에 돌아온 지노비가 카테리나를 의심하는 눈치를 보이자 방 안에 숨어 있던 세르게이가 나타나 지노비를 죽입니다. 카테리나와 세르게이는 시체를 지하 창고에 숨깁니다.
얼마 후 카테리나는 세르게이와 결혼식을 올리는데, 한 술주정뱅이가 지하 창고에 들어갔다가 지노비의 시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합니다.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고 두 사람은 시베리아의 유형지로 쫓겨갑니다. 카테리나는 그곳에서도 세르게이를 사랑하지만 남자는 이미 변심했었죠. 여자 때문에 신세를 망쳤다고 한탄하는 세르게이는 또 다른 여자인 소네트카에게 마음을 빼앗겨 열렬히 구애합니다. 모든 희망을 잃었다고 생각한 카테리나는 소네트카를 껴안고 호수에 몸을 던져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은 1934년 1월 레닌그라드(지금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쇼스타코비치는 이 오페라 때문에 음악 생활의 큰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1936년 1월 소련의 유력 일간지였던 '프라우다'에 '음악이 아니라 무질서'라는 내용의 비판적 기사가 나면서 그랬죠. 당시 소련의 독재자였던 스탈린이 이 작품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 이유였는데요. 그는 이 작품이 지나치게 부르주아적이고 퇴폐적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난 뒤인 1963년, 쇼스타코비치는 일부 장면을 수정하고 제목도 여주인공 이름인 '카테리나 이즈마일로바'로 바꿔 모스크바에서 재상연했고, 오페라는 다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맥베스'의 이름을 딴 두 오페라는 인간이 근원적으로 지니고 있는 욕망 속 어두운 그늘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걸작입니다. 오페라를 감상하며 다시 한번 셰익스피어 문학의 위대함을 느껴 보는 것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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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한국에서 상연된 ‘맥베스’의 한 장면. /국립오페라단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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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한국에서 상연된 ‘맥베스’의 한 장면. /국립오페라단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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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쓴 ‘맥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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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화가 테오도르 샤세리오의 그림. 맥베스와 뱅코가 마녀들을 만나는 장면.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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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이탈리아에서 상연된 쇼스타코비치의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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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구성=김윤주 기자 김주영 피아니스트·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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