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을 위한 특별한 선물 주는 이도 받는 이도 기쁘기 그지없는 선물. 하지만, 선물을 준비할 때마다 어떤 선물을 골라야 정성을 제대로 전할 수 있는지 난감해지기 마련이다. 선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선물을 생각해 보자.
1. 누구에게 어떤 선물을 하나? 우리가 주고받았던 숱한 선물들 중에는 무관심과 관습으로 범벅된, 선물 아닌 선물이 꽤 있을 것이다. 단순한 물건이 아닌, ?선물?이라면 문제는 마음이다. 보내는 사람이 선물 꾸러미 속에 제일 먼저 넣어야 하는 것도 마음이고, 받는 사람이 제일 먼저 꺼내들어야 하는 것도 마음이다. 그것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잊어버리고 착각하기 쉬운, 선물 주고받는 일의 예외 없는 법칙이다.
◈ 선물하기 좋은 날 첫돌과 환갑, 그 후로도 해마다 돌아오는 생일, 몇 번의 입학과 졸업, 취직, 결혼, 집들이, 임신과 출산, 명절과 각종 기념일…. 다른 이들에겐 별 의미가 없어도 적어도 그에게만큼은 또는 주고받는 이의 관계에서만큼은 특별한 날. -다른 의례적인 날들의 선물보다 외려 더 기억에 남는 선물이 될 수 있다.
날짜 계산기와 같이 조금 애교스런 방법. 연인들 사이에서 우리 만난 지 100일, 200일 하는 식으로 '그 날로부터 몇 일'이라는 것 자체를 또 하나의 특별한 날로 삼는 것이다. 그 몇 일은 되도록 상징적인 숫자가 좋다.
그냥 넘어가기 쉽지만 의미를 발견해 주고 함께 기뻐하면 더욱 좋은 날들. 가령, 요즘 십대의 딸을 둔 부모들이 딸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초경 파티. 굳이 파티가 아니더라도 작은 선물이나 축하의 말들로 그 날을 기념해 준다.
전에는 비밀에 부치던 그 날에... 미처 생각도 못했던 날에 건네는 작은 선물 하나가 누군가에겐 최고의 날, 최고의 선물로 기억될 수 있는 법이다.
1. 선물의 멋진 발상의 전환!
◈ 마음에 쏙 드는 선물 어린이와 청소년에겐 지적 호기심과 탐구욕을 불러 일으킬만한 학습도구나 놀잇감 또는 또래들에게 유행하고 있는 품목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이들에겐 양복이나 서류가방, 구두와 같이 일을 하는 데 쓸모가 닿는 물건들, 결혼을 앞둔 이들에겐 살림에 도움이 되거나 장식용 소품이 될만한 것들, 어르신들에겐 무엇보다 건강을 위한 보조품들….
이렇게 우리가 알게 모르게 외우고 있는 공식은 이렇다. 대개의 경우, 공식을 따르면 무난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신경을 써서 선호하는 선물을 묻는 각종 설문조사와 통계, 선물 도우미를 자처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을 찾아보면 선물하기에 좋은 품목을 어렵잖게 정할 수도 있고 때를 맞춰 전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딘지 상투적이거나 스스로가 대금 결제인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선물을 하는 이의 상대에 대한 관심, 그의 필요와 취향을 알아보는 눈썰미가 없다면 세상의 그 어떤 만능 검색기도 소용이 없는 탓이다. 그래서 눈썰미에 자신이 없다면, 어설프게 공식을 따르고 검색기에 의존하기보다는 상대방에게 직접 물어보고 그가 원하는 선물을 전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럴 때 받는 입장에서도 준비해 두면 좋은 것이 하나 있다. 새로운 결혼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결혼선물등록(Wedding Gift Registry)처럼, 자신이 원하는 선물의 목록을 공개하는 것. 주는 이가 자신의 형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귀띔을 해줘서 좋고, 실속을 최대화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선물이 틀에 박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시선을 조금 넓혀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 백일이나 돌잔치, 생일 등에 당사자가 아닌 그의 부모에게 선물을 건네는 것, 생일이 여름인 그에게 겨울 물건을 선물해 보는 것, 지금 당장이 아니라 몇 년 뒤에나 소용이 닿을 법한?미래의 선물?을 선사해보는 것 등등 경우의 수는 오히려 무궁무진하다.
◈ 선물 수첩 때마다 무슨 선물이 좋을까 고민하는 일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하나의 스트레스가 된다. 두고두고 기억되는 선물이 되길 바라면서도 막상 자신이, 언제 누구에게 무슨 선물을 건넸는지 가물가물해지는 경우도 제법 많다. 그럴 땐 기억력을 탓하기에 앞서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게 된다. 받는이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누군가 나에게 마음을 담아보낸 선물이 집안 구석구석에 널려있는 보통의 물건들과 다름없게 되거나 소모품이었다고 해도 기억조차 희미하다면 보낸 이에게 그처럼 미안한 일이 없다. 그래서 따로 마련해 봄직한 것이 선물 수첩이다. 언제, 누구에게, 어떤 선물을 주거나 받았는지, 반응과 소감은 어땠는지 기록해두면 우선 주고받은 의미가 흐린 기억 속으로 증발해 버릴 염려가 줄어들어 좋다. 의미뿐 아니라 쓰임새도 요긴하다.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마련할 때 참고삼을 자료가 그만큼 많아진다는 얘기도 되고, 보다 흡족한 선물을 하게 될 확률도 높아진다. 받는 이의 개성과 취향, 명절도 그 어떤 특별한 날도 아니지만 그에게만큼은 기념이 될만한 날들, 그에게 쓰임새가 많을 듯한 물건 등등 항목은 많을수록 좋다. 한번으로 그쳤든 평생을 두고 이어지든, 사적이든 공적이든 인연이 닿았던 이들에 대한 조금 특별한 기록이라고 생각하면 번거롭다거나 유별나게 여길 일만은 아니다.
2. 선물에 담는 의미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손수건을 건네는 사람이 있을까? 마음에도 없는 이에게 꽃을 바치고 목걸이를 주는 일은? 그 선물들의 의미를 몰랐다면 오해부터 풀고 볼 일이고, 알고는 있지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면 상대가 당신의 진심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확인부터 해볼 일이다. 어떤 물건들은 제 본질과는 상관없이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의 사용설명서에도, 그 어디에도 명시된 바 없지만 많은 이들이 의미와 상징을 부여해서 주고받는 선물들….
◈ 사랑의 상징 반지나 시계가 결혼예물의 대명사가 된 까닭은 사랑하는 이의 곁에 가장 가까이 머무를 수 있고, 신체의 일부를 구속함으로써 반려가 있음을 나타내고, 만인에게 그 사실을 드러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목걸이나 귀걸이, 스카프, 허리띠도 연인 사이에선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늘 가까이 두고 기억해 달라는 의미에서 인형, 마음을 보여주거나 봐달라는 주문으로 거울, 마음의 여백에 나를 채워달라는 뜻에서 노트, 오래도록 사귀고 싶다는 마음의 장난스런 표현으로 껌, 달콤한 사랑에 대한 바램으로 초콜릿이나 사탕이 오간다. ◈ 이별의 의미 반대로, 손수건이나 구두, 목도리 등은 사랑의 종언을 고하는 상징적인 선물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오해의 소지가 없다면, 연인들이 그들의 사랑을 고백하거나 이별을 고하기 위해 선택하는 선물들은 대부분, 상대에 대한 나의 친밀감을 표시하기에 좋은 품목인 경우가 많다. 향수나 앨범, 모자, 우산 등도 연인 사이에선 사랑, 친구 사이에선 우정, 기타의 관계에서는 호의를 표시하는 선물들이다.
◈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 이밖에도 열쇠는 행운을, 만년필은 성공을 대표하는 선물이고, 꽃은 보통 사랑과 우정, 감사 등을 의미하지만 꽃말에 주의해야 하며 책은 흔하게 선택되는 품목이기는 하지만 내용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담아 보내는 뜻이 좀더 강조되길 바란다면 책과 함께 책갈피를 선물하는 것이 좋고, 지갑을 선물할 땐 되도록 최근에 발행된 화폐를 넣어주는 것이 좋다. 상대가 연인 또는 우정을 돈독히 하고 싶은 이라면 목걸이나 반지 등의 장신구에 받는 이의 이니셜을 새겨 넣어 주거나, 연인 또는 반려가 있는 친구에게 우정과 축복을 선사하고 싶다면 되도록 짝을 맞춰 선물할 수 있는 물건을 고르는 것이 좋다. 하지만, 물건이 갖고 있는 의미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것은 금물. 오히려 마음을 전달하는 일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기왕의 뜻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나만의 근사한 의미와 남다른 뜻을 새겨 넣는 것. 그것이 진짜 선물하는 즐거움이고 일상에서 맛볼 수 있는 작은 창조의 기쁨이 아닐까?
3. 한국의 선물문화 만들기 Valetine day와 White day가 연인들의 날로 굳건히 자리를 잡자, 이런저런?14일의 기념일?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다이어리데이, 블랙데이, 로즈데이, 링데이 등등. 이 뿌리 없는 신종 기념들에서 꽤나 많은 사람들이 어떤 재미와 의미를 느끼는 듯 하다. 하지만 엇비슷한 일상에 힘줄마디를 찾고 거기서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는 이유라면, 멀리 갈 필요도 애써 지어낼 필요도 없다 의미와 재미를 캐낼 광맥이 차고도 넘치는 우리의 한국문화이다.
◈ 향긋한 봄의 선물 음력 3월 3일, 삼짇날. 옛사람들은 떡과 술을 들고 들로 산으로 꽃놀이, 일명 화전(花煎)놀이를 다니며 흐드러진 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바쁘게 사는 우리. 그만한 풍류와 낭만이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오며가며 꽃 한 송이 주고받는다면 그만한 봄날 인심이 없을 것이다. 차(茶)도 좋다. 청명(淸明: 양력 4월 5~6일께)과 곡우(穀雨: 양력 4월 20일께) 사이에 따낸 찻잎(우전)과 입하(立夏: 양력 5월 5~6일께)에 따낸 찻잎(세작)은 그 맛과 질이 최상이다. 보내는 이의 마음 또한 그렇다는 걸 알려줄 법하다.
◈ 쾌적한 여름을 위한 선물 ‘단오(端午) 선물은 부채요, 동지(冬至) 선물은 달력’이라는 옛말이 있다. 여름날 부채만큼 요긴한 선물이 없고, 여름내 손이 닿을 테니 보낸 이의 마음이 그만큼 흐뭇해진다. 정표의 하나로도 주고받던 유서 깊은 선물이라, 구애의 수단으로도 그만이다. 연인 사이, 음력 5월 5일 단옷날의 부채를 통한 고백이 미풍과 같다면 음력 7월 7일 칠석은 마음을 흠뻑 적시는 소나기와 같을지 모른다.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해후하는 이 날, 서로 아끼고 지켜 주자는 뜻을 담아 우산을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견우와 직녀의 눈물이 아니더라도 비가 잦을 즈음이라 실용성을 겸비한 선물이 될 듯하다.
◈ 가을의 풍성함을 전하는 선물 가을의 문턱을 지키고 있는 처서(處暑: 양력 8월 23일께)와 풍요로운 추석을 알리는 예고편과 같은 백로(白露: 양력 9월 8일게). ‘참외는 중복까지 맛있고, 수박은 말복까지 맛있으며 처서엔 복숭아가 제 격, 백로엔 포도가 제 맛이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가는 여름에 건네는 복숭아 한 알, 오는 가을에 건네는 포도 한 송이는 여문 그 속내처럼 어여쁜 선물.
◈ 새해를 준비하는 겨울 선물 겨울을 알리는 입동(立冬: 양력 11월 7,8일께). 겨울철 요긴하게 쓰일만한 선물을 하고 싶다면 이맘때가 적절하다. 동지(冬至: 양력 12월 22일, 23일께)엔 옛 말씀처럼 달력이 최고의 선물이다. 다음해를 계획하고 준비해야할 시기에 그만큼 고마운 선물이 없다.
설날. 한 해를 시작하는 마당에 크고 값비싼 선물도 좋겠지만, 작은 복조리 하나로도 마음을 실어 보낼 수 있다. 조리가 쌀을 일으키듯 그 해의 행운도 알알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의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