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9월 22일 제 6대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사카린 밀수사건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계속되고 있었다. 연단에 오른 김두한(김영철) 의원은 이 나라 재산을 도적질한 사람들에게 내리는 벌이라며 준비해온 오물을 정일권 국무총리를 비롯한 여러 국무위원들에게 뿌린다. 이 사건으로 정일권 내각은 총사퇴하고, 김두한의원은 구속된다.
1924년 김두한(곽정욱)이 일곱 살 되던 해, 종로경찰서 미와(이재용) 경부는 김좌진(최동준)의 연락책을 알아내기 위해 두한의 생모 박계숙(전미선)을 잡아들여 고문한다. 두한의 외조모(고두심)는 자신이 얼마 살지 못할뿐더러 미와 경부에게 잡힌 딸도 목숨을 구하기 힘들 것을 예견하고 마지막으로 두한에게 아버지 김좌진 장군을 만나게 해주기로 결심한다.
시대일보 최동열(정동환) 기자의 도움을 받은 원노인(이순재)은 두한과 외조모를 데리고 만주로 향한다. 어려움 끝에 두한은 마침내 아버지 김좌진 장군을 만난다. 처음으로 아들 두한을 만난 김좌진 장군은 회중시계를 쥐어주며 의를 위해 목숨을 버릴줄 아는 강한 사나이가 되라고 충고한다.
한편 다음날 아버지와 이별한 두한은 외조모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열차를 타지만 몸이 좋지 않았던 외조모는 열차속에서 끝내 숨을 거두는데….
- 제 1 회 - 野人時代
씬 1 타이틀
특별 제작된 기존의 오프닝 영상
위에 메인 타이틀, 캐스트, 스텝
이 소개된다. 테마 뮤직과 함께
그 서막이 끝나면 어느 쯤에선가
영상이 일정간 정지되면서 그 위
로 자막이 오른다.
자막이 이야기는 암울했던 민족
의 수난기와 격동기의 역사를
살다가 갔던 영원한 야인 김두
한의 삶을 극화한 것이다.본 드
라마에 소개되는 사건과 인물은
본인의 회고록과 취재록, 자료
수집 등 대부분 실화에 그 근거
를 두었다. 그러나 드라마의 원
만한 진행을 위하여 시대와 역
사적 상황을 운영하는 인물 일
부분에서는 픽션을 가감했으며
실존 인물의 개인적 인권을 보
호하기 위하여 상당부분의 생존
인물들에 대해서는 가명을 사용
하였음도 아울러 밝혀둔다.
씬 2 어느 도예촌 전경
깊은 밤인지 새벽인지 모를 어둠
이다. 가끔씩 칠흑같은 어둠을
가르는 무거운 천둥 소리와 번개
카메라는 서서히 윤곽으로만 보
여오는 도예촌의 모습 으로 다가
간다.
씬 3 그 도예촌
어둠 속에서 천둥 번개소리는 계
속된다.
카메라 천천히 팬하면 무수한 낙
엽이 휩쓸려 가는 도예촌의 마당
을 지나 어느 작업실 외경으로
다가간다. 밖에서 안으로 보이는
그 곳엔 전등불이 환한 가운데
노구의 최동열이 물레질을 하고
있다.그 모습을 보고 있는 김두
한.
씬 4 동 작업실 안
이미 유약작업 직전의 성형된 많
은 흙모형들이 보인다.무심히 물
레질을 계속하는 최동열..
오랜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김두한 ...가마에 불을 지피신
다구요?
최동열 한 이틀 더 있어야 겠어
.. 요즘 통 날씨가 좋지
않아서.
천둥 번개와 거센바람을 보며 말
한다.
김두한 열심히하시는 모습이 아
주 좋아 보이십니다.
최동열 흙이 좋은 것이겠지..
(사이) 정치를 그만 두
겠다고 했던가?
그리고 그들은 한동안 또말이 없
다.
최동열 국회의원이 정치 그만두
면 뭘 하려구?
김두한 한 동안 제 별장이 비어
있었습니다.
최동열 별장? 자네가 무슨 별장
이.... (하다가) 허허허
..혹시 교도소 얘기인가
?
김두한 ..(미소) ...
최동열 또 무슨 일이 생기는 게
로구먼.
김두한 더는 나랏 일을 하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군
사독재는 계속 되고 민
주주의는 멀었습니다.
무식한 이 김두한이 하
나가 목구멍 아프게 떠
들어 봤자 달라질 것도
없구요.
최동열 ......?
김두한 물러나기는 해야겠는데.
그냥 그만 둔다는 것도
체면이 안서고 해서...
최동열 (계속 작업하며) 그래서
..?
김두한 선생님께선 오랜세월 이
김두한이의 인생을 지켜
보아 오셨습니다.
최동열 이젠 모든 게 옛날 얘기
지 뭐...
김두한 옛날얘기라기 보다도 우
리가 살아온 세월은...
하나의 역사로 봐야되지
않겠습니까?
최동열 (의외라는 듯 보며)역사
? 허허허.. 자네 국회의
원 두어번 하더니 만 많
이 유식 해졌네 그려..
역사라... 허허허...
최동열, 작업을 끝내며 그릇들을
옮긴다.
김두한 요즘 조간 신문에 칼럼
쓰시는 것 계속 봤습니
다.
최동열 허허 그런 건 무엇하러
보나? 난 이젠 글쓰기는
너무 늙은 것 같아.. 헌
데 이 꼭두 새벽에 어쩐
일로....?
김두한 오늘 국회 에서 마지막
발언이 있습니다. 선생
님.. 잠시만 나와보시겠
습니까?
최동열 국회에?
김두한 예..
최동열 자네가 하려는 일이 아
무래도 교도소에가는 것
과 관련이있는 모양인데
...
김두한 (대답 피하듯)지금쯤 제
비서와 아우들이 파고다
공원에 가 있을 겝니다.
최동열 파고다 공원에는 어째서
?
김두한 그걸 좀 보아 주십사 하
는 것이지요.
최동열 .....?
천둥번개가 계속된다. 바람은 모
든 것을 휩쓸어가려 한다.
씬 5 파고다 공원
이곳에서도 천둥 번개는 계속된
다. 시동이 걸려 있는 찝차의 헤
드라이트가 두 줄기 밝게 공중화
장실 쪽을 비추고 있다. 말쑥한
정장차림에 중절모, 마스크를 걸
고 흰 장갑을낀 사내들이 지켜서
있고 그중 둘이서 화장실 밖, 분
뇨탱크의 뚜껑을 열고 긴 막대기
에 깡통을 달아 경건한 의식처럼
인분을 퍼올리고 있다. 눈이 휘
둥그래져서 이들을 보고 있는 관
리인.
사내1 좀 더 깊히 해.. 맨 밑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게
진짜라고 하셨어.
사내2 (끄덕이는) 예 알고 있
습니다.
사내3 쉬이..조용히. 엄숙하게
해야지. 엄숙하게. 큰
형님께서는 이일을 아주
경건하게 예를 차려서
하라구 하셨다. 조용히.
.. 조심조심..
두사내 예, 형님.
사내들은 고약한 냄새를 참으며
인분을 퍼올려 큰 양철통(5갤론)
에 담는다.
보고 있던 관리인이 코를 싸쥐며
묻는다.
관리인 여보세요들. 아니 국회
에서 여기 똥을 가져다
가 뭐에 쓴대유? 아닌
밤중에 이게 무슨 일이
랴, 도대체?
사내3 쉬이... 관리인 당신은
몰라두 돼.조용히 하라
고 하지 않나?
작업은 경건하게 계속된다.
관리인 아이고 시상에 살다 살
다가 .. 아이구 냄새야
...
사내3 .... 조용히. 이 인분은
피흘려 이나라를 지키신
애국지사분들게서... 기
미년 3월 1일에 독립 선
언서를 낭독하시기 전에
바로 여기에 남기신 유
일한 것이야. 김두한 의
원님께서 이역사적 물건
을 필요로 하시는 거야.
계속해 깡통에 인분이 차오른다.
사내3 그만하면 됐다. 그 위에
흰 무명을 덮어라.
곧 무명헝겊이 덮혀진다.
사내3 다시 밀가루를 일차로
덮고 그 위에 사카린을
얹어.
작업이 계속된다.
사내3 깨끗한 포장지로 이쁘게
잘 싸도록..
그 때 어둠 속에서 김비서가 옷
보퉁이를 들고 다가온다. 모두
그 쪽을 보면..
사내3 음... 김 보좌관 아닌가
?
김비서 예.... 일은 끝났습니까
?
사내3 그렇다네. 큰 형님 댁에
들렀다 오는 길인가?
김비서 예.... 지시대로 한복을
준비해 왔습니다.
사내3 그럼 큰 형님 계신 곳으
로 가지.
김비서 (눈치를 보다가) 헌데.
사내3 ..... 왜?
김비서 아무래도 이건 너무 엄
청난 일입니다. 무서운
일이예요.
사내3 허허허... 무서울 것 없
어. 우리들의 큰형님 김
두한 국회의원께서 하시
는 일이야. 안 그런가,
김보좌관?
김비서 하지만..... 어느 분이
라도 말려야 될 것 아닙
니까?
사내3 형님께서는 한번 하시고
자 하면하시는 분이실세
자 어서 차에 실어라.가
자.
그들 잘 포장된 인분을 보자기로
싸 차에 싣는다.
관리인은 여전히 멍하니 보고 있
고, 그들은 차에 올라 곧 사라진
다. 함께 있던 다른 차량들도 줄
지어 그 찝차를 쫓는다.
관리인 이게 무슨 도깨비 장난
이람.. 아닌 밤중에 홍
두깨라더니 국회의원이
똥을 퍼다가 어디다 쓴
다는 게야?
씬6 길(이른 새벽)
그들의 찝차가 가고있다. 사내들
이 말없이 밖을 응시하고 있다.
어둠이 걷혀 가고 있다. 천둥 소
리와 함께 거센 비가쏟아지기 시
작한다.
씬 7 도예촌 마당(이른 아침)
이곳에서도 비가 쏟아지고 있다.
주변은 회색빛 아침으로 밝았다.
씬 8 도예촌 그 일각
가마에 넣을 성형품을 만지는 최
동열.
최동열 자네가 국회의원 마지막
이라 하니..내 잠시 가
봐야겠구먼. 허나 왠지
걱정이 되는구먼 그래.
김두한 별로 그러실 일 도 아닙
니다. 그저 제가하는 일
이 이나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요.
최동열 하지만 자네방식은 언제
나 사람들을 놀라게하지
조심하게나. 자네도 이
제 어느덧 오십이 다 됐
어. 이제는 인생을 되돌
아 볼때도 되었다는게야
김두한 예, 선생님.
최동열 언제나 대답은 시원하지
만 하는 것은 영 달랐지
김두한 허허허.
최동열 자넨 너무 바쁘고 숨가
쁘게 살았어.
김두한 선생님도 그러시지 않으
셨습니까?
최동열 지금은 자네와 내가 살
아온 세상이 아닐세. 모
든 게 변했어. 사는 방
식도 바뀌어야 할 걸세.
김두한 그 말씀은 너무 어려워
서 잘 모르겠습니다.
최동열 허허허 그럴 테지. 자
네도 언젠가 때가 된다
면 이흙의 철학을 한번
배워보게나. 흙은 사람
을 한없이 겸손하게 만
들지.
김두한 ......
그때 크락숀 소리와 함께 찝차들
이 마당에 멈추어 선다.
김두한 그만 가봐야겠습니다.
최동열 그렇게 하게. 오후쯤에
보세.
김두한이 나서자 사내들과 김비
서가 일제히 우산을 받쳐주며 인
사를 한 후 절도 있게 문을 열어
준다. 차에 오르는 김두한. 그
차가 떠나간다. 최동열이 심상치
않게 멀어지는 그들을 본다.
최동열 한바탕 또 바람을 일으
키려는 모양이군.
씬 9 산길
빗속을 달려가는 찝차. 그 김두
한의 모습에서 해설이 진행되면
서 화면은 산길과 시골을 지나
도심의 거리로 접어든다. 그 위
로
해설 1966년 9월 22일. 김두
한이 생애 두번째로 국
회의원 활동을하고 있던
이 때는 5,16 군사쿠데
타 이후 박정희 정권 6
년째 접어드는 시기로서
제 3공화국의 국회 본회
의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던 때였다. 이 무렵
은 특히나 정부가 총력
을 기울여 경제 개발 5
개년 계획에 박차를 가
하던 시기였고, 국가와
국민이 총동원되어 피폐
해진 경제 회생과 개발
의 계획을 밀고가던 때
였다. 그런데 그 국가적
대사업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터졌고 국회에서
는 이 문제로 연일 엄청
난 소요에 휘말려 있었
다. 사건이란 다름 아닌
모재벌 기업의 사카린
밀수 사건이었다. 그리
고 그로 인해 이날 열린
국회는 우리 나라 의정
사상 유례가 없는 최악
의 날로 기록되게 된다.
씬 10 국회 외경
이만섭 (E) 의원 여러분, 그리
고 여기에 나오신 국무
위원 여러분.
씬 11 국회 본회의장
많은 국회의원들과 국무위원들이
제자리를 잡고 있다.이만섭 의원
이 질의하고 있다.
이만섭 본 의원은 오늘 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국회에서
의제를 삼고 있다는 것
자체에 참으로 비통한심
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저 이 만섭이 뿐만 아니
라 온 국민이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재벌이 사
카린을 밀수했습니다,여
러분. 나라와 국민을 배
신한 것입니다, 여러분.
모든 사실은 언론이 앞
서서 보도를 하고 있는
데 국회는 시간만 허비
하고 있습니다.여야 총
무단은 무엇을 하고 있
는 것입니까? 정부는 뭘
하고 있어요? 재벌 회장
을 즉각 구속하지 않고
왜 송사리만 잡아 넣고
있느냐, 이 말이에요?
의원들 옳소! (아우성)
정일권을 비롯한 각료들은 이만
섭의 질타에 그저 무덤덤한 표정
이다.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
들이 들려온다.
이만섭 지금이 어떤 시기입니까
? 온 나라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제를 부르짖
고 국산품 애용이다 외
래품 배격이다 혼신을다
하고 있는 이 때에 모범
을 보여야 할 재벌이 이
럴 수가 있는 겁니까?
집어 넣으세요. 온 국민
이 분노하고 있는 저 소
리들이 들리지 않습니까
?
의원들 옳소! 옳소!
씬 12 국회 앞
여러 대의 찝차들이 연이어 도착
하고 있고 김두한이 그곳에 내려
선다.비서가 인분통을 들고 앞선
다. 사내들의 배웅을 받으며 국
회 안으로 들어서는 김두한.
씬 13 국회 로비
이만섭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
고 있다.
이만섭 (E) 외제 화장품 하나,
양담배 한 갑만 팔아도
처벌을 해 온 이 나라입
니다. 재벌이 어떻게 밀
수를 합니까? 법무장관
이 나라에 법이 있는 겁
니까? 대답해 주십시요.
총리는 정부의조치를 말
씀하세요.
그 와중에서 김두한이 한복차림으
로 건물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보좌관이 인분통을 회의장 앞까지
끙끙대며 들어다 준다. 경위가 막
아선다.
경위 잠깐만요. 의원님 그건
뭡니까?
김두한 사카린이야.
경위 예?
김두한 지금 국회에 이거 증거
물 가져가는 거야.사카
린 말야.
경위 하지만... 회의장 안엔
아무것도 반입할 수 없
습니다.
김두한 무슨 소릴 하는거야? 넌
이나라 대한민국사람 아
니야? 비켜! 정부 사람
들 혼 좀 내주려고 그래
..
경위 아니 저 의원님... 의원
님?
막으려 해보지만 허사다. 김두한
이 경위를 밀치며 인분통을 들고
성큼 성큼 회의장 안으로 들어간
다. 비서는 서 있고 제지하던 경
위는 어쩔 줄 모른다.
경위 하여간 저..... 김두한
의원은.....
씬 14 본회의장
김두한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
는 동안 의사진행은 계속된다.
의장 다음은, 김대중 의원 발
언하세요.
김두한은 자리에 앉고 그사이 김
대중은 의사발언에 들어간다.
김대중 존경하는 여야 의원 여
러분. 본의원이 생각하
건대 지금처럼 전 국민
의 모든 눈초리와 관심
이 이 의사당에 집중된
적도 없다고 봅니다.
그것은 비통과 분노의
관심입니다.
김두한은 자리에 앉으며 인분통
을 옆으로 놓는다. 옆에 앉아 있
던 박순천이 힐끔본다.저만치 복
도에 서 있던 국회경위가 김두한
과 인분통을 유심히 본다.고개를
갸웃하고...
박순천 김의원, 그게 뭡니꺼?
김두한 사카린입니다. 증거물이
예요.
박순천 하이고... 그 우째 가져
왔습니꺼?
김두한 김대중 의원의 연설이군
요? 다음은 내 차롄데..
김대중 (계속) 여러분, 우리 나
라 재벌들이 어떻습니까
? 국가의 막대한 지원과
혜택을 입은 사람들입니
다. 한국 비료하나를 세
우기위해서 우리 국민은
6천만불의 빚을졌습니다
이것은 모든 대한 민국
사람들이 일본에 대해서
한 사람이 천원씩 빚을
졌다하는 이야깁니다.어
제 신문을 보니까 어떤
가족이 한 끼의 끼니를
잇지 못해서 집단 자살
을 했어요. 국수를 살돈
십원짜리 하나가 없어서
말입니다. 5.16 직후에
는 밀수한 사람들을 사
형에 처한 일도 있었습
니다. 경제 건설 5개년
계획, 이것은 재벌의 배
만 불리는 계획입니다.
누구보다도 특혜를 받는
재벌이 한술 더 떠서 밀
수까지해서 배를 불립니
까?
여당 의원들의 방해 소리들.. 집
어치워. 그쯤해.. 등등...
국무위원들은 여전히 아무표정이
없다. 김두한도 유심히 김대중을
보고 있다.
김대중 여러분, 남대문 앞에서
걸어가는 거지를 불러다
가 당장이라도 공장만들
라고 천만불 이천만불
지불보증해줘 보세요.돈
이 모자라면은 산업은행
에서 저리 이자로 꿔주
고, 그래가지고 부자 안
될 사람 누가 있겠습니
까? 월남의 전쟁터에서
는 우리의 아들들이 수
없이 죽어가고 있는데,
대한 민국 요정의 뒷방
에서는 색시끼고 술마시
고 노래를 부르고 있어
요. 오늘날 우리 나라의
경제 정책이 이래요, 여
러분!
김두한, 고개를 끄덕이다가 소리
를 지른다. “옳소, 옳소. 계속
하시오.”하고 떠든다. 그런 김두
한을 자꾸 힐끔거리는 박순천,
코를 킁킁거린다.장내는 온통 수
라장이다. 여야의 입장 표명들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주변 의원들도 코를 킁킁 거리며
통을 본다. 아까 김두한을 유심
히 보았던 경위가 계속 보고 있
다. 한 쪽에서는 여야 의원들의
소란이 계속되고 있다.
방청석에서는 언제 왔는지 최동
열이 의사진행을 보고 있다. 그
리고 김비서와 함께 김두한의
부하들도 방청을 하고 있다. 한
쪽 기자석에선 기자들도 분주히
취재에 바쁘다.
의장 조용히 하세요. 조용히
좀 하세요. 김의원 계속
발언 하세요.
김대중 (계속)이번 사카린 문제
에 대해서 도대체 총리
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
니까? 법무부 장관은 물
론이고 내각은 총사퇴할
의사가 없으십니까? 이
런 총체적 부패상에 대
해서 대통령도 책임을지
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십
니까? 이상이 본 의원이
묻고 싶은 것입니다.
김대중의 발언에 항의하는 여당
위원들의 목소리가 시끄럽기 그
지없다.
씬 15 국회 로비
회의장안에 있던 경위가 처음 김
두한을 막았던 입구 쪽의 경위에
게로 다가온다.
경위1 이봐 박경위.
경위 예..
경위1 김두한 의원 말이야. 그
통에 뭔가를 들고들어왔
던데.. 그게 뭔가?
경위 사카린이라고 하던데요.
경위1 이 사람아 회의장 안에
는 어떤 물건도 못 들어
간다는 걸 모르나?
경위 예, 그게 저 증거물이라
고 해서요.
경위1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헌데 무슨 증거물 통이
그리 크단 말인가?
의장 (E) 다음은 김두한 의원
발언하세요.
씬 16 다시 회의장 안
김두한이 성큼성큼 통을 들고 마
이크 앞으로 간다.
정일권을 비롯한 각료들은 뭔가
농담을 나누며 제법 여유가 있어
보인다.
김두한이 통을 단상에 놓고...
김두한 여러분, 김두한입니다.
에.. 오늘 본 의원이 생
각하건데 이사카린 문제
는 국민이 우리에게 총
포탄을 내려치는 중요한
질책입니다.
일동 ....
김두한 나는 환경이 나빠가지고
교동보통공립학교 1학년
이 전부올시다. 본래 아
는 게 없어서 말을 잘할
줄 모르지만 그러나 다
른 사람이 할 줄 모르는
행동을 나는 할 수 있어
요. 지금 밀수가 중대한
게 아닙니다. 문제는 누
가 책임을 지냐 하는 거
예요.
방청석엔 최동열과 사람들이 보고
있다. 국회 경위들도 들어와 김두
한을 보고 있다. 경위들의 표정은
자뭇 심각하다.
김두한 본의원은 이번 국회에
당선되자 마자 서대문
형무소로 직행해서 한달
반 동안 콩밥을 먹다 나
왔습니다. 거기는 내가
늘 별장 삼아서 들어가
는 곳이지요. 오늘 나는
다시 그 곳으로 갈 준비
를 해가지고 이 곳으로
왔습니다. 이 선물을 가
지고요.
경위들 .....(더욱 의심스럽고)
.....?
김두한 그동안 나는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서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맥아더 정부에서 사형도
받았었어요. 저의 아버
님은 한국독립군 총사령
관이신 김좌진 장군이십
니다. 나는 그분의 피를
받았기 때문에 그 분의
사업을 완수해야 겠다고
늘 생각하며 살아왔습니
다. 그런데 그게 뜻대로
되질 않아요. 5,16군사
혁명이 뭡니까? 새벽 3
시에 군인들이 총칼을들
고 들어와서 민주주의를
파괴했어요. 과거의 자
유당 이상으로 부패했어
요. 국민들을 빈곤에 몰
아넣고 몇몇 사람들에게
특혜조치를 하고....
의장 김의원. 본 의제만 말씀
하세요. 시간이 많지 않
습니다.
김두한 알겠습니다.그렇다면 본
론을 말씀드리지요.나는
오늘 여기에 대통령이
나왔다면 국민의 이름으
로 한 번 호되게 따지려
했어요. 그러나 국무총
리와 장관들이 대통령대
리로 와 있으니까 이 사
람들에게 추궁을 하겠습
니다.
국무 위원들......
김두한 여러분 이게 뭔 줄 아십
니까? 이거 아주 소중한
선물이올시다.국민의 채
찍이올시다. 본 의원은
이시간부터 대통령을 대
리해서 나온 총리이하
국무위원들을 모두 피고
로 다루겠습니다. (언성
을 높혀) 피고 말이예요
죄를 지은 피고... 내가
들고 온 이것은 이 나라
재산을 도적질해먹는 사
람들에게 내리는 벌이예
요. 국민의 사카린이 올
시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최동열의 표
정. 경위들이 뭔가 낌새를 채고
급히 단상쪽으로 오고 있다.
김두한 그러니까 이 내각은 지
금부터 내가 전하는 이
선물을 고루고루 맛을
보아야 합니다. 일제치
하 기미년 삼일운동 때
피를 흘리며 나라를 위
해 싸웠던 애국 선열들
이 지금 여기 나와있는
이 한심한 정부에게 주
는 거예요,
사람들, 눈이 휘둥 그래진다. 경
위들은 가까워진다. 김두한은 벌
써 뚜껑을 열었다. 그것 을 번쩍
든다.
김두한 자 국민의 선물을 받으
시오. 그리고 반성들 하
시오. 지금 내가하는 말
은 욕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요.국민들은 나를
보고 정부에대해 이렇게
말하라고 했소. (가까히
다가가 오물을 뿌리며)
똥이나 쳐먹어 이새끼들
아! (국회 속기록 원본)
오물이 쏟아졌다. 정일권 총리는
정면으로 뒤집어 썼고 장기영 부
총리등 장관들도 모두 오물을 뒤
집어 썼다. 슬로우모션으로 보여
오는 그 처참한 모습들. 그리고
한동안 정적이 이어진다. 그짧은
정적이 끝나면서 일시에 장내는
소란스러워진다.
경위1 똥이다! 똥물을 끼얹었
어!
경위 빨리 총리각하를 모셔라
뭣들해 장관님들도 모시
고..!
경위2 화장실로 모셔....
박순천 아이고 우짠지... 이를
우야노 이를...
김대중 .....!
이만섭 ......!
비서들이 달려나가고 국무위원석
은 북새통이다. 정일권은 오물을
뒤집어 쓴 그대로 앉아있고 장관
들은 비서들에 의해 어디론가 나
가고 있다.
'산회를 선포하세요!' 하는 소리
들이 들려온다. 후들후들 떨고있
던 의장은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
로 산회를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
려대고 그 북새통은 계속된다.정
일권도 비서들에 의해 나가고 있
다. 최동열이 이모습을 석상처럼
굳은 채 보고 있다. 김두한은 천
천히 복도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아주 천천히.....
씬 17 로비
사람들이 아우성 치며 쏟아져 나
오고 있다. 오물을 뒤집어 쓴 국
무위원들이 화장실로 가고 있다.
그한쪽에 오고 있는 김두한을 에
워싸는 기자들.. 사방에서 폭죽
처럼 카메라 플랫쉬 불빛들이 수
없이 터져나온다.
기자1 김위원님 어떻게 오물을
들여왔습니까?
기자2 그 오물은 어디서 구입
한 것입니까? 한 말씀만
하시죠.
그러나 대답없이 인파를 헤쳐 나
가는 김두한.
사람들의 그 소용돌이에서.
씬 18 인서트
신문의 윤전기가 숨가쁘게 돌고있
다.
씬 19 거리
호외가 눈발 날리듯 쏟아지고 있
다. 그위에 더블되는 신문기사들
‘정내각 총사표 제출. 김의원 오
물사건 헌정유린. 박대통령 국회
에 특별공한. 김두한 의원 자퇴’
같은 여러 기사문들이 겹쳐진다.
씬 20 경찰서 외경
김비서와 사내3같은 어깨들이 도
열하여 김두한을 기다리고 있다.
검사 (E) 이름이 김두한 맞습
니까?
씬 21 조사실
젊은 검사가 김두한에게 묻고 있
다.
검사 맞습니까?
김두한 그렇소.
검사 생년 월일이 1918년 5월
15일이구요. 맞습니까?
김두한 다 아는 것을 무엇 하러
묻는게요?
검사 심문 절차라 어쩔 수가
없습니다. 국회의원을
사퇴하셨으니 직업은 무
직이 되겠고..
김두한 무직이라니? 내 직업은
독립군이오.
검사 (어이없다는 듯) 김두한
씨.
김두한 나는 평생을 독립운동을
해왔소. 나의 조부님은
구한말 개혁의 선구자이
신 김자 옥자 균자, 김
옥균님이시고 나의 아버
님은 청산리 전투의 영
웅 김자 좌자 진자, 김
좌진 장군이시오.
검사 당신은 피의자 자격으로
이 자리에 와 있습니다.
국회모독죄 말이에요.
김두한 이보시요, 검사 양반!똥
만도 못한 놈들 한테 똥
을 뿌린 게 뭐가 어쨌단
말이오. 도대체 헌정을
유린한게 어떤 놈들인데
나는 그놈들을 응징했을
뿐이야. 우리 아버님께
서 왜놈들에게 총탄 세
례를 뿌린 것처럼....
검사 (난감해하며) 이보세요
.....
김두한 세상사람들은 이 김두한
이를보고 무식한놈이 또
무식한 짓을 했다고 할
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깡패가 아니오. 나는 이
주먹을 단한번도 약자에
게 휘둘러 본 적이 없소
오직 민족을 위해, 종로
바닥에서 왜놈들과 싸웠
고, 빨갱이들을 때려 잡
았고, 독재에 맞서 싸워
왔소.
검사 지금 대통령각하께서 몹
시 진노 하셨습니다. 적
잖이 고생을 하실텐데
알고 계십니까?
김두한 형무소는 내집과 다름없
소. 아마 인생의 절반은
그 곳에서 보냈을 거요.
검사 .....하지만 이번은 다
릅니다. 일이 아주 심각
해요.
김두한 그렇게 심각할 것 없어
요. (검사의 담배를 빼
어 물고 불을 붙인다.)
내게는 늘 있어온 일이
니까. 나의 인생이 시작
된 곳도 바로 이런 경찰
서였소. 그리고 유치장
이나 형무소가 줄곧나의
집이었소. 아시겠소? 나
의 집 말이오.
김두한,짙은 담배연기와 함께 눈
빛이 흐려지며 그의 의식은 저먼
기억의 저편으로 향한다.
그 얼굴에서 디졸브되면.....
씬 22 종로 경찰서 외경(회상)
자막 - 1924년 종로 경찰서
여인의 비명소리가 날카롭게 들
려 오고 있다.
그 한쪽에서 안타까운 얼굴로 경
찰서를 향해 고목처럼 서있는 외
조모(60대).
씬 23 고문실
흔들리는 전구가 희미한 빛을 발
하고 있다.형사들이 반나체의 박
계숙을 욕조에 처박고 있다.
발버둥치는 박계숙.
문달영이 싸늘한 표정으로 그 광
경을 지켜 보다가 형사들에게 눈
짓을 한다.
형사들, 박계숙의 머리채를 잡아
일으킨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박계숙, 거
의 다 죽어가는 몰골이다.
문달영 다시 한번 묻겠다. 김좌
진과 어떻게연락을 취했
지?
박계숙 (고개를 저으며) .....
그... 분의 생사조차 모
른다.
문달영 아직 정신이 덜 드셨나
보군.
형사들에게 손짓을 한다.
형사들이 박계숙을 다시 욕조에
처박는다.
고통스러워하며 발버둥치는 박계
숙.
문달영 협조 안하면 네 년만 고
통스러울 뿐이야.
박계숙 .....
문달영 채만석은 알겠지?
박계숙 .....?
문달영 의열단원 채만석!김좌진
의 연락책 말이야.
박계숙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문달영 (버럭) 박계숙! 너 정말
죽고싶은가? 너 하나 죽
는다구 눈이나 꿈쩍할것
같애.
박계숙 더러운 놈들. 네 놈들도
조선사람이 아니냐?
문달영 뭐야? 그래..... 더 버
티겠다 이건데. 김형사
알아서 해보지?
돌아앉는 문달영. 박계숙의 눈이
공포에 젖는다. 형사들이 박계숙
을 의자에 묶고 전기고문 도구를
설치한다.
형사들 고문을 시작하면 박계숙
이 찢는 듯한 비명소리 지른다.
씬 24 취조실
박계숙의 비명소리가 메아리 쳐
들려온다.
소년 두한(7세)이 눈물이 그렁한
채 독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그
앞에 미와가 예리한 눈빛으로 두
한을 노려보고 있다.
미와 음... 안된 일이야. 참
으로 안 됐어. 이게 얼
마나 딱한 일이야? 나도
이런 일은 정말 싫다.모
든건 너에게 달렸어. 어
제 누가 집에 왔었냐?
두한 (고개를 젓는다.)
미와 잘 생각해봐. 그 사람이
어머니와 무슨얘기를 나
누었지? 사실 대로 말해
야 네 어머니가 풀려날
수 있어. 너 어머니 좋
지?
두한 (고개만 끄덕끄덕)
미와 네가 말을 안하면 네 엄
마가 죽을 수도 있어.
두한 ..... 언젠가는 내가 당
신을 죽일 거에요.
미와 허허 그놈 참 맹랑한 놈
이군. 뭐 그건 그때고.
두한 우리 어머니를 풀어줘요
미와 암. 잘못이 없다면 그렇
게 해야지. 하지만 너희
아버지와 어머니는 대일
본제국에 너무도 큰죄를
지었단다. 물론 네가 보
고 들은 것을 사실대로
다 말하면 용서받을 수
있지.
두한 난 몰라요.
미와 (얼굴을 들이대며) 정말
? 거짓말이면 아주 슬픈
일이 생긴단다.
두한 .....? (입을 꼭 앙다물
고 있다.)
미와,한참을 노려본다.두한도 지
지 않고 미와의 눈을 응시한다.
싸늘한 미소를 짓는 미와.
미와 좋아.네 말을 믿도록 하
지. 이름이... (서류를
뒤진다.)
두한 두한이에요.
미와 아, 그래 긴또깡. 너 아
주 마음에 드는구나. 긴
또깡, 긴또깡.이름 좋다
, 긴또깡.
또다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그
쪽을 바라보는 두한, 두 눈에 눈
물이 맺힌다.그런 두한을 묘하게
보는 미와. 안되겠다는듯 도리질
을 한다.
씬 25 그 밖의 사무실
최동열과 몇몇 기자들이 모여 웅
성거리고 있다.이때 미와와 두한
이 취조실에서 나온다. 기자들,
미와쪽으로 다가선다.
윤기자 만주에서 잡입한 의열단
원을 검거했다면서?
박기자 신민부의 김좌진과 연관
이 있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 거요?
미와 아, 아. 아직 아무 것도
잡히는 게 없어.골치 아
퍼.
최동열 김좌진 장군의 가족들이
와있다고 하던데?
미와 오, 최기자 아니신가?요
즘 시대일보 잘 되가오?
최동열 이 아이는 누구요?
미와 바로 최기자가 얘기 한
그거요. 김좌진의 아들
긴또깡.
그러자 기자들이 웅성 거리며 두
한을 본다.
최동열 네가 두한이로구나.
두한 .....(경계의 눈초리로)
....
박기자 김좌진장군의 부인도 여
기에 들어와있다고 들었
는데, 뭣좀 나왔나?
미와 없어, 아무 것도 없어.
그것들이 쉽게불어야 말
이지.
최동열 그래서 요즘 비명소리가
종로 골목까지 들리는구
만.
미와 (펄쩍 뛰며) 무슨 소리.
무슨 소리. 우리 대일본
제국의 경찰에서는 고문
이란 건 없소.모두가 천
황폐하의 적자가 아닌가
? 하하. 오, 조선일보
윤기자,동아일보 박기자
, 시대일보 우리 최기자
모두 오셨군. 자, 자 앉
읍시다. (두한에게)긴또
깡 너는 그만 가도 돼.
두한, 여전히 입을 앙다문 채 취
조실 쪽을 본다.
두한 우리 어머닐 내줘요.
미와 암, 암. 조금만 기다려
라. 조사만 끝나면 되니
까. 자, 자. 어서 가봐.
두한 (암팡지게)우리 엄마 풀
어줘. (소리 지른다) 우
리 엄마 풀어줘!
미와 하, 글쎄 그렇게 해준다
니까.
두한 우리 어머닐 죽이고 있
어요. 어머닐 때리고 있
어요. 어서 풀어줘.
기자들 .....?
미와 (당황해서) 아니,긴또깡
무슨 소릴하고 있어? 요
이, 이아이 빨리 밖으로
내보내라.
두한 싫어. 안 가! 우리 어머
니 때리지 마.우리 어머
니 죄가 없어.우리 어머
니 풀어줘.
최동열 이봐 미와 경부 우리 말
이 맞는 모양이오. 고문
말이야.
미와 뭐하는 거야? 빨리 얘를
데리고 나가.
그러자 순경이 다가와 울부 짖는
두한을 끌고 나간다. 발버둥치며
끌려 나가는 두한.
미와 자, 자. 우리 차나 한잔
씩 합시다. 아이가 보통
영악스러운 게 아니야.
최동열 미와경부의 고문이 대단
했던 모양이오?
미와 천만에, 천만에. 왜 또
이러시오, 최기자.또 무
슨 얘기를 쓰려구?
씬 26 경찰서 앞
순경이 두한을끌고 나온다. 계속
어머니를 내달 라고 소리치는 두
한. 순경이 애를 먹는데 저 만치
에서 외조모가 다가온다.
외조모 두한아.
두한 외할머니..... (눈물 훔
치며) 어머니가 매를 맞
고 있어요. 어머니가..
외조모 그래, 안다. 어서 집으
로 가자.
두한 저안에 어머니가 있다니
까요.
외조모 두한아. 울면 안된 다고
했지.
두한 .....
외조모 이 할미가 다안다. 어서
가자. 어서!
두한, 외조모를 보고 다시 경찰
서쪽을 보다가 마지 못해 따라간
다.외조모의 모습은 파리하고 병
색이 짙어보인다.
씬 27 그 취조실
차를 마시며 너스레를 떠는 미와
시큰둥한 기자들.
미와 미치겠어. 의열단 소리
만 들어도 목에서 신물
이 넘어와. 김좌진이라
는 이름만 들어도 자다
가도 몇 번씩 일어난다
구.
최동열은 듣는둥 마는둥 멀리 유
리창 밖으로 사라지고 있는 두한
을 본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씬 28 길
외조모와 두한이 오고있다. 두한
은 계속 눈물을 참고있다.
외조모 네 어미는 쉽게 나오지
못할 게다.
두한 .....
외조모 이게 어디 한 두번이냐
? 벌써 열번도 넘은 일
이야.
두한 .....
외조모 곧 죽을 망정 왜놈들 앞
에서 눈물을 보여 서는
안 된다. 할미가 그렇게
말했지.
끄덕이는 두한.둘은 그렇게 골목
길을 사라져 간다. 그 골목길로
해가 저물어 가고.....
씬 29 인써트
종로거리의 야경이다. 화려한 야
시장의 불빛들이 보인다. 네온싸
인이 보인다. 우미관 광장을 중
심으로 해서 빵집, 중화요리 집
등 음식점과 함께 종로회관, 포
목점, 사진점, 구두점, 약국, 한
약방, 전당포, 낙원회관, 까페
올림피아, 다방 멕시코, 다방 제
비, 선술집 등등이 길게 보인다.
씬 30 까페 비너스 외경
최동열이 다가와 안으로 들어간
다.
씬 31 동 까페 안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이 흘러나
오고 있다. 몇 몇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최동열이 들어서면
까페 주인인 김이수와 친구인 의
사 임동호가 아는체 손을 들어보
인다. 이미 어느 정도 취해있다.
김이수 (취해서) 어서 오게나.
최동열 낮부터 마신 모양이구만
(앉으며) 그렇게 마시다
가는 자네도 오래 살긴
어렵겠구만.
김이수 허허 기자 양반,의사 선
생도 주야장창 마셔대는
데 무슨 말씀을 그리 하
시나? 그래 오늘은 재미
있는 기사거리가 많았는
가?
최동열 (보이가 가져다주는 술
을 마시며)매일 그렇고
그런 게 아닌가?
임동호 우리들중 그래도 자네가
제일 아닌가? 펜대로 몇
줄 긁어대면 쪽바리들이
꼼짝을 못한다 이 말씀
이야. 자네는 투사야.투
사.
최동열 자네도 많이 취했군.
김이수 조선의 젊은 지성들이
할 수 있는 게 뭔가? 오
로지 자네가 하고 있는
그것 뿐이야. 모두가 병
들고 썩어가고 있어. 얼
마 전에 이광수의 논문
봤지? 그 민족적경륜인
가 하는 것 말이야.우리
민족이 한참 멀었다고?
이광수가 그럴수가 있어
? 우리 조선이 자랑하는
영원한 문인 이광수가
민족의 자존심을 그렇게
짖밟아? 끓는구나 끓어.
임동호 또 시작일세 그려. 병이
도졌어.
김이수 나도 소문 들었어. 세상
이 망하고 보니까 별 일
이 다 생겼다지. 그친일
파 박춘금인가 하는놈이
동아일보에 사주 김성수
와 사장 송진우를 유인
해서 구타를 했다지.
친일파 놈들을 욕했다고
말이야.
최동열 자, 자. 그만 하지. 내
가 부탁한건 어떻게 됐
어?
김이수 아참, 그렇지. 그건 내
가 잘 전해주었어. 여기
에 왔던 그 노인은 누군
가? 한두번 본 사람도같
고.
최동열 나도 잘 모르네. 어쨌든
내가 부탁 한 것을 전해
주었으니 됐어.가만있자
, 저곡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김이수 차이코프스키의 “비창”
이네. 어때? 그 야말로
가슴을 후비지 않는가?
최동열 글세 자네는 워낙 감정
이 풍부한 사람이니까.
(뭔가 생각에 잠긴다.)
그 노인이 다녀갔다 그
말이지...
씬 32 두한의 집 외경 (밤)
인력거가 대기해 있고 원 노인이
서서 두한의 집 안쪽을 보고있다
씬 33 동 집안 마당
외조모 (E) 자 어서 준비를 하
거라.
씬 34 동 집안
이미 찾은 보퉁이를 꾸려놓고 먼
길 차림의 방한복을 입은 이들.
외조모 네아버지를 만나러 간단
다.
두한 (놀라서) 아버지?
외조모 그래.
두한 어디루요?
외조모 만주로 간단다.
두한 예?
외조모 잘 듣거라. 너희 아버지
는 독립군총사령관 김좌
진 장군이시다.
두한 .....?
외조모 나나 너의 어미가 그 많
은 고통을 겪는 것도 네
아버지가 독립군 장군이
기 때문이다. 너는 자랑
스런 조선의 아들인거야
두한 .....
외조모 이 할미도 한 때는 황제
폐하를 모셨던 상궁이었
느니라. 저 잔인무도한
왜놈들이 황제폐하도 독
살하였지.우리는 그래서
잃어버린 나라를 위해서
싸우고 있는 거란다. 알
겠니?
두한 (끄덕끄덕) .....
외조모 이 할미는 이제 다 살았
다. 지금 고문을 받고있
는 네 어미도 얼마 못가
마지막으로 죽기전에 네
아버지를 보게 해주려고
그런다.
두한 어머니는 어떻게 하구요
?
외조모 숨이 끊어져야 풀어줄게
다. 시간이 없다. 지금
가야해. 밖에 사람이 기
다리고 있단다.
두한 하지만 어머니는....
외조모 시간이 없다. 어서 일어
나거라. 어서.
두한 .....
씬 35 동집 대문 밖
소리없이 외조모와 두한이 나온다
. 외조모, 아픈 듯 비틀하며 주변
을 살핀다.
원노인 늦었습니다.어서 타시지
요.
외조모 애 많이 쓰시겠소.
원노인 무슨 말씀을요? 헌데 정
말 괜찮으시겠습니까?많
이 편찮으신것 같은데요
외조모 어서 가십시다.
원노인 .....(많이 걱정스럽다)
이들 인력거에 오르고 인력 거는
곧 그 곳을 벗어난다.
씬 36 달리는 인력거
외조모는 힘겨운 듯 머리를 기댄
다.
원노인 오늘밤에 해안가로 가서
밀선을 타고 갑니다. 올
때는 국경을 넘을 수 있
는 여행증명서를 구했습
니다. 장군님을 존경하
는 어느 신문 기자가 구
해주었지요.
외조모 .....
두한 할머니,어머니는 어떻게
하죠? 어머니.
외조모 그얘기는 해선 안된다고
했다.
두한 .....
인력거는 곧 어둠 속으로 사라진
다.그 위로 비명소리.
씬 37 취조실
이미 탈진 상태가 되어있는 박계
숙 여인. 온몸이 피투성이다. 가
쁜 숨을 몰아쉬며 죽음의 그림자
를 드리고 있다. 도리질을 하는
조선인 형사들
미와 이름이 박계숙이라고 하
였지?안됐어. 이게 무슨
짖궂은 운명인가?
박계숙 ....(노려만 보고 있고)
.....
미와 우리를 원망하지 마라.
네 남편은 우리 대 일본
제국의 충용스러운 군인
들을 수천 명이나 넘게
죽였다. 수천 명.... 어
마어마한 숫자지. (발광
처럼) 만주벌 청산리 계
곡 속에 몰아넣어 놓고
떼죽음을 시켜 버렸어.
(눈물 닦으며)우리 대일
본제국의 천황페하의 성
스러운 군대를 말이다.
박계숙 ...(처연한 미소).....
미와 웃어? 웃음이 나와? 곧
살려 달라고, 아니 죽여
달라고 애걸하게 될게다
박계숙 그래, 어서 죽여라.
미와 암.. 암... 그리 될게다
그 청산리 전투에서 죽
은 군인들 속에는 단 하
나 뿐인 내 아우도 있었
어. 너무도 착한 아이였
지. 그런데 죽었어. 조
선의 독립군사령관 김좌
진의 군대에게 말이야
(사이)그리고 우리는 이
렇게 만났지. 이게 어찌
운명이 아니겠어? 너는
우리의 포로야. 자 그럼
다시 시작해보자. 고문
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 요 몇 년 동안 많
이 경험해 보았겠지? 계
속 하라구
그러자 형사들이 다소 망설인다.
미와 무얼 꾸물거리고 있어?
계속해?
문달영 더 이상은 어렵겠습니다
미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게야? 죽어도 상관없어.
이건 인간이 아니야, 물
건이라고 물건, 대 일본
제국의 전리품이야.
피우던 담뱃불을 박계숙의 가슴에
부벼 끈다. 연기, 그리고 비명소
리. 미와는 다시 물수건을 얼굴에
덮고 고추가루를 탄 물 주전자를
붓기 시작 한다. 그긴고통과 신음
소리들. 그래도 성에 차지 않는듯
직접끌어다가 물통에 얼굴을 짖누
른다.
해설 미와 경부! 그는 종로서
에서 무척 오랫 동안 활
동한 베테랑 형사였다.
그는 고등계경부로서 거
의 해방 전까지 그 곳에
근무하며 무수한 독립지
사들을 체포하는데 공을
세운자였다. 그러니까
종로 경찰서는 일개 경
찰서의 업무 외에도 특
별히 전 조선의 사상범
을 다루는 총 본산이었
고 미와 경부는 그 곳
고등계 형사들의 대명사
였던 것이다. 그런 인연
으로 인해 김두한은 해
방이 될때까지 미와와의
악연을 끊임없이 지속하
게 된다.
미와 말을 해. 무슨 말이든
좋아. 말을 해 말을...
김좌진이와 무슨 연락을
주고 받았나? 국내에 잠
입한 의열단원들과 어떻
게 만났어? 말을 해. 말
...
씬 38 아침의 바다.
붉은 해가 한참 솟아올라 있다.
수평선 위로 배가 가고 있다.
외조모 (소리) 두한아. 이 할미
가하는 이야기를 너는두
고 두고 절대로 잊어 서
는 안된다.
씬 39 그 배의 갑판
외조모와 두한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원노인이 저만큼 바다를
보고 있다.
외조모 (몹시 힘들어 하며)너의
할아버님은 어느 분이라
고 하셨지?
두한 김자 옥자 균자 라고 하
셨어요.
외조모 그렇지. 고균 김옥균 님
이시다. 조선의 개혁과
아시아의 평화를 위하여
혁명을 하신 분이시다.
두한 ...............
외조모 그 분의 아드님이 바로
너의 아버지 백야 김좌
진 장군 이시니라. (사
이) 너의 아버지는 나라
가 기운 것을 보고 이미
열 일곱 살때 뜻을 세워
일어나셨느니라. 충청도
홍성의 만석지기였는데
어느 날 토지 문서를 모
두 소작인에 나누어주고
종문서를 다 불살랐느니
라.
두한 ......
외조모 아흔아홉칸 대궐같은 집
도 살림을 모두 들어내
고 학교로 만들었지. 학
교 이름이 호명이다. 호
명 학교. (사이) 끝내는
나라가 망하자 만주로
건너가 독립군 총사령이
되셨지.
두한 .......
외조모 .... 너는 너의 출생 내
력을 알아야 하느니라.
(몹시 힘들어 하며)나나
네 어미는 일본에 의해
죽는 것이니라. 일본은
나라의 원수이고..네 부
모의 원수 이니라....
두한은 입을 앙다문다. 어머니가
생각 나는 것이다. 처절한 비명
소리는 계속 된다. 그 에코우 되
는 소리에서...
씬 40 종로서 외경
씬 41 동 취조실
전기 고문이 이어지고 있다. 고
통이 처절 하다. 온 몸을 떨다가
늘어지는 박계숙.코에서 피가 흐
르고 있다. 치마 밑으로 하혈도
하고 있다.
문달형 또 기절을 했는데요?
미와 정말 지독하군.... 과연
김좌진이 마누라다워.찬
물 끼얹어.
김형사 하혈도 하는데요? (맥을
보며) 맥이 약해요.
미와 빠가야로...어서 물끼얹
어.
물을 끼얹자 희미하게 눈을 뜨는
박계숙
미와 대단하군 대단해. 이봐
박계숙. 살고 싶지 않나
? 이렇게 버티기만 할거
야? 의열단과 내통한 얘
기를 해봐. 이번에 검거
된 자들은 모두김좌진의
부하들이라고 하고 있어
박계숙 .... 어..서... 죽여라
(울컥 피를 토하며)..어
서...
미와 이야기를 해, 이야기를!
전기 고문을 하면 다시 또 기절
하는 박계숙.
씬 42 깊은 평원
밀림이 울창한 숲속을 마차가 달
리고 있다. 이야기는 계속 된다.
외조모 사람들은 너의아버지 이
름 석자만 들어도 귀를
곤두 세운단다. 백야 김
좌진 장군이라고하면 친
일파들과 일본인들은 자
다가도 오줌을 싼단다.
천지가 벌벌 떨지.
원노인 그렇구 말구요. 백야 장
군님은 우리 민족의 위
대한 태양이십니다. 청
산리 전투얘기만 나오면
우리 조선인들은 어깨를
폅니다. 아..아.. 정말
위대한 전쟁이었지요.
두한 ......?
외조모 그렇구 말구
해설 청산리대첩,독립군과 일
본군의 전투사상 가장큰
전투이고 가장 큰승리를
이끌어낸 중국의 길림성
안도현 청산리에서 있었
던 전투를 일컫는다.
씬 43 청산리 전투 현장의 비
젼
해설 독립군을 토벌하기 위해
진격 해 온 일본군의 대
병력을 맞아 김좌진과
이범석이 이끄는 독립군
부대가 맞싸운 이전투는
1920년 10월 21일 시작
되어 26일 까지 계속 되
었는데 독립군은 당시 2
천 5백명, 일본의 토벌
군은 무려 5만 명이 치
열한 접전을 벌렸던 전
투였다고 한다. 이천 오
백 대 오만. 이 균형이
맞지 않는 전투에서 그
러나 일본군은 무려 그
전사자가 연대장을 포함
해 3300명을 넘은 반
면 독립군의 희생은 백
여 명 정도였다고 한다.
이 때의 총 사령이 바로
김좌진 장군이었던 것이
다. 항간에선 이에 관한
소문이 날개를 달아 일
본군이 수 천, 수 만 명
이 전멸되었다고 전해졌
고 많은 독립 지사들이
이를 큰 긍지로 삼고 있
었다.
해설이 진행되는 동안 치열한 전
투 장면들이 보여 온다. 수없이
죽어나가는 일본군들, 필사적인
독립군들, 기관총좌의 불꽃 들..
쓰러지는 기마병들.. 이곳 저곳
에서 수없이 치솟는 야포와 불기
둥들.. 그러나 전투를 지휘하는
김좌진의 모습은 실루엣 으로만
보여 온다. 온 계곡의 들판을 덮
어 가는 일본군의 시체들.
씬 44 계속 진행되는 평원의길
깊고 깊은 또 다른 밀림의 길을
마차는 달리고 있다.
원노인 너는 그 위대하신 분의
아드님인 게야..이를 명
심해야 한다. 용감하고
꿋꿋해야 한다. 알겠지
?
두한 예.
원노인 그래야지 그래야하고 말
고.. 핫핫하하하......
웃음 소리가 메아리쳐 나가는데
그 순간 흙먼지를 이르키며 멀리
서 서너필의 기마들이 보여 온다
삽시간에 가까워 지면 어느새 권
총을 빼어드는 원노인.
원노인 마적들이야.
그러나 마적들은 더 빨랐다. 얼
마간의 총격전 이후 원노인이 총
을 맞고 마차에서 떨어져 뒹군다
포위되는 그들
마적 (중국어)여자가 타고 있
다.
마적1 (중국어) 늙은이가 아닌
가? 재수없군 그래.어디
로 가는 길인가?
외조모 무엄하다 이놈들, 총을
치우거라.
마적 (중국어) 뭐라고 하는거
야?
마적1 (중국어) 어서 없애버리
고 가자. 가진 것도없는
것 같은데....
사살 하려고 총을 겨누고 방아쇠
를 당기려고 하는데 총소리에 이
어 쓰러지는 것은 마적들이다.
립군들의 기마부대들이 나타난것
이다. 산비탈을 타고 질풍처럼
내려 오는 기마부대들. 서너명의
시체를 남기고 마적들이 도주를
한다.
마적 (중국어) 김좌진이다.어
서 피하라. 어서..
원노인 (어깨를 감싸 쥐고 일어
서며) 장군님!
외조모 오오...아범인가?
두한 ..............?
김좌진 고생들 하셨습니다.
외조모 두한아,인사 드려라 네
아버지시다. 네 아버지
백야 김좌진 장군 이시
다.
그러나 두한은 그저 멍하니 바라
보고만 있다. 말 위의 김좌진은
그렇게 당당해보일 수가 없다.
외조모 어서 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려야지.
두한 .......
김좌진 네가 두한이로구나.네가
두한이야. 나의 아들 두
한이야.
씬 1 독립군 막사 외경 (밤)
카메라,광활한 설원의 풍경을 훑
고 지나간다.달빛과 어우러져 세
상은 온통 짙푸른 밤이다.간간히
요란한 바람 소리가 정적을 가른
다. 그리고 부감 으로 보여 오는
독립군 막사들.. 불빛들... 카메
라 그곳으로 다가가면...
큰어머니 (E) 네가.. 두한이냐?
씬 2 김좌진의 막사 / 안
기품 있게 생긴 중년 여인 (김좌
진의 본처 오씨) 이 두한의 앞에
앉아 두한의 손을 꼭 잡고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김좌
진이 잔잔한 미소를 띤 채 그 모
습을 보고 있다. 원노인과 외조
모, 그리고 친조모도 자리 해 있
다.
해설 (E) 김좌진.그에게는 오
씨라는 본처가 있었다.
만주에 머물고있을 당시
김좌진은 오씨와 함께살
고 있었다. 그러니까 김
좌진이 두한의 생모인박
계숙 여인과 만난 시기
는 3.1 운동이 일어나기
두 해전, 광복단 사건으
로 쫓겨다니던 때였는데
, 일경의 추격을 피해
도주하다가 우연히 두한
의 외조모인 상궁 출신
신씨의 집의 담을 넘었
고, 그 집에서 석달 동
안 숨어 지내는동안 박
계숙 여인과 사랑이 싹
텄던 것이다.
친조모 그래 그래..아이구 우리
맏상주... (두한을 끌어
당겨 안으며) 이제 서야
우리 손주를 안아보는구
나. 어이구 내새끼..
두한 ......
친조모 사부인.. 아이를 키우
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
으셨겠습니까?
외조모, 눈물이 고인다. 그러다
통증이 오는 듯 가슴을 부여쥔다
친조모 사부인..?
외조모 ... 아 아닙니다... 괜
찮습니다...
친조모 (안타깝게) ... 그 몸으
로 이역만리를 어떻게
오셨답니까? 원서방, 자
네는 도대체 뭘 하는 사
람인가? 이렇게 몸이 편
찮으신 분을 어찌 이 곳
으로 모셔왔단 말인가?
원노인 ...송구합니다.
외조모 아닙니다. 아니예요. 제
가 억지로 따라나선 것
입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아....(또 통증을 느
낀다)
김좌진 안되겠 습니다. 좀 쉬셔
야겠습니다. 부인, 부인
께서 모시고 가시구려..
큰어머니 예..
친조모 그래 우리는 건너가자꾸
나.. 부자간에 첫상면인
데 나눌 말이 좀 많을까
..사부인, 일어나시지요
큰어머니와 친조모가 외조모를 부
축해 나간다. 막사엔 김좌진과 두
한, 원노인만 남는다.
김좌진 원동지.. 참으로 고생이
많으셨소. 쉼 없이 위험
한 부탁만하게 되는구려
...
원노인 장군님과 나라를 위해서
라면 이 늙은 목숨 뭐가
아깝겠습니까?헌데 어찌
이렇게 급히 부르셨는지
....?
김좌진 사정이 그리 되었소. 이
곳 만주 사정이 아주 복
잡해져서요. 하긴 남의
땅에서 독립운동 한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어야
지요. 또 어디론가 멀리
옮겨질 것 같아서... 자
식을 한 번 보려고 했소
이다. 워낙 훗날을 기약
할 수 없으니....
원노인 잘 하셨습니다.
김좌진 아이 에미는... 지금 어
찌 되었소?
원노인 종로 경찰서에 아직갇혀
계십니다.너무나 참혹한
....
김좌진 .....(한숨)....압니다
.. 그냥 둘리가 있겠소
?
두한 ......
김좌진 참으로 어려운길 왔어요
돌아갈때도 그럴 것이구
...
원노인 갈 때는 문제 없습니다.
최동열이라는 기자를 만
났어요. 장군님 께서 언
제가 말씀하신 그기자말
입니다.
김좌진 좋은 청년이지요.
원노인 그런 것 같습니다. 어려
운 부탁을 조금도 주저
없이 들어주더군요.
김좌진 그랬을 거요. 아비는 친
일파지만 그청년은 달라
요. 한때는 독립운동을
해보겠다고해서 만난 적
도 있었지요.
원노인 아, 예. 어쩐지 남 다르
다 생각했습니다.
김좌진 그래야지요. 자... 먼길
에 곤하실 터인데.. 원
동지도 그만 건너가 쉬
시오. 나는 두한이와 좀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원노인 예... 알겠습니다, 장군
님... 그럼 아침에 뵙겠
습니다.
원노인, 밖으로 나간다. 이제 막
사엔 김좌진과 두한 두부자만 남
았다. 두한이 물끄러미 김좌진을
바라본다. 자애한 눈으로 두한을
어루만지는 김좌진의 표정에서.
씬 3 다른 막사 안
친조모와 큰어머니가 찬물에 적신
수건을 짜 외조모의 얼굴을 닦아
주고 있다.
친조모 쯧쯧쯧... 그 모진 고초
를 어찌겪으셨단 말입니
까?
외조모 ....그게 어디.... 저만
겪는 일이겠습니까 이제
우리 사위의 얼굴을 보
았으니 여한이 없습니다
큰어머니 .....
친조모 .....애비가 원망스러우
시지요?
외조모 원망이라니요?그렇지 않
습니다. 저도 황제 폐하
를 뫼셨던 몸입니다. 원
망이라니요. 아닙니다.
친조모 우리가 당해야 할 고초
를 경성에 있는 며늘 아
이가 당하고 있다니..가
슴이 미어집니다.
외조모 당치 않으십니다,사부인
..그 또한 나라 없는 백
성의 운명이 아니겠습니
까?
친조모 (감격)참으로 장하신 말
씀이십니다. 이 곳의 사
정이 어려워 머지 않아
우리도 곧조선으로 건너
갈 겝니다. 더이상 애비
와 함께 있을 수가 없게
되었어요.
외조모 ......?
친조모 오래오래 사셔야 합니다
이모진 세상.. 늙은이들
끼리 서로 의지 하며 살
아야지요.
외조모 ......
씬 4 김좌진의 막사
김좌진과 두한이 마주하고 있다.
김좌진 두한아... 이 아비가 보
고 싶었느냐?
두한 ......
김좌진 보고 싶었 냐고 묻지 않
느냐?
두한 .....
김좌진 허.. 그 녀석.. 통 말이
없구나.. 그래.. 사내란
모름지기 말을 아껴야하
는 것이다. 아비는 네가
보고 싶었단다. 아주 많
이 보고 싶었어.아마 너
도 그랬을 거다. 그렇지
?
두한 ......(끄덕인다)
김좌진 커서 무엇이 되고싶으냐
?
두한 ...... 독립군 사령관입
니다.
김좌진 응..? 허허허.그래 아주
장한 뜻을 품었구나. 그
래야지. 사나이 목표가
그 쯤은 되어야지.
두한 .....
김좌진 그러나 그 것은 모질고
험한 길이다. 언제나 목
숨을 걸어야 하는일이야
가도가도 끝이없는 길이
다. 알고 있느냐?
두한 .....예, 아버님.
김좌진 네 어머니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구
나.
두한 ....(눈물이 고인다)
김좌진 허나 독립군에게는 가족
을 생각할시간이 없단다
눈물도 흘릴 시간이없어
오로지 싸우는것 뿐이란
다. 싸우고 또 싸우고..
죽고 또 죽어서 광복의
그 날만을 바라보는것이
독립군의 운명이니라.이
또한 알겠느냐?
두한 (울며) 예, 아버님..
김좌진 너는 나의 아들이다. 이
아비가 살아 온 것 처럼
살 수 있겠느냐?
두한 예...
김좌진 장하구나. 되었어. 오늘
너를 만난 것 이 헛되지
않았구나.
김좌진,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두한의 손에 쥐어준다.
김좌진 날이 밝으면 우리는 또
헤어져야 한단다. 이걸
받거라.
두한 .....? (받으면)
김좌진 힘이 들 때마다 이것을
보고 이 아비를 생각 하
거라. 어쩌면 우리는 영
영 다시는 못 볼지도 모
른다. 어느 이름없는 산
야에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것이 독립군의 운
명인 게야.
두한 .....아버님....(눈물)
김좌진 울다니.. 장부는 눈물을
보여서는 안된다.
두한 (눈물을 훔친다) 예, 아
버님..
김좌진 그래 그래야지.. 너또한
이 아비처럼 거친 황야
에서 살아가게 될 게다.
약해 터져 서는 황야의
맹호가 될 수가 없단다.
두한 .....
김좌진 오직 강해야 할 것이다.
강한 사나이가 되거라.
그리고 의를 위해 목숨
을 버리는 용기를 가져
야 한다. 그것이 네가
살 수 있는 길이야. 알
겠느냐?
두한 예, 아버님.
시계를 보고 다시 김좌진을 보는
두한.
김좌진 힘들고 외로울땐 원동지
를 찾거라. 많은 힘이되
어주실 게다.
두한 .....예, 아버님.
김좌진 (팔을 벌리며) 자... 이
리 오너라... 오늘은 아
버지와 함께 자자꾸나.
두한 ......
김좌진 어서..
김좌진의 품에 안기는 두한.. 김
좌진이 등을 토닥여 준다.
밖에는 삭풍 소리만이 높다.
씬 5 그 밖
매서운 눈보라가 휘날 리고 있다
그렇지만 독립군병사들은 미동도
않고 보초를 서고 있다.
디졸브 되면
씬 6 막사 외경(아침)
화면 서서히 밝아오면 기상 나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온다.
씬 7 동 벌판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독립군
기병들이 열을 지어 애국가를 부
르고 있다. (스코틀랜드 민요“이
별의 노래” 에 가사를 붙인 곡이
다)
그한쪽에서 원노인, 외조모가 감
격적으로 보고 있다. 바로 그 옆
에는 김좌진의 가족들이 역시 떠
날 준비를 하고 있다. 두한은 김
좌진의 말 안장에 앉아 있다. 애
국가가 끝나자 구령 소리가 들려
온다.
독립군전체 부대 부동!
그러자 숱한 병력이 일사분란 하
게 위용을 갖춘다.
군사 책임자가 말을 몰아와 사령
관에게 보고를 한다.
독립군 (경례하며) 장군님.. 출
발 준비가 끝났습니다.
김좌진 (경례 받으며) 출발하라
독립군 (돌아서며) 출발! 출발
하라!
김좌진 두한아.... 저 태극기를
기억하거라. 내가 준 시
계 뒤에도 저와 같은 문
양이 있을 것이야. 저것
이 바로 우리 나라의 국
기란다.
두한 ......
친조모 (두한에게 다가가) 두한
아.. 이 할미도 곧 조선
으로 돌아갈 게다.. 그
때 다시 만나자꾸나..
두한 예...
친조모 사부인도 몸성히 조심해
서 가십시오.
외조모 예.. 조심하십시오.
큰어머니 두한아.. 몸성히 잘 가
거라.
두한 예, 큰어머니..
김좌진 자 이제 헤어져야겠구나
어제 이 애비가 한말 기
억하지?
두한 예, 아버지..
김좌진 그럼 되었다.(말에서 내
려주며) 장모님, 그리고
원동지 잘 가시오.
원노인 장군님...!
두한, 거수 경례를 한다. 경례를
받는 김좌진. 그들 사이에 뜨거
운정이 흐른다. 잠시 멈칫거리던
김좌진 손을 한 번 흔들어주며
김좌진 두한아.. 사내답게 살아
가거라. 사나이답게...
그리고는 말의 옆구리를 차며 질
풍처럼 대열 쪽으로 사라져 간다
남아 있던 부관들도 그뒤를 따른
다.
해설 이별. 그 것은 부자간의
첫 만남이자 영원한 이
별이었다. 이로부터 6년
후 김좌진은 산시역전에
서 고려공산당원 박상범
에게 피살당하고마는 것
이다. 그러나 소년 두한
의 가슴 속에 이날의 이
별은 영원히 강렬 하게
각인되게 된다.
씬 8 평원
달려가는 마차...
씬 9 마차 안
두한과 외조모, 원노인이 타고있
다. 그들 모두 말이없다. 외조모
는 병색이 더욱 심해진 모습이다
외조모 두한아...
두한 예 할머니..
외조모 네 아버지를 뵈니 어떻
드냐?
두한 ......
외조모 참으로 장하시지 않더냐
? 조선천지에 그만한 인
물이 또 누가 있겠느냐?
이할미는 얼마나 자랑스
러운지 모르겠구나.
두한 ......
외조모 네 에미도 함께 왔더라
면.. (눈물) 가엾은 것
...
두한 ....어머니....
외조모 네 에미를 꼭 보고 가야
할 터인데..
원노인 내일이면 경성에 들어갈
수 있을 겝니다. 힘내십
시오.
외조모 .......
씬 10 종로서
쇠창살이 열리는 소름끼치는 소리
만신창이가 된 박계숙이 형사들에
이끌려 나온다. 그앞엔 미와가 서
있다. 박계숙은 이미 제대로 걸음
을 걷지도 못한다.
미와 김좌진.. 나는 그가 참
으로 존경스럽다.
박계숙 (초점없는 눈으로 미와
를 본다).....?
미와 너 같은 여자를 아내로
두었으니 말이다. 남자
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인은 사랑을
위해 자신을 바치지..
그래, 김좌진은 대단한
인물이야. 너또한 대단
한 여자야.
박계숙 .....
미와 하지만 김좌진이 조선을
위해 싸우 듯 나도 대일
본제국을 위해 싸울뿐이
다. 그것 뿐이야. 힘 없
고 나약한 네 조국을 원
망해라.
박계숙 .......(증오)....
미와 데려가라!
형사들, 박계숙을 끌고 나간다.
씬 11 동 경찰서 앞
두한의 외숙이 서성거리고 있다.
형사들이 박계숙을 끌고 나온다.
외숙 누님..
형사들이 팔을 놓자 무너지듯 자
리에 쓰러지는 박계숙.
외숙이 다가가 부축을 한다.
미와 네가 이 여자의 보호자
인가?
외숙 (굽신거리며) 하이 하이
..
미와 무슨 일이 있어도 이 곳
에서 있었던일은 절대발
설해서는 안된다. 만약
발설했다간 너도 이꼴이
된다. (배를 쿡 찌르며)
아나?
외숙 그러믄입쇼.. 여부가 있
겠습니까?
미와 그리고 집을떠날때는 어
디를 가든지 반드시신고
를 해라.
외숙 예..예., 잘 알겠습니다
미와 박계숙. 잘가거라. 너는
저주받은 운명이야...
미와 돌아서 가면, 외숙이 박계
숙을 부축해 일으킨다.
외숙 나쁜 놈이여.. 독립운동
좋아하시는구먼.지 마누
라 죽이는 독립 운동도
있던가? 그 놈의 자식은
매형이 아니고 웬수여,
웬수.
박계숙 우리... 두한이.... 두
한이는...?
외숙 몰라 두한이고 뭐고 의
사부터 불러야겄어. 아
이구 이게 무슨 꼴이여
반송장 만들어 놨네 그
려. 아이구 두야..
박계숙 .....두한이.. 우리 두
한이...
씬 12 신문사 외경
‘시대일보’라는 간판이 보인다.
씬 13 신문사
사람들이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
고 있다. 그 한쪽에서 최동열이
열심히 기사를 쓰고 있다.
기자1 (송고문을 보며) 그예일
이 터졌구먼..일이 터졌
어.
기자2 .......?
기자1 전남 무안군 암태면에서
농민 시위가 일어났는데
6백명이 넘는 농민들이
들고 일어났다는구만.
기자2 그래? 어디 좀 보세..
(다가가 송고문을 본다)
기자1 농민들이 아사동맹을 했
다는구만.모두 굶어죽기
를 작정하고 시위를한다
는 게야.
기자2 언젠가 이런일이 일어날
줄 알았지..... 거머리
처럼 소작인들의 피를빨
아먹더니만.. 그 일본인
지주들 말이야.
편집국장 술렁거리지만 말고 자세
한 상황을 파악해보도록
해. 올해는 소작인들의
시위가 백건이 넘어.
7천명이 넘는 농민들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이게 다 총독부
의 정책부재가아닌가 말
이야. 그점을 집중 부각
시키라고.
기자1 예, 국장님.
그 때 최남선이 사장실에서 나오
다가 그 말을 듣고 거든다.
최남선 이보시오 편집국장..
편집국장 예, 사장.. 아니 선생님
...
최남선 그 기사는 말이야... 나
도 들어 알고 있는데 너
무 비중을 두지 말라고.
소작쟁의는 어느 나라에
나 있는 흔한 일이야.잘
못하다가는 농민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줄수가 있
어.
편집국장 하지만 선생님..?
최남선 그렇게 해요.
밖으로 나가는 최남선. 최동열이
착잡하게 최남선의 뒷 모습을 본
다.국장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젓
는다. 기자들, 불만에 찬 모습이
다.
기자1 변하셨어... 그래, 확실
히 변하셨어.
기자2 그러게 말일세. 저 분이
정말 기미년에 독립선언
서를 기초하신 그최남선
선생님이란 말인가?
기자1 감옥에서 풀려나실때 총
독부와 모종의얘기가 오
고갔다더니.. 아무래도.
최동열 그만들 하게. 우리까지
그런 뜬소문에 휩쓸려서
야 되겠나?
기자2 나도 믿고 싶진 않지만.
편집국장 그래, 그건 최기자의 말
이 맞아. 다들 입조심들
하라구. 원래 떠도는 소
문이란 건 믿을 게 못되
는 거야.
기자2 (입맛을 다신다).....
편집국장 그리고 최기자.
최동열 예... 국장님.
편집국장 얼마전에 송병준이가 일
본에서 죽은거 기억하지
?
최동열 예..
편집국장 그런데 말이야.. 이번에
는 이완용이가 오늘내일
한다고 한단 말이야.
기자들 (웅성거리며) 그래요?
어쩐지 통보이지 않더라
니.. .
편집국장 최기자가 가보 라구. 매
국노들의 최후를 전하는
것 또한 우리신문쟁이의
책임이자 사명이 아닌가
? 그들의 추하고 더러운
말로를 자세히 보고오게
최동열 알겠습니다.
편집국장 그리고.. 이거.... (노
란 봉투를 내민다)
최동열 이게 뭡니까?
편집국장 김좌진 장군 둘째 부인
이 아무래도 어렵다며?
최동열 고문 후유증이 클 겝니
다. 종로경찰서 고문아
시지 않습니까?
편집국장 아침에 동아일보와 조선
일보 사주들이 경영문제
로 우리 신문사에서 잠
시 회의가 있었나 본데.
.... 거기서 얘기가 나
온 모양이야. 격려금을
좀 모았나본데.....
최동열 (어떤 감회).. 아, 예
편집국장 신문사야 서로경쟁을 하
지만 생각은 모두 같은
것일세..
최동열 알겠습니다.
씬 14 종로 거리
최동열이 인력거를 타고 오고 있
다. 그의 표정이 우울해 보인다.
최동열이 품에서 국장이 건네 준
봉투를 꺼내본다. 그리곤 생각에
잠긴다. (최남선과 3.1운동 부분
삭제)
씬 15 최동열의 집(회상)
문이 벌컥 열리고 김좌진과 독립
군 2명이 권총을 들고 뛰어든다.
놀라는 최동열의 아버지(이하 동
열부)... 잣죽을 들며 아들과 마
주 앉아 있다가 수저를 떨어뜨린
다.
김좌진 내가 누구인지 알겠는가
?
최동열 당신들은 누구요....?
김좌진 (개의치 않고)나를 아는
가 물었다. 최상우, 이
매국노.. 나라를 판돈으
로 호의호식하는 생활이
어떠하던가?
동열부 (떨며) 사....살려 주시
오.. 살려만 주시오...
김좌진 선생..
최동열 ....(신음하듯) 김.. 좌
진?
김좌진 너희들이 쌀밥에 고깃국
먹고 왜놈들에게 머릴조
아리고 있을 때 이 나라
백성들은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통곡속에 죽어가
는 걸 아는가?
동열부 살려만 주시오..그저 살
려만 주시오... 나는 시
키는 대로만 했소이다.
내가 무얼 알겠소? 나는
무식해서 모릅니다. 그
저 시키는 대로 했습니
다.
김좌진 그랬겠지.. 그래서 돈도
받고, 중추원 참의도 되
고, 처자식과 호의호식
하며 잘 살고 있는게 아
닌가? 일본의 개, 주구
가 되어서 말이다.
동열부 아이구 제발...
최동열 ........
김좌진 조국에 무엇 으로 갚을
것인가?
동열부 마, 말씀만 하십쇼. 무
엇이든 내놓겠습니다.
김좌진 조국 독립에 쓸 군자금
과 네 목숨을 내놓아야
겠다.
동열부, 급히 돈궤와 땅문서들을
허둥지둥 찾아 내놓는다.
동열부 예. 예 여기 있습니다.
다 가져 가십시오. 허지
만 이완용이나 송병준에
비하면 제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그저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김좌진 그렇게도 살고 싶은가?
동열부 예, 살고 싶습니다.
김좌진 자식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가?
동열부 제발 목숨만... 아이구
목숨만....
김좌진 (동열을 보며) 잘 보게
젊은이. 이것이 조국을
팔아먹은 매국노의 모습
일세. 여기 오기 전 잠
시 알아보았네. 경성제
대에 다닌다지?
최동열 .....?
김좌진 그정도의 최고 학부를나
와서 무엇을 하려는가?
최동열 .....
김좌진 젊은이의 부친은 그래도
부끄러운 줄은알고 있네
동열부 그러믄입쇼. 알고 있구
말구요. 어찌할 수 없어
서 그저..
김좌진 아비의 죄를 갚아볼용기
는 없는가? 누가 뭐래도
자네에겐 조선인의 피가
흐르고 있어. 자네를 보
아 부친의 목숨은 살려
주겠네.
돈을 챙겨 태연히 일어 선다. 문
을 나가며 다시 최동열과 시선이
마주치는 김좌진. 이윽고 사라진
다.
최동열의 인력거가 가고있다. 거
리의 네온 불빛들이 살아 오르고
있다. 인력거 밖으로 거지 아이
들이 구걸을 하는 모습들이 보인
다.
양코 아저씨.... 한푼만 적선
하세요, 아저씨..
정진영 한 푼만 주세요.
행인, 귀찮다는듯 밀치며 가버리
면
양코 에이 더러운 놈.. 소 똥
에 미끄러 져서 이마나
깨져버려라.
침을 찍 뱉으며 양코 소년은 다시
행인들에게 구걸하며 쫓아간다.
씬 18 종로 그 일각
최동열의 인력거가 사람들에 막혀
가지를 못하고 있다. 최동열이 답
답하여 보면 양코와 정진영 같은
아이들도 보고 있다.뭔가 일이 벌
어지고 있었다. 패싸움이다. 하야
시 패의 조직원들인 사내들과 쌍
칼, 구마적의 수하들인 제비와 셔
츠, 평양박치기, 상하이 박들이
보인다. 그리고 한쪽이 부서져 나
가면서 양쪽의 격렬한 접전이 보
여진다. 하야시 조직들이 일본말
로 소리친다.
조직1 (일어) 구마적의 조직들
이다. 모두 없애라.
조직2 (일어) 종로의 주먹들이
다. 때려 눕혀라.
하야시의 조직들은 무기들을 들었
다. 각목과 검이다. 그러나 그 접
전 속에서도 맨주먹의 종로패들은
담담하다.
쌍칼 겁내지 마라. 하야시 조
직들이다. 물러서지마라
상하이 혼마찌 패들이다. 물러
서서는 안된다. 때려 뉘
여라.
접전이 계속된다. 사내들이 나뒹
굴고 상점 유리창이 부서져 나가
고 대 혼전이다. 마치 스포츠 경
기를 보듯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
다. 최동열도 잠시 그렇게 본다.
접전은 계속된다. 그 한쪽에서
구마적이 아주 태연하게 씨거를
물고 보고 있다. 구경하듯이...
또 그 한쪽에서 학생복이 아닌
거구의 엄동욱이 수하 둘을 이끌
고 오다 말고 구마적을 본다. 그
리고 씩 웃는다.
엄동욱 구마적 형님, 오늘 몸좀
푸시는 것 같습니다.
구마적 혼마찌 패들이 또 경계
를 넘어왔다네. 동생들
이 훈계 좀 주는 모양일
세.
엄동욱 여유가 아주 많으십니다
구마적 하하하... 그럴 수밖에.
나까지 끼어들 일은 아
닌 것 같네. 허허, 이것
참..하야시가 우리를 너
무 우습게 보는 것 같아
어린애들을 보냈네 그려
또 마시러 가는가, 아우
님...?
엄동욱 아니 마시고 할 일이 무
엇이 있겠습니까?허허허
...
그렇게 엄동욱이 지나쳐 간다.그
앞으로도 사내들이 나뒹굴며 떨어
져 나가고 있다.웃으면서 비켜 가
는 엄동욱. 가다말고 그대로 하야
시 조직의 사내들이 다시 앞에 어
른거리자 그대로 가볍게 두어번
때려 뉘이고 까페 쪽으로 향한다.
가다가 그는 인력거의 최동열을
보았다.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해
보인다.
엄동욱 선배님이 아니십니까?인
력거를 타신 걸 보니 중
요한 곳에 가시나봅니다
최동열 취재 때문에 간다네.
엄동욱 길을 돌아가셔야 겠습니
다. 정리가 되려면 한참
걸릴 겝니다. 언제 한잔
사 주십시오.
엄동욱은 그렇게 수하들과 휘적
거리며 걸어간다.
최동열 돌아갑시다.
인려거꾼 예, 선생님.
인력거가 돌아간다. 싸움 현장을
보는 최동열의 표정이 까페쪽으로
사라지고 있는 엄동욱을 본다. 두
사람의 그 시선 위로 호각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일본 순사들이
여러 명 달려오고있다. 싸움이 정
리되려는 모양이다. 인력거가 그
렇게 그곳에서 멀어진다.
씬 19 비너스 안
김이수와 임동호가 벌써부터 취
해 있다.
김이수 오늘은 우리의 우상 최
동열군이 못오는 모양일
세.
임동호 시국이 어지럽지 않은가
? 그럴수록 기자는 바쁜
거니까..
김이수 모를 일이야... 그 아버
지가 중추원의 귀족이고
재산도 많겠다. 경성제
대를 나왔겠다. 그런데
월급도 제대로 안나오는
기자만 고집하고 있단말
이야..
임동호 몰라서 하는 소린가? 이
시대의 기자란 제 2의독
립투사들이야.민족의 한
을 대변하는 거란말이야
김이수 누가 모르나.. 워낙 대
단해서 하는 소리지..
부친하고도 관계가 나쁜
모양이야... 영 소식을
끊고산다며? 하숙비도밀
렸다고 하더라구.
그 때 사환아이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다.
아이 선상님.. 선상님...
임동호 응? 병원일 끝났는데 왜
?
아이 어서 인나세유.왕진가셔
야겠어유.
임동호 못간다..술을 많이 마셨
다.
아이 안되유. 어서 인나세유.
환자가 급하대유, 어서
유. (팔을 억지로 끌어
당긴다)
임동호 허 이놈이...
김이수 가보게. 의사라는 작자
가 환자가 부르는데 술
만 마시고 있어야 되겠
어?
임동호 허허... 하는 수 없겠
구만. 청진기나 제대로
잡을지 모르겠다.이 술
잔이나 비우고 가자 꾸
나.
씬 20 이완용의 집 외경(밤)
씬 21 동집 안 마당
이항구와 최동열이 마주 보고 있
다.
이항구 시대일보 최동열 기자시
라구?
최동열 그렇습니다, 남작 각하.
이항구 도대체 뭘 쓰시 겠다는
게요? 아버님은 중환이
시오.
최동열 알고 찾아 뵜습니다.
이항구 조선의 신문들은 모두되
지 않은 소리들만 옮기
고 있어. 매일 신보라면
내가 또 모르겠소. 당신
들은 마음에 들지않아요
최동열 싫든 좋든 이완용 후작
께서는 이 시대 이 역사
의 중요한 위치에계셨습
니다. 남기실 말씀이 있
으실 걸로 압니다.
이항구 뭘 남겨?조선 천지가 아
버님을 손가락질하고 있
는데... 뭘 남기란 말이
오. 이 무지한 백성들에
게 남길 것이 있다고 보
시요, 기자 양반? 썩 돌
아가시오.
이때 대청 쪽에서 집사가 나온다.
집사 대감마님께서 안으로 들
이시라 합니다.
이항구 뭐라구? 기자를 안으로
들여?
집사 예..
이항구 (불쾌한 헛기침) 들어가
십시다.
안으로 들어가는 최동열과 이항
구..
씬 22 동집 방안
백발의 이완용이 누워있다. 그들
이 들어와 머리 맡에 앉는다.
이완용 (간신히) 명함을....보
았... 소이다...시대일
보라... 최남선이란 사
람이... 하는 신문..이
던가...
최동열 그렇습니다.
이완용 혹 .... 중추원 참의 최
상우 씨의 .. 자제가 아
니신가....?
최동열 ....그렇습니다...
이완용 이... 시대에... 기자란
.... 어려운 것인데...
부친께서... 많이 걱정.
..하시겠소..?
최동열 제 길을 가고 있는것 뿐
입니다, 후작 각하.지금
쯤 하실 말씀이 많으 실
줄로 압니다.
이완용 할 얘기라... 그리 생각
하오...젊은이..?
최동열 사람들은 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완용 그러니까... 내....최후
의 ..모습을... 보고 싶
은 게로군..
최동열 그렇습니다.
이항구 아버님? 안되겠습니다.
기자를 내 보내야겠습니
다.
이완용 놔둬라.. 이봐요, 젊은
이... (사이) 맞아..내
마지막 모습을...볼 필
요가 있지..
최동열 .......
이완용 나라를 팔아 먹은 자의
말로가.... 어찌... 궁
금하지 않겠는가?
이항구 아버님..
이완용 (계속) 나는 그 대가로
.... 일본의... 귀족이
되고.. 많은 상금도...
받았지..수 많은 전답도
... 또한 받았지... 그
랬어...
잠시 침묵이 흐른다.이완용은 마
치 옛날 이야기를 하 듯 그렇게
중얼거린다.
이완용 언젠가 백야가 왔었어.
고균의 아들 김좌진 말
이야...
최동열 ......!
이완용 지금은.... 독립군 총사
령이라더군..나는 그 사
람에게...독립자금을 내
주었어..
최동열 ......
이완용 산다는 것 이 그런게 아
니겠나? 뭔가를..... 결
정해야 할자리에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지.
사람들은...그걸 몰라줘
.. 백야가 내게 와서 말
했어...목숨을 살려두고
가는 이유가 있다고...
두고두고.. 오래 살아서
.... 오욕과.... 통한의
.. 눈물을 흘려야 한다
고..
이항구 아버님...?
이완용 (계속) 언젠가는 또...
최린이라는 사람이 왔었
지.... 지난 삼일 만세
사건은.... 최린이와...
만해 한용운이가.... 주
도 했다는 걸 나는 알아
.... 그 때... 최린이.
... 나에게 왔었어....
민족 대표에.... 이름을
넣으라고...
최동열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이완용 그랬지. 그러나.....그
렇게 한다고... 내 죄가
가려지겠는가? 조선사람
들이... 나를 믿겠는가?
그래서... 사양했네...
하지만... 나는 그 사건
을... 사전에 알면서도.
비밀을 지켜 주었네....
나도... 나도... 독립을
원하니까...
최동열 .....
이완용 (계속) 내 ... 큰 아들
놈은.... 자살을 했지.
그래도 나는 ... 살아남
았어. 그게 인생이야...
남아있는 자식과 손주들
도... 대대로 저주와 .
모멸 속에서 살아갈게요
하지만 나는 그때....
어쩔 수가... 없었어.달
리는... 택할 길이 없었
어. 달리는....
최동열 ......
이완용 허나 내 어찌 ....죽어
가며.. 변명을 하리..
앞으로는 나같은... 불
행한 정치인이... 없었
으면... 좋겠어.. (힘
들어 하며) 아아 ....
죽어서.. 내 무덤인들.
온전하겠는가? 내 무덤
인들....
해설 이완용. 을사 5적의 수
괴이다. 을사 보호조약
체결당시 학부대신 으로
조약 체결에 앞장섰고,
통감 데라우치와 함께
내각 총리대신 자격으로
한일합방조약에 조인 함
으로써 민족사에 영원히
지워질수없는 매국의 원
흉으로 기록되는 인물이
다. 그런 그가 지금 죽
음을 목전에 앞두고 자
신의 심경을 털어 놓고
있는 것이다. 이완용은
일 년 후인 1926년 2월
12일 오욕의 삶을 마감
하니 그와 쌍벽을 이룬
친일파 송병준이 죽은지
일 년 후였다.
죽어가는 이완용을 보는 최동열
의 착잡한 얼굴에서. 기적 소리
가 들려온다.
씬 23 벌판(밤)
기차가 요란한 기적소리를 내며
벌판을 질주하고 있다.
씬 24 동 열차 안
승객들 속에 두한과 외조모와 원
노인들..
외조모는 이미 한계에 이른듯 거
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원노인 괜찮으시겠습니까?
외조모 예.. 괜찮아요...
원노인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 아무래도 무리를 하
셨습니다.
두한 할머니..
외조모 괜찮다. 괜찮아.. 네..
에미가..지금쯤 어찌 되
었을꼬..? 그 잔인 무도
한 놈들이... 그냥.. 보
낼 리는 없고...
원노인 조금만 참으세요. 내일
저녁이면 경성에 도착합
니다. 모든 걸 알 수 있
을 거예요.
외조모 불쌍한.. 우리 손주...
이 불쌍한 자식..
원노인 (고개를 갸웃하고) 아무
래도 약을 좀 드셔야 겠
는데요?
외조모 (고개를 저으며)
그 밖으로 계속해 지나쳐가는 밤
풍경들... 그리고 열차바퀴 소리
들..
씬 25 두한의 집
임동호가 진료기구를 가방에 챙
기고 있다.박계숙이 거의 다 죽
어가는 모습으로 누워 있다. 외
숙이 술을 병 채로 마시다가 임
동호를 본다.
임동호 늦었습니다. 장이 심하
게 파열되었어요. 뇌에
출혈도 보이고 하혈도
너무 했어요.온몸이 성
한 곳이 없구만.. 어렵
겠어...
외숙 지금 뭐라고 하는 거유
? 그럼 우리 누님이 죽
는단 말이우?
임동호 ...... (끄덕인다)
외숙 아니 여보슈. 뭐 이런
의사가 다 있어! 그럼
처방전을 내야 할것 아
니야.
박계숙 .......
임동호 그럼..(밖으로 나간다)
외숙 이보슈.. 이보슈. 야..
너 거기 안서.야 이 자
식아.
박계숙이 스르르 눈을 뜬다.
박계숙 ....왜 이리... 소란..
스러운가....?
외숙 어이구.. 글쎄 저 인간
이 누님이 늦었다구 한
다우.
박계숙 두한이.. 우리 두한이는
....?
외숙 그 주질헐 종자는 왜 그
리 찾수?
박계숙 두한이는...
외숙 엄니와 함께 어딘가로갔
다우. 그나저나 정신 좀
차리시우. 어이구 이거.
염병할 매형놈때문에 사
람 잡네 그려... 오는날
이 장날이라구 돈 몇 푼
얻으러 왔다가 못 볼 꼴
보네 그랴..
박계숙 .....(눈물) 이보게...
외숙 아 왜?
박계숙 저 문갑...
외숙 문갑은 왜, 금 송아지라
도 감춰놨수?
박계숙 열어 봐..
외숙 (문갑을 열고 땅문서를
찾는다) 어.. 이거 땅문
서 아니우?
박계숙 .. 우리 두한이... 두한
이를 부탁하네..
외숙두 한이를...? 아 알았수..
박계숙 나는 이제 ... 틀렸어..
그리고... 다시는... 네
매형을 욕하지 말아..
외숙 쳇..
서서히 눈이 감겨가는 박계숙.그
얼굴에 미소가 잠시 스쳐지나 간
다. 그 위로 아름다웠던 시절들
이 스친다. 연거퍼 들려오는 총
소리들... 그리고 골목을 달려오
는 발소리들..
씬 26 몽타쥬
-대문을 넘어오는 김좌진..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그들 모녀..
크게 떠진 박계숙의 표정에서.대
문 두드리는 소리들..
-박계숙의 방문이 열리며 일경들
이 안을 둘러보고 있다. 뭔가 말
을 주고 받다가 사라져 가는그들
.. 벽장문이 열리면서 마주 보는
두 남녀. 그 옆으로 외조모가 보
고 서 있다. 커지는 그들의 눈에
서...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오는 두사
람만의 행복한 모습. 그 미소 속
에서 박계숙의 불러온 배를 어루
만지는 김좌진.. 함박 같은 웃음
을 웃으며 포옹해가는 그들의 모
습에서.
씬 27 다시 그 곳
박계숙이 죽은줄 알고 외숙이 흔
들어 깨운다.
외숙 누님.. 누님...!
박계숙이 눈을 뜬다.눈물이 흘러
내린다.
박계숙 두한이.. 우리 두한이.
외숙 에미가 죽어 가는데 이
자식은 어디를 가 있는
게야?
박계숙 ....두한이를 꼭....보
고 가야 할 터인데...
우리 두한이...
씬 28 기차 안
외조모가 더욱 숨가빠 하고 있다
이제 마지막인 것처럼 보인다.손
주를 보면 손주는 원노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원노인 (소리를 낮춰가며)기가
막히셨지..신출귀몰 하
셨어.. 왜놈이고 친일파
고 할 것없이 백야 김좌
진 장군하면 똥 들을 쌌
지.. 동해번쩍 서해번쩍
.. 오늘은 만주에, 내일
은 조선에... 그리고 러
시아에...
두한 .....
원노인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
지. 함경도 어딘가 악질
고리대금업자 놈이 있었
는데 말이야. 그놈이 얼
마나 악질이었는가 하면
인근 동리 사람들 중에
서 그 놈한테 빚이 없는
사람이 없었어요.사람들
은 노예처럼 살았지..장
군께서 그걸 아시고는
어느 날밤 그 놈집에 나
타나신 게야.
두한 .....(솔깃해서)....
외조모 .....(더욱 숨가빠지며)
... (그러나 미소)....
원노인 장군께서는 그 놈의 재
산을 터는 것으로는 부
족하다고 생각하셨지..
그래서 그 놈의 집주변
에 기름을 붇고 말씀하
셨지.. 네 놈이 갖고 있
는 빚장부를 모두 내놓
아라... 하고 말이야..
그놈은 벌벌 떨면서 장
부를 몽땅 내놓았어. 장
군께선 그것을 남김없이
태워버리셨단다. 어떠냐
? 그게 바로 해방이 아
니고 뭐겠니? 그게 바로
독립이야.
두한 ......
드디어 외조모가 마지막 숨을 토
하며 괴로워한다.
두한 할머니... 할머니..?
외조모 .....두... 두한아...
원노인 아이구 이런.. 정신 차
리세요, 마님.. 마님?
외조모 (가쁜 숨을 몰아쉬며)이
할미는... 이제... 가야
할 것 같구나.
두한 할머니...죽으면 안되요
원노인 (주변 눈치를 보며)마님
... 조금만 참으시면 됩
니다. 지금 국경을 넘고
있어요.
외조모 ....틀렸소.. 우리 두한
이를.... 부탁... 하오
원노인 기운을 내십시오.
외조모 ....어이할꼬....지 에
미도.... 얼마 살지...
못할 텐데...
두한 할머니... 할머니...
외조모 우리... 불쌍한.... 두
한이.....
그예 숨이 넘어간다.
두한 할머니...!
원노인, 눈을 질끈 감는다. 그러
다가 문득 위기를 느끼고 주위를
둘러본다.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
게 뜨고 이 쪽을 바라보고 있다.
원노인 두한아.. 어서 짐을 챙
기거라..
두한 ......?
원노인 어서...
그 때 저 쪽 칸에서 헌병들이 오
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원노인 이런..(품에 있는 권총
을 만져본다)
헌병들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원노인 ...... (식은 땀을 뻘뻘
흘린다) 두한아.. 내 말
잘듣거라. 저 뒤에 헌병
놈들이 오고 있다.
두한 (뒤를 돌아보려 하면)
원노인 돌아보지마라! 침착하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
럼 하거라.. 알겠지?
두한 (끄덕인다)
헌병들이 검문을 하며 다가온다.
극도의 긴장감이 흐른다.
헌병들, 원노인 쪽으로 와 선다.
(끝)