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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09 03:30
꽃샘추위
▲ 봄꽃이 필 무렵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며 기온이 뚝 떨어지는 걸 ‘꽃샘추위’라고 하죠. 꽃샘추위 기간에는 옷을 든든하게 입고 비타민 A·C가 함유된 식품을 섭취해 주세요.
지난해 4월 1일 프랑스 포도주 농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프랑스 곳곳에 많은 눈과 함께 한파가 몰려왔기 때문이지요. 그러자 포도주로 유명한 프랑스의 부르고뉴 지방에서는 농부들이 모두 나와 포도나무 이랑 사이마다 설치된 거대한 파라핀 양초에 불을 붙였습니다. 불에서 나오는 열로 포도나무를 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인데요. 프랑스는 2021년에도 봄에 갑자기 닥친 한파로 인해 포도 수확량이 줄어들면서 큰 손해를 보았거든요. 그래서 한파가 내려온다는 소식을 듣고 포도나무의 새싹을 보호하기 위해 불을 피웠던 겁니다. 이처럼 어느 나라나 따뜻한 봄날이 계속되다가 느닷없이 추위가 닥칠 때가 있는데요. 이런 추위를 우리나라에서는 '꽃샘추위'라고 부릅니다.
왜 꽃샘추위라고 하는 걸까요? 봄이 오면 기온이 오르며 식물들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 시작하죠. 그러다 갑자기 시베리아 고기압이 우리나라로 확장해 오면서 강한 바람과 매서운 추위가 내려올 때가 있는데요. 주로 3월 중순부터 4월 초에 이런 현상이 많이 발생하지요. 이 시기가 개나리·진달래가 피는 시기이다 보니, '꽃피는 것을 시샘하는 추위'라면서 꽃샘추위라고 불렀답니다. 꽃샘추위를 한자말로는 '화투연(花妬娟)'이라고 하고, 북한에서는 '꽃질투추위'라고 부르는데요. 사람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꽃샘추위는 보통 2월 말부터 4월 중순 사이에 연평균 7~9일 정도 발생하지요.
우리나라에는 꽃샘추위에 관한 속담이 많이 전해옵니다. '꽃샘추위에 장독이 얼어 터졌다'는 속담은 봄에 불어오는 매서운 추위는 장독을 깰 만큼 춥다는 뜻이고요. '겨울 추위에는 살이 시리지만 봄 추위에는 뼈가 시리다'라는 속담은 꽃샘추위가 겨울 못지않게 춥다는 얘기랍니다. '꽃샘추위에 반늙은이 얼어 죽었다'는 속담은 갑자기 추위가 내려오면 뜻밖의 변을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이고요. '이른 봄에는 새 움(풀이나 나무에서 돋아 나오는 싹)이 홍역을 한다'도 있는데, 봄철에 새 움이 홍역을 앓듯이 울긋불긋해진다는 뜻으로 꽃샘추위를 이르는 말입니다.
꽃샘추위는 봄철 기온이 오른 상태에서 닥치기 때문에 실제보다 춥게 느껴집니다. 강한 바람은 체감온도를 급격히 떨어뜨리지요. 그래서 감기에 쉽게 걸릴 수 있어요. 심혈관이 약한 사람은 협심증(심장에 몰려드는 혈액이 줄어들어 심한 통증을 느끼는 증상)을 일으키기도 하고요. 큰 일교차로 인해 편도선염(편도 내 세균으로 인해 염증이 생기는 질환)에 걸리기도 쉽습니다. 따라서 꽃샘추위 때 외출할 경우 옷을 든든하게 입어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고, 실내 습도는 40~50% 정도로 유지해주세요.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비타민A나 비타민C가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면 면역력이 높아져 꽃샘추위를 이길 수 있답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